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년 동안 진화하지 못한 실러캔스>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은 진화를 한다. 그런데 수천만년~수억년 동안 진화를 하지 않은 채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물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부른다. 동물 중에는 실러캔스,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 있고 식물 중에는 은행나무, 버드나무 같은 것들이 있다. 살아있는 화석들은 과거 지구에서 멸종된 생물과 현재의 생물과의 진화관계를 규명하는 연구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진화는 자연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자연계의 진화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인간의 문명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그들이 진화하지 않은 이유

 

낡은 물건중에는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너무 낡아 버려야 할 물건도 있다. 낡디낡아 도저히 고쳐쓰지 못할 물건 말이다. 정당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어떤 나라에는 기독교 원리주의 정당도 있고 어떤 나라에는 아직도 무산혁명을 꿈꾸는 정당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새누리당이 있다. 대개의 낡은 정당들은 집권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한국의 새누리당은 작년 또다시 집권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복고열풍이다. 지난 2일 홍사덕 전의원이 관변단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대표상임의원으로 내정된데 이어 어제 서청원 전의원이 화성 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의원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것이 불과 1년전 일이고, 서 전의원은 차떼기의 주역이자 5년전 총선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친박연대 공천비리의 몸통이다. 그보다 두어달 먼저 부활한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옹은 유신헌법의 산파이자 희대의 관권선거 모의사건인 초원복집사건의 주모자다. 

 

이들 셋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범죄의 주인공이라는 점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온 '올드친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년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은 친박계 원조 좌장으로 물리는 인물이며, 서청원은 2008년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부대 친박연대를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김기춘은 잘 알려진대로 유신헌법의 초안작성자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그룹 '7인회'의 맴버로 대를 이어 박 씨가문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인물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인사권이 막강한 나라라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보은인사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범죄자들에게도 갱생의 기회는 주어져야 마땅하나 정치무대가 정치범죄자의 갱생의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다지만 공천뇌물을 받고 관권선거를 모의했던 자들이 다시 정치를 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내미는 건 너무 파렴치하다.  

 

저 당은 박정희 소장이 대통령이 되었던 50년 전부터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된 2013년이 되기까지 한걸음도 진화하지 못했다. 지역주의, 공천비리, 부정선거, 성추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 새누리당은 한국정치사에서 나타났던 모든 구태들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지금 저 당의 대표는 31년전 선량한 대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아 무기형을 내렸던 공안판사 출신이고, 저 당에서 배출한 현직 대통령은 독재자 박정희의 철학을 그대로 계승한 정치적 아바타다. 통째로 들고 50년전에 데려다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면면들이다. 새누리당은 낡음의 상징이요 살아있는 화석이다.

 

50년이란 시간은 한 인간이 태어나 지천명(知天命)에 이른다는 긴 세월이다. 반백년의 세월을 제자리에 머문 정당이라면 분명 연구할 가치가 있다. 요즘 새누리당은 '진화하지 않으면 나처럼 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잘 연구한다면 한국정치가 그동안 왜 발전하지 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란히 귀환한 올드보이 서청원(左)과 홍사덕(右)

   

반면교사 새누리당에게 배우라

 

살아있는 화석이 진화하지 않았던 이유는 진화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우월한 생존조건을 가진 탓에 진화하지 않고도 멸종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에게도 그런 우월한 생존조건이 하나 있다. 경상도를 기반으로 한 패권적 지역주의가 그것이다. 지역주의 구도가 가장 중요한 투표요인으로 남아 있는 이상 새누리당은 인구 구성비로 볼 때 선거에서 질래야 질 수가 없는 당이다. 이렇게 완벽한 생존조건을 가졌기에 그들은 진화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에게도 변화의 기회는 있었다. 2000년대초 '당내민주화'라는 구호를 앞세운 정당개혁은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한나라-민주 양당은 5년 터울을 두고 김대중-이회창이라는 마지막 총재들을 떠나보냈지만, 이후의 양상은 크게 다르게 전개됐다.

 

민주당이 지리멸렬해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당에서는 상명하복의 1인 보스정치는 발견할 수 없다. 그럴만한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당내민주화가 이루어진 결과다.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달리 1인 보스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이유는 친이-친박간의 당권투쟁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수요모임'으로 대표되던 한나라당 개혁소장파들은 외부적으로 중도지향을, 내부적으로 당내민주화를 요구하며 비교적 강한 톤으로 쇄신의지를 피력했다. 친박-친이 계파간의 골육상쟁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은 한나라당에서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시점과 일치한다. 이후 그들은 당내에서 설곳을 잃거나 개혁성을 잃고 2007년 대선 직전 해체된다. 그렇게 내부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새누리당은 지금의 수구정당의 모습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민주당이 나름의 개혁을 이뤄가던 시기에 새누리당은 양대 세력간의 당권투쟁에 함몰되면서 당을 쇄신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개혁의 의지도, 동력도 상실한 저 당에서 이제 민주적인 리더십은 기대할 수도 없다. 

 

올드보이들의 귀환은 견제받지 않는 1인 보스정치의 결과물이다. 쇄신하지 못한 정당이 구태를 답습하는 건 필연이다. 새누리당이 보여준 정체(停滯)는 정당의 진화가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어떤 정당이든 저들처럼만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반면교사가 가장 좋은 스승이 되기도 한다. 그저 새누리당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 지역주의에 반대하고, 공천비리 없애고, 성도덕을 바로세우고, 비리연루자들을 다시 공천하지 않으면 좋은 정당이 될 수 있다. 얼마나 쉬운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새누리당은 우리 정치에서 보존되어야 할 귀중한 유산이자, 최고의 반면교사다. 진화하길 원하는 정당이 있다면 새누리당에게서 배우라. 전설 속의 구태정당이 현실정치에 살아있다. 저걸 보고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부디 새누리당이 오래~오래 살아남아 한국정치에 좋은 교훈을 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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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에 끌려나온 소의 슬픈 눈>

 

새누리당 역시 이해당사자, 참가자격 없어

 

2일 국회에서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됐으나 첫날부터 파행을 맞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열린 첫 회의에서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이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며 국정조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두 의원의 국정조사 참여를 강하게 문제삼으며 파행분위기로 몰고갔다. 김태흠 의원은 “(사건에) 관련 있는 분이 빠지지 않으면 (회의를) 못 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 당사자는 안된다”고 고성을 질렀고, 김진태 의원은 “김현·진선미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피고발인 신분이다.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마지못해 국정조사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새누리당이 국조 첫날부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집단행동을 보여준 것은 민주당에 순순히 끌려가지 않겠다는 일종의 기싸움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애초부터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뜻이 없었다. 여당이 이런식으로 꼬투리를 잡아 물고늘어진다면 국정조사의 파행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어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3조 1항에 보면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안에 한하여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두 의원의 제척사유를 설명했다.

 

두 의원을 고발한 당사자는 다름아닌 새누리당이다. 즉 새누리당은 두 의원을 스스로 고발해놓고 그들이 고발당한 당사자라며 국정조사에서 제외를 주장하는 것이다.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는 새누리당의 논리대로라면 새누리당 자신들부터가 이번 국정조사에 참가자격이 없다. 새누리당 자체가 국정원사건의 수혜를 입은 중요한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온 김현·진선미 의원과 그사건으로 부터 수혜를 입은 새누리당, 시민들은 둘 중 어느 쪽의 이해관계가 더 크다고 생각할까? 

 

그들은 국정조사의 '자격을 논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니, 자격을 논하기 이전에 입에 담기도 민망한 '감금사건'을 운운하는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정조사를 한다는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들에게 이번 국정조사의 목적은 국정조사를 방해하는 데 있다. 국정조사 무용론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2008년이 아닌, 2013년의 촛불. 출처:오마이뉴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협조해야 하는 이유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국회 안팍에서 국정조사 무용론이 힘을 얻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않든 장외행동을 강제받게 된다. 현재 국정원사건 장외투쟁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내부적으로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김한길 대표와 당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장외투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적극적인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정청래, 최민희 의원 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정조사 합의로 온건파의 목소리가 잠시 득세하고 있지만 국정조사 무용론이 힘을 얻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새누리당은 이것이 과연 자신들에게 이득일지 고민해야봐야 한다.  국정원사태의 불길이 장외로 번져나갈 경우 새누리당은 자칫 2008년의 ‘촛불공포’를 다시 느끼게 될지 모른다.

 

50 - 700 - 1.0000 - ?

 

지난 6월 1일 - 6월 15일 - 6월 22일 광화문에 모였던 촛불군중의 수다. 광화문에 모여지는 촛불의 수는 2주 만에 대략 14배씩 불어나고 있다.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새누리당은 일단 발등에 떨어진 (촛)불은 끈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어제와 같은 태도로 국정조사를 방해한다면 거리의 시민들이 어디까지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은 개인 자격으로 거리집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야권의 파트너인 진보정당들은 지난달부터 각자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발목잡기로 국정조사 무용론이 고개를 들 경우 민주당 127명의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2008년 미국산쇠고기 수입문제가 격한 거리시위로 번지게 됐던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정치권에서 적절한 갈등의 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여권과 청와대가 분위기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대중의 분노에 안이하게 대응했던 탓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시민의 분노를 제도정치권에서 수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제도정치에서 대중의 분노게이지를 낮추지 못한다면 그것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필연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분명 새누리당의 자충수다.      

 

때로는 분위기파악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큰 화를 막을 수 있다. 정확한 분위기파악은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새누리당이 명심해야 할 사실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이 시간끌기나 물타기로 희석될만한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디 새누리당이 시국의 흐름을 오판하여 불붙고 있는 거리정치에 기름을 붓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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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4 09:23 신고

    요즘 새누리당을 보면 어떻게든 소나기는 피해 가자식인 것 같습니다.
    마지못해 시늉만 하고 꼼수만 부린다면 소나기는 피해 갈지 모르지만 거대한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2. 2013.07.04 14:44 신고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는 잡아팔기라도 하지.. 저것들은 어디에라도 쓸데가없는 쓰레기들입니다
    저런 상대를 대상으로 국정조사니 정면승부니 맞대응하는것조차 절망스러운 현실입니다
    국조위 민주당의원들이 많이 힘내서 강력하게 싸워나가야할텐데요..

  3. 2013.07.07 16:53 신고

    더러운 딴날당은 온국민이 알고있죠... 더럽고 비열한 방법이라도 동원하여 정권을 잡을려는 그들의 의도는...

 

<4억년 동안 진화하지 못한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낡은 물건중에는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너무 낡아 버려야 할 물건도 있다. 낡디낡아 도저히 고치지 못할 물건말이다. 정당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유럽에는 기독교 원리주의 정당도 있고 아직도 무산혁명을 꿈꾸는 정당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새누리당이 있다. 유럽의 낡은 정당들은 집권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한국의 새누리당은 작년 또다시 집권에 성공했다.

 

어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회 법사위 법무부 현안보고 자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을 보고 이게 도대체 대한민국 검찰이 작성한 것인지 걱정이었는데, 의문이 좀 풀리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서 흥미로운(?) 말들을 이어갔다.  

 

"사건의 주임검사는 서울대 법대 92학번으로, 96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진모 검사였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는 PD계열 운동권이었다.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에 운동권 출신, 그러니까 공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이냐?"

 

1950년대가 아닌 2013년도 국회에서 나온 말이다. 저자의 입에서 나온 고루한 색깔론에 비하면 차라리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이 더 세련돼 보인다. 황교안 법무장관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개개 검사들이 과거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임관 뒤 지도를 잘 받아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검찰은 검사 개개인의 가치관을 검열·지도 하는가? 대체 어떤 지도를 받는 걸까? 운동권들은 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걸까? 법무장관의 발언에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

 

두 사람은 모두 '운동권'이라는 말을 주홍글씨처럼 인식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김진태 의원이 운동권을 '박멸'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황교안 장관은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이들이 말하는 운동권이란 단어에서 '운동'이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학생운동을 말한다.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이 과연 부끄러운 과거일까?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학생운동출신 VS 공안검사출신

 

어제 둘의 '만담'을 지켜보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그들의 한심함을 이렇게 질타했다.

 

"나는 86년 이화여대 총학회장을 했고, 그 시절 총학생회는 전두환 씨가 광주에서 2000명을 죽이고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을 때 죽음을 각오하고 움직였다. 그런 정권이 들어섰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이기적으로 자기공부만 한 사람들이 과연 지금 총학회장들의 자기 헌신을 문제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 시절 학생운동이란 그런 것이었다. 전두환정권에 맞서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독재정권과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낮에는 체포, 고문, 구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재정권타도'를 외쳤고, 밤에는 야학에 나가 민중을 계몽시켰다. 졸업후에는 공단에 위장취업을 나가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이것이 운동권이라 불리던 이들의 일반적인 삶이었다. 그런 의기 넘치는 청춘을 보낸 인물이 국정원사건의 주임검사를 맡고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운동권출신이 퇴출되어야 한다면 검찰보다 먼저 국회가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현역의원 중 절반은 옷을 벗어야 한다. 야당은 물론 김진태 의원이 몸담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도 학생운동출신 의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박계동, 원희룡, 하태경 등등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흔하다. 김진태 의원이 운동권출신 검사를 규탄하려면 자당의 저 의원들부터 어찌하는게 먼저다.

 

국회에서 이런 엽기적인 문답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학생운동출신들과 독재정권의 수족이 되어 그들을 잡아넣는 게 일이었던 공안검사출신들이 나란히 의원뺏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김진태 의원과 황교안 장관은 모두 '운동권'을 잡아넣는 것을 본업으로 삼았던 공안검사 출신이다. 쫒고 쫒기던 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앉은 것만 해도 충분히 어색하다. 

 

운동권출신은 박멸의 대상도, 계몽의 대상도 아니다. 부조리한 세상에 정면으로 부딪혔던 훈장이다. 그들에게 젊은 날의 과오가 있다한들 독재정권의 손발로 활약했던 공안검사들의 그것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학생운동출신과 공안검사출신, 2013년 대한민국에서 계몽되어야 할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일까? 여전히 학생운동을 박멸, 계몽의 상대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들은 낡음의 상징이요, 살아있는 화석이다.  

 

낡은 것의 지배를 받는 나라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많은 부분은 저들이 말하는 '운동권'들이 이뤄낸 것이다. 꺾일줄 모르는 패기로 군사독재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학생운동이 없었다면 6월 항쟁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을 것이며, 이나라의 대통령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뽑혔을지 모른다.   

 

어제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이제 새누리당은 고쳐쓰기엔 너무 낡아버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학생운동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그가 젊은 시절 꿈꿨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저 당에서는 그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공안검사출신들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으로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며 그들과 야합했지만 결국 스스로가 낡은 것에 동화되어 자신도 호랑이가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후~ 불면 먼지가 되어 날아갈 것만 같은 낡은 정당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낡은 것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점점 퇴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낡은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이나라의 '퇴화'는 점점 가속도를 붙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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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8 09:28 신고

    살아있는 화석ㅎㅎ
    본질을 애써 부인하는 요상한 말버릇ㅋ
    글 재미지면서도 나중에는 씁쓸해지는....
    잘 읽고 갑니다~ 글때문이 아니라 화석때문에... 화석정치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뿐...

  2. 2013.06.18 11:38 신고

    살아있는 화석보다는
    살아있는 화상에 가깝네요..ㅎ

  3. 2013.06.18 23:54 신고

    서울대 법대나 나온 국회의원의 생각이 이 정도면,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아빠의 (무)관심과 조부의 재력을 업고 아무 걱정없이 공부만 열심히 잘 한 아이들이 다 저런 화석으로 성장할 텐데....
    그전에 제대로된 정권을 세우지 못하면 우리나라 정말 큰일 나겠어요~ㅠ

  4. 2013.06.19 07:50 신고

    정말 답답합니다. 김진태 저 사람 이상한 발언만 하네요 그래봤자 자기당 욕하는 꼴인데

  5. 2013.06.20 15:38 신고

    운동권출신이라는게 문제라기 보다는, 검사가된 후에도 요상한 단체에 후원한게 더큰 문제아닌가요?
    공무원에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데....
    진모 검사가 결백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이 국정원에 들이댄 잣대 그대로를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겁니다. 진모검사가 인터넷에 쓴 글이나 댓글을 몽땅 공개하면 자연히 유무죄가 드러날겁니다.
    하하하하하 웃자고 하는 말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 2013.07.14 10:28 신고

      기준이라는게 중요한것 같습니다 분명 다른이들도 중립하지 않는데 한쪽만 중립을 말하는것도 이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든지 반반 섞여서 서로 열심히 토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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