말 잘하는 놈은 사기꾼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말 잘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정서가 있다. 이 정서는 정치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구에서는 오바마, 토니 블레어 같은 달변가 정치인들이 큰 인기를 얻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말실력은 그리 유익한 덕목이 아니다. 바른말을 잘하는 정치인은 분열주의자, 약장수 취급을 받는 반면, 중요한 순간 말을 아끼는 정치인은 진중함, 안정감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한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은 너무나도 말을 못하는 대통령을 얻게 되었다.



출처: 오마이뉴스



의원시절, 후보시절 누구보다 말을 아끼는 정치인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의 대가로 무책임, 비겁함이라는 비난 대신 무게감, 신뢰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것이 청와대로 입성하는 데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첩과 프롬프터 없이는 온전히 한 문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빈곤한 언어구사능력과 이산화가스, 바쁜벌꿀로 회자되는 한글파괴적 말실수들은 대중에게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말 좀 못하면 어때. 일만 잘하면 되지

 

과연 그럴까? 정말 말 못하는 대통령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아래 대통령의 발언들을 보자.  



출처: 오마이뉴스


 

와해된 언어는 와해된 사고의 반영이다. 일관되게 런 분별없는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화자의 사고체계가 심각하게 와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통령은 누구보다 명확한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직업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집중된 권력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감은 태산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의 은 크게 중요치 않은 덕목으로 인식되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해독이 불가능한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말 못하는 대통령에 대한 옹호는 여전히 강력하다. 



"말 좀 못하면 어때. 일만 잘하면 되지"



이렇게 대통령의 말솜씨를 옹호하는 이들은 언변을 훈련을 통해 습득하는 일종의 '스킬'로 이해한다. 말솜씨를 마치 물구나무서기나 볼펜돌리기처럼 연마를 통해 얻어내는 잡기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말빨이 좋다’ 따위의 얄팍한 칭찬에 담겨있는 정서와 일치한다. 


말은 신체적으로 갈고 닦아서 얻어내는 운동능력이 아닌, 사고의 출력에 관한 문제다. 설령 말을 기술로 이해한다 해도 정치경력 20년, 대통령 3년차 정치인이 말을 이정도로 못한다면 심각한 소통능력, 언어능력의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신체적 언어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언어는 사고의 출력이며, 그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는 화자 그 자체다말이 자꾸 엉키고 꼬인다는 건 말하는 이의 사고회로가 뒤죽박죽 엉켜있다는 뜻이다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건 제대로 입력된 것이 없다는 뜻이다정리된 생각을 갖지 못한 사람이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말을 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나랏일의 주요 사안에 대해 정리된 생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이 물구나무서기는 할 줄 몰라도 되지만, 대통령이 볼펜돌리기는 잘 못해도 되지만, 말은 잘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다물고 있거나, 해석이 되지 않는 모호한 말로 국정책임자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사회 전반에 혼란이 빚어지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정체 모를 외계의 언어를 구사하는 대통령에게 갈등의 조정과 사회통합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매번 올바른 말을 할 수는 없다
. 그러나 대통령은 언제나 명료한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들이 국정책임자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어떤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가

 

더 오싹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을 못하는 본인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사실이다. 잦은 말실수와 와해된 화법은 후보시절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었던 래퍼토리다. 대통령은 이런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임기 초 극도로 말을 아끼던 대통령은 임기 3년차에 접어들어 국정이 완전히 장악된 지금 전에 없던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그네체 화법을 구사한다. 창피한 말을 늘어 놓고도 창피한 줄을 모른다는 거다. 이러한 학습능력의 부재, 성찰의 부재는 대통령과 국가를 점점 더 위험에 빠뜨린다.  




'제1회 그네문학상'에 부쳐




 

우리는 대통령의 말이 가진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공론화시키고, 가능하다면 대통령 본인에게 자각시키고 싶었다. 1회 그네문학상’은 그렇게 기획됐다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며칠 새 6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응모했고, 공모 페이지와 수상작 발표 페이지는 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제1회' 그네수상작 수상작들



응모작을 읽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그네체가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나또한 500여 편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보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원작들을 뛰어넘는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말을 작정하고 못하려고 해도 우리 대통령만큼 못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그네체는 단순한 대통령 말주변에 대한 조롱이 아닌, 국민들이 느끼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의 함축이다. 무논리, 철학의 부재뻔뻔함, 권위주의… '그네체'라는 조롱에는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실망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통령은 말을 똑바로 해야 한다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네체’ 열풍을 겸허히 받아들여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우리 국민들은 5개국어에 능통한혹은 외계어를 쓰는 대통령이 아닌우리말을 똑바로 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네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어보며 자신의 말을 돌아봤으면 한다사회일반과 괴리된 언어를 사용하는 대통령이 국가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면 제2, 3회 그네문학상은 계속될 것이다




'제1회 그네문학상' 수상작 발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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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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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18 19:31 신고

    좋은하루되세요

  2. 2016.09.27 15:07

    비밀댓글입니다

  3. 2017.02.26 19:14 신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내가 대구시민이라는게
    당신이 우리의 대통령이라는게



지난주 종북매체로 알려진 ㅍㅍㅅㅅ에 기상천외한 글이 하나 실렸다. [논평] 이참에 진돗개에게 대통령을 맡기자  북의 사주를 받은 것일까? 제목 그대로 무능력한 박근혜 대통령 대신 진돗개에게 대통령을 맡기자는 빨갱이스러운 주장이다.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에 발끈한 모양인데,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위 기사에서는


사회성: 개 > 박근혜

공감능력: 개 > 박근혜

충성심: 개 > 박근혜

언변: 개 > 박근혜


4개 항목으로 둘을 비교하며 박근혜 대통령보다 개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청와대 안주인으로 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인간과 개의 대결이라니, ㅍㅍㅅㅅ는 한국의 디스커버리 채널을 꿈꾸는 것인가. 그야말로 모욕이 도를 넘고 있다. 

이 기발한 주장에 많은 철없는 네티즌이 지지를 보냈다. 참 배알도 없는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라. 4천800만 국민이 개의 통치를 받는 날이 온다면 경술국치보다도 더욱 치욕스러운 날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의 능력은 그렇게 간단히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만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고작 4개의 스텟으로 평가하겠다는 건 너무 건방진 태도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개는 물론 어지간한 사람은 흉내도 내지 못할 몇가지 능력을 갖고 있다. 진돗개 따위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능력들을 살펴보자.




1. 분신술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사고현장을 지휘했다던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은 그 시간에 수시로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며 지시도 하고 호통도 치셨다고 한다. 물론 증명할 수는 없다. 밝히려 해서도 안된다. 그런 것은 발설되어서는 안되는 대통령의 '사생활'이자 국가기밀이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청장, 청와대 안보실장과 수차례 통화를 하고 내용을 보고받았다던 대통령님.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각하는 그날 저녁 세월호 중앙대책본부에 들려 이런 천진난만한 질문을 던지신다. 


 

산적한 업무를 돌보느라 몸이 부족했던 대통령은 대책본부에 자신과 닮은 다른 사람, 즉 분신을 내보낸 것이다. 머털도사 이래 맥이 끊긴 줄로만 알았던 분신술을 다시 구현해 내신 대통령님. 조만간 개구리나 돼지로 변신하는 둔갑술을 선보이실지도 모르겠다. 

분신술을 사용하는 개를 보았는가? 

분신술: 박근혜 >> 개
 


2. 집중력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야당대표의 연설 도중 볼펜을 세로로 세우는 신공을 보여주신 것. 지금 책상 앞에 앉아있다면 한번 해보시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중력의 힘을 이겨내고 볼펜 끝을 하늘로 치켜 세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각종 매스컴의 이목이 집중돼있는 국회 본회의에서, 그것도 껄끄럽기 짝이 없는 야당대표의 연설 도중 저런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초인에 가까운 집중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개의 집중력이란 어떤가. 당신의 개는 볼펜을 세울 수 있는가? 

집중력: 박근혜 >> 개
 
 



3. 유체이탈술





MB가 창시하고 박근혜가 완성한 궁극의 회피기. 유사 이래 많은 인간들이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증언했지만 내 눈으로 그것의 실체를 목격한 것은 두 사람이 유일하다. 

희대의 로맨티스트 윤창중이 엉덩이를 만지고 대변인직에서 사퇴한 뒤 대통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굉장히 실망스럽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관련 수석이 책임져야 한다."


엄청나다. 온나라가 반대하던 사람을 대변인으로 앉혀 놓고는 그가 젊은 처자의 엉덩이를 만지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겠다 한다. 




대통령의 이야기를 가만 듣다 보면 대한민국에는 마치 두 명의 대통령이 있는 것 같다. 한명은 뭔가를 하고, 다른 한명은 그것을 부인한다. 8년 동안 10억이 넘는 보수를 지급받고 이사장과 이사들을 자유자재로 임명했던 정수장학회를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회피했던 일이나, 자타공인 여당의 1인자로 군림해왔던 그분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로 정권교체'라는 황당한 구호를 들고 나왔던 일 모두 유체이탈술이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들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의 수준을 뛰어 넘어'내가 한 일을 나도 모르게 하라'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림: 굽시니스트



이런 술책은 외교적으로도 유용하다. 박 대통령은 작년 5월 개성공단 인력을 철수시키고 한반도 전쟁설에 불을 지핀 뒤 갑자기 미국에 건너가서 'DMZ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노라 선언한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적진을 혼란에 빠뜨리는 외교술이라니, 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이다. 

유체이탈을 연마한 개를 보았는가? 

유체이탈술: 박근혜 >> 개
 



4. 신성력




분신술, 유체이탈술 등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초인의 능력을 타고난 박근혜 대통령. 이것들은 호그와트 마술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 선택받은 자만이 타고날 수 있는 신성력 덕분이다.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은 보통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상이 다 아는 반신반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반인반신의 딸이 평범한 사람일 리 있겠는가. 이는 유전학적으로 보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나 태양의 신 해모수의 아들 주몽을 보라. 신의 자손은 여지없이 신성한 능력을 물려받는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의 신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반견반신은?

신성력: 박근혜 >> 개




본디 개와 정치인이 불가분의 관계이기는 하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부시의 푸들이라 조롱을 받았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욕이 개xx인 것만 봐도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청와대를 개에게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이자 반인반신의 따님인 박근혜 대통령의 능력은 뭇 개들의 능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진돗개가 개중의 개라 한들 결국 한마리의 개일 뿐이다. 


개를 키우는 인간은 많지만, 인간을 키우는 개는 별로 없다. 이렇듯 개와 인간 사이의 우열은 이미 역사가 증명한 바, 개가 진화를 다시 하지 않는 한 인간을 이길 순 없는 거다. ㅍㅍㅅㅅ 편집장은 개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결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숙하길 바란다. 


총평: 그래도 개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낫다. 

박근혜 님이 대통령으로서 능력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그자리를 대체하기에 개는 너무 무능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를 청와대로' 따위의 공상이 아니라, 대통령이 분신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엄청난 집중력을 볼펜 세우기가 아닌 국정을 운영하는 데 사용하도록 비판하며, 심령술사를 투입해서라도 대통령의 유와 체를 통일시켜 자꾸 딴소리를 못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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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5 16:19 신고

    ㅎㅎㅎㅎ
    잘 지내고 계시져?
    한해도 저물어 가네요..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도 화이팅!!임돠~~

  2. 2015.08.31 14:22 신고

    나라지킴이 진돗개이름

  3. 2017.03.17 22:40 신고

    키우던 개도 버리고 가는 대통령!
    그런 심보니까 국민 한테 탄핵 당하지!


 





나는 트레이너다.


아니, 트레이너였다.


이젠 트레이너가 아니다. 


나는 이제 민원업무를 보는 공무원이다. 


직급은 3급이다.


내가 경찰서장보다 높다고 한다.


뭐가 얼마나 높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 팔자에 공무원이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돈도 꽤 준다더라. 


요즘 공무원시험 빡쌔다던데 그 사람들이나 시켜주지 왜 나한테 이런 높은 자리를 그냥 준 건지 모르겠다. 


9급 공무원이 3급 승진하는데 평균 33년이 걸린다고 한다.


내 나이 34살.


시험에 합격하고 내가 살아온 만큼 공무원생활을 해야 된다는 소리다. 


그런 자리를 나는 하루만에 올랐다. 


인생 한방이다.


열심히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노력해도 잘 안된다면 녀석들에게 헬스 트레이너를 권해주고 싶다. 





청와대로 불려왔을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나에게 직원들 헬스 트레이너를 시킬 줄 알았다. 


그런데, 청와대 사람들은 내가 민원 공무원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민원의 ㅁ자도 모른다. 


나는 트레이너인데 저들은 왜 나한테 민원을 보라고 하는 걸까? 


도대체 헬스 트레이너와 민원 공무원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혹시 헬스 관련 민원인 걸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 



청와대에서 이번에 구입했다는 파워플레이트. 단돈 2400만원이다. 




뉴스를 보니 청와대에 비싼 운동기구들을 잔뜩 사다놨다고 한다.


그렇게 비싼 장비를 막 사는 걸 보면 청와대가 돈이 많긴 많은가 보다. (그래서 월급도 많이 주는 듯ㅋㅋ)


특히 이번에 샀다는 파워플레이트 운동은 진짜 자신있는데..





저런 걸 잔뜩 사놓고 나보고는 민원이나 보라고 한다.


청와대에는 나보다 뛰어난 트레이너가 있나 보다. 


나도 꽤 잘나가는 사람인데 자존심이 상한다. 


그 사람은 2급쯤 되겠지?





요즘 정치인들은 맨날 내가 트레이너인지 민원 공무원인지를 두고 싸운다. 


나도 내가 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날 이곳에 부른 사람들이 나를 '민원 공무원'이라고 불렀다는 거다.


나는 트레이너인데 내가 트레이너일 거라고 말한 정치인들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한다. 


역시 정치는 어렵다..





내 이름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유명해지긴 했는데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내가 가르쳤던 연예인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공무원은 참 피곤하다. 


민원 다 보면 운동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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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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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국은 두 영웅의 신드롬에 흠뻑 빠졌다. 하나는 영화 '명량' 개봉으로 시작된 이순신 신드롬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전 한국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이다. 시공을 초월한 영웅들의 이야기에 온 나라가 열광했다. 16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명량을 보며 환호했고, 교황의 시복식에는 100만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분명 누구에게나 추앙받아 마땅한 위인들이다. 


그런데, 이 현상들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충무공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서 진정 존경 받고 있는가? 한국인의 삶은 그들의 삶과 닮아 있는가?

 

유감스럽다. 참군인의 표상 이순신을 흠모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군사반란으로 '왕위'를 찬탈한 독재자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며, 교황의 인본주의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물욕주의를 숭배하는 정치세력에게 표를 던진다이 이율배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 소싯적 무협지를 꽤나 탐독했지만 한번도 무협지의 주인공을 '존경'해 본 적이 없다.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나 어벤져스의 헐크를 존경하는 사람이 있을까? 작품 속에서 그들은 매력 넘치고 흥미로운 케릭터이지만 판타지는 그저 판타지일 뿐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지나치게 커지면 이상은 판타지 속에 박제된다. 어떤 사람들은 충무공과 교황의 이야기를 무협지 주인공의 기행, 혹은 SF영화의 비현실적인 케릭터 쯤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적군의 총탄이 아닌 고참의 주먹에 맞아 죽는 군대, 세월호 유가족을 이해당사자로 규정하고 문전박대하는 정부. 이런 현실을 사는 한국인들에게 충무공과 교황의 이야기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판타스틱 그 자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지나치게 커지 이상은 판타지 속에 박제된다.

 

위인들의 이야기가 갖는 힘은 범인들의 성찰을 이끌어내는 데에 있다. 거짓말 같은 현실에 매몰돼 성찰할 힘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제 아무리 위대한 성인의 삶인들 무슨 울림이 있을까. 누구나가 이순신이나 교황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다른 차원의 이야기거리로 소비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실에 투영되지 못하는, 내 삶에 아무런 효용도 같지 못하는 위인들의 삶은 책장 한켠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무협지나 다름 없다. 


불세출의 영웅 충무공의 반대 편에는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충절을 져버리고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가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아픔을 함께 나눈 교황의 반대편에는 자국민에게 일어난 비극에 대해 지독스레 '중립'을 지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조정의 겁박과 무능 앞에서도 충절을 꺾지 않았던 이순신의 의기 앞에 만주군 장교로 독립군을 토벌하고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탐한 박정희의 삶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유리처럼 투명한 교황의 행보 앞에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7시간의 행적을 미스터리로 남긴 박근혜 대통령은 한없이 궁색해진다.  


많은 국민들이 진심으로 두 위인의 삶을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순신의 충절을 흠모하면서도 기회주의의 표상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교황의 인본주의를 사랑하면서도 물욕주의를 숭배하는 정치세력에게 표를 던지는 국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 이 땅에서 두 사람의 영웅담은 그저 판타지의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충무공과 프란치스코, 대한민국은 진정 그들을 사랑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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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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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02 09:08 신고

    와~~ 글 너무 멋진데요~~
    너무 반가워요ㅎㅎ 그동안 잘 계셨던 거쥬? 상당히 궁금했답니다ㅎㅎ
    우야튼, 자주 볼수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좋은날 멋진날 되세요!!

  2. 2014.09.02 12:02 신고

    간만에 봅니다.
    둘다 존경하지만 커다란 상징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러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2014.09.08 11:10 신고

    비교가 안되죠 우리나라의 영웅을 어디에 비교 하시는지..그건 아니지요..
    교황이 우리나라를 위해 솔직히 해준게 머가있다고 이순신 장군님과 비교를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오늘 sns에서 간곡한 링크 하나를 받았다.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비명에 간 아르바이트생의 장례비를 회사가 지급하게 해달라는 청원이었다. 꽃다운 나이에 삶을 등진 학생은 생전에 최저임금도, 보험도 적용받지 못했으며, 죽은 뒤에도 회사로부터 장례비조차 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 학생의 죽음을 책임져야 할 해양수산부와 청해진해운 측은 놀랍게도 그 학생이 승무원이 아닌 승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죽은 학생의 장례비와 보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 알바생의 ‘선원 아님’을 항변하는 것이다. 이보다 서러운 죽음이 또 있을까. 


"단원고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야?"


"그 학교 수준이 어때?"


세월호 침몰사건이 터진 뒤 주변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말들이다. 단순한 호기심이리라.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악의 없이도 죽음에 등급을 매길 수 있는 보통의 사람들. 섬짓하고 섬짓하다.  


정규직 승무원들에게 지급한 장례비를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지급하지 않겠노라 통보한 해운업체와, 단원고가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냐고 캐묻는 어른들. 이번 사건으로 알게 된 한가지는 이 나라에는 삶의 등급 뿐 아니라 다양한 '죽음의 등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압도적인 절망 앞에서도 등급매기기를 포기하지 않는 괴물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고한 '등급제 사회'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340 : 17


죽음의 등급은 권력의 입맛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기도 한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이후 범국민적인 애도분위기가 조성되자 안전행정부는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를 합동분향소 설치 대상 지역에서 제외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고, 17개 광역단체 분향소도 시·도 청사 안에 한 곳씩만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소요경비도 지자체 자체예산으로 충당하라고 지시했다. 


4년 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주도로 애도분위기를 유도하던 정부의 태도와는 심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당시 정부는 시민의 왕래가 잦은 곳에 임의로 분향소를 설치하라고 지시했고, 예산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합동분향소 91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분향소가 340곳이나 설치됐다. 


차가운 바다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천암함 희생자와 세월호 희생자. 그들의 목숨값이 다를 리 없지만, 이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판이하다. 정부의 낯빛이 달랐던 이유는 두 사건의 ‘죽음의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의 애도분위기는 당시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던 정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슈였지만, 정권심판론으로 흐르고 있는 세월호 참사 애도분위기는 현정권에게 매우 불리한 이슈다. 결국 두 사건의 희생자들 사이에 매겨진 죽음의 등급은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죽음에도 신분이 있을 수 있을까?


삶의 등급에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인간세계의 정치적 갈등은 대개 ‘삶의 등급’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서 비롯된다. 근대 이후의 정치는 그것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한판 대결이었다. 그러나 삶의 등급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든 현실세계에 그런 등급이 존재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제 이 사회에서 이건희와 내가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은 바보거나 외계인이다. 


그런데, ‘죽음의 등급’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죽음 사이에 등급이 있다는 주술적인 가정은 2014년의 문명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인정한다면 왕의 부활을 기다리며 피라미드를 쌓았던 시대의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죽음의 등급을 발견했다. 정규직/비정규직 여부에 따라, 성적순에 따라, 혹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관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유가 무엇이든 산자가 죽은 자의 등급을 나누려 하는 태도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우린 적어도 왕후장상의 죽음과 노비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근대인이 아닌가. 죽음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고언이 배워서 알아야 할만큼 어려운 이야기인가. 산자들에 대한 응징 이전에 죽음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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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6 08:57 신고

    먼저 간 이들을 대하는 산 자들의 태도가
    이런 수준이라니....너무도 서열, 등급에 익숙해져 있는 탓일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낸 우리사회의 민낯은 차마 쳐다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2. 2014.05.26 12:05 신고

    살아서두 죽어서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이..너무 비참하네요...ㅠㅠ

    ...너무 오랬만이여요^^반가워요ㅎㅎ


"박정희시 만들자" 새누리당 박승호 예비후보


길가에 핀 개나리를 보며 봄을 느끼듯 정치인들의 망언퍼레이드를 들으며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수조원대 거부 정치인이 연봉 1만원짜리 시장이 되겠노라 공언하는가 하면, "시작은 쿠데타였으나 끝은 혁명이었다" 같은 논리파괴형 어록도 등장했다. 선거의 흥행지수를 높이고 유권자들의 변별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정치인들의 이같은 무리수는 반가운 일이다.

 

지난주 새누리당의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박승호 씨가 구미시의 이름을 ‘박정희시’로 바꾸자는 화통한 제안을 했다. 박정희 동상 건립과 박정희 추모제에 이은 박정희 숭배 시리즈의 완결판이라 할만하다. 박씨는 ‘박정희City’의 모델로 워싱턴DC와 케네디공항을 거론했다. 박정희의 이름에서 워싱턴과 케네디를 연상해낸 그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도대체 그것들과 박정희City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냐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눈 두 개에 코 하나 정도 말고는 별 공통점을 찾지 못하겠으니 말이다. 굳이 다른 나라에서 ‘박정희시’의 모델을 찾자면 구소련의 스탈린그라드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볼고그라드 시내에 등장한 스탈린버스

무덤에서 걸어나온 독재자들 

 

스탈린과 박정희는 닮은 점이 많은 지도자들이다. 한편에서는 양국의 경제발전과 안보체제를 다진 영웅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잔혹한 통치로 종신독재를 이룬 악인으로 양가적인 평가를 받는다. 자국에서는 이렇게 논쟁적인 인물이지만 자국 땅을 벗어나면 비교적 일관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또다른 공통점이다. 

 

스탈린에게는 박정희가 갖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 이름을 본뜬 도시다. 스탈린은 1925년 볼가강 하류에 자리잡은 차리친이라는 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하사'했다. 독재자의 이름을 덮어 쓴 이 도시는 10여년 뒤 끔찍한 대가를 치른다. 2차대전 중 러시아를 침공한 히틀러는 사활을 걸고 스탈린의 상징을 정복하려 했고, 스탈린 역시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도시를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 그 결과 이 도시에서는 200일 동안 20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투가 벌어진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패퇴한 독일군은 치명상을 입었고 이 사건은 2차대전에서 연합군이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 도시의 이름이 스탈린그라드가 아닌 차리친이었다면 독소전쟁과 2차대전의 양상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스탈린그라드는 1961년 흐루시초프에 의해 스탈린 격하운동이 벌어지면서 다시 볼고그라드라는 이름으도 개명된다.

 

지난달 볼고그라드 의회는 전승 70주년을 맞이해 1년 중 승전 기념일을 포함한 전쟁 관련 기념일 6일 동안 도시 이름을 '스탈린그라드'로 바꾸는 조건부 개명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역 정치가들이 스탈린 재조명 열풍에 편승해 도시 이름에 스탈린을 다시 덮어 씌운 것이다. 100년도 안돼 이름이 세번이나 바뀐 도시의 운명이라니 기구하기도 하다. 

 

죽은 독재자는 저절로 부활하지 않는다. 스탈린의 부활은 그의 워너비 푸틴 대통령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강력한 전제군주의 이미지로 각인된 푸틴의 리더십은 과거 스탈린의 리더십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푸틴은 집권 후 소련 국가(2001년)와 '붉은 별'(2002년) 등 옛 소련의 상징물을 복원시키면서 대중의 소련제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90년대 지독한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허덕이던 러시아의 서민들에게 푸틴의 애국주의는 희망의 이정표로 다가왔다. 야당과 시민사회, 서구의 외신들이 연일 푸틴의 행보를 '네오 스탈린주의'라며 비난했지만 푸틴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한번도 50%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시베리아 미르니에서 열린 스탈린 동상 제막식에서 미르니의 시장 아나톨리 포포프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모든 것을 바친 러시아의 위대한 아들(스탈린)을 위해 기념비를 세운다”며 독재자 스탈린을 극찬했다. 작년 박정희 탄신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반인반신"이라며 망자의 무덤에 노크를 하던 구미시장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독재자를 배출해 낸 양국 도시의 시장들이 나란히 숭배의 찬가를 쏟아낸다. 곳곳에 그들의 동상이 다시 세워지고 여당 정치인들은 노골적으로 죽은 독재자들을 찬양한다. 그들의 찬가가 스탈린과 박정희가 아닌, 현세계의 지도자 푸틴과 박근혜를 향해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죽은 독재자를 신의 영역으로 밀어올리는 것은 언제나 산자들의 욕망이다. 관련글 - 반인반신과 짬짜면, 경계의 미학

 

당장 '박정희시'라 불러도 손색없을 도시의 풍경

 

애처로운 동병상련

 

올해 3월 5일은 스탈린이 사망한 지 6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스탈린의 묘가 위치한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는 추모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스탈린이 태어난 조지아에서는 하루종일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시내에는 스탈린의 얼굴이 그려진 버스가 운행됐고, 러시아 관영 NTV는 '스탈린은 우리와 함께 한다'라는 제목의 6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작년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탄신제에는 3천여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고, 서울의 모 교회에서는 사후 34년만에 제1회 박정희 추모예배가 열리는가 하면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박정희 기념공원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박정희의 유산인 새마을운동을 부활시켰고 여당의 정치인들은 노골적으로 5.16쿠데타를 옹호한다.

 

이 강렬한 데자뷰가 시사하는 것은 되살아난 양국의 국가주의다. 그 이름이 곧 국가였던 스탈린과 박정희는 양국 국가주의의 화신이다. 이들의 부활은 곧 강한 국가주의의 재현이다. 푸틴 시대에 되살아난 스탈린과 박근혜 시대에 되살아난 박정희는 이러한 정치적 함의를 공유한다.

 

한국에는 '어떻게 스탈린과 박정희를 비교해'라며 목청 높일 사람들이 많겠지만 러시아에는 '변방의 독재자를 어떻게 스탈린에 비교해'라며 불쾌해 할 사람들이 그보다 더 많다. 이해당사자들이 주도하는 내부의 논쟁은 언제나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외부인의 시선은 냉정하다. 러시아땅 밖에서 스탈린을 러시아의 영웅이라 평가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국민들의 뜨거운 옹호에도 불구하고 세계인들은 스탈린을 그저 포악한 독재자로 기억할 뿐이다. 스탈린은 집권기간 동안 천만명 이상의 자국민을 학살하고 3000만명 이상을 강제 이주시켜 이중 절반 이상을 죽게 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기념하는 도시의 느낌은 어떠한가.

 

박정희를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박정희를 추억하는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외국 언론에서 박정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세계 독재자 순위 차트 정도이다. 가끔 그의 이름이 제3세계 독재자들의 궤변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외부인들의 보편적인 시각에서 볼 때 박정희란 이름은 김일성보다 조금 덜 유명한 독재자 이름일 뿐이다.

 

스탈린그라드는 자신의 이름을 통해 구미시가 '박정희시'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준다. 다시 스탈린그라드가 된 볼고그라드와 '박정희시'가 될지도 모를 구미시의 운명, 참 애처로운 동병상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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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13 09:32 신고

    박정희시라. 갈때까지 가는군요

  2. 2014.03.13 09:42 신고

    아주..별생각을..다하는구만요.... 진짜 기가 막힙니다..

  3. 2014.03.13 19:43 신고

    시민들 수준을보면 그렇게 바뀔수도 있어요~^^

  4. 2014.03.15 16:59 신고

    박정희를 스탈린과 비교하다니...... 스탈린이 무덤에서 피가 꺼꾸로 솟을 만한 일이네요...... 클라스 차이가 커요.

    • 2014.05.03 20:02 신고

      악행의 클라스도 차이가 심하죠. 박정희를 암만 악당이라고 욕해 봐야 그루지야 백정놈한테 비기겠습니까.

  5. 2014.03.17 13:22 신고

    <박정희시> 발언은 구미시민들의 의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시민들도 불쾌해하고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답디다.
    박정희 대통령을 신격화 하는 일부 노인층과 정치인에게서 나온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인데
    구미사람들이 전부다 무조건 박통을 숭배 하는 줄 아세요 -_-;; (윗윗댓글 작성자 구리구리님!!! 보고계세요??)
    모든건 역사가 판단합니다.


<푸틴의 페이스북 화면>


빅토르 안(구 안현수)이 기어이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현수는 15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2006년 토리노 대회 3관왕 이후 8년 만이다. 며칠전 이상화 선수에게 "대한의 딸" 드립을 날렸던 앵커들은 안현수의 우승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저 뻔뻔하던 스포츠국가주의를 민망하게 만든 안현수의 금메달은 한편의 유쾌한 복수극이다. 우리 국민들이 국적보다 상식과 공정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더욱 귀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이 청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애국자가 아닐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안현수 사진을 내걸었고, 미국 언론은 '쿠바로 건너간 마이클 조던'이라며 이 극적인 상황을 표현했다. 한국의 대통령도 잔치에 숟가락을 얹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현수의 금메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안 선수의 귀화문제가 파벌주의와 줄세우기, 심판부정을 비롯한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라며 어색한 뒷북을 울렸다.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러시아와 한국의 시민들은 모처럼 한마음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례적으로 자국 선수단의 노메달 소식보다 빅토르 안의 금메달 소식에 더 큰 관심을 보였고, 한국의 언론들은 안현수의 귀화스토리로 지면을 도배했다. 빙상연맹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당시 파벌주의를 주도했던 당사자들은 표적이 되어 뭇매를 맏고 있다. 이쯤되면 하나의 현상이라 부를 만하다. 파벌주의의 희생양이 국적을 바꿔 모국에 비수를 꽂은 이야기, 이렇게 스펙터클한 복수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찾기 어렵다. 

 

“러시아 귀화라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고 뜻깊은 금메달이다" - 빅토르 안, 우승 후 첫 인터뷰에서 


안현수는 단지 올핌픽에 나가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빅토르 안이 되었다. 이 개인적이고도 목적지향적인 선택에 사람들은 왜 그리 열광하는 걸까? 빅토르 안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쇼트트랙계에 만연한 부조리와 파벌주의를 단죄한 히어로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안현수의 대척점에 섰던 빙상협회와 한국 쇼트트랙계는 불공정과 부조리, 파벌을 상징하는 악으로 상정되었다. 혹자는 이 징벌구도가 극단적이라고 우려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선악의 구도는 명징하기만 하다. 빙상협회를 비롯한 '가해자'들은 대중의 분노를 숙연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약자의 복수극은 언제나 통쾌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수가 다윗을 응원하는 이유는 나의 입장이 골리앗보다는 다윗의 입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안현수 스토리에 대한 열광은 안현수라는 선수 개인의 차원에서만 설명되지 않는다. 부조리와 파벌은 어디에나 있다. 위계관계와 파벌주의에 지배되던 쇼트트랙계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원칙과 실력이 무시되고 인맥과 파벌이 지배하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안현수가 한국에서 겪었던 일들은 낯설지가 않다. 청년의 복수극은 부조리한 현실에서 분투하고 있는 약자들의 대리전이었던 셈이다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취할 자격이 없다>


정치판에도 이것와 비슷해보이는 현상이 하나 있다. 지난해 백신왕 안철수 씨가 정치판에 뛰어들자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끼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어린 관심을 보냈다. 이름붙이기를 좋아하는 한국의 언론은 이것을 안철수 현상이라 명명했고, 안철수 씨는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듯 상식과 원칙이란 슬로건으로 대선의 여세를 몰아갔다. 


'안철수 현상'에는 부조리와 파벌주의로 훼손된 기성정치판에 상식에 입각한 새바람을 일으켜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담겨있다안철수 현상과 안현수 현상, 부조리와 파벌주의에 대한 반감이라는 측면에서 두 현상의 배경은 무척 닮아있다. 


그런데, 얄궂게도 안현수 현상을 들여다보면 안철수 현상이 갖는 한계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둘을 가르는 차이는 그들이 구체제의 모순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안현수는 금메달을 양보하라는 코칭스텝의 부당한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실력경쟁이라는 스포츠맨십의 원칙을 택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것이 여의치 않게 되자 당당하게 빅토르 안이 되어 금메달을 다시 목에 걸었다. 그의 행보는 원칙과 상식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  


반면 정치인 안철수는 구체제의 부조리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 그에게 교학사교과서 논란은 진영간 이념논쟁일 뿐이고, 국정원 사건은 양측 모두의 혼탁선거였을 뿐이다. 영호남의 지역주의는 동등한 기득권이며, 한국의 기성정치권은 모두 정권탈취에만 혈안이 된 날강도일 뿐이다. 정치개혁가로 추앙받는 인물이 가장 반정치적인 행보를 걷는다. 내 눈에 안철수라는 인물은 개혁가가아닌 판단장애자이자 도덕불감증 환자일 뿐이다. 


관련글 - 안철수 신당, 새것은 항상 옳은가?


안현수가 구체제의 모순에 저항했던 인물이라면, 안철수는 구체제와의 타협으로 이득을 취하는 공학도이다. 안철수 현상이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안철수는 현실정치의 비합리성을 극복할만한 실력도 태도도 갖추지 못했다. 이런 인물에게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투사되는 것은 한국정치의 비극이다. 


안철수 현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안철수 + 현상'에서 '안철수'를 들어내야 한다. 무원칙의 공학도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취할 자격이 없다. 한국의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인물은 안철수 같은 얄팍한 공학도가 아닌, 안현수와 같이 원칙을 지향하는 실력자이다. 새정치연합이라는 기이한 조직의 탄생소식에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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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7 10:42 신고

    어쩜 우리나라의 부조리가 만들어낸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권위주의, 파벌주의가 이들을 내모는 거지요.

  2. 2014.02.17 13:08 신고

    안현수와 안철수를 비슷한점과 다른점을 아주 멋들어지게 표현해주셨네요....
    안현수는..짠하고...안철수는...씁쓸해져요 가고자 하는길이..쉽지는 않은것이지만...그래도..놓치지말고 갔으면 하는것들이 조금씩 많아지는듯해서요....

  3. 2014.02.17 14:44 신고

    훌륭한 글,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안철수는 하루 빨리 초심을 회복하길......

  4. 2014.02.17 20:59 신고

    윤여준이나 송호창 같은 기회주의자들과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간철수 주변을 맴도는 유통기한 지난 정치인들도 국민의 외면을 받고 사라져야 할 부류죠. 간잽이 안철수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빨리 실체를 깨닫기를 바랄뿐입니다.

  5. 2014.02.18 11:34 신고

    "기득권 세력은 새정치가 불분명하다고 시침을 뗀다."

    이게 안철수 의원의 얼마전 워딩인데, 참 놀랐습니다.


    안철수 의원이나 진영에서 이런 화법은 이제 완전 공식이 되었거든요.




    의문에 대한 대답은 안하고
    묻는 니가 구태!
    라는데 어떻게 대중정치를 하겠습니까 '''

  6. 2014.05.04 09:18 신고

    철수야 니가인간이가

  7. 2014.05.04 09:23 신고

    지금시국이 뭔지도모르고 정치적으로 표와 인기와차기 대권누릴려고 처음부터 오늘까지 박근혜와정분 욕하고 사과해라하네!! 이러면 표가 민주당으로올까봐 수습과 처리가 중요한데 하는것도없는것이 앉아서 욕만하네 어릴때부터 군대까지 적응도 못하고 왕따된놈이!! 노무현 자살꼴 난다

  8. 2014.05.04 09:26 신고

    컴퓨터하고 정치하고는 천지차인데 노무현도 못하겠다고 끝내 자살 니꼴!!

죽어도 산 것이고 살아도 죽은 것이다. 형체는 살아 움직이지만 영혼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 좀비다사람들은 어쩌면 죽음보다 '죽지 않음'을 더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B급 영화에 등장하여 산 사람의 인육을 뜯어먹는 좀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스럽다. 


나는 좀비물을 좋아한다. 좀비라는 초현실적인 캐릭터가 주는 공포는 일상의 무료함을 날려버리기에 더없이 좋은 청량제다. 어차피 영화 속 세계 아닌가. 하지만 모든 좀비물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벗어나 현실세계에 등장한 좀비물은 상상을 넘어 실존하는 공포로 다가온다.  


영화 <아브라함링컨 VS 좀비>캡처


지난주 한국의 법원은 희대의 선거사범 김용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란 죄가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증인선서로 진실을 약속했던 권은희의 증언을 낭설로 치부했고 "떳떳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선서를 거부했던 김용판의 증언을 진실로 채택했다. 이 기이한 판결을 두고 많은 시민들이 근조 민주주의’, ‘민주주의 사망선고같은 개탄을 쏟아냈다. 분기탱천하여 마땅한 일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대로 김용판은 선거 직전 날조된 수사결과를 발표하여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희대의 선거사범이다. 투표인증샷 하나 잘못 찍어도 벌금을 물리는 한국의 공직선거법이 갑자기 김용판 앞에서 백지장이 되었다. 국정원 사건 이후 익숙해져버린 신상필벌 방식에 새삼 놀랄 것도 없다 해야 할까. 관련 글 - 국정원사건 이후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

 

그런데, 이상하다.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미 여러 번 죽지 않았던가. 살아있지 않은 것이 어떻게 또 죽을 수 있단 말인가.   


좀비 민주주의의 징후들  


미국에는 '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속담이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고양이만큼이나 목숨이 질기다. '근조 민주주의'는 근 1년간 가장 흔하게 들어온 말 중 하나다. 사람들은 떡값검사 폭로로 노회찬이 국회에서 쫓겨났을 때도, 권은희 과장이 좌천됐을 때도채동욱 총장이 낙마했을 때도김용판이 선서를 거부했을 때도, 십알단장 윤정훈이 석방됐을 때도, 원세훈 구속에 실패했을 때도, 윤석열 팀장이 해임됐을 때도 어김없이 '근조 민주주의'를 외쳤다이미 죽고 죽어 가루가 되었을 한국의 민주주의가 또 한번 죽었다고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좀비가 된 것이다


논리를 무시하고 상식을 파괴하는 좀비는 도무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죽지 않는다. 흡혈귀는 마늘과 십자가로, 강시는 마빡에 부적한장만 붙이면 간단히 제압되지만, 좀비는 몸통에서 머리를 분리해내지 않는 이상 살육을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은 죽고 오직 식욕만이 남아있는 그들은 고통도 미안함도 느끼지 못한다. 좀비라는 캐릭터가 주는 공포는 이 압도적인 '말도 안됨'에서 비롯된다. 


근래 한국의 민주주의가 보여준 특징 또한 이와 유사하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위해 다수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를 수사하던 과정에서의 은폐기도까지 백일하에 드러났다. 사건과 연루된 세 조직 경찰, 검찰, 국정원에서 사건을 공모하거나 은폐한 가해자들은 모두 승진, 영전했고, 이를 원칙적으로 수사하던 수사관과 검사들은 모두 파면되거나 좌천되었다. 결국 검경의 수사와 국정조사는 누더기가 되었고 유일한 해법으로 남아있는 특검은 여야 합의가 난망하다. 


국정원 사건이 아니더라도 민주주의 좀비화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달 검찰은 한 몽상가의 '상상'에 20년 형을 구형하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한 김무성 서상기 정문헌에게는 모두 무혐의를 선고했다. 이쯤 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살아있다고 말하기가 곤란하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의 징조에도 불구 대통령제와 의회제, 사법체계 등 한국의 민주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외피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히 작동한다. 심지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하기만 하고 제1야당의 지도부 역시 여기에 크게 불만이 없는 듯하다.  


속은 죽었으나 겉은 멀쩡히 살아있다. 는 이나라의 민주주의를 표현하는데 좀비만큼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죽어버린 민주주의라면 답은 간단하다. 그 자리에 새것을 세우면 된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실체는 죽었으나 형체는 분명하게 살아있다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즉,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는 자꾸 죽는 것이 아니라,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자꾸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죽지 않는 것이 문제다.


우리의 민주주의, 애도 받을 만큼 훌륭하지 못하다


'민주주의의 죽음'은 낯선 일이 아니다. 사실 이나라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살아있었던 적이 거의 없다. 우리는 1987년 형식적 민주화를 이루었고 그로부터 10년 뒤 의미 있는 정권교체를 이루었지만, 다시 그로부터 10년 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유사)권위주의 정권으로의 회귀가 이루어졌다. 채 70년이 안되는 헌정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살아있었다 말할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10년, 후하게 쳐도 20년 남짓이다. 절차적 민주화 이후 27년이 흘렀으나 오늘날의 정치제도와 문화는 87년 체제의 원형이나 다름없다. 검찰개혁과 지역주의 타파, 정당민주화 등 어떤 면에서도 뚜렷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화 세력과 민주정부 10년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처했던 환경적 제약이나 그들의 부족했던 실력까지도 모두 한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이루는 부분이었을 뿐이다. 바로 이 허약함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좀비가 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근조 민주주의'라는 말은 오만하다.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던 가난뱅이의 몰락을 마치 백만장자의 파산처럼 개탄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죽은 민주주의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 허약한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이다. 


10년 전 국가보안법 존폐에 명운을 걸고 싸웠던 두 당은 오늘날 이석기의 '상상'에 20년을 구형한 검찰에게 아무런 불만을 갖지 않는다. 10년전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놓고 결전을 벌이던 정치권은 이제 정당공천 폐지와 같은 정반대 성격의 법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이 명백한 퇴보는 한국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말해주는 단면들이다. 보수정권 회귀 6년 만에 민주정부 10년의 터울은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서 확인되는 사실은 대한민국에 권위주의 정치를 향한 강한 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고작 10년 만에 쓸만한 민주주의를 꽃피우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애도 받을 만큼 훌륭하지 못했다. "어떻게 얻은 민주주의인데"라는 말은 성취 과정의 숭고함을 말해 주지만 성취의 크기를 말해 주지는 못한다. 87년, 그리고 민주정부 10년간 이루어 냈던 성취는 그야말로 소박한, 최소한의 민주주의였다. 이미 온전히 살아있지 못했던 민주주의가 또 한번 죽었다고 푸념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숭고하게 포장됐던 우리의 민주주의가 사실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모래성 같은 것이었음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좀비 민주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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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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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0 09:13 신고

    공감 200% 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맛을 보기도 전에
    잔치상을 걷어버린...

  2. 2014.02.10 09:18 신고

    아주 적절한 비유지 싶네요.
    또 근조 민주주의가 아니라 허약한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십분 공감하고도 남습니다.

  3. 2014.02.10 09:55 신고

    역시..다람쥐주인이십니다....좀비민주주의.....아....
    우리의 하약한 민주주의...물론 이것도..너무 어럽고 힘겹게 얻어낸것이지만...
    가야할길이 워낙 멀고 험합니다...

    아무쪼록..새해인사도 못했어요..무신일있나하고..생각했었는데..걱정이 필요없었네요..ㅎㅎ

  4. 2014.02.10 09:58 신고

    암울하군요...
    지인은 민주주의가 잉태될 수 없는 불임환경이라길래 참 듣기 싫었습니다만
    정치꾼들이나 나를 비롯한 우리 국민들이나 수준 참..

    그나저나 격조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5. 2014.02.10 18:44 신고

    다람쥐주인님 안녕하세요
    어떻하다가 들어왔는데 좋은 글이 많이 있는데 퍼가면 돈을 지불해야 되나요
    아무리 드래그를 해도 꿈쩍도 안하네요
    안녕히 게세요

  6. 2014.02.10 21:24 신고

    이글 퍼 가도 되는거 맞는건가요??
    정말 공감가는글이라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7. 2014.02.10 21:55 신고

    지난 정권 탄생때부터 예견됬던 터이고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암울한 민주주의네요.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얄팍한지 여실히 들어나는 세상입니다.. 찔려도 아픈줄 모르고 사는 세상이랄까요..

  8. 2014.02.10 22:50 신고

    민주주의가 과연 옳은걸까요. 현재를 바라보며 문득 그런생각이 듭니다. 말만 민주주의지 어짜피 다수의 억압일뿐인데.. 독재와 뭐가 다른건지.. 나랑 다르다고 그냥 매도해버리는 세태를 보면 과연 우리에게 민주주의가.어울릴까라는 생각을.

  9. 2014.02.10 23:17 신고

    민주주의 하면 개나소나 정치한다고 한다고 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정말 좀비같은 상황인듯하네요 ㅜㅜ
    아슬픕니다 말도안되는 일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벌어지는 2014년의 대한민국...

  10. 2014.02.11 01:15 신고

    좀비가 왜 무섭냐면 답이 없어서. 사람이 좀비가 될땐 답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문제 자꾸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계속 문제를 만들어.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그런데 해결도 못해. 좀비가 무섭다면 한번쯤 생각좀 해주길. 내가 이럴때 누군가는 좀비가 된다.

 

주연배우를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들

 

지난주 내내 공중파와 종편을 점령했던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한편의 잘 짜여진 역할극이었음이 밝혀졌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기자회견 사전각본은 이날 12명의 기자가 던진 질문과 대통령의 답변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연기였음을 보여준다. 중간중간의 추임새와 추가질문까지도 사전에 기획된 대본을 따른 것이라고 하니 청와대의 꼼꼼한 기획력에 박수를 보내야겠다. 뉴스타파 - 박근혜의 애완견과 '코드예산'  (2014.1.10)

 

신년기자회견을 빙자한 이 기막힌 역할극에 많은 사람들이 개탄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21세기는 바야흐로 만능엔터네이너의 시대다. 이제 가수와 연기자는 구분이 무의미 해졌으며, 개그맨과 연기자, 아나운서와 연기자의 벽도 무너진지 오래다. 국정원과 악플러의 경계가 사라지고 경찰과 사설용역의 경계마저 사라진 이 융합의 시대에 기자들이 연기좀 한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게다가 '기자'와 '(연)기자'는 한끗차이 사촌지간이 아닌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연기라는 새로운 장르에 발을 내디딘 그들의 '겸업정신'은 고용시장유연화라는 정부시책에도 부합한다. 나는 그날 데뷔한 연기꿈나무들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는 바이다. 카페베네 사장님도 "안녕하지 못한 자 도전하라!"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이 역사적이고 범국가적인 쇼를 감상하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다람쥐주인의 방>에서 조촐한 시상식을 마련했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연기대상 어워드

 

 

1. <남우조연상> 채널A 박민혁 기자 

 

열연중인 박민혁 기자. 안방극장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12명의 (연)기자 중 군계일학의 연기력을 뽐낸 기자가 있었으니 4번째 질문자로 마이크를 잡은 채널A의 박민혁 기자였다. 그는 개각에 관한 평범한 질문을 하나 던진 뒤 "짧게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라며 두번째 질문을 이어갔다.

 

"대통령님께 사생활을 묻는게 실례지만, 퇴근 후 관저생활에 대해 국민들이 매우 궁금해 합니다. 대통령님은 퇴근 후 관저에서 도대체 무얼 하시나요?"

 

물론 이 오글오글한 질문 역시 대본의 설정에 따른 진행이었지만 마치 예정에 없던 돌발적인 질문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의 표정과 어조에는 자연스러움이 뭍어났다. 게다가 이 애드립대마왕은  "(퇴근 후 주로 보고서를 보신다는) 그런 건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시니까 다른 답변 부탁드립니다"라는 대본에도 없는 개드립을 구사하며 발군의 연기센스를 발휘했다. 이 흡족한 질문에 대통령은 표정관리를 포기했고 덕분에 국민들은 새해 벽두부터 대통령의 함박웃음을 볼 수 있었다.  

 

이분은 기자보다는 연기자의 길을 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연기에 대한 끼와 열정으로 볼 때 그가 기자생활을 고집하는 것은 재능낭비다. 게다가 박 기자의 '겸업정신'은 2년전 신문방송 겸업을 선언한 채널A의 경영철학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를 하루빨리 뉴스가 아닌 안방극장에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아닌가.   


 

2. <여우조연상>

 

안타깝게도 이 부문은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날 대통령에게 '송곳같은' 질문세례를 퍼부었던 12명의 기자 중 여기자는 한명도 없었다. 인간세계의 일반적인 남녀성비는 5:5정도지만 이날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조연들의 성비는 (진행을 맡았던 이정현 홍보수석까지 포함) 13:0이었다. 아마도 여성대통령 혼자 남성기자들을 12:1로 상대하시는걸 감안하여 그렇게 맞춘 듯하다. 과연 박근혜 정부다운 균형감각이다.   


 

 

3. <웃음보따리상>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배꼽도둑 이정현 홍보수석

 

박민혁 기자의 주옥같은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답변을 마치자 진행을 보던 이정현 홍보수석은 뜬금없는 개그포를 날려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희망이와 새롬이는 관저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진돗개 이름입니다"

 

개이름으로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고난 개그감으로 볼 때 그는 정극보다는 희극에 어울리는 배우라 해야겠다. 여기서 이 수석의 지나간 개그 한마디.

 

"농담하나 할까요? 저 내시 아닙니다. 하하하"


 

 

4. <각본상> 청와대 홍보수석실

 

 

역시 극에는 각본이 중요하다. 이날의 각본은 훌륭했다. ‘벌꿀’과 ‘꿀벌'이나 '이산화탄소'와 '이산화가스' 같이 자주 헷갈릴만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혹시 모를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했고, '국민'이란 말을 26회, '경제'란 말을 24회씩 동어반복하여 국민들의 '이지리스닝'을 도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홍보수석실은 이렇게 훌륭한 각본을 짜놓고서도 그것을 자신들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며 겸양을 떨었다. 질문지 상단에 '홍보수석실'이라는 표기가 선명함에도 그들은 "경위를 파악중이다"라며 오리발 연기를 선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극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쇼가 끝났음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


 

 

5. <연기대상>, <겸손상> 박근혜 대통령

 

국민 앞에 연신 고개를 숙이는 겸손함

 

예상했겠지만 영예의 대상 수상자는 주연 여배우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잦은 해외연설로 갈고 닦은 무대장악력을 바탕으로 농익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연기 중 압권은 국민 앞에 연신 고개를 숙이던 장면이었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고개를 숙인 채 프롬프터에 출력되는 대본을 응시했다. 과연 IT강국의 대통령답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던가. 만인지상의 지위에서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겸손의 표상이다. 이에 본 블로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연기대상>과 함께 <겸손상>을 동시에 수여하기로 했다. 혹자는 대통령의 컨닝정신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모름지기 동방예의지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어차피 프롬프터가 뭔지 모르시는 어르신들의 눈에 고개숙인 대통령은 그저 '익은 벼'일 뿐이다.

 

 

6. <공로상> TV조선   

 

CSI를 방불케하는 TV조선의 취재력

 

<공로상>은 특유의 굽신저널리즘에 입각한 보도로 이날의 쇼를 빛나게 한 TV조선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기자회견 음성분석'이라는 전무후무한 취재기법을 활용하여 대통령의 연기력을 측정했다. 마치 스카우터로 손오공의 전투력을 측정하듯. TV조선은 놀랍게도 '음성폭의 넓이' 그래프를 통해 대통령의 자신감과 포용력을 설명해냈다. CSI도 울고 갈 과학취재기법이다. 안방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그들의 첨단취재기법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려했던 이날의 쇼에도 한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그것은 장소였다. 기자회견이 열렸던 청와대 춘추관은 이 발랄한 역할극을 연출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딱딱하고 무거웠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청와대는 더 나은 무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KBS에서 개콘의 무대를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에 제격인 무대가 아닌가. 내년 연두기자회견에는 또 어떤 연기꿈나무들이 우리의 배꼽을 도둑질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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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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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5 09:35 신고

    왜 여우조연상이 없습니까. 기자회견 후 대통령에게 안아달라고 쭐레쭐레 달려간 여기자를 잊으셨습니까.

  2. 2014.01.15 09:46 신고

    http://tvshowdictionary.tistory.com/1755

  3. 2014.01.15 09:54 신고

    웃다웃다 화가납니다
    수상자들 얼굴 널리널리 알려야겠군요

  4. 2014.01.15 10:50 신고

    박민혁 기자는 그뒤 자사 TV 생방송에
    계면쩍은 얼굴로 질문 내용 선정등 경위에 대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ㅎㅎ

  5. 2014.01.15 13:06 신고

    저절로 웃음이 나네요.

  6. 2014.01.15 15:58 신고

    씁쓸한....연기대상....이네요.. 무대를 다른곳으로 옮겨야.... 배꼽잡고 편하게 웃을텐데..말이쥬....ㅠㅠ

  7. 2014.01.20 16:16 신고

    포스팅 잘 봤습니다. 저는 기자회견을 패러디한 재밌는 동영상을 만들어 봤습니다.http://blog.naver.com/olive8001/70182861237

  8. 2014.01.21 13:05 신고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9. 2014.02.03 16:52 신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소망 하는바 이루시길 기원 합니다.

  10. 2014.02.05 11:12 신고

    정말 글 잘읽었습니다. MB가카 5년은 코미디 축에도 끼지 못하네요.
    영화에서 주연보다 맛깔난 연기를 하는 조연이 중요한데...네시가 아니신분의
    연기가 주연을 한껏살려주네요. 그러니 주연이 겸손해도 빛나는거 아닐까요?
    채널A기자는 연예가중계 리포터정도 되겠네요.^^

새빨간 유언비어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가버리고 국민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시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유언비어는 나쁘다. 정말 나쁘다. 그럼 올 한해동안 한국에서 어떤 유언비어가 유행했는지 돌아보자. 


올 여름 무렵부터 전국의 노인정에는 정체모를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씩 줄 것이라는 달달한 소문이었다. 물론 소문의 진원지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였다.  

 

비문 투성이라 잘 읽어지지가 않는다

 

그녀는 작년 12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TV토론에 나타나 항간의 소문을 (말로) 증명하며 많은 어르신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정부는 갑자기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게다가 이 기묘한 기초연금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오래 납부한 사람일수록 기초연금 수령액수가 줄어든다. 덕분에 어르신들은 물론 이 공약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젊은이들까지 ‘유언비어’의 폐해를 절감해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와 비슷한 유언비어들이 사회 곳곳을 파고 들었다. 대학가에서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깍아주겠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 사이에서는 군복무를 단축시켜주겠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후보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 약속했고, 장애인들에게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 약속했으며, 워킹맘들에게는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노라 공언했다. 결국 이것들은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근거 없는 뜬소문, 이런걸 '유언비어'라고 한다. 작년 대선기간 나돌았던 '박근혜발 유언비어'는 그 수와 종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제와서 보면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은 한권의 유언비어 모음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댓글 때문에 당선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저 유언비어성 공약들이 당선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이런 유언비어에 비하면 SNS에 돌아다니는 유언비어는 귀여운 수준이다. 공약파기가 박근혜 정부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다. 역대 정부들의 공약파기 사례를 들어 경중을 가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공약의 파기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대하는 이 정부의 태도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유언비어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으로 철도경영혁신(?)이 철도민영화라는 주장을,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허가가 의료민영화라는 주장을 '유언비어'라고 지목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수서발 KTX 자회사와 의료법인 자회사는 모두 상법상의 주식회사다. 주주의 의사에 의해 언제고 민간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자회사의 설립을 시민들이 민영화의 정지작업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든 시민들에게는 논쟁하고 반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동의없이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싸잡아 유언비어라 규정한다. 반대의 목소리를, 민영화를 민영화라고 말하는 것을 유언비어라 한다면 사실상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 막겠다는 뜻이다. 공약을 파기했던 정부는 늘 있어왔지만 자신의 공약파기에 이토록 뻔뻔당당했던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대통령이 유포했던 유언비어 중 압권은 이 장면이었다.

 

유언비어 유포 현장

 

대선 직전에 유포된 이 치명적인 유언비어는 많은 유권자들의 표심의 흔들었다. 저 후보는 수사 중이던 경찰의 발표가 나기도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댓글의 증거가 없다며 확신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대선후보 중 한명이 선거 직전 TV에 나와 희대의 불법 대선개입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이야기한 것이다. 가해자를 옹호하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파렴치한 인권침해범으로 몰았던 박근혜 후보는 며칠뒤 선거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검찰수사결과 당시의 '불쌍한 여직원'은 무고한 피해자가 아닌, 2200만회에 달하는 불법 대선개입활동을 펄쳐온 국정원 심리전담반의 일원이었음이 밝혀졌다. 대통령이 된 박근혜 후보는 당시의 핵폭탄급 유언비어 유포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2013년은 유언비어로 얼룩진 한해였고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유언비어 없는 2014년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뜻에 깊이 공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엉뚱한 SNS를 꾸짖을게 아니라 자신이 유포한 유언비어에 책임을 져야 한다. SNS를 유언비어의 온상이라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유언비어 공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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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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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31 09:42 신고

    역시 다람쥐주인님이 최고십니다ㅎㅎㅎ
    으찌나 속이다 시원한지...

  2. 2013.12.31 14:56 신고

    ㅋㅋㅋ 답없는인간

  3. 2014.01.01 06:07 신고

    진짜 유언비어유포자는 불통 박근혜입니다.
    거짓말에 불통에다...국민이 불행했던 한해 였습니다.
    지난한 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속이 시원한 글, 많이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4. 2014.01.01 11:07 신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셔요

  5. 2014.01.02 00:59 신고

    1년동 안 쥔장님글 잘 봤습니다 . 올해도 부탁드 립니다. 감사합니다

  6. 2014.01.02 02:00 신고

    에고 모두 감사드립니다. 답댓글을 거의 못남기는 편이지만 흔적 남겨주시는 분들은 거의 기억한답니다. 모두 최고의 한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7. 2014.01.02 08:04 신고

    올 한해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8. 2014.02.04 06:44 신고

    이 훌륭한 문장들이 소수들에만 읽혀진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책으로 엮거나 일간신문 칼럼에 기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