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는 없다? 깔끔하게 백기 들어야

 

몇일전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해프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에 문제가 생겼음이 확인됐다. 정부는 65세 이상 인구 모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제 공약을 대폭 수정해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지급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10달이 되지 않았다. 와전이다 오해다 같은 말로 넘어가기엔 '무조건 20만원'을 외치던 대통령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다. 너무 뻔한 거짓말에 당황스럽지만, 지난 일의 말바꾸기를 비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앞으로의 문제다. 이제 모두가 알고 있는 대안에 관해 이야기할 때다.

 

기초연금 공약 포기 논란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언했던 복지공약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고 있다. 복지재원 마련의 실패는 기초연금 뿐 아니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 무상보육 등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모든 복지공약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정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공약의 실패를 깨끗이 시인-사과하고 복지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증세로 공약을 실행할 것인가. 앞에 것은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이고, 뒤에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감세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복지국가의 혜택을 약속하면서도 증세는 않겠다며 마법 같은 '제3의 길'을 표방했다. 이 실험은 위험해 보였다. 증세의 불가피성을 읍소했던 문재인 후보와는 달리 박근혜 후보는 증세없이도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급조된 복지공약의 조악함은 차치하더라도, 지하경제 양성화와 탈세방지 같은 모호한 방안들로 막대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박 후보의 계획은 공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각 후보진영이 재원마련대책을 집요하게 추궁하자 박근혜 후보는 “해보고 안되면 그때가서 증세하면 된다”는 상식이하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전략은 비겁했지만 효과적이었다. 대중은 문재인-이정희 후보의 피곤한 증세 계획보다 깔끔하게 "증세는 없다"고 말하던 박근혜 후보의 한마디에 더 솔깃했다. 결국 박근혜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동기와 과정이 어찌됐든 약속했던 공약을 지켜야 하는 처지다.

 

<기초연금제 논란의 원인은 실패한 세법개정안에 있다>

지난 16일 3자회담 자리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은 "법인세를 높이면 세계적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안 된다"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임자와 전혀 다르지 않은 비지니스 프렌들리다. 여기에는 법인세율을 낮추면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어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깔려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2008년과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낮췄을 때도 그것과 같은 주장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 효과는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과표 2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은 13%에서 10%로, 과표 2억원 초과 기업의 세율은 25%에서 20%로 내려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율을 이렇게 낮출 경우 국내투자는 10조원,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6조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2003~2008년 평균 0.90이었던 10대 그룹의 투자성향지수는 2009~2012년 0.86으로 떨어졌고, 10대 그룹 고용유발계수는 2007년 1.17에서 지난해 0.78로 줄어들었다. 투자와 고용 모두 법인세 인하 이전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전임 정부의 법인세 인하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박근혜정부로 넘어왔다.

 

박근혜정부가 '공약가계부'에서 2017년까지 주요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예산은 총 79조 원이다. 정부는 이 예산을 직접적인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조정, 세출 구조조정 같은 것들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기획재정부는 전년 대비 올 상반기의 세수 부족이 약 10조원에 이른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올 1~5월 까지의 세수는 82조 1262억원으로 전년 동기(91조 1345억원)보다 약 9조원이 적었다. 감소분의 절반가량인 4조 3000억여원은 법인세인하로 인해 줄어든 몫이다. 법인세를 2008년 경제위기 이전 수준(25%)으로 복구한다면 연간 약 10조원의 재원이 충당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실현하는데 소모되는 비용이 연간 7조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이를 감당하고도 남는 액수다.  

 

결국 법인세 인하로 나타난 결과는 기대했던 투자증가-고용증대가 아닌, 소득재분배 악화에 따른 양극화 심화였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6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세수 부족분은 경제 활성화를 통해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전했다. 2008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법인세 인하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 호언장담의 결과가 지금 박근혜 정부가 겪고 있는 세수부족이다.   

 

<출처:오마이뉴스>

 

정부의 세수 부족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방안이 법인세인하와 각종 기업감면혜택의 축소·폐지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평균 23.6%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 비용을 합한 총 조세 비중은 29.8%로 OECD 회원국 평균(42.5%)에 비해 크게 낮다. (2011년 세계은행 자료)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비롯한 각종 세제감면제도로 인해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이 훨씬 낮은 까닭이다. 더욱이 전체 법인 가운데 매출액 상위 1%법인들이 전체 감면액수의 78.7%(2011년 기준)를 차치할 정도로 대기업에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추세"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별세계 이야기처럼 들린다. 돈을 가장 많이 버는 대기업이 가장 많은 세제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실은 조세정의에도 맞지 않는다. 대기업에 집중된 세액공제를 축소하고 법인세율을 2008년 이전 수준(25%)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경제의 대기업집중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금, 어디서 걷어야 할까?

 

지난달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중산층 세금폭탄론'이 퍼지면서 거대한 조세저항이 일어났다. 국민들이 개정안에 분노했던 이유는 재벌감세 정책을 그대로 둔 채 중산층에게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정부의 태도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초연금 파동도 실패한 세법개정안의 결과다. 만약 세법개정안에 재벌감세 철회(법인세 인상) 안이 포함됐더라면 기초연금 공약 실현에 필요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을 테고, 설사 재원이 부족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은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정부가 이제와서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대통령은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은 장미빛 공약만 제시했을 뿐 공약실현에 따르는 국민들의 부담은 은폐했다. 덕분에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높아졌지만 늘어난 부담을 감당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괴상한 구호가 만들어낸 촌극이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공약을 폐기할 것인지 부담을 늘릴 것인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혹독한 비난이 뒤따르겠지만, 이는 거짓 공약으로 표를 쉽게 얻으려 했던 혹세무민의 대가다.

 

조세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통령의 철학이다. 선거기간 경제민주화 프레임 속에서 다소 급진적인 복지공약을 들고 나왔지만, 정치인 박근혜를 상징하는 경제정책은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바로 ‘세’우자)'다. 경제민주화의 대척점에 있는 줄··세에서 맨 앞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감세다. 이번 법인세 인상 반대 발언은 대통령의 인식이 기존 줄푸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대통령이 줄푸세를 고집하는 한 복지국가건설은 요원하다.

 

박근혜정부가 정말 경제민주화를 시대적 당위라 믿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길은 하나 뿐이다. 과감한 재벌감세 철회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길이다. 재벌에게 벌을 내리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누려왔던 과도한 혜택을 그만 거두라는 뜻이다. 국내 매출 1위기업 삼성전자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1.9%에 불과하지만 창고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은 135조 이른다. 10대 기업의 유보금은 법인세를 대폭 낮추기 시작한 2008년 235조원에서 지난해 405조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정부의 곳간은 비어가는데 재벌들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데 대기업 소득만 증가하는 상황, 부족한 세수를 어디서 충당하는게 맞는 걸까? 패배가 분명하다면 백기를 빨리 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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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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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7 11:42 신고

    난재벌성장으로받은덕이하나도없다대출안되니월세를벗어날길이막막하다한달하루도못쉬고경조사못간지도10년이넘는다아주희망이없다전화가와도보고싶어도마음뿐이다이러다가몸이라도지탱해줘야할텐데걱정태산이다재벌은소외계층도생각해야한다적자생존만주장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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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좋아하는 남자 전동수 사장>

이남자의 솔직함을 어찌하오리까

 

지난 1월 브라질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길이 치솟자 클럽 사장은 손님들에게 돈을 받겠다며 입구를 막았고, 결국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손님 245명이 질식해 숨졌습니다. 10여년 전 동인천에서도 그와 똑같은 일이 벌어져 57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 이유는 클럽의 사장이 '나는 돈만 벌면 그만'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전동수 사장은 기자들에게 불산 누출 사고에 관한 질문을 받고 "몰라요. 나는 돈만 많이 벌면 되잖아"라고 답했습니다. 이남자가 14년 전 화재가 났던 동인천 라이브호프의 사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지난 1월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불산 희석액이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4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삼성 측은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며 유가족 앞에 나타나지 않고 현장을 취재진에게 철저히 통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권오현 부회장이 재발방지약속이 포함된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도 넘은 뒤였습니다. 지난 2일 이곳에서 일하던 또 다른 협력사 직원 3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사건이 아직 조사중이지만 지난번 사고가 일어난 장소와 동일한 곳에서 비슷한 작업을 수행하다 벌어진 사고인 만큼 삼성측이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자신이 관리하던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고 다친 와중에도 ‘난 돈만 벌면 그만’이라 말하는 사장님의 패기가 모골을 송연하게 합니다. 수천 직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이남자의 솔직한 발언은 남양유업 말단사원의 막말보다 수십배는 서늘하게 들립니다.

 

프로이트는 '말실수는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무의식중에 새어 나온 말일 겁니다. 저런 비상식적인 말을 의식적으로 하는 바보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해가 쉽습니다. 의식적인 말이라면 말의 배경이나 의도를 생각해야겠지만,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내면의 소리는 액면 그대로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남자는 정말, 진심으로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저남자의 말을 듣고 분개하였으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과연 그랬을지는 의문입니다. 저 남자가 근무하는 모 기업의 ‘역사’를 생각하면 저런 발언이 나온 배경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사건이나 삼성X파일 사건, 노조분쇄공작 사건 등과 비교하면 아주 ‘경미한’축에 속합니다. 그런 일들이 터졌을때 삼성이란 기업이 어떻게 대응했었는가를 떠올려 보면 저런 뻔뻔함이 일종의 ‘기업문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국가가 도덕적 경영 강제해야

 

물론 모든 기업가들이 저런 멘탈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모럴 헤저드', '기업가정신의 망각' 같은 규탄이 쏟아져 나오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특별한 도덕을 가진 사람들도, 특별한 도덕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아닙니다. 자본가 중에는 누구든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도 있으며, 남양유업의 홍원식도 있습니다. 모든 자본가들이 선하길 바라는 것은 마치 소개팅 상대가 매번 조인성, 김태희 이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낭만적입니다. 

 

기업과 개인의 차원에서 부도덕한 기업인, 기업을 규탄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간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훈계와 질책만으로 자본가에게 도덕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자본가의 선의를 믿을 수 없다면, 그들이 '이윤의 명령'을 받아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인 견제가 필요합니다.  

   

4월 임시국회가 끝났지만 국회를 요란하게 달궜던 경제민주화관련 법안들은 결국 아무것도 처리되지 못한 채 6월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이번에 논의됐던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인 가맹사업법(프랜차이즈법)과 공정거래법(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개정안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딛혀 제동이 걸렸습니다. 여당의 미온적 태도와 경제단체들의 적극적인 로비로 볼 때 이법안들이 6월이 아니라 박근혜정부 임기내에 통과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의된 법안들은 본사가 대리점에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규제들이 담긴 법안들입니다. '갑'에게 도덕적 경영을 강제하는 법안인 것이죠. 이것을 반대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5단체의 속내는 ‘나는 돈만 벌면 돼’라는 전동수 사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기업인들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단체들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도덕수준은 곧 대한민국 기업인들의 평균입니다. 기업인들의 도덕수준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가 그것을 강제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줍니다.   

 

'나는 돈만 벌면 돼'라고 생각하는 기업인은 언제, 어디에든 존재합니다. 다만 전동수 사장처럼 솔직하지 않을 뿐이죠. 경제민주화법안 같은 온건한 개혁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도덕없는 '승냥이'들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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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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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9 10:17 신고

    돈이 중심이고 돈이 제일인 세상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돈만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만드는 비극이 넘쳐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사회적강제와 통제가 엄격해야 이런비극적 단상을 제어할 수있겠죠
    글 공감하며 잘읽고 갑니다~

  2. 2013.05.10 06:35 신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뭔가 슬퍼보이고 자살할 만큼 상황이 나빠보이고 고민에 가득차 보여도
    그리고 그런 사람이 고민을 말해도 "난 내 할일만 하면 돼"하고 냉정하게 말하고 잘라 버리는 게 합리적이고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사람들의 의식이고 일상적인 모습입니다.타인의 고통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과 배려없는 태도. 경제적인 면이나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이상 나와 무관한 무고한 타인에게 배려나 동정을 보여줄 필요도 없고 고통을 같이 나누고 치유해 줄 필요가없다고 생각하고 " 이건 시간낭비이고 나에게 아무런 득도 안되면서 나에게 인간적인 도움이나 배려를 기대하는 당신이 나쁜거고 나한테 피해주는 거지"당당하게 양심에 아무꺼리낌없이 말하는 사람들. 재벌이나 큰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합니다."나는 내 할일만 하면 돼.( 나는 돈만 벌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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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게 인격을 가르쳐라'

 

라면상무라는, 한 철없는 분노남의 행동으로 촉발된 갑을논쟁은 몇 가지 사건을 거치면서 시민들 사이에 강한 평등의식을 폭발시켰습니다. 요 몇일 대부분의 온라인 게시판과 SNS의 타임라인은 갑의 횡포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갑의 전횡과 을의 분노는 늘 우리사회 곳곳에 상존해 있던 것이었고, 이것을 수면위로 끌어낸 것은 SNS라는 신종 매체입니다. 남양유업 막말사건이 발생했던 3년 전에 녹취파일이 공개됐다면 이 사건은 조용히 수면아래로 묻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SNS이용자수는 2070만 명에 달하며, 이것은 2009년 말 100만 명 남짓이던 것에 비하면 3년도 안돼 20배 가까이 성장한 숫자입니다. SNS는 갑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그들의 횡포를 성토할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온라인공간과 유사한 성격을 갖지만, 전파력은 인터넷에 비해 훨씬 즉각적이고 폭발적입니다.

SNS를 타고 시작된 갑을논쟁은 부도덕한 갑의 각성을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분명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SNS를 통해 표출되는 분노가 사회의 근본적,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돌출적이고 가십적인 이슈에 더 잘 반응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루아침에 26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쌍용차사태보다, 한명의 승무원이 모욕당한 일로 발생한 분노의 크기가 훨씬 큽니다. 이것들 간의 단순비교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갑을관계에 '공평'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불공평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라면상무나 빵집회장, 남양유업사건과 같은 사례들은 이성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합니다. 흥분된 말초신경은 이성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런식으로 표출된 분노의 대부분은 미시적이고 지엽적인 차원에 머뭅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걸음 나아가 갑의 횡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음을 지적하기도 하고, 악습처럼 이어져온 불공정거래를 감시해야한다며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나타난 갑을논쟁의 핵심은 '자본에게 인격을 가르쳐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자본에게 인격을 가르친다면 갑과 을은 평등해질 수 있을까?

 

갑이 갖는 '우월적 지위'는 두 가지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김호기 교수가 지적한 ‘봉건적 인식의 잔존’이며, 다른 하나는 자본 그 자체가 갖는 '태생적 우월함'입니다. 단순히 첫 번째 차원의 문제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갑을논쟁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차원의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몇일 전 1억 원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어린이주식부자가 118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이 분노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부에 무거운 증여세부과를 요구하는 것 정도입니다. 만약 정부가 무거운 증여세를 매겨 118명의 어린이주식부자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사람들의 공분은 완전히 사라질까요?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은 채용 2년이 지나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에게 '무한 자율해고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의하면 '갑'은 얼마든지 웃으면서 '을'을 해고할 수 있습니다. 본사-대리점관계나 원청업체-하청업체의 관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린이주식부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갑의 지위를 얻지만, 그런 물림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을의 지위에서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이 시대의 '순리'입니다. '고용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이상 '해고권'역시 그들에게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불평등은 셀 수도 없습니다. 이렇듯 갑을관계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역사와 같으며, 따라서 ‘원래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불평등한 갑을관계는 단순히 태도나 준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갑이 불공정한(불법적인) 언행을 하지 않는다해도 을의 생사여탈권은 여전히 갑에게 있으며, 갑이 인격을 배운다 해도 그것이 갑을관계의 평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불평등의 근원을 따지고 올라가다보면 결국 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장벽에 봉착하게 되는데, 불매운동과 같은 소비자운동은 그 무력감과 좌절감을 잊게 하는 일종의 타협점인 셈입니다.

 

소비자운동의 한계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가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아야 한다면, 삼성이나 조선일보는 벌써 먼지가 되었어야 합니다. 만약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고, 타격을 받지 않는다면 효율성에 의문이 생깁니다.

 

불매운동의 선의를 존중하지만, 그것이 갑을관계를 개선하는 훌륭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김정은이 핵위협을 한다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미사일을 퍼부을수는 없는 일입니다. 직접적인 피해를 누가 입게 될지가 고려되지 않은 불매운동은 선의만으로 칭찬받을 수 없습니다.

 

'자본의 비인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르크스 같은 학자는 무산혁명을 주장했고, 한국의 트위터리안들은 불매운동을 주장합니다. 각자 처방은 다르지만 자본의 비인격이라는 진단은 같습니다. 전자의 처방은 너무 깊고, 후자는 너무 얕습니다. 그 중간쯤 되는 무언가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없습니다.

 

굳이 글 제목에 답을 하자면 '갑과 을은 완전히 평등해질 수 없다'입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불평등이라면 을이 그것을 최대한 덜 느끼게 할 제도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어제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비단 이 업체(남양유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갑을문화의 어두운 자화상, 대기업 횡포 근절과 올바른 갑을관계 정립의 출발은 경제민주화가 답"이라고 논평했습니다. 갑을논쟁에서 드러난 문제를 제도의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소 뒷걸음에 쥐잡기식이긴 하지만, 필자는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이 이런 방식으로 '활용'되는 것에 찬성합니다. 모호하기만 했던 '경제민주화'가 갑을논쟁을 만나자 비로소 개념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윤 대변인의 말을 받아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정의하자면, '을이 불평등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배려'정도가 됩니다. 2013년 봄 갑작스럽게 등장한 갑을논쟁이 경제민주화의 좋은 방향타가 된다면 훗날 라면상무와 남양유업 영업사원에게 표창장을 줘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련글 - 권은희 과장의 분노와 라면상무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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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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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8 14:25

    비밀댓글입니다

  2. 2013.05.08 14:47 신고

    우리나라 사회구조상 절대 평등해질 수 없습니다. 평등해지려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새로운 나라로 다시 건국을 해야 가능할 듯합니다.

  3. 2013.05.08 15:16 신고

    자본의 논리는 이익이 선입니다.
    이익이 도덕이나 윤리보다 앞서지요. 함께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4. 2013.05.08 15:51 신고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경제민주화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실현되더라도 갑을 관계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절망적인가요?

  5. 2013.05.08 16:31 신고

    이론적으로 자본주의는 평등한 계약관계입니다. 갑과 을은 계약의 양쪽 당사자고, 동등한 지위에 서 있죠. 지극히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도 원래는 이런 일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 그게 잘 안되죠. 자본주의자가 보기에는 부패와 같은 이상상황인거고, 반자본주의자가 보면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라고 할텐데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6. 2013.05.08 17:02 신고

    을이 불평등을 덜 느끼게하는 배려라는 말이
    경제민주화보다 더 가깝게 다가오네요
    글 공감하며 잘 읽고 갑니다~

  7. 2013.05.08 22:36 신고

    논점이 비교적 공정하고 읽기에도 좋습니다. 야만적 갑의 횡포에 을들의 감정적 대응은 근본 대책은 아니죠

  8. 평등은 마음 씀씀.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2013.05.09 01:45 신고

    갑과 을이라. 재밌어요. 한바퀴면 뒤바뀔 이것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어서.

  9. 2013.05.09 02:22 신고

    좋은 글들이 많네요. 자주 와야 겠습니다. ^^

  10. 2013.05.09 07:30 신고

    글 잘 읽었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를 자본주의 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풀어내고 있네요. 자본가들이 본질적으로 가지는 도덕적 결여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본의 원리는 도덕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니까요. 때문에 자본주의를 경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본가들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익을 위해서 어떤식으로든 그들 입장만을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갑과 을 대등해야 할 계약 당사자들이 불평등한 관계로 변질된 것이 그런거죠. 수많은 갑과 을의 관계는 결국 갑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을에게 전가시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본가들은 효율성의 논리로 이 부분에 대해 외면하지만 이는 을의 입장에서는 결코 효율적이지 않은 상황이죠. 본질적으로 상생의 논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옳다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자본가들이 그들의 언론과 권력 등을 이용해 승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는 그 근본적인 모순 때문에 한계에 부닥칠 것입니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재를 만들어나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11. 2013.05.09 14:15 신고

    음... 갑과을이 말그대로 평등할 필요가 있을까요....인권무시,폭력,반말, 사기, 대놓고 표현하는 힘의 논리등 이번사태를 잘 살펴보면 최소한의 자존심은 살려주자에 대한 SNS의 표현인것 같습니다. 진화때부터 겪어왔던 경쟁과 양육강식의 논리를 현재 뒤바꾸는건 참어렵겠지요.. 사람들이 빵을 위해서만 사는게 아니고, 못먹어도 즐겁게 살면 될텐데... 그 남과 비교하는게 뭐라고, 수치 중독자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니 원..

  12. 2013.05.10 05:05 신고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병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나이, 손님과 종업원,선배와 후배 거기에 학벌,연봉 등등..
    애초에 힘이 센 자가 약자를 업신여기는 천민근성이 자본주의와 합쳐진 것이겠죠
    몇명 처벌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을거고. 수직적 사회인 한국은 그래서 현재로선 개선의 여지는 아마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3. 2013.06.26 05:27 신고

    갑을 논쟁에 대한 글을 찾던 중에 정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나중에 한 번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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