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은 두 영웅의 신드롬에 흠뻑 빠졌다. 하나는 영화 '명량' 개봉으로 시작된 이순신 신드롬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전 한국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이다. 시공을 초월한 영웅들의 이야기에 온 나라가 열광했다. 16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명량을 보며 환호했고, 교황의 시복식에는 100만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분명 누구에게나 추앙받아 마땅한 위인들이다. 


그런데, 이 현상들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충무공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서 진정 존경 받고 있는가? 한국인의 삶은 그들의 삶과 닮아 있는가?

 

유감스럽다. 참군인의 표상 이순신을 흠모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군사반란으로 '왕위'를 찬탈한 독재자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며, 교황의 인본주의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물욕주의를 숭배하는 정치세력에게 표를 던진다이 이율배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 소싯적 무협지를 꽤나 탐독했지만 한번도 무협지의 주인공을 '존경'해 본 적이 없다.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나 어벤져스의 헐크를 존경하는 사람이 있을까? 작품 속에서 그들은 매력 넘치고 흥미로운 케릭터이지만 판타지는 그저 판타지일 뿐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지나치게 커지면 이상은 판타지 속에 박제된다. 어떤 사람들은 충무공과 교황의 이야기를 무협지 주인공의 기행, 혹은 SF영화의 비현실적인 케릭터 쯤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적군의 총탄이 아닌 고참의 주먹에 맞아 죽는 군대, 세월호 유가족을 이해당사자로 규정하고 문전박대하는 정부. 이런 현실을 사는 한국인들에게 충무공과 교황의 이야기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판타스틱 그 자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지나치게 커지 이상은 판타지 속에 박제된다.

 

위인들의 이야기가 갖는 힘은 범인들의 성찰을 이끌어내는 데에 있다. 거짓말 같은 현실에 매몰돼 성찰할 힘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제 아무리 위대한 성인의 삶인들 무슨 울림이 있을까. 누구나가 이순신이나 교황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다른 차원의 이야기거리로 소비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실에 투영되지 못하는, 내 삶에 아무런 효용도 같지 못하는 위인들의 삶은 책장 한켠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무협지나 다름 없다. 


불세출의 영웅 충무공의 반대 편에는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충절을 져버리고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가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아픔을 함께 나눈 교황의 반대편에는 자국민에게 일어난 비극에 대해 지독스레 '중립'을 지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조정의 겁박과 무능 앞에서도 충절을 꺾지 않았던 이순신의 의기 앞에 만주군 장교로 독립군을 토벌하고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탐한 박정희의 삶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유리처럼 투명한 교황의 행보 앞에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7시간의 행적을 미스터리로 남긴 박근혜 대통령은 한없이 궁색해진다.  


많은 국민들이 진심으로 두 위인의 삶을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순신의 충절을 흠모하면서도 기회주의의 표상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교황의 인본주의를 사랑하면서도 물욕주의를 숭배하는 정치세력에게 표를 던지는 국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 이 땅에서 두 사람의 영웅담은 그저 판타지의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충무공과 프란치스코, 대한민국은 진정 그들을 사랑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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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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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02 09:08 신고

    와~~ 글 너무 멋진데요~~
    너무 반가워요ㅎㅎ 그동안 잘 계셨던 거쥬? 상당히 궁금했답니다ㅎㅎ
    우야튼, 자주 볼수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좋은날 멋진날 되세요!!

  2. 2014.09.02 12:02 신고

    간만에 봅니다.
    둘다 존경하지만 커다란 상징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러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2014.09.08 11:10 신고

    비교가 안되죠 우리나라의 영웅을 어디에 비교 하시는지..그건 아니지요..
    교황이 우리나라를 위해 솔직히 해준게 머가있다고 이순신 장군님과 비교를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민주당 홍익표 의원>

 

'귀태(鬼胎)'라, 기막힌 인용이다. 저자의 촌철살인에 박수를 보낸다. 어제 하루 때아닌 귀태논란으로 정국이 들썩였다. 11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을 언급하며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행보가 남달리 유사한 면이 있다.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구시대로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을 향한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다.

 

야당의 원내 대변인이 국회에서 저런 원색적인 비난을 한 것이 옳은 행동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저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느꼈을 감정은 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이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달랐다.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통해 민주당을 향한 격노를 쏟아냈다. 어제 청와대 이정현 대변인은 홍 의원의 '귀태'발언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규정했다. '귀태'와 그런 것들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가 발끈한 까닭은 '귀태'라는 말을 '귀신의 자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같은 뜻으로 직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인용된 표현의 적절성에 대해 판단하려면 사전적 의미가 아닌, 원저자가 표현한 비유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 어제 홍 의원이 언급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귀태'가 사용된 맥락을 보면 이 말이 조롱이나 비하라기보다는 매우 날카로운 촌철살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시 노부스케(왼쪽)와 박정희. 출처 한겨레>

<대일본 만주제국의 유산>이라는 원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귀태들(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을 낳은 모성(母性)이 만주국에 있다고 말한다. 만주국의 기형적인 유산을 물려받아 한일 양국의 정치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여기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로서의 박정희가 아닌, 만주국의 유산을 물려받은 정치인 박정희를 말한다. 


흔히 만주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따라붙는 수식어가 괴뢰국(傀儡國)이란 표현이다. 만주국은 20세기 세계사에 등장했던 국가중 가장 괴상한 형태를 가진 국가였다. 날조된 만주 철도 폭파 사건을 계기로 탄생된 만주국은 2차대전 패망전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침략 전초기지이자 병영국가의 실험실로 '활용'되었다.  

 

"계획경제, 수출 주도, 농촌진흥, 중화학공업 육성 등 전후 일본과 한국의 압축적 정치·관료 주도 성장전략과 한국의 새마을운동,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조회, 군사교육, 충효교육, 국민교육 헌장, 퇴폐풍조 단속, 반상회, 고도 국방 체제를 위한 총력안보 체제 따위의 통제장치들이 모두 만주국 실험을 거친 것들이었다." 한겨레 인용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는 만주국의 유산을 이용해 정치적 영달을 이뤘다. 저자의 '귀태'라는 표현은 이것이 한일 양국에 가져왔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비유인 것이다. 나는 근대사에서 사라졌어야 할 만주국의 기형(畸形)을 이용해 정치적 영달을 이룬 만주국의 후예들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 관련글 - 아베의 야스쿠니와 박근혜의 5.16

 

<양국의 우경화를 이끌고 있는 두 정치인>

 

어찌됐든 청와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말을 인용한 사람을 탓하기 전에 저자를 고발하는게 먼저다.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의 관계, 유사성에 관해 언급한 책은 수십수백권에 이른다. 청와대는 줄소송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럴 수 없다. 홍익표 의원의 입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박정희 대통령이 만주군 장교로 복무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책과 논문, 기사와 구전 모두를 없애는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하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문제가 지나치게 '예의'나 연좌제의 문제로 함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다. 대통령이 '귀태'발언을 불편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불편함이 금기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만약 이완용의 자녀들이 아버지를 ‘매국노’라 부르는 사람들을 모두 고발한다면 어떨까? 이완용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매국노라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못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녀들의 불편함’ 때문에 이완용을 매국노라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같은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느낄 수치심이나 불편함 때문에 국민들이 다까끼마사오에 대해 쉬쉬할 이유는 없다. 이완용의 매국행적과 다까끼마사오의 만주군행적이 갖는 공통점은 단죄하지 못한 과거라는 점이다. 이것이 금기가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연좌제는 분명 철폐되어야 할 구습이다. 그러나 연좌제라는 비판이 성립하는 경우는 선대의 부덕이 후대에 와서 사라진 경우다. 아비의 부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딸이 아비에 대한 비난에 대해 "연좌제다"라고 항변한다면 그걸 누가 인정하겠는가. 어제 홍 의원이 '귀태'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지적하고자 했던 부분 역시 이것이었다.    

 

대통령의 수치심과 맞바꾼 정국주도권

 

새누리당은 귀태발언에 맹공을 취함으로써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일시적으로나마 역전시키고 정국주도권을 빼앗아 왔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찾아온 '귀태정국'이 가장 불편한 사람이 누구일까? 어제 하루 어떤 식으로든 미디어를 접했던 사람들은 모두 귀태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즉, 다까끼마사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홍익표 의원이 다까끼마사오의 무덤에 살짝 ‘노크’를 했다면, 귀태정국을 주도한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그의 관뚜껑을 열어 재낀 것이나 다름없다.

 

'귀태'란 말이 가장 불편했던 사람은 역설적으로 귀태정국에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본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논란이 된 '귀태'라는 말의 본질은 '귀신의 자식'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그가 독립군을 때려잡던 만주국장교였다는 사실에 있다. 아버지의 과거행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귀태’논쟁이 달가울 리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에게 아버지의 치부 다까끼마사오의 과거가 들춰지는 것만큼 불편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귀태'발언에 맹공을 퍼부으며 '귀태정국'을 조장했다. 대통령 개인의 불편함과 수치심을 정국주도권과 맞바꾼 것이다. 홍 의원의 '귀태'발언이 나온 뒤 청와대 대변인의 입장이 발표되기까지의 22시간은 아마도 이것에 대한 대통령의 고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청와대가 '귀태'를 정략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그들이 국정원정국에서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귀태'논쟁에서 발견되는 대통령의 한계가 있다. 그가 MB와의 선긋기는 가능할지 몰라도, 아버지와의 선긋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불행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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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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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3 09:56 신고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물론 홍익표 대변인의 취지...현 시국의 심각성에 대한 촌철살인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의 후손들이 한국와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는 표현은 생략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좌제의 진짜 정의를 떠나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연좌제를 연상했다면 처음부터 공감받기 힘들었을 논평이었으니까요.

    • 2013.07.13 11:11 신고

      큰 공감을 얻고자 한 발언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계산되지 않은 소신발언 정도로 이해하며, 야당 대변인의 논평으로는 부적절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예의'의 문제에 지나치게 함몰되는 것은 불편하더군요. 그런 뜻에서 쓴 글입니다.

  2. 2013.07.13 16:53 신고

    독재가 필요하다는 기가 막힌 인간이 있네요. 당신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독재에 의해 희생 당하는 경험이 필요 할 것 같군요.
    독재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모르는 철부지......... 참 한심할 뿐이네요.

  3. 2013.07.13 17:50 신고

    절망은 독재자에게서가 아니라
    그에게 열광하는 이웃에게서 온다 ---
    2013년을 1960년대시절처럼살고있는 대한민국의 슬픈 모습입니다

  4. 2013.07.14 01:32 신고

    뭐가 연좌제라는 건지...
    자기힘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여자가
    아버지 이름 하나만으로 대통령을 날로
    먹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눈에 안 보이나봐요

  5. 2013.07.15 11:41 신고

    안녕하세요, TISTORY 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귀태 발언'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tistoryeditor@daum.net 메일을 통해 문의 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 2013.07.22 14:36 신고

    촌철살인이라고 하기보다. 멍청했다고 봐야죠. 대선후 제1 야당으로써 존재감도 못 비치다가 NLL로 간신히 찬스를 잡았는데. 귀태발언 한방으로 깔끔하게 날렸으니까요. NLL정국에서 새누리는 어떻게든 국면 전환 떡밥을 찾아보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찰나에 귀태라는 메가톤급 떡밥을 던진셈이죠. 민주당 입장에선 셀프디스 한겁니다. 그걸 촌철살인이다. 맞는말 했네 뭘. 이런식으로 해석 하면 아놈의 썩은 정치 안 끝나요. 속한말로 표현하자면 새누리는 개XX고 민주당은 병신이에요. 병신은 개XX를 절대 이길수 없습니다. 더한 개XX가 되거나 아니면 진짜 영리하게 싸우거나 해야 되는데. 민주당엔 현재 그런 브레인과 콘트롤 타워가 없어요. 뭐 이건 제 생각입니다. 냉정하게 민주당의 현재를 진단하고 개혁 하지 않는한 다음 대선에도 또 이런 일은 반복 될겁니다. 민주당 지지자와 중도 파는 새누리보다 민주당을 먼저 감시해야돼요.

  7. 2013.07.23 03:13 신고

    글은 다 읽었구요. 귀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말하고자 댓글을 달은 겁니다. 글에 대해선 공감하기에 별다른 크리틱을 안한거죠. 뭐 그부분을 명확히 안했으니 오해 할만 하셨겠네요.

 

<영화 '황당한 외계인 : 폴' 스틸컷>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사수하자"

 

저런 말을 외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저 외침이 황당하게 들리는 이유는 지구를 노리는 외계인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NLL을 사수하자"는 외침이 황당하게 들리는 이유도 그것과 같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NLL을 위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NLL은 위험하지 않으며, 그걸 사수하자고 외칠 이유도 없다. 저런 공허한 외침을 하는 사람들은 괴팍한 몽상가거나 일정한 목적을 가진 선동꾼일거다.

 

요즘 갑자기 "NLL을 사수하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 앞에는 생략된 말이 있다. 그걸 붙여쓰면 이렇게 된다.

 

"(노무현으로부터) NLL을 사수하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것이라는 주장은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나 존재 가능한 가설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돌아올 가능성은 없으며, 그는 생전에도 NLL을 파괴하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저들이 겁에 질린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은 0이다. 노무현의 NLL무력화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외계인의 침공을 걱정하는 편이 합리적이.

 

날조된 숨은그림찾기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대국민 한글테스트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려했다고 주장했고, 국정원은 이를 입증하겠다며 대화록 전문을 '기습투척'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어떻게 대화록을 사전입수했는지, 국정원이 어떻게 국가기밀을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다.

 

1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대화록을 읽고 그들의 주장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거대한 숨은그림찾기에 가깝다. 그런데, 이 숨은그림찾기는 사기다. 그림안에 '숨은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대화록 어디에서도 그들이 보았다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은 찾을 수가 없다.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을 봤다고 주장했고, 국정원은 이것을 찾아보라며 대국민 한글테스트에 나섰던 것이다.

 

저들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었던 까닭은 두 가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바쁜 국민들이 100페이지가 넘는 대화록전문을 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대화록을 왜곡해 보도해 줄 보수언론의 존재다. 

 

다음은 경향신문이 새누리당의 주장과 대화록 원문을 대조분석한 표다.

 

 

<출처:경향신문>

 

이 표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NLL 포기발언 논란이 해석의 문제가 아닌 염치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한통속이 되어 국민에게 거짓을 설파했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염치를 모르는 파렴치한(破廉恥漢)이다. 그들에게 고상한 훈계따위를 하고 싶지는 않다. 파렴치한에게 염치를 가르치기란 바보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영토(영해)를 포기하려하는 바보같은 대통령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같지만 내가 알기론 그런 대통령이 한명 정도는 있었다.

 

"그 섬을 폭파하고 싶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으로 건너가 존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난항으로 몰고갔던 주제는 막대한 주한미군의 경비문제였고, 존슨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일간의 국교정상화를 제안했다. 정상회담 다음날 미 국무장관 딘 러스크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미 국무부 기밀대화 비망록에는 러스크 장관이 “독도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등대를 세우고 문제가 사라지게 하는 게 어떤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다고 기록돼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해 없애고 싶다"(President Park said he would like to bomb the island out of existence to resolve the problem) <미 국립문서보관소 국무부 기밀대화 비망록>

   

홧김에 뱉은 소리라거나, 공동관리 제안에 대한 강경한 반대의 표현이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박 대통령이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은 사실이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한들 미국 국무장관과의 독대자리에서 "독도를 폭파하고 싶다"고 말했던 대통령의 태도는 오늘날의 국민정서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 있던 당시에 독도폭파발언이 언론에 알려졌다면 박정희 대통령의 임기는 그해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분쟁에 휘말린 자국의 영토를 폭파하고 싶다던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 어떤 정치지도자의 발언보다도 과격하고 전향적(?)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과격한 발언이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 박정희로 살아온 세월보다 일본인 다까끼 마사오로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그에게 독도란 어떤 의미였을까? 박정희의 독도 폭파발언은 아마도 그런 내적 갈등의 표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50년전 “독도를 폭파하고 싶다”고 말했던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 "NLL은 장병들이 피와 죽음으로 지킨곳"이라며 강한 영토수호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강한 영토수호의지는 대통령의 미덕이며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영토포기발언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실체없는 노무현의 NLL 포기발언이 아닌, 이미 실체가 분명한 박정희의 독도폭파발언부터 문제삼는게 먼저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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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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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1 09:42 신고

    오늘 아침 CBS김현정의 국정원 발췌본에 관련된 내용은 정말 가관이더군요.
    국정원과 새누리의 쌩쇼는 그렇다쳐도, 이에 장단을 맟추는 일부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참 절말스럽기도 하네요.
    제가 다람쥐주인님을 제글에 인용했습니다. 혹 커멘트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2. 2013.07.07 22:56 신고

    다람쥐 주인님의 글을 카피해 갈께요.
    종종 보존 가치가 높거나 실체를 깊이 파헤치는 글들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스크렙 보다 아예 카피해 두곤 합니다. ^^*.

 

<40년전 최고 인기프로였던 MBC '장학퀴즈'>

장학퀴즈에 출연하고 싶었던 도련님

 

1974년 당시 최고 인기프로그램이었던 MBC '장학퀴즈'에 청와대로부터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를 장학퀴즈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요청을 타진해온 것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서울 중앙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아들 박지만과 함께 장학퀴즈를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고 합니다. 그시절 청와대의 목소리는 절대권력자 박정희 대통령의 목소리나 다름없었으니 출연요구가 박정희 내외의 뜻이었음은 자명합니다.

 

당시 MBC측은 지만 씨가 대통령의 아들임을 고려해서 예비시험을 면제해주는 대신 페어플레이를 조건으로 하여 출연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것으로 부족했던지 방송에서 나올 문제 몇 개를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나친 요구에 난감해진 제작진은 재미있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라이벌 관계에 있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씨의 자녀들을 함께 출연시켜 진검승부를 벌일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마침 3김(金)씨의 아들에게서도 모두 출연 청탁이 들어와 있던 터였습니다. 그러나 그 소식이 전해진 뒤 청와대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멍석을 깔자고 나서니 청와대 쪽에서 슬그머니 발을 뺐죠. 청와대 출입기자를 통해 소식이 전해진 모양이에요. 방송이 됐다면 엄청난 히트작이 됐을 텐데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어요." (방송인 차인태. 당시 장학퀴즈 사회자)

  

지만 씨의 부모는 방송국측에 당당히 문제유출을 요구할 용기는 있었으나, 아들을 다른 정치인의 자녀들과 당당히 겨루게 할 용기는 없었나 봅니다. 비겁하고 부끄러운 부모의 모습입니다. 해프닝의 당사자였던 부모들은 이미 고인이 됐으나, 박지만 씨의 입장에선 30년 전 흑역사가 노 방송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72등이 15등으로 뒤바뀐 사연

   

그로부터 40년 뒤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불찰이 크다"며 대국민사과를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자녀가 영훈국제중학교에 부정입학한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한달간 영훈국제중을 종합감사한 결과, 학교가 2013학년도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입학전형을 진행하며 미리 합격을 내정한 학생 3명에게 주관적 채점 영역(추천서+자기개발계획서)에서 만점을 주고, 그래도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주관적 채점 영역 점수를 깎아내려 이 학생들을 합격시킨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이 3명의 학생 중 한명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었습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5명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교과성적이 45.848점(50점 만점)으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155명 중 72위에 머물러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추천서(30점)와 자기개발계획서(15점), 출석 및 봉사(5점)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결국 15위로 최종 합격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학교 행정실장 임 씨는 성적을 조작해 입학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학부모들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영훈국제중과 학교법인 영훈학원 사무실, 학교 관계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어제 이학교 행정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출처:삼성그룹>

그들의 '특별한' 자식사랑법

 

사회고위층의 민망한 자식사랑은 시대를 가리지 않나봅니다. 영훈중학교에 특혜입학을 요구했던 이재용 내외의 '특별한 교육법'은 40년전 장학퀴즈에 문제유출을 요구했던 박정희 내외의 그것과 꼭 닮아있습니다. 돈과 권력이라는 수단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이죠. 이들은 부모의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능력이 모자란 자식들에게 특혜를 주려 했던 부끄러운 부모상(像)입니다.

   

이것은 경제민주화논쟁의 영역도, 갑을논쟁의 영역도 아닙니다. 명백한 사회악이며, 특권층의 부조리입니다. 삼성가의 자제로 태어났다면 굳이 부정입학을 하지 않아도 여염집 자제들보다 편안한 삶을 보장받습니다. 이미 경제적으로 보장받은 우월적 지위가 충분함에도 편법와 부정을 통해 또 다른 특권을 누리려 했다는 점에서 이재용 내외의 행각은 죄질이 매우 나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96년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헐값에 인수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했습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주주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자, 시가 8만5000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불과 7700원에 사들여 거액의 차익과 함께 삼성그룹의 경영권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자신의 아버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로부터 무려 4조 5천억원 상당의 차명주식을 상속받고도(삼성측 주장) 단 한푼의 증여세도 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이재용 부회장 본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그의 아들은 국제중학교 특혜입학이라는 '특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삼성가의 부정한 '상속'은 3대를 이어온 셈입니다.

 

이중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에게 물려준 특권은 가장 죄질이 나쁩니다. 교육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신분상승이 이뤄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며, 기회의 평등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러한 제도교육의 영역마저 특권층의 부정이 판을 친다면 국민들이 느낄 상실감과 박탈감은 절망에 가깝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권층의 삐뚤어진 자식사랑에 경종을 울려 부정한 교육의 대물림을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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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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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받고 4시간씩 일해보실라우?>

숫자에 매몰된 노동의 본질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시간제 일자리’란 말이 편견을 만든다며 이를 대체할 다른 이름을 공모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취향대로라면 조만간 ‘미래창조과학 일자리’같은 말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1977년 광화문 네거리에는 ‘경축 100억불 수출의 날’이라는 표지판이 내걸렸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수출 100억불을 돌파했습니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목소리가 TV전파를 타자 온 국민이 마치 자신이 부자라도 된 듯 환호했습니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말했던 ‘우리’라는 표현에 자신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미화하는 근거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 국민소득, 수출액 같은 거시경제지표들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저런 숫자들의 증가를 모아 ‘한강의 기적’이라 명명했지만,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경제발전아래서 전태일이라는 청년이 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야 했는지, YH여공들은 왜 목숨을 걸고 신민당사를 점거해야 했는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전태일과 YH여공들,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던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는 수출이 1억불이든, 100억불이든 그런건 아무 의미없는 숫자일 뿐이었습니다. 그시절의 화려한 거시경제지표는 저임금 노동착취를 은폐하는 기만술로 활용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자신의 공약이었던 “고용률 70%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당당히'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용률 70%라는 숫자는 아버지의 수출 100억불과 같은 의미일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대통령의 노동감수성은 아버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지도자가 숫자에 매몰되는 순간 노동자들은 부품이 되고, 노동의 본질은 사라집니다.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 70%라는 숫자를 채우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욕심은 세계 최저수준의 임금과 최고수준의 노동시간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하려했던 아버지의 욕심과 다르지 않습니다. 

 

말이 문제인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관해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한다면 바꿔야 할 것은 '말'이 아닌 노동현실입니다. 똥을 '황금'이라 바꿔 부른다 해서 냄새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시간제 근로자들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나, 열악한 사회안전망과 육아환경 같은 문제들은 '말'을 바꿔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들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할 근거로 선진국의 예를 들었습니다. 자국 시간제 근로자들의 엄혹한 현실을 외면한 채 근로환경이 전혀 다른 선진국의 장미빛 모델을 설파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합니다. "낮은 임금에 장시간 일을 시킬 수 있는 비정규직이 있는데, 회사가 굳이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느냐"는 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지적 앞에 박 대통령의 조악한 탁상공론은 고개를 들기가 어렵습니다.

 

<시간강사법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

솔선수범 바랍니다

 

이런 저런 앞뒤 안맞는 논리를 빼고 나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정규직이 없으면 시간제라도 늘려서 고용률 70%를 채워라"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은 IMF사태 이후 줄곧 '노동시장 유연화'를 외쳐온 재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고용시장이 유연해지면 기존의 일자리가 파편화되어 단순고용인구는 증가하게 됩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사용자들은 인건비 지출이 줄어들고 대통령은 높은 고용률이라는 치적을 얻게 됩니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라'라는 '특명'은 대통령의 무리한 치적 욕심과 재계의 탐욕이 만나 빚어진 작품인 셈입니다.

 

어린나이에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생활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다음 해 28세 나이로 영남대학교 이사장에 부임했고, 82년에는 육영재단 이사장을, 95년에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대통령이 그들의 노동환경을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따른 해고 노동자들의 자살을 보고도, 각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간강사들의 힘겨운 투쟁을 보고도 이나라 노동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본인의 심각한 노동감수성 결핍을 걱정해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자는 대통령의 주장에 공감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솔선수범하여 한국의 대통령을 시간제 일자리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대한민국의 다른 시간제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 갑의 마음에 안들면 언제라도 해고당할 수 있는 환경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도 본인의 주장처럼 '정규직 대통령'과의 차별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라'라는 지시를 내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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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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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9 10:15 신고

    재계의 주장처럼 노동시장이 더 유연화된다면 국내노동시장은 아예 녹아 내릴 듯~
    대통령께서는 공부 좀 제대로 하고나고 말씀 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첩도 좀 더 꼼꼼히 적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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