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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4 김지선과 힐러리, 태평양을 사이에 둔 여성운동가 (1)

 

 

<태평양을 사이에 둔 동지 김지선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노회찬 전 의원의 아내 김지선 씨에 대해 많은 언론의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아무리 그래도 아내를 내보내는 건 좀..”이라 생각했던 사람들도 김지선 후보가 살아온 이력을 살펴본 뒤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그만큼 김지선 후보는 남편만큼이나 옹골찬 삶을 살아온 여성입니다.

 

지난 2월 1일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여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한 여인을 표지모델로 선정했습니다. 같은 날 4년간의 재임을 끝내고 당당히 퇴임식을 가진 전 미국 국무부장관 힐러리 클린턴이었습니다.

 

▲다르면서 같은 두 사람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엘리트코스를 거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한 힐러리와, 척박한 땅에서 여성노동운동가로, 노동운동가의 아내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김지선.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닮은 구석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저는 김지선 후보에게서 힐러리의 향기를 느낍니다. 이름도 없는 새내기 정치인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정치가에 비견하는 것이 낯설지 모르겠으나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둘은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공통점은 유명 정치인의 아내라는 점이겠죠. 한국인이 선호하는 정치인 아내의 모델은 ‘내조형’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의 아내들이 줄줄이 TV에 나와 '내조 경연대회'를 엽니다. 이와는 달리 김지선과 힐러리는 내조형이 아닌 동지적 관계로 각자의 남편을 지지해왔습니다. 김지선은 노동운동현장에서, 힐러리는 정치일선에서 남편과 ‘따로 또 같이’해왔습니다. 남편이 정치적 위기에 빠졌을 때 스스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힐러리는 남편이 지퍼게이트로 탄핵위기에 몰리자, 김지선은 남편이 부당한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자 직접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힐러리가 대통령 남편을 도와 건강·복지정책, 인권정책을 제안했다면, 김 후보는 노원구 국회의원인 남편을 도와 지역자치활동가로 활약하면서 의료생협과 '마들주민회'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둘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남편과의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김지선과 힐러리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공통분모는 여성운동가, 사회운동가라는 정체성입니다. 두 여인 모두 남편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뚜렷한 자신들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힐러리가 오바마를 턱밑까지 위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성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경선에서 NOW(전미여성기구) 등 주요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모두 힐러리를 지지했고, 특히 소수계층 여성들에게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녀가 누구와는 달리 생물학적 여성정치인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대학시절부터 여성운동, 환경운동으로 명성을 날렸던 힐러리는 정치인이 된 뒤에도 여성과 소수자문제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해 왔습니다. 1992년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자 역사상 가장 '능동적인' 퍼스트레이디가 되어 여성 낙태권, 건강·복지정책, 인권정책 등에 직접 정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011년 12월 6일 세계 인권의 날을 앞두고 힐러리는 인상적인 연설을 통해 최초로 미국 정부의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연설이 끝나자 청중들 모두가 한참동안 기립박수를 보냈을 정도로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이날의 연설문에는 미국이 세계 성소수자의 인권신장에 앞장서겠다는 주제가 담겨있었습니다. 이 장문의 연설문은 세계 각지에서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바이블처럼 쓰여 지고 있습니다. 용기 있는 페미니스트가 정치를 할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2011 세계 인권의 날 연설 전문(힐러리 클린턴) http://tongcenter.tistory.com/10>

 

 

<한국에서도 멋진 스타정치인 부부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김지선 후보 역시 힐러리에 뒤지지 않는 한국의 여성운동가입니다. 김 후보의 출마선언이 있던 날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김지선 씨가) 노회찬 대표와 조준호 대표의 노동운동 대선배다. 노 대표가 김 후보보다 먼저 한 것은 국회의원밖에 없다. 노 대표의 부인이라서가 아니라 노원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서 추천한 것을 기억해 달라. 김지선 후보의 이력에서 노회찬이란 남편을 둔 사실은 김 후보 이력의 사이드메뉴에 불과하다"며 김 후보를 소개했습니다. 심 의원의 소개에서 알 수 있듯 김 후보는 40년이란 세월을 오롯이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에 바쳐온 인물입니다. 16살 어린 나이에 가난에 떠밀려 공장에 취직한 그녀 삼원섬유, 대성목재, 동일방직 등에서 노조간부를 지내며 두번의 옥고를 치렀습니다. 특히 1978년 부활절 새벽 50만이 운집한 여의도광장 연합예배 도중 단상에 올라가 CBS라디오 생방송에 "노동3권 보장 하라" "동일방직문제 해결하라"를 외치다 구속됐던 '부활절예배사건'은 한국 여성노동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후 인천해고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을 지낸 김 후보는 '노동자들의 영원한 누나', '인천 노동운동의 대모' 등으로 불리며 여성,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이어왔습니다. 1988년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만난 후배 노회찬이 청혼을 해오자 "결혼을 하면 운동에 지장이 있다"며 퇴짜를 놨을 정도로 강한 사회의식을 가졌던 김 후보. 그녀가 성공한 여성운동가라는 증거는 그들의 가정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노 부부는 이미 오래 전에 청소, 빨래, 요리 등 가사일에 대해 완전한 분담을 이뤘습니다. 서로가 바깥일을 하는 부부에게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들 부부처럼 가사일의 '완전평등'을 이룬 예는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심상정 의원 보도자료 전문 http://www.justice21.org/bbs/board_view.php?num=12577>

 

▲스타정치인 부부의 탄생을 기대하며

 

여성권익신장을 위해 가장 '높은 곳'에서 활동해온 사람이 힐러리였다면, 김지선 후보는 가장 '낮은 곳'에서 활동해온 사람입니다. 둘은 각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활동해왔지만, 평등이라는 가치아래 같은 전선에서 싸워온 셈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5년 전 경선에서 패하는 아픔을 겪은 뒤 미국의 국무장관이 되어 누구보다 성공적인 4년을 보냈습니다. 그녀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정치인이자 미국에서 최고 인기있는 정치인입니다. 

 

김지선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만만치 않습니다. 안철수라는 거물급 정치인을 상대로 당차게 도전장을 내민 무명 정치신인의 패기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진 다윗을 탓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정치에 필요한 것은 흔하디 흔한 생물학적 여성정치인이 아닌 젠더적 여성정치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지선이라는 걸출한 여성운동가가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치에 데뷔한다는 것은 승패와 상관없이 의미있는 일입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멋진 스타정치인 부부가 탄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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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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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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