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상을 좋아하고 벌을 두려워한다. 성악설을 신봉했던 한비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통제하는데 상(賞)과 벌(罰)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군주(국가)가 이를 불편부당하게 집행한다면 공동체의 질서가 바로 잡히고 국가의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 한비자가 제시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현대국가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국가 기관, 특히 엄정한 법집행으로 국가의 신뢰를 담보해야 할 수사기관의 신상필벌이라면 그 중요성을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징계냐 경징계냐, 국정원사건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팀장의 징계 수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어제 대검찰청이 윤 팀장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한 가운데 그 과정에서 대검찰청이 감찰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감찰위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찍어내기 사전각본설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윤석열 팀장의 징계수위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것이 수사방해 의혹을 받고 있는 조영곤 서울 중앙지검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과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두 검사를 대하는 온도의 차이는 그동안 수사팀이 받았을 외압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처벌기준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국정원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 비슷한 일들을 이미 여러차례 겪어 왔다. 윤석열 팀장의 징계는 보다 큰 그림의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국정원과 이를 수사했던 경찰과 검찰, 그들 세 조직에서 일어난 신상필벌의 흐름을 살펴보자.  

 

<국정원사건 관련 검·경·국정원 신상필벌 표 by @LOVELYTAENG>

 

작년 대선 직전 국정원 심리전담반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고발했던 국정원 직원 3인은 올해 초 원세훈 전 원장의 강도 높은 '색출작업' 끝에 모두 파면당했다. 그들의 제보는 분명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나 야당도, 유명무실한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그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 6월 사건의 주모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수사 은폐 사건을 지휘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기소하면서 국정원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심리전단장(10월 18일 추가 기소), 김 모 심리전단 직원 등 3명, 외부 조력자 이 모씨 등에 대해 전원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사실은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봐주겠다’는 뜻이다. 검찰이 밝힌 기소유예의 변은 그들이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렇게 국정원의 '복종범죄자'들을 모두 풀어주면서 공무원의 ‘위법한 명령에 따를 의무’를 인정했다.

 

지난 2월초 국정원사건의 수사책임자였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과장은 뚜렷한 이유없이 송파경찰서로 전보됐다. 수사에 의욕적이었다는 이유로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설이 무성했고, 지난 8월 권 과장은 국정조사에서 실제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 했다. 그녀는 한 달 뒤 외압사실을 언론에 밝혔다는 이유로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반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사건의 축소·은폐수사를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3인방'은 모두 사건 이후 승진·영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현락 당시 수사부장은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이병하 당시 수사과장은 여주 경찰서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김병찬 당시 수사 2계장은 그자리를 유지하고 인사상 영전했다. 또 작년 12월 16일 문제의 경찰 중간수사발표 기자회견에서 "(댓글이) 삭제된 흔적은 있으나 혐의사실과 관계가 없다"고 말해 빈축을 샀던 김수미 분석관 역시 수사관으로 승진했다. 김수미 분석관은 국정조사에서 권은희 과장과 상반되는 진술로 김용판 전 청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과 소개팅으로 만나 400여통의 문자를 주고 받았던 신동재 개포경찰서 경위도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회계파트로 승진했다. 국정원사건 은폐·축소수사 의혹과 관련된 모든 경찰관들이 승진했다. 이것들의 개연성이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출처: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 페이스북>

 

검찰의 상황은 좀 더 드라마틱하다. 권은희 과장의 전보 이후 경찰의 수사가 지리멸렬 그 자체였다면, 6월 경찰로부터 수사를 이관받은 검찰 수사팀은 뭔가 달랐다. 채동욱 총장과 윤석열 수사팀장은 경찰이 내놓은 수사결과를 완전히 뒤집으며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로 김용판을 기소했고, 원세훈의 선거법위반-구속여부를 놓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검찰의 태도에 당황한 황교안 장관은 원세훈에 대한 불구속수사를 고집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수사지휘권파동을 연상케하는 줄다리기 끝에 양측은 결국 <선거법위반 혐의 인정-불구속기소>라는 타협안에 사인했다. 황교안 장관과 갈등을 빚었던 채동욱 총장은 지난 9월 엉뚱하게도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논란으로 사임한다.

 

채 총장이 물러난 뒤에도 수사팀은 의욕은 꺾이지 않았다. 수사팀은 10월 17일 아침 국정원직원 3인을 전격 체포한 뒤 20일에는 트위터 대선개입건 등을 포함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윤석열 수사팀장은 이 '작전'을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찰지시와 함께 수사팀에서 배제되었고, 며칠 뒤에는 박형철 수사부팀장마저 공보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감사장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윤석열 팀장과, 지난달 직접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던 박형철 부팀장이 모두 물러난 수사팀은 이제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권력노골적인 충성요구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신상필벌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 경찰은 국정원사건 수사과정에서 나쁜 신상필벌의 전형을 보여줬다. 원칙은 뒤집혔고 방법은 천박했다. 이들이 보여준 신상필벌에서는 동일한 일관성이 나타난다. 세 기관은 한결같이 권력에 충성하는 관료에게 상을 내렸고,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는 관료에게 벌을 내렸다. 공을 세운 관료에게 벌을 내리고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탐관오리에게 상을 내린 것이다. 

 

국정원의 공익제보자들이 파면당하는 과정이나, 권은희 과장이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전보당하는 과정,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 감찰을 받는 과정,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이유로 수사팀장이 교체되는 과정, 이 모든 것들이 잘 짜여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권력에 맞서는 자는 언제든 쳐낼 수 있다는 경고이자, 권력의 편에 서는 자에게는 마땅한 상을 내리겠다는 유인이다. 이쯤되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거나 "국정원의 자체개혁" 같은걸 들먹이는 작자들이 딴세상 사람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 검찰수사팀이 대단히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채동욱→윤석열→박형철로 이어진 '찍어내기 3단콤보'는 더 이상 정상적인 검찰수사로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없음을 말해준다. 경찰수사검찰수사국정조사로 이어진 근 1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여전히 사건의 중심부에 접근하지 못했다. 국정원에 이어 국방부와 보훈처 등 정부 다수 부처의 전방위적인 선거개입이 확인됐음에도 수사의 창끝은 전임 권력자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주모자인 원세훈 전 원장조차 공직선거법위반이 아닌 개인비리혐의로 겨우 구속하고 있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결론은 특별검사제로 모아진다. 외압으로부터, 무너진 신상필벌체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이제 특검이 유일하다. 지난주 특검실시를 요구한 야권의 연석회의를 환영한다.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일을 드디어 하게 된 거다. 모처럼 의기투합한 범야권이 특검관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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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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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4 09:57 신고

    우리는 권력앞에 무능한건가? 분명 주정한 일들이 벌어졌는다는는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거나 울분을 터트리는데 거기에 혜택을 본사람은 말을하지 않으니 사회적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은 요원한걸까? 아니다. 이런 기회에 일련의 부정건거개입을 끈어내지 못하면 공정한 선거를 통한 사회 발전은 어렵기에 끝을 봐야한다.

  2. 2013.11.14 13:44 신고

    아부와 아참만 잘하는 간신만 있는것은 아니고. 충신들도 있지요. 드물어서 찿기가 어려울 뿐이지.

  3. 2013.11.14 20:34 신고

    조선도 이렇게 지들끼리 다 해먹고~백성들은 배골고-그러다~나라 뺐기고!
    그들은 친일파로 다시 권력잡고~~계속반복~~

 

<가부장제 지킴이로 나선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

 

여성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남의 남편의 혼외자의혹을 규탄한다. 이슬람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바로 어제 한국에서 벌어졌다.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장 류지영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즉 축첩 의혹이 있다는 구설수에 휩싸인지 일주일 이상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들은 "이번 사퇴는 공직자 윤리의 문제이며 검찰의 독립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를 지원사격했다.

 

이제 채동욱 파문의 쟁점은 혼외자 진위여부에서 벗어나 조선일보의 취재-보도과정에서 취재원에 대한 인권침해는 없었는지,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는 적절했는지, 청와대와 법무부간의 교감-지시는 없었는지 같은 것들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은 이러한 논점들을 모두 무시한 채 오로지 채 총장의 외도(축첩?)의혹 규탄에만 집중했다. 다분히 정략적이다.  

 

부녀자들이 단합해서 특정 남성의 외도를 규탄하는, 전형적인 간통죄 옹호의 도식. 내가 한국에 파견된 외신기자라면 이건 무조건 해외토픽이다. 어제의 황당한 기자회견은 채동욱 파문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준다.   

 

가부장제 집행자로 나타난 국가

 

한 일간지가 현직 검찰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진위를 가리려는 취재경쟁에 뛰어들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채 총장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의를 밝혔다. 파문이 일주일째 접어들자 '있다' '없다' 진실게임에 대한 성찰이 이어지면서 사건 초기 혼외자의 진위여부에 집중했던 언론들도 점차 이성을 찾고 있는 형국이다. 조선일보와 검찰, 법무부 장관, 청와대가 뒤엉켜 있는 이번 파문의 쟁점들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조선의 취재과정(개인정보입수과정)은 정당했는가?

 

취재-보도과정에서 취재원에 대한 인권침해는 없었는가?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는 적절했는가?

 

청와대와 법무부-조선일보 사이의 교감-지시가 있었는가?

 

여기에 빠져있는 한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은 적절한 것인가?

  

 

알권리로 둔갑한 관음증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와 시시콜콜한 가정사로 채워지는 저질 연예기사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이것들을 소비하는 대중의 존재때문이다. 고작 삼류 일간지의 폭로성 가십에 불과했던 채동욱 파문이 온 나라를 뒤흔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장 예민하게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가정사에 말초신경을 곤두세웠던 대중의 오지랖이 있었다. 

 

'혼외자'라 함은 말 그대로 제도결혼의 틀 밖에서 얻어진(?) 자녀를 말한다. 제도결혼이 규범으로 작동하는 가부장제사회에서 혼외자의 존재는 곧 불륜(외도)을 의미한다. 혼외자의 부모가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유는 이것이 혼외정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즉 비난의 실체는 혼외자라는 결과물이 아닌, 외도라는 과정에 대한 비난이다. 이런 측면에서 혼외자에 대한 비난은 제도결혼이라는 ‘성역’을 파괴한 것에 대한 가부장제의 응징이다. 

 

한국정부가 가부장제의 응징을 직접 집행하고 나섰다. 14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검찰총장의 가정사를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놀랍다. 법무부 장관의 업무매뉴얼에 '검찰총장 가정사 감시'가 포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국가에게 개인의 가정사를 감찰할 초법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은 누구일까?   

 

제도결혼의 벽이 공고한 사회일수록 혼외자에 대한 시선이 차갑고 반대의 경우일수록 혼외자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다. 94년 미테랑 대통령의 혼외자 보도에 대해 “그게 뭐”라고 되물었던 르몽드지의 쿨함 뒤에는 혼외자 비율이 50%를 넘는 프랑스사회의 가족문화가 있었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신생아의 50%가 제도결혼 밖에서(동거하는 부모) 태어나며,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혼외자 출생률이 65%에 이른다. 이런 사회에서 제도결혼이라는 가치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혼내-혼외 출생의 구분같은 것은 무의미하다. 반면 제도결혼을 금과옥조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혼외 출생에 대해 매우 '엄격한' 나라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유교국가들과 이슬람권 국가들이 그렇고 서구국가들 중에서는 미국이 대체로 그렇다. 이런 차이는 가족의 형태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해야 한다'거나,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타파해야 한다'같은 고매한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일국의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촌스러운 해프닝에 관한 것이다.

  

 

 

"그게 뭐?"

 

이번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이 새삼 말해주는 것은 한국이 지독한 가부장제 국가라는 사실이다. 혼외자 비율이 1.5%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그네들의 쿨함을 온전히 받아들이길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대중의 말초적인 호기심이 가부장제와 만나자 개인의 가정사도 아주 간단하게 '알권리'로 둔갑한다. 원시부족사회를 방불케하는 오지랖에 숨이 막혀온다. 검찰총장에게 혼외자녀가 있든 외계인 자녀가 있든 그런 가정사를 사회일반이 공유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대중의 호기심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언론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비난은 조선일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있다 없다' 진실게임에 참여했던 모든 언론에게 같은 종류의 책임이 있다. 사건 초기 조선에 맞서 열정적으로 채동욱 총장의 무고함을 증명하려했던 언론들 역시 같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처음 조선이 의혹을 제기했을때 다수 언론이 "그게 뭐"라고 일축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의 모든 언론이 그렇게 구질구질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혼외자 보도에 대해 "그게 뭐"라고 비웃었던 매체가 있었다. 놀랍게도 이번 파문을 몰고 온 당사자 조선일보다. 2009년 한 장관의 혼외자 문제가 불거지자 조선은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쿨한 대인의 풍모를 과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조선일보의 대응은 비열한 가정사폭로에 대처하는 언론의 모범답안에 가깝다. 그렇게 쿨~했던 조선일보가 곤경에 처한 것 같다. 한 매체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4남 2녀의 혼외자녀를 두고 있음을 폭로한 것이다. 보도의 적절성을 떠나, 조선일보가 그때의 쿨함을 계속 견지할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21세기형 명절예절 '오지랖 관리'

 

우리나라와 같이 제도결혼의 권력이 강력한 나라에서는 혼외자를 공개하는데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그것이 유명인일 경우 '가부장제 파괴범'으로 십자가에 매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제도-비제도 결혼을 떠나 배우자의 외도를 옹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비난은 가정안에서 이루어져야하며, 이를 응징할 자격도 오직 배우자에게 있다.

 

매우 예외적으로 법원이 그 자격을 가진 나라도 있다. 국가가 사회구성원의 성도덕을 규제하는, 이른바 '간통죄'다. 이슬람권을 제외하고 간통죄가 남아있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이 유이하며, 이제 한국에서도 간통죄폐지 논의가 전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간통제가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는 이시대에 공무원의 혼외자 의혹에 대해 감찰지시를 내린 국가의 모습은 너무나 우스꽝스럽다. 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채동욱 감찰지시는 당연한 것"이라며 채동욱 총장에 대한 감찰지시를 옹호했다. 청와대는 온 국민이 채동욱 부인으로 빙의하길 바라는 것일까? 

 

혼외자와 같이 민감한 개인사는 가장 예민하게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의 영역이다. 개인의 가정사가 '공직윤리', '알권리'란 말로 둔갑해 파헤쳐지는 것은 엄연한 폭력이다. 굳이 '아동인권'이나 '취재원 보호'같은 규범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가정사에 대한 범국가적 오지랖은 그 자체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나와(당신과) 일면식도 없는 그의 가정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혹은 일어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내가(당신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설사 그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한들 나는(당신은) 그 가정의 일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조선의 유치한 폭로를 대중이 외면했더라면 법무부장관이 업무규정에도 없는 감찰지시를 내릴 수 있었을까? 언론이 도깨비시장같은 진실게임을 벌일 수 있었을까? 결국 채동욱을 쫒아낸 것은 박근혜도 황교안도 아닌 대중의 오지랖이다.

 

이제 명절이다. 명절에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예절이 있다면 '오지랖 관리'가 아닐까 싶다. 오지랖을 관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가 불편해할만한 참견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내 주변사람의 사생활이든 고위공직자의 사생활이든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원칙을 생각한다면 명절날 집집마다 열리는 '오지랖 경연대회'가 조금은 덜 불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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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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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7 10:14 신고

    아니면 어쩔건지.. 진실이 밝혀져 정치공작이라는 게 확인되면 이 사람들 지구멍 찾을 건지... 그게 궁금합니다.

  2. 2013.09.17 11:45 신고

    부디 아니길 바라지만
    설령 사실일지라도 그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인간들이
    얼마나 되는지...
    외도로 자식 낳은 것과 낳지 않는 것과의 차이인가요?

  3. 2013.09.17 13:15 신고

    뻔한거아닙니까

  4. 2013.09.17 13:16 신고

    박수를 짝짝짝!!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 저도 오지라퍼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5. 2013.09.17 18:45 신고

    다람쥐주인님, 오랫만에 들렀습니다.ㅎ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6. 2013.09.18 01:40 신고

    음 프라이버시 부분이나 일부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혼외 자식이 있는게 사실이라면 검찰총장에서 내려와야하는건 맞는거 같아요. 왜냐면 "검찰"이기 때문에요. 공직자, 그중에서도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남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드리우는게 맞는거고요. 간통죄 폐지가 논의되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폐지가 안되었기에 명백히 불법행위고. 실제로 공무원중에 그만두는 사람의 상당수가 불륜이 걸려서 간통죄 때문이에요. 공무원한테는 품위 유지의 의무가 있기에 사실이라면 검찰 총장 자격은 없는게 맞겠죠. 하지만 저도 조선일보의 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보도태도나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체적으로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건 동의 해요.

    • 2013.09.18 05:51 신고

      그건 간통죄로 기소-판결이 난 이후의 이야기죠. 가정사가 프라이버시라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품위유지 운운하는건 모순이고요.

  7. 2013.09.18 12:08 신고

    ...간통제가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는 이시대에 공무원의 혼외자 의혹에 대해 감찰지시를 내린 국가의 모습은 너무나 우스꽝스럽다....

    그런가요?? 쥔장님???
    당사자가 공직자이기때문에 세상에 알려진게 아닌가요??

    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봐야합니다.
    양심과 윤리에 기대하기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질서로 규제하기 위해 만들 것이 법이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무소불위 권력을 법의 이름으로 재단하는 총수인바에야.....
    보통 사람들... 장삼이사였다면 그건, 가정사로 치부해도 누가 뭐랄사람이 없겠지요~
    그 총수가... 자신과 유사한 내용이 한 사건으로 법 앞에 세워졌을때.....
    어떤 잣대로 법을 재단할까요??

    마땅히, 감독자는 그 사실을 밝혀내어 잘못 알려진 거라면, 본인을 위해서도, 조직을 위해서도
    아니, 공직자의 윤리문제이기에 바로 고쳐 세워야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이행하여야하는 게 마땅한게 아닌가요?

    침소봉대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말을 얼마나 믿는지요?
    그네들이 하는 말들 중에, 진실이 몇%나 될까요??
    당사자는 왜 입 다물고 자리를 떠나 칩거할까요.....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무리의 앞에서 이끌어주고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정치적인 이슈에, 이성이 흔들려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참여해봅니다.

  8. 2013.09.23 06:11 신고

    다음 청문회에서는 여자문제로 낙마하는 사람은 없겠구나

  9. 2013.09.23 14:20 신고

    아니 그럼 간통이 잘못이 아니야?

    • 2013.09.30 14:48 신고

      간통죄 논란은 간통이 국가에 대한 잘못이냐(형사법에서의 간통죄 합헌) 아니면 배우자에 대한 잘못이냐(민사적으로는 인정하나 형사법에서는 위헌)에서 나온겁니다. 예를 들면 뇌물 수수는 국가/사회에 대한 잘못이죠. 교통사고는 음주/신호위반 등 불법적인 요인이 없었다면 상대방에 대한 잘못인거구요.

    • 2013.10.27 11:27 신고

      공안사범으로안간것만해도참
      다행스럽네요채총장님화성출마하세요국민심판좀확실하게받으셔요

  10. 2013.09.30 14:46 신고

    저도 처음에는 그런 이유로 분노해서 주변에다가 '조선일보가 그런거 붙들고 늘어져서 싸우는거야 늘 그러시던 분들이니까 그렇다쳐도 정부에서 감찰지시를 해? 이런 웃기는 일이 어디있냐'며, 성토했으나 말씀하신대로 아직은 간통죄가 합헌이더군요. 공무원, 그것도 사법부를 책임지는 검찰총장에게 불법행위의 의혹이 있는데 친고죄라 하더라도 공직자 윤리상 감찰해서 밝혀내는 것이 마땅하다, 라고 하는데 할말이 없더라고요.
    4:3이어도 아직은 합헌이니까요. 저는 그것을 오직 개인사라고 느끼고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라고 느끼고 있는거고, 법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윤리가 아니겠습니까. 이게 정치공작이든 아니든, 혼외자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간통죄가 합헌인 이상 정부의 감찰 지시 자체가 크게 부당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저는 None of your business!를 외치고 싶은 기분이지만, 지적하신대로 대한민국 사회는, 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11. 2013.10.01 19:20 신고

    나경원 1억 피부과는?
    그땐 사생활 아니었나?
    범죄도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1억도 아니었지..

  12. 2013.10.01 19:22 신고

    검찰총장 배후의 첩이
    뇌물 수수의 경로가 될수 있고,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총장은 특정 세력에게 개인의 흠을 잡힐 경우
    잘못된 영향력을 미칠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반 개인도 하지 않는 부정한 짓을 검찰의 총수가 하면 안된다

 

<황교안 법무부장관(左)과 채동욱 검찰총장(右)>

 

'예상했던 불행'에서 느껴지는 무력감

 

2005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항명의 뜻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그가 지키려했던 가치는 비록 낡고 비루한 것(국가보안법)이었으나, 적어도 그는 지금의 검찰처럼 정치적 타협은 하지 않았다. 권력과 타협한 지금의 검찰에게서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어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도 불구속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심대한 증거인멸의 우려가 살아있고, 그가 매우 중대한 선거법위반 사범임을 고려할 때 원 전 원장에 대한 불구속기소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당초 검찰의 의견은 <공직선거법 위반-구속기소>였고, 황교안 장관의 입장은 <국정원법 위반-불구속기소>였다. 결국 각자의 패를 하나씩 주고 받은 결과 <공직선거법 위반-불구속기소>라는 타협안이 나왔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검찰이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타협안에 굴복했다. 비겁한 정치적 타협이다.

 

예상했던 비극이 현실로 다가왔을때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알고도 어찌할 수 없었다는, 앞으로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 말이다. 지난 2주간 원세훈 원장의 구속여부를 둘러싼 황교안 법무장관과 채동욱 검찰총장간의 대립은 선악의 구도가 비교적 선명해 보였다. 비난의 화살은 주로 황교안 장관에게 맞춰져 있었고 검찰은 구속기소에 반대하는 황 장관의 전횡을 언론에 흘리며 정의감 넘치는 '투사'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런 2주간의 '밀당'끝에 나온 결과물이 고작 불구속기소라니 대단히 실망스럽다.    

 

채동욱 총장은 지난 4월 취임사에서 "준사법작용인 검찰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이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고 양보해서도 안된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강조한바 있다. 채 총장은 취임후 불과 두달만에 악마와 거래했고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검찰, 정말 불가항력이었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은 어제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총선·대선에 개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명확한데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금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황 장관의 수사방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했다.

 

국정원 중간간부들도 검찰 수사에서 이미 윗선의 지시에 의해서 한 것이라고 시인을 했고 그 지시와 관련된 녹취록도 제출했다. 장관이 저렇게 틀어쥐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 이런 게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니면 뭐냐? 채동욱 검찰총장도 자리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사건을 최소한 불구속기소라도 해서 공소유지를 해보려고 참고 있는 것. - 윤석열 판사 -

 

검찰을 위한 그의 변은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로 들린다. 일정부분 이해되는 부분도 있으나, 정권의 수사방해에 맞선 검찰의 태도가 그리 강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거칠게 말하자면 지난 2주간 검찰이 한 일이라곤 황교안 장관의 시간끌기에 놀아난것 뿐이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주로 황 장관과의 갈등이 부각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원 전 원장의 구속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찬반대립이 나타나자 수사팀은 모의변론이라는 역할극까지 치른 끝에 구속기소라는 결론을 내려 채동욱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처럼 구속사유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 반대의견이 비등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검찰의 비정상성을 증명한다. 운좋게 몇몇 '정상적인' 수뇌부가 사건을 맡아 타협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이다. 2005년 수사지휘권 파동 당시 고작 국가보안법 따위에 직을 걸었던 김종빈 총장의 결단력(?)에 비하면 국가중대사를 두고 권력과 타협한 채동욱 총장의 선택은 아쉽기만 하다.

 

채동욱 총장은 취임이후 전두환 재산환수와 재벌비자금, 국정원사건에 대해 이따라 강력한 수사의지를 천명하면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반신반의했지만 검찰의 자정노력에 내심 기대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타협으로 인해 그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었다.

 

<불구속수사를 한다해도 이분은 중형을 피할 길이 없다>

엄정한 구형으로 명예 회복해야

 

악마와 거래하는 유일한 방법은 영혼을 파는 것이다. 검찰은 원세훈 원장 구속을 놓고 권력과 거래함으로써 영혼을 팔았지만, 그것을 되찾아올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재판이라는 본게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불구속기소를 한다해서 원세훈 원장이 징역형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불구속으로 인해 수사에 차질이 예상되긴 하지만 구속을 한다해도 원 전 원장의 '입'에서 나올 것은 많지 않아 보이며, 핵심 증거는 이미 확보된 상태다. 검찰은 국정원의 옛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활동한 인터넷 사이트 15곳에서 그들이 작성한 게시글과 댓글 1만여건을 찾아냈고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글 수백건을 확인했다. 또 진선미 의원이 입수 공개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 등을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여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올린 글들과 원 전 원장의 지시 사이의 연관성도 밝혀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및 제11조(직권 남용의 금지), 공직선거법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1항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국정원법 9조를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11조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 선거법 85조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외계인이 재판을 하지 않는 이상 원 전 원장은 형을 피할 길이 없다. 재판의 관건은 그의 선거법위반 혐의를 입증하고 그 배후와 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건드릴 수 있느냐에 있다.

 

이제 검찰이 명예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법정에서 엄중하게 혐의를 입증하고 배후를 밝혀내는 일이다. 증거는 충분하며 남은 것은 해석과 양심, 의지의 문제이다. 검찰이 법정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빼앗긴 영혼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관련글 - 황교안VS채동욱 원세훈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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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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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장관(左)과 채동욱 검찰총장(右)>

2005년의 황교안과 2013년의 황교안 

 

“장관이 피의자 구속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매우 충격적인 일로서 그간 검찰이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2005년 수사지휘권파동으로 물러난 김종빈 검찰총장의 이임사중 일부입니다. 그해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모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습니다. 검찰이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사하려하자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검찰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수사를 지시했고, 검찰이 이에 대해 강력하게 맞서면서 초유의 수사지휘권파동이 일어났습니다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건국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달리하는 사안입니다. 당시 진보진영은 검찰의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보수진영은 공개문서를 통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천정배 장관의 행동을 비난했습니다.

 

2005년 수사지휘권파동의 원인을 제공했던 인물이 바로 황교안 현 법무부장관입니다. 당시 강 교수를 구속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방침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매카시즘을 동원한 학문·사상 연구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강정구사건을 수사하던 황교안 검사는 강 교수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혐의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천정배 장관은 끝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며 1주일 동안 영장 청구를 막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27일 검찰이 중간수사결과로 원세훈 원장 형사처벌 방안을 법무부에 보고하자 황 장관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적용은 안 된다’며 압력을 행사했고, 이에 대해 채동욱 검찰총장은 ‘수사팀 의견은 절대 바꿀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개문서와 구두라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이번 황교안 법무장관과 vs 채동욱 검찰총장간의 갈등은 2005년의 수사지휘권파동과 양상이 같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었습니다. 2005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행사에 맞서던 공안검사가 이제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서 검찰을 압박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천정배 전 장관이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지 무척 궁금합니다.   

 

공안통 VS 특수통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 공안1·3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을 거쳐 공안분야를 총괄하는 2차장검사를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1998년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공안수사에 정통하며, 별명이 '황공안'일 정도로 뼛속까지 공안검사라는 것이 그를 바라보는 일관된 평가입니다.   

 

이에 반해 채동욱 검찰총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1995년 서울지검 강력부 재직 당시 대검 중수부의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차출되어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사건의 검찰 논고문을 작성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2003년에는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를 파헤쳐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를 구속했고, 2006년에는 중수부의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맡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했으며,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에는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전·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지휘하는 등 굵직굵직한 수사를 맡아오면서 엄정함을 지켜왔다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본래 공안(公安)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입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공안'이란 말은 공공의 안녕과는 무관한 '정권의 안녕'을 의미하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공안검사가 법무부장관이 되었으니 그가 정권의 안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공안통' 황 장관에 맞서 맞서 '특수통' 채동욱 총장이 검찰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원세훈 혐의 왜 중요한가?

 

이제 원세훈 전 원장은 혐의가 무엇이든 사법처리를 피할길이 없습니다. 어차피 구속 될 인물이지만 그가 받게 될 혐의가 무엇일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원 원장의 혐의가 국정원법 위반에 국한된다면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승인받는 꼴이 됩니다. 이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미칠 영향에까지 단단히 바리케이트를 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원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까지 함께 적용한다면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검찰이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을 승인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은'을 입은 황 장관이 이를 기꺼워할리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황 장관의 입장에서 현 정권에 미칠 국정원게이트의 파장을 차단하려면 원세훈 원장의 혐의를 국정원법 위반 정도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수백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1만여건의 대선개입 관련 게시글·댓글을 달아온 사실이 확인된 이상 수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검찰은 황 장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수사의 역풍을 직접 감당해야 할 채동욱 총장과 행정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권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는 황교안 장관은 수사를 바라보는 입장이 이렇게 다릅니다.  

 

삐뚤어진 충정 용납말아야

 

채 총장 역시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인물이며, 정권의 비위를 거스른 적이 없는 역대 검찰총장들의 전례로 볼 때 그가 밝힌 수사의지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둘의 갈등관계에서 ‘악인’의 역할을 맡은 것은 황교안 장관 쪽이라는 것입니다. 외부(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검찰의 소신을 지키겠다는 채 총장의 뜻은 분명 선의(善意)로 비춰지며, 이에 대해 '외압'역할을 맡은 쪽은 황 장관입니다. 이처럼 선악구도가 선명하게 갈리는 갈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안팍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공안검사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목적이 이것이었을까요? 검찰수사에 대한 황 장관의 외압사실이 전해진 뒤 법조계와 사민사회에서 황 장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의 임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글 - 검찰은 명예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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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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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4 10:29 신고

    꽤 흥미로운 시츄에이션이군요.ㅋ
    썩 기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생애 처음으로 검찰 응원해 봅니다.

  2. 2013.07.15 13:16 신고

    논리적이고
    논점을 잘 파악한
    글쓴이분의 시각을 잘 배워갑니다
    아직 어린 제게도 좋은글이네요

  3. 채동욱은 물러나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2013.08.21 06:58 신고

    댓글분석에 경찰에 CCTV에 관련 검찰에 동영상분석에 의지가 없는듯
    정황에 이은 말에 결과물이 엉뚱하게도 단어에 의한 검찰에 증거물로 본다는건
    불신에 공분을 살일 같다 쉽게 말해 "내생각에는 북한사람들이 김일성이를 찬양한다"
    위에 말을 변행하여 왜곡이란 이런것 "내생각(에는) (북한사람들이) 김일성이를 찬양한다"
    괄호안에 말을 빼면 "내생각 김일성이를 찬양한다" 이런식으로 와전왜곡 돼어 있는데도
    검찰은 동영상 전체에 이음셋말을 검토없이 CCTV에 의한 속기록에 서류에 쓰인 글로만
    증거물로 채택하려는 눈감고 아웅하는 검찰에 왜곡적 증거물 노골적인 국기문란에 형태인것 같다

  4. 2013.09.13 20:05 신고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많이 알고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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