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게 '민생'일까?

 

바야흐로 '민생'열풍이다. 대통령도 총리도 여당도 야당도 모두 민생을 살리겠다 아우성이다.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은 언제나 민생타령으로 끝을 맺는다. 이상한 건 나라의 모든 정치세력들이 이토록 민생을 갈망함에도 국민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저들이 말하는 '민생' 안에 담겨 있다.

 

본디 민생(民生)이란 말 그대로 국민의 삶을 말한다. 고로 민생을 강조하는 건 정치인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저들이 말하는 '민생'이 내가 아는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왜 다른지 생각해보자. 정치권에서 '민생'이란 말이 사용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1. 철학의 빈곤을 메우는 대체제

 

유독 '민생'이란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의 면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철학의 빈곤'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정치철학이 빈곤한 정치인은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심오한 쟁점·정책에 대한 접근능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그들은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차원적인 이슈에 매달리게 된다. 마치 신입사원이 책상정리에 매달리는 것이나 갓 전입온 신병이 걸레에 집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슷한 말로 ‘실용주의’라는 것도 있다. 이런 증상은 기업인 출신이나 의사, 연예인, 군인 등 전문직 출신 정치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2천년대 이후 대표적인 예로는 이명박, 문국현, 안철수 등이 있다. 이들은 정치를 민생과 동떨어진 영역으로 인식하여 쉽게 정치혐오에 빠지며, 자신의 무지를 '청정'이라 착각한다. 그들이 스스로를 '깨끗한 대안'이라고 믿는 이유다.

 

2. 정치적 출구전략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 만난 3자회담 자리에서 "정쟁을 그만두고 민생을 돌보자"고 제안했다. 어제는 총리가 나타나 그것과 거의 똑같은 내용의 담화를 읽었다. 대통령과 총리가 '정쟁'이라 표현한 것은 물론 국정원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다. 청와대와 함께 국정원사건의 수세에 몰려있는 새누리당도 틈만 나면 야당에게 "이제는 민생을 돌보자"고 제안한다. 궁지에 몰린 정치세력에게 더없이 좋은 환기제다. '민생'을 오용하는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9월 말부터 '민주, 민생 살리기 투어'라는 괴상한 이름의 공식행사를 갖고 있다. "민주와 민생 모두 중요하다"는 말은 김한길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 둘이 같다는 뜻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서 다른 두 가지를 모두 잡겠다는 뜻이다. 장외투쟁의 성과없음을 '민생'이라는 환기제로 가리려 한다는 점에서도 새누리당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우리는 정치와 민생이 다르지 않다는 말을, 적어도 그것들이 매우 밀접하다는 당연한 말을 정치권에서 들을 수 없다. 

 

3. 중재자의 도구

 

김한길, 안철수, 손학규, 이재오 '민생'이란 말을 매우 즐겨쓰는 현역 정치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속한 집단 내에서 상대적 중도-중립자의 노선을 표방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중도라는 노선은 별다른 노력없이도 쉽게 '중재자'의 지위를 누린다. 중립자의 권위를 즐기는 이들 정치인들은 정치권의 치열한 대척점에서 '민생'을 중재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존재감을 드러낸다. 절대로 쟁점 깊숙한 곳까지 발을 담그지 않는 그들은 양측이 적당히 치고 받아 내상을 입었을때 "이제는 민생을 챙기자"며 밉상을 떤다. 이 전략은 종종 위 1번과 결합하여 큰 효과를 발휘한다.   

 

민주와 민생의 경계는 무엇인가?

 

한국정치사에서 '민생정치'로 가장 큰 이득을 누렸던 정치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MB는 2007년 대선기간 내내 "나는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며 노골적인 비정치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철학없음을 '민생'이란 말로 포장했고, 극우정당의 후보임에도 '민생'이란 말로 무색무취함을 강조하면서 중도표심을 움직였다. 여기에 더해진 '경제살리기'라는 지극히 '민생지향적'인 구호는 그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는데 큰 몫을 했다. 민생이란 말에 대한 나의 트라우마는 상당부분 MB에게서 비롯됐던 것 같다.  

 

정치와 민생, 정말 제로섬 게임인가? 

 

종합해보면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민생'이란 말은 '비정치'의 다른 말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왜곡된 '민생'을 듣는 순간 복잡한 정치논리 밖에 있는(그렇게 느껴지는) 팍팍한 삶을 떠올린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정치와 민생이 유리되는 것이다. 정치권의 '민생' 오용은 국민들도 그것들의 구분지음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민생이 파탄났는데 정치권은 싸움만 한다'는 한탄은 저자거리의 흔한 넋두리다. 이런 인식은 무차별적인 정치혐오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정치발전의 큰 장애물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런 태도가 민주주의를 민생의 대척점에 세운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하는데 민주주의는 정말 죽어서 문제인가, 아니면 과잉이라서 문제인가. 지금 정말로 살려내야 할 것은 거품 낀 민주주의인가, 주저앉는 경제와 민생인가"

 

일베에서 퍼온 글이 아니다. 놀랍게도 한국의 3대 일간지중 하나인 동아일보에 실린 어제자 사설의 일부이다. 저 무시무시한 주장의 전제는 이렇다.  

 

1)정치와 민생은 반비례한다

 

2)정치인들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항상 정치와 민생 중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와 분리된 민생'이라는 신화를 뒷바침하는 논리다. 위 사설은 이런 조악한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정치와 민생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는 순간 '민생'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정치의 대척점에 서게 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 민주주의는 유보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과잉'같은 파시스트의 언어가 통용되는 근거다.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질수록 이 광기어린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다. '정쟁을 그만두고 민생을 챙기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이나 '민주와 민생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민주당의 다짐이나 저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민생과 정치는 결코 갈등하지 않는다. 정치와 분리된 민생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정치가 민생의 하위개념도 아니다. 새누리당은 민주주의를 망쳐놓고 민생을 살리자고 할게 아니라, 민주당은 민생과 민주를 모두 잡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그것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말해야 한다. ‘민생’을 '민주주의의 반대'로 해석하는 정치인이야말로 민생의 적이며,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상 대중은 민생이란 이름의 기만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치인들의 '민생장사'를 경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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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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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30 08:53 신고

    말의 성찬입니다.
    정작 꼭 있어야 할 민생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2. 2013.10.30 09:18 신고

    민생과 민주를 따로 분리해서 이야기하는게..영 불편했어요
    그어디 하위개념도 아닌데..말이죠.. 글 너무 시원하게 잘 읽고 갑니다~

  3. 2013.10.30 15:30 신고

    ㅎㅎ... 정말 글 잘쓰시네요. ^^
    다람쥐주인님 글 볼때마다 탄복하게 됩니다. ^^

  4. 2013.10.31 11:03 신고

    제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정확한 문장과 논리로 풀어주셔서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서화숙 기자의 3분칼럼처럼 팟캐스트로 만드셔도 좋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5. 2013.10.31 11:04 신고

    제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정확한 문장과 논리로 풀어주셔서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서화숙 기자의 3분칼럼처럼 팟캐스트로 만드셔도 좋을 듯 합니다.

  6. 2013.10.31 13:30 신고

    또 모르던걸 깨닫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진보당 이석기 의원>

 

-이 글은 녹취록공개와 이석기 의원의 기자회견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후 밝혀진 사실관계에 따라 제 입장에도 달라진 부분이 있음을 밝힙니다.  

 

발빠른 거리두기 

 

촛불집회 연단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등장했다. 장내에는 “와~”보다는 “우~”에 가까운 함성이 들렸다. 그의 연설이 끝나고 이번엔 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연단에 올랐다. “와아~~” 조금전 김한길 의원이 소개됐을 때보다 10배, 그 이상의 함성이었다. 다른날 민주당 모 의원과 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올라왔을 때도 함성의 '비율'은 그것과 비슷했다. 한번이라도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두 정당을 대하는 시민들의 온도의 차이를 체감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의원 100여명의 '대군'을 이끌고 광장으로 진군했지만 그곳의 주인공은 자신들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부당한 대우'에 제1야당은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촛불민심이 민주당보다 진보당에 가깝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고, 민주당의 어정쩡한 행보에 민심이 실망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동치는 거리의 민심은 정치상황에 따라 언제고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이 온도의 차이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다. 광장의 주인이 되지 못했던 것에 빈정이 상했던 걸까? 어제 국정원이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깜짝 놀랐다.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사실이라면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하다. 다만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사건이고 국기문란 사건의 당사자로 지탄받고 있는 국정원이 수사주체가 돼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

 

민주당은 당장에 참석키로 예정돼있던 30일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진보당이 주최하는 행사라는 것이 취소의 이유다. 다음날 서울역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는 예정대로 참석하기로 결정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모든 정당 연설 순서를 없애고 진보당 사건과 관련한 피켓이 등장하지 않도록 주최 측에 요청하는 등 진보당과의 적극적인 거리두기에 나섰다. 압수수색을 당한건 진보당인데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건 민주당이다. 언제부터인가 종북에 '종'자만 꺼내도 놀란 토끼눈을 뜨는 민주당이다. 저들은 뭘 잘못한 걸까?

 

진실이냐 공작이냐

 

국정원이 칼을 빼든 지금 우리는 두 가지 가정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진실인가 공작인가' 때로는 이런 혼란이 사람(집단)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입장에서 진실과 공작, 둘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이성과 가치관이 보인다. 어제 청와대와 민주당의 논평 요약이다.

 

청와대 "사실이라면 경악"

민주당 "사실이라면 충격" 

 

어째 말 본새가 비슷하다. 민주당의 논평은 내일 아침 조중동에 실릴 머릿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논평에서 읽혀지는 공통점은 '진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공히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국정원의 '공작'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나 "국기문란 사건"같은 공격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노림수에 정확히 호응했거나 그 이상의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것이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합리적 중론이다. '내란예비음모죄', '변장도주', '전신전화국 폭파지시' 하루 사이 무성영화시대에나 쓰였을 법한 말들이 지면을 뒤덮었다. 저런 민망한 단어들을 담담하게 내뱉어대는 앵커의 모습에서 아찔함을 느낀다. 이정도 요란이라면 이석기 의원의 집 지하실에서 탱크 몇 대라도 발견해야 본전이다. 일반인의 상식은 말할 것도 없고 주체사상의 대부였던 김영환 씨의 눈에도 "이건 말이 안돼는 얘기"란다. 이석기 의원이 변장을 한 채 도주했다는 둥 진보당 현역의원들이 괴단체에 소속된 지하조직원이라는 둥 블록버스터급 괴담이 퍼져나간다. 이런 황당무계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인지사고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한다.    

 

이번 국정원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단지 시기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정보기관의 용공조작의 흔적을 찾기 위해 조봉암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 불과 일주일 전 '화교남매 간첩 조작사건'이 국정원의 치졸한 용공조작이었음이 법정에서 밝혀졌다. 청문회장에 나와 "종북세력에게 댓글좀 달게 해달라"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그의 주장을 옹호하던 새누리당의 모습도 생생히 기억한다. 권력의 중심부 곳곳에서 발견되는 매카시즘은 이나라의 비참한 현실이다. 여러가지 정치적 환경이나 정국의 흐름으로 볼때 이석기-진보당 사건 역시 그런 성격의 것일지 모른다는 추론은 합리적 의심이다. 검찰이 아무런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고 당사자들이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수사결과 혐의가 입증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저 말을 어떻게 주워담을 작정인가?

 

진보당의 혐의를 감싸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국정원의 '합법적인'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민주당은 이시점에서 굳이 불필요한 가정법으로 광장의 파트너를 곤란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 "국기문란 사건"같은 공격적인 언사를 사용한 것은 진보당과의 거리두기를 위한 다분히 의도된 표현이다. 비겁하며 현명하지도 못하다. 거리에서 국정원의 '비정상성'과 싸우고 있는 민주당이 그들의 비상식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 쓴다. 이게 정상인가?

 

<지난주 무죄로 판결난 화교남매 간첩 조작사건>

 

종북몰이에 대처하는 방법

 

민주당의 발빠른 거리두기가 국정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장외투쟁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촛불의 향배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의 능력이다. '종북세력이 실제하는가?' 혹은 '그것이 실존하는 위협인가?'라는 의문과는 별개로 '부당한 종북몰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민주당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것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반대하거나

2) 회피하거나

3) 동참하거나.

 

민주당이 택한 '거리두기'는 2번과 3번에 모두 해당된다.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수다. 셈에 능한 정치공학자들은 민주당의 거리두기를 현명한 선택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지지율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북프레임 공격에 동조한 결과는 반드시 민주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공공연하게 민주당 의원들에게까지 종북의혹을 제기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대선후보 TV토론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전교조와의 '특별한 관계'를 집요하게 추궁하며 민주당을 통째로 종북프레임에 가두려 했다. 문재인 후보는 꽤나 영민하게 대처했지만 사실관계나 의혹의 비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의혹제기 자체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야했다. 종북프레임은 거리두기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의 "우린 그런 애들하고 안친해요"전략이 한심한 이유다.

 

민주당의 이중잣대

 

민주당은 그동안 새누리당의 종북공세에 대해 이중적인 전략을 취해왔다. 자당의원에 대한 종북공세에 대해서는 "낡은 매카시즘"이라며 반발하면서도, 진보정당들에 대한 종북공세에 대해서는 유보적이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보여온 것은 진보정당들을 야권의 '곁가지'쯤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주당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제 야권지지자들이 민주당 이외의 대안에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의 인식은 야권에 민주당 이외의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던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지난 대선은 더이상 거대 야당 혼자의 힘만으론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이제 민주당은 야권의 합리적 분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은 국정원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종북놀음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충격" 따위의 격한 반응을 쏟아내기 전에, 국정원의 의심스러운 행보를 견제하는 것이 제1야당으로서의 이성적 태도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지금 공상과학소설같은 국정원의 주장을 받아 광장의 파트너를 멀리하려는 것은 바보같다. 이것은 '종북세력과 손을 잡아라'가 아닌 '정략적인 종북몰이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주문이다.   

 

저들을 색깔론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민주당의 존재다. 약팍한 종북몰이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제1야당이 있는데 집권세력이 색깔론의 유혹을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민주당은 다른 정치세력을 향한 색깔론을 방치하거나 동조한다면 그 칼날이 고스란히 자신들을 향해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집권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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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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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30 08:25 신고

    민주당의 기회주의적인 속성... 찬두번이라야 말하지요.
    상식이하의 짓을 하는 국정원과 선긋기하는 민주당.. 참 꼴볼견입니다.

  2. 2013.08.30 10:25 신고

    민주당이 우리나라 절반의 야성향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일례일 뿐입니다.
    그동안의 기대가 너무 컸나 봐요.

  3. 2013.08.30 22:32 신고

    한 마디의 말을 뒤집는데는 열마디 아니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만큼 정치에 있어서 말 한디가 든든한 공격성 방어가 되어 주느냐 방어에 급급한 방어용이 되느냐의 방향을 결정해 준다. 새누리당은 항상 쪼개기 전법을 쓴다.전형적인 살라미 게릴라 전술이다. 이에 거대 사기꾼 여당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또한 이 전법을 쓰면서 다른 야권과 분열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국정원의 쓰리쿠션 치기식 전법에 놀아나서는 더더욱 안된다. 민주당은 어정쩡한 자리를 찿는데 신경쓰지말고 , 차라리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끈기있는 공격을 해라.
    국정은 2수구를 먼저쳤지만 1수구가 지례 겁먹은 모양새다.

  4. 2013.08.31 00:47 신고

    민주당은 이석기하고 선을 그어야됩니다 일단 진보당이 당당하면 영장청구되기전에 당당하게 나가서 밝히면되는겁니다 오히려 이번기회에 다신 종북소리 못하게 쇠못박을수있는기회구여 민주당이 이석기편들고 합세하면 오히려 역풍붑니다 민주당은 철저하게 선긋는게 맞습니다

  5. 2013.09.03 11:24 신고

    괜히 꿋꿋이 나갔다가는 '민주당도 종북' 이라고 국정원이 내란죄 적용할까봐 겁먹은 거죠....
    김대중씨나 노무현씨가 돌아가신 것이 안타깝군요.. 지하에서 통곡을 하고 계시겠죠.....
    민주화를 이루었는데 유신으로 회귀하여 내란죄가 적용되고 야당인 민주당은 꼬리내리고...
    잘 나가는 한국이네요... ㅎㅎㅎ ㅉㅉㅉ

  6. 2013.09.05 09:54 신고

    출장이나 휴가 중이신가요? 최근 글이 없으셔서...

새누리당 : 대선불복인가?

1) 그렇다. 하야하라.


2) 진상규명이 먼저다.

 

3) 그건 아니다.

1)번은 호기로운 열정가의 답, 2)번은 합리적 지성인의 답, 3번)은 겁먹은 멍청이의 답이다. 민주당의 불행은 여기서 시작됐다.  

 

<수차례 "대선불복은 아니다"라고 밝힌 민주당 김한길 대표>

 

한편의 코메디같았던 국정조사는 끝이 났지만 여야의 대치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어제 국정조사 특위 야당 소속 위원들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청와대의 제지로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했지만 새누리당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새누리당은 이 서한의 내용에 즉각 발끈하며 역공에 나섰다. 공개서한 중 문제가 된 부분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은 바로 공정한 선거에 있다. 3.15 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이 서한에 대해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비유하는 것은 국민들의 수준을 60년대 수준으로 보는 것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자 국민들을 모독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을 열고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 선택을 왜곡하고 현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사과 등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의도된 '발끈'

 

국정원게이트의 꼬리가 밟힌 뒤 지난 8개월간 국내외 수많은 언론들이 국정원게이트를 워터게이트에 비유해왔다. 그것들에 대해 잠자코 있던 새누리당이 3.15부정선거 언급에 갑자기 발끈한 까닭은 무엇일까?

 

새누리당이 야권의 장외투쟁에 대한 필승카드로 여기고 있는 것이 이른바 '대선불복 프레임'이다. 새누리당은 장외투쟁 초기부터 이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이번처럼 작심하고 꺼내들기는 처음이다. 때를 기다린 것이다. 새누리당이 노렸던 '타이밍'은 문재인 의원의 장외투쟁 참가였다. 하지만 이것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론은 계속 악화되기만 했다. 때마침 민주당이 강경한 발언으로 빌미를 제공하자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이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문제삼은 어제 서한은 그저 촉발원인이자 구실일 뿐이다. 

 

국민들이 정치권의 이런 정략적인 몸놀림까지 알 필요는 없다. 국민들이 진짜 알아야 할 것은 이것이 '누구에게 유불리한가'가 아닌, '무엇이 옳고 그른가'이다. 

 

새누리당의 "대선불복인가?"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 난센스다. 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 공정했는가?"

 

이것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승복 or 불복을 논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이는 온건-과격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리분별에 관한 이야기다. 합리적 선후관계를 따지는 것에 여-야, 진보-보수, 온건-과격 따위의 정치적 성향을 갖다 붙이는 건 어리석은 태도다. 

 

<결과승복의 조건은 '공정선거'다>

 

의혹 해소되지 못한 상태의 불복 논쟁 의미없어

 

검경의 수사결과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밝혀진 이상 대선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결과를 뒤집기에 충분한가'라는 물음에는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 사건의 전모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를 바로잡는 것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이 있다.  

 

1) 과정이 불공정했음으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시각

 

2) 선거부정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시각

 

나는 1)번 시각에도 동의하지만 반대입장 역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고지순한 원칙만을 따져 결과를 뒤엎을 만큼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1)번 만으로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불공정'(최고권력자-후보캠프의 개입사실)이 드러나야 한다. 2)번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관계가 입증된다면 여기에는 반박할 명분이 없다. 

 

분명한 것은 둘 중 어떤 것이라도 관철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작성한 댓글 수가 몇 개인지, 공작에 몇 명이 참여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들이 있다. 국정원사건 진상규명의 핵심은 전임 대통령의 지시 여부, 박근혜 후보 측의 사전 교감 여부 같은 것들이다. 국정원장이 단독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아니다. 대표적인 'MB맨' 원세훈 원장이 매주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장기나 두다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합리적 의심을 해소하지 않고 승복-불복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것들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 장장 6개월간 이루어진 검경의 수사과정에서는 온갖 외압과 은폐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진했던 국정조사는 한편의 코메디로 마무리됐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원세훈 원장의 구속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던 말도 안되는 수사가 끝났을 뿐이다. 결국 검경의 수사와 국정조사는 사건의 핵심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국정원과 전정권, 현정권의 책임범위가 서로 어디까지인지도 파악되지 못한 상태에서 승복-불복을 논하는건 가당치도 않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공허한 불복타령이 아닌,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다. 그 수단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거리투쟁이든 목표는 다르지 않아야 한다. 

 

<이런 한심한 논쟁에 참여말아야. 출처: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대선불복’이란 표현은 이미 지난 선거가 공정했음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불복인가?"라는 질문을 정확히 풀이하면 이렇게 된다.

 

"(과정이 공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결과에 불복할텐가?"

 

민주당은 수차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아니고...(어쩌고 저쩌고)"

 

"대선불복인가"라는 질문은 '승복' or '불복'의 양자택일을 유도하는 객관식 질문이다. 민주당은 최악의 오답을 선택하며 스스로 저들의 프레임에 갖혀버렸다. 우문우답(愚問愚答)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니 반복되는 공세에 휘청거리는 것이 당연하다.

 

민주당은 이 간단한 답을 말하지 못해 곤경에 빠졌다. 상대가 잘못된 전제로 질문을 해 올 때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정답이다.

 

"질문이 틀렸다"

 

 

관련글 - 장외투쟁, '국정원 개혁'이라는 함정

관련글 - "부정선거 사과하라" 지금 연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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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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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3 17:36 신고

    새누리당이 태산으로 보이는 민주당.
    그러고도 정권을 쥐어보겠다고 안간힘쓰는 꼴이란....
    국정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이 선거 피해자.
    이런 무능하고 한심한 정당.
    새누리당이 눈을 부릅뜨면 무서워서 쩔쩔매는 꼴이란...쯪쯪

  2. 2013.09.03 11:43 신고

    공감하는 내용이네요.. 또...................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데 요즘은 인터넷기사를 못보겠어요..
    댓글에 무조건 종북.빨갱이,홍어 그런 말이 너무 지나치게 쓰이고.
    빨갱이가 무엇인가요? 북한을 불쌍히 여긴 사람? 박근혜를 싫어하는 사람?
    유신을 증오하는 사람? 경상도사람이 아닌 사람? 모르겠네요.

  3. 2013.11.15 13:23 신고

    이렇게 정치 블로그를 하시는 분이 정치;가 무언지는 역시 민주당의원들 보다 모르시며 훈수두시는듯 합니다.
    역사 이래 지금도 세계 어디에서도 '대선불복이다'하고 싸우다 깨지면 당연하다고 바보되고 끝인것이 정치!

 

 

"사과하라"

 

낭만적인 신사의 언어다. 세상 모든 일이 사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 "사과하라"는 말 뒤에는 공통적으로 생략된 말이 있다.

 

"사과하라" (그리하면 용서하겠다)

 

사과는 용서의 전제조건이다. 사과를 요구한다는 것은 내가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다. <사과-용서>라는 '신사협정'이 맺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용서의 준비'이며, 다른 하나는 '용서의 자격'이다. 사과받는 쪽이 용서할 준비가 돼있지 못하다거나, 용서의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면 협정은 성립되지 못한다.     

 

지난 주말 거리에 나선 민주당이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첫 집회를 가졌다. 그런데, 그들의 집회에서는 이상한 구호가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부정선거에 대해) 사과하라"

 

대통령을 향한 사과요구는 민주당이 야심차게 준비한 '남해박사'(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라)라는 구호에도 담겨있다.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야당의 통큰 용서, 그리고 이어지는 뜨거운 화해, 뭐 이런 아름다운 드라마라도 꿈꾸는걸까?

 

아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사과요구는 늘 그래왔듯 관성에 의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일반적인 정치상황이라면 대통령에 대한 사과요구로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단단히 틀렸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대통령의 사과로 해결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넘어선 사건이다. 세상에 부정선거를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야당이 어디에 있나? 이쯤되면 온건함을 넘어 멍청함이다. 이럴땐 남미나 아프리카의 야성미(野性美)넘치는 야당이 부러워진다.   

 

만일, 대통령이 덜컥 사과를 해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렇게 될 경우 먼저 사과를 요구한 민주당은 역으로 용서와 화해를 강제받게 된다.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용서와 타협을 강요받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대통령의 사과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대로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면 다른 요구사항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어제 대통령은 '반민주'의 상징 김기춘 옹을 비서실장에 임명하면서 사과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시사했다.

 

<국민들은 이런걸 보고 싶은게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사과요구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첫째, 사과의 의미가 없다. 민주주의는 '사과'로 구현되지 않는다. 50년 전 3.15 부정선거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승만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면 어땠을까? 26년 전 4.13 호헌에 분노한 시민들이 고작 '전두환의 사과'를 요구했다면? 그랬다면 독재자들은 청와대에 앉아 코웃음을 쳤을 것이고, 4.19혁명과 6월항쟁 같은 빛나는 역사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국정원사건이 그것들에 비견될만한 중대성을 갖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섣부른 사과요구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국정원의 부정행위에 개입했거나 사전에 인지했다면 사건의 '가해자'가 된다. 나는 그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으며, 설사 그런 일들이 있었다해도 밝혀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혜자'의 지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정선거 수혜자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사전에 인지를 했든 못했든)를 생각해봐도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하지(중요하지) 않다. '다른 방식'의 책임이 필요할 뿐이다.  

 

관련글 - 장외투쟁, '국정원 개혁'이라는 함정

 

<그는 영수(領袖)의 자격이 있나?>

 

둘째, 민주당에겐 '용서의 자격'이 없다. 김한길 대표는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첫날 김한길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엉뚱하게도 1:1 영수회담 제안이었다. 여기서 '영수회담'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는 양쪽 영수(領袖) 모두가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수혜자인 대통령은 물론, 김한길 대표 역시 그가 야권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야권지지자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그가 현재 민주당의 대표이긴 하나 야권과 시민사회 전체의 영수는 아니다.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한달이나 먼저 거리로 나왔던 진보정당들도 있다. 의석수가 많은 당의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거리에 나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당의 대표가 '촛불대장'노릇을 할 이유는 없다. 나역시 야권지지자중 한사람이지만 나와 정치적 지향이 전혀 다른 정치인 김한길이 왜 내 의사를 대리-대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 그들은 그럴만한 대표성도 없으며, 그렇다고 시민의 뜻을 잘 대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해도 민주당은 용서할 자격이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용서의 자격'이 없는 자가 사과를 요구하는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들은 '남해박사'라는 쓸모없는 슬로건을 빨리 폐기해야 한다.  

 

거리로 '동원'된 민주당의 신세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열망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대통령의 즉각 하야와 당선무효를 외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국정조사 정상화나 특검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 요구들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는 민주당의 고충도 이해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과'가 그것들의 교집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제발로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 새누리당에게 떠밀려 나온 것이며, 거리의 시민들에게 ‘동원’된 것이다. 아무리 내키지 않는 거리투쟁이라도 시민들을 현혹하거나 시민들의 열망과 동떨어진 구호를 외쳐서는 안된다. 더구나 대통령의 사과나 국정원개혁같은 것들은 진상규명이 아닌 사태수습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시점에서 저런 요구들을 하는 것은 진상규명도 하기 전에 새누리당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꼴이다.

 

무더운 여름날 비에, 땀에 젖어가며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대통령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과해라", "안한다" 같은 밀당을 보고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함축하는 교집합이다. 대선기간 국정원이 벌인 일들이 과연 원세훈 원장의 자발적 충성이었는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정권과의 교감은 없었는지 등등 아직 밝혀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과 따위가 무슨 의미인가?   

 

100년 뒤 <한국정치사>책에는 민주당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100년 전, 부정선거에 사과를 요구했던 낭만적인 야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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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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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6 11:35 신고

    정말 답답하더라구요,,도대체 거리에까지나와서 전단지 돌리면서 한다는 말이 고작 남해박사라니뇨....
    이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될까요 밖으로는 일본 방사능때문에 걱정스럽고 안으로는 깝깝한 사람들이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서...무더운데 정말 더 덥습니다...

  2. 2013.08.06 11:39 신고

    진짜 저런 소리하는 민주당이 더 밉습니다.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워터게이트 사건 듣지도 못했나?
    저러니까 새누리당 들러리라는 소릴듣지....

  3. 2013.08.06 13:09 신고

    민주당을 대체할 정당출현은 정말 요원한 꿈에 불과할까요.
    그놈의 미워도 다시 한번.....지긋지긋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절망스러울 뿐입니다.

  4. 2013.08.06 13:22 신고

    맞는 말씀!

  5. 2013.08.06 21:26 신고

    그럼 사과가 아니고 뭘까요. 하야? 그것밖에 없겠군요.
    물론 "대대적인" 부정선거가 있었고, 박근혜가 "그것을 직접 지시 내지 묵인했다면" 그것은 분명 하야할 만합니다.
    그런데 지금 밝혀진 내용이 그렇게 대대적인 부정선거인지는 의문입니다. 댓글 몇 개가 고작이니까요. 물론 공무원이 업무 시간에, 아마도 지시를 받아서 여당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면 이건 분명 부정이며 흑백을 가려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선거의 판도를 좌우할 만한 "대대적인" 부정선거는 아니겠죠.
    또 지금으로서는 그 일이 박근혜가 지시 내지 묵인한 일인지, 아랫선에서 생긴 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후자가 맞다고 해도 박근혜는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겠지만, 하야를 할 정도로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지시를 했겠지. 자기 맘대로 했겠느냐?"고 하시는 분들은, 이야기가 다른 쪽이지만, 곽노현 전 교육감은 돈주는 일을 전혀 몰랐고 아랫사람들이 제멋대로 벌인 일이라고 했는데 왜 그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서 박근혜는 당연히 주도했을거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결국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일은 진상조사입니다.
    이 일이 어느 정도까지의 사안인지 확실히 알고 나서, 사과를 요구하든 하야를 요구하든 해야 합니다.
    그러기도 전에 사과하면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도 오버지만, 일단 부정이 있는 이상 닥치고 하야라는 것도 오버입니다. 당파적이고요.

    • 2013.08.06 21:46 신고

      "고작 댓글몇개"라는 태도만큼 당파적인 태도가 있을까요.
      글에 있는 내용을 반박하는양 중언부언하시는걸보니 글을 안읽으신듯하네요.

    • 2013.08.07 08:18 신고

      댓글 몇개 달았다고 대선 판도가 바뀌는게 아니란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댓글의 개수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거 자체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인거죠. 따라서 이 상황에서 헌누리를 옹호하는 사람은 부카니스탄으로 가는게 맞습니다.

  6. 2013.08.06 22:22 신고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빌붙어 천년만년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고 살 작정입니다.
    참 안스럽네요......
    이 들을 믿고 있었던 저를 포함한 국민들이 불쌍합니다.

  7. 국민이로소이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2013.08.07 01:06 신고

    빙고. 사과는 무슨 개풀 뜯는 사과 ? 책임을 지고 하야해야지.

  8. 2013.08.07 01:46 신고

    경북지역들 진자 짜증이다.. 민주당도 잘한건 아닌데 중립에 서서 판단해야 할것아닌가

  9. 2013.08.07 01:48 신고

    이건 뭐.. 박근혜가 어디까지 개입을 했던, 진상조사를 하던 말던
    이미 맘은 그리로 쏠렸군요.
    박근헤가 분명 개입했을 것이고 따라서 하야하라는,....
    사과하라느니 하야하라느니... 그런 소리 나오기 전에 진상을 밝히는 게 우선 아닌가요?

  10. 2013.08.07 07:35 신고

    구구절절. 옳은 말씀 얼마나. 우스운지. 민주당이. 답답해라

  11. 2013.08.07 07:46 신고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기 프로젝트 <정부야닷컴>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http://jungbuya.com

  12. 2013.08.07 08:30 신고

    대통령사과는 원래 말로사과가 아니예요 책임지고 후속조치를 하지않으면 야당은 의미없는사과로 우롱한다고 한번더 칠수있어요 언론만 받쳐주면 ㅆㅂ

  13. 2013.08.07 17:25 신고

    사과가 아닌 탄핵을 말해야 합니다. 공권력에 의한 선거개입은 당연히 부정선거 원천무효가 돼야합니다.

  14. 2013.08.21 07:54 신고

    민주당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의지는 보여지지만 새누리를 상대하기엔 벅차게 느껴집니다.
    청문회를 보노라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저사람들이 정녕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위해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왜 우리 국민들은 저런 국회의원들밖에 뽑을수 없는것인지 개탄스럽기도 하구요.
    세상을 살아갈수록 느끼게 돼는건 오늘날 모든 부정부패의 근원이 잘못됀 법과 집행에 있음을 깨닫게 됍니다
    바로 그 법이란걸 만드는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 국민들은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지식인들은 그러한 국민의식을 깨우는 일에 앞장서야하고 교육이 이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이미 방송에 관련해서 무능함을 보여줬고 그 결과 이지경에까지 이른것이며 이번 국정원 사건마저 무능함을
    보인다면 민주당은 더이상 국민을 입에 담기도 부끄러워 해야합니다.

  15. 2013.08.23 23:29 신고

    미국이 한국을 지배한지 반세기이상,
    그 기간동안 무수히 많은 간첩들이 한국의 상류층에 기생한다.
    자유당이 한국 독재정권으로 군림한지 반세기이상, 민주당내 새누리 간첩이 없을쏘냐? 난, 김한길을 지목한다.

    • 2013.10.29 16:29 신고

      그런 심증만 가지고 지목하고 가십화 한다는게 웃기네요.
      그런일은 국정원이 해야지..(정치댓글이나 달고 앉았으니..)언제부턴가 간첩,빨갱이 70년대 들었던 말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간 시기가 언제부턴지 아시죠?

  16. 2013.09.03 11:31 신고

    크크크 다람쥐님 글 오늘 처음 보았는데.. 잘 쓰십니다.
    저도 그게 안타까웠습니다... 왜 사과해라야?? ㅂㅅ같이(버선같이)......
    님의 글을 애독하겠습니다...가끔 댓글도 올리겠습니다 존경하게 만드네요,. 님을.....

 

국정원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어제 사건의 핵심인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불구속기소방침을 밝혔다. 이미 경찰수사과정에서부터 수차례 축소∙은폐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여당은 아직도 ‘감금사건’ 운운하며 방탄에만 급급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의 대응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건을 둘러싼 야권의 대응 역시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국정원사건과 관련해서 최근 있었던 몇몇 야권 정치인들의 ‘헛발질’ 사례를 모아봤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

 

사례1) 김한길 "긴급 기자회견이라며?"

 

11일 오전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해임결의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건은 이미 일주일전에 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특위가 ‘최후통첩’이라며 발표했던 내용이다. 고작 기존의 입장을 ‘재탕’할거면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도 부질없고, 그 앞에 ‘긴급’이란 말을 붙인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여대야소상황에서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은 실현가능성 없는 공갈포에 불과하다. 전혀 '긴급'하지 않은 내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문제는 ‘뒷북’과 ‘재탕’에만 있지 않다.

 

진짜 문제는 일주일 사이에 원 전 원장 불구속기소라는, 제1야당으로서 좌시할 수 없는 사건이 터졌음에도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른바 ‘중도지향’을 슬로건으로 내건 김한길 대표의 취임이후 민주당이 더욱 유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야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내용없는 기자회견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김한길 대표는 이전에도 별 내용없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자들의 빈축을 산적이 종종 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명찰들은 다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저런 정치수사로 일관된 내용이 기사화될 이유가 있는지, 나아가 이런 기자회견 자체가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당직을 맡지 않았던 시절에도 종종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특별한 내용이 없는 정치적 수사를 이야기하길 좋아했다. 그가 기자회견의 내용보다는 ‘형식’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안철수 의원>

 

사례2) 안철수 "엇박자라고?"

 

같은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를 담당했던 일선 검찰은 공직 선거법을 적용한 구속 기소가 합당하다고 판단했으나 법무부에서 엇박자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받은 대부분의 언론들은 <안철수, 검찰과 법무부 엇박자 심각한 문제>라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날 안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의 키워드가 ‘엇박자’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저 기사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보면 볼수록 이상한 표현이다. 보통 ‘엇박자’라는 표현은 양비론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박자’를 맞추어야 할 책임은 한쪽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는 “법무부가 엇박자를 냈다는”이라며 법무부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이미 ‘엇박자’라는 말 자체가 양쪽의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책임소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 굳이 저런 모호한 표현으로 비난의 대상을 흐려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적용-불구속기소>라는 타협안이 발표됐지만, 지난 2주간 황교안 법무장관과 검찰수뇌부가 벌였던 갈등의 양상은 선악의 구도가 선명한 것이었다. 언론과 대중의 비난의 화살은 검찰의 구속기소방침에 반대한 황교안 법무장관을 향해 있었고, 이 갈등이 양비론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작년 12월 15일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꼬리가 잡히자 안철수 후보는 양 후보 모두를 향해 “혼탁선거를 중단하라”고 비난하며 자신의 유세를 중단했다. 이번 보도자료에 적혀있던 ‘엇박자’라는 단어는 당시의 ‘혼탁선거’만큼이나 부적절한 단어선택으로 보인다.  

 

<민주당 조경태 최고의원>

 

사례3) 조경태 "이분은 소속이 어디?"

 

헛발질의 하이라이트는 조경태 민주당 최고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조 의원은 국정원사건과 관련해 지난주 열렸던 비공개 민주당 최고의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시절 일어난 일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치쟁점화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득이 될 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에 강경한 대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발언자가 누구인지 몰랐다면 영락없이 새누리당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야당내 여당'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정원사건을 정치쟁점화 하는 것이 야당에 손해라는 특이한 계산법도 이상하지만,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중대한 시국범죄를 두고 당의 득실관계를 따지려하는 태도 자체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다. 조경태 의원의 발언을 보고 지금까지 왜 민주당이 그토록 국정원사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는지, 청와대와 여당이 왜 그토록 민주당을 가볍게 대해 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이어서 나온 발언은 더욱 참담하다.   

 

"전략전술상으로 민주당은 실용주의적 노선을 지향하며 과거와 좀 다른 행태를 보여야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다"

 

실용주의노선과 국정원사건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국정원사건에 침묵하는 것이 어째서 '과거와 다른 행태'가 되는 것인지 도통 해석이 안된다. 조경태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5.65%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해 최고의원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민주당 수뇌부를 이런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국정원사건을 대하는 민주당의 창끝이 무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적 득실관계에 매몰된 비겁함

 

언급된 세 정치인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정치가'가 아닌 '정치공학도'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앞에 놓고도 옭고 그름이 아닌 정치적 득실관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정치가는 자신의 이성을 바탕으로 그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안에 대해 명확한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들이 비겁해진 이유는 가치판단을 이성이 아닌 계산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권에는 저런 비겁한 정치공학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권에는 ‘원세훈 원장 지시∙강조사항’을 입수∙공개 하는 등 사건초기부터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주도해온 진선미 의원이나, 국정원사건과 정권의 정통성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정청래 의원같이 강단있는 인사들도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의 수뇌부와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저마다의 손익계산을 따지고 있는 이상 이런 의연한 정치인들 몇몇의 패기만으로는 상황을 헤쳐 나가기에 역부족이다.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정치인중 한명은 제1야당의 당대표이며, 다른 한명은 그 당의 최고의원이다. 또 다른 한명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면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중 한명이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국정원사건에 대해 이렇게 헛발질을 해대고 있으니 법무부와 수사기관이 제대로 된 압박을 느꼈을 리 없다. 만약 국정원사건의 전모가 명명백백히 밝혀지지 않는다면 청와대와 여권은 물론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했던 야권 정치인들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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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4 09:46 신고

    대한민국에 철밥통 두가지 있다.
    일하는거 귀찮고, 책임질일 하기싫고, 좋은 보직받아서 딩가딩가 먹고사는데 지장없는, 직업 두가지.
    하나는 공무원.
    두번째는 민주당.

  2. 2017.01.31 02:47 신고

    새누리 친박 박사모 등 무뇌 ㅜㅠ 골치 아픈 헛소리꾼 새누리당 국민 역적


<적장 주유의 장례식을 찾아갔던 제갈량. 영화 삼국지 캡처>



제갈량과 김한길을 가르는 차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삼국시대 최고의 지략가였던 촉의 제갈량은 전쟁 중 자신의 정적이자 동지였던 오나라 주유를 죽입니다. 적국의 영웅을 죽인 제갈량이었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주유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애도의 제문(祭文)을 읊어 오나라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어제 서울광장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4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추도식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해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애도를 전했지만, 유독 한 정치인만은 추모객들에게 박대를 당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얼마 전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김한길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어제 노 대통령의 추모식을 찾은 김한길 대표의 모습은 동지이자 정적이었던 이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찾아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제갈량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김한길 대표가 제갈량처럼 노 대통령의 제문을 읊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갈량이 주유의 저승길을 위로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공동의 적이었던 조조에 맞서 목숨걸고 함께 싸웠던 동지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나라 사람들도 그것을 알았기에 제갈량의 제문을 듣고 함께 눈물을 흘렸던 것이죠. 

   

만약 어제 김한길 대표가 연단에 올라 노 대통령의 추모사를 읽었다면 추모객들이 오나라 사람들처럼 함께 슬퍼했을까요?

 

<번지수를 잘못 찾은 추모객> 


같은 당 소속이었던 김한길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역시 제갈량-주유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제갈량-주유와는 달리 함께 손잡고 한나라당에 대항한 역사를 찾기 힘듭니다. 


김 대표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노 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에 맞서 줄곧 여당내 야당을 자처하고 발목을 잡았던 대표적인 '비노', '반노'인사입니다. 2007년 7월에는 급기야 23명의 의원들의 탈당을 주도해 사실상의 여소야대국면을 만들어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가 밝힌 탈당의 변은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데 책임을 느낀다"였고, 노무현과 친노에 대한 이런 입장은 최근까지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김한길이라는 사람은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아군보다는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김한길의 '노무현 사용법'

 

정치적으로 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 추모의 자격'이 박탈당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자격론이라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노 대통령을 추모할 자격이 없겠죠. 말하기 좋아하는 언론의 보도처럼 김 대표가 단순히 ‘비노’인사이기 때문에 박대당한 것은 아닙니다. 김한길 대표가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유독 미운털이 박힌 이유는 그의 독특했던 '노무현 사용법'때문입니다.

 

정치인에게는 눈엣가시같이 불편한 정적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입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정적도 있습니다. 히틀러에게 스탈린이 그랬듯, 박정희에게 김일성이 그랬듯, 김한길에게 노무현은 꼭 필요한 정적이었습니다. 김일성이 없었다면 우린 박정희란 이름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이 없었다면 김한길이란 이름은 대중 앞에 등장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김한길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유일한 방식은 살아있는 노무현, 죽은 노무현과 갈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별다른 정치적 자산이나 카리스마를 갖지 못했던 그는 스스로를 노무현이라는 강력한 정치인의 대척점에 세움으로써 비로소 존재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적을 이용하는 정치인의 태도를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중견정치인 김한길에게서 '반 노무현'이라는 글자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탈당, 분당, 정계은퇴, 정계복귀, 당대표출마까지 그의 모든 정치여정을 관통하는 일관된 키워드는 오로지 반노무현이었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노무현이 없었더라면 김한길이라는 이름도 없었다는 말이죠.

   

이곳에 나타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을까



번지수를 잘못 찾은 추모객

 
노 대통령이 생전에 김한길 대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김 대표가 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김한길이라는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면 먼지만 남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퇴장한 뒤에도망자와의 친소관계를 따져 그려진 '상상의 계보'를 만들어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이용해왔습니다. 이른바 '친노청산론', '친노퇴진론'은 김 대표가 근 10년간 끊임없이 외쳐온 구호이며, 지난해 4월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했을때도, 12월 대선패배 뒤에도 이 레파토리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밀실에서 당권 나누는 반칙정치", "패권적 계파정치로 당의 국회의원과 당원들을 줄세우는 정치",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 등등 그동안 김한길 의원의 친노혐오발언들만 모아도 책 한 권은 족히 나올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그리 인기가 좋은 대통령이 아니었습니다. 임기를 마친 뒤에도 그렇게 많은 정치적 공격을 받았던 대통령은 많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다수 대중이 그를 그리워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사후부터 입니다. 다수 대중이 그를 그리워하기 시작하자 생전에 노 대통령과 척을 졌던 많은 정치인들이 망자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이 진심이었든 정치적 몸짓이었든 간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던 정치인들은 적어도 '추모의 자격'을 얻은 셈입니다. 그러나 김한길이라는 정치인은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친노책임론을 들먹이며 노무현의 유산을 손가락질했던 인물입니다. 정치적 입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노무현의 추모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얼굴인 것이죠.    


이런 김 대표의 등장이 추모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당연합니다. "김한길 꺼져라"를 외쳤던 몇몇 시민들의 행동이 예의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추모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대표의 행동도 그리 예의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망자를 추모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추모 군중 앞에 설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친노 책임론'을 들먹이며 노무현의 유산을 손가락질하던 그가 추모 군중 앞에 나타난 것은 정말 어색합니다. 번지수를 한참이나 잘못 찾은 추모객이 망신을 당하고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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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0 09:42 신고

    부르짓던 친노퇴진은 모양상 완성되었으니 앞으로 어떤 정치적 치적을 쌓을지 두고 봅지요.

  2. 2013.05.20 13:38 신고

    언제나 간지러웠던 곳을 긁어 주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3. 2013.05.20 23:03 신고

    아직 젊은 분 같은데 어쩜 이리 글을 잘 쓴답니까?

  4. 2013.05.24 14:47 신고

    한방에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스크랩해갈게요~ ^^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헌 술은 헌 부대에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이 났습니다. 당대표에는 예상대로 김한길 의원이 선출되었고, 예고했던 대로 개정된 강령이 발표됐습니다. 민주통합당→민주당으로의 당명개정과 함께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을 담고 있었던 당강령 역시 2011년 재창당 이전의 그것으로 상당부분 회귀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대중정당들의 강령이라는 것은 '좋은 말들의 합'이나 다름없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강령들은 엇비슷한 문구 속에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만이 존재합니다.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당명을 가린 채 두 당의 강령을 보여준다면 쉽게 골라내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창당될 안철수신당의 그것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강령을 세세하게 읽고, 외우며 당이 그것에 맞는 정치행위를 하는지 따져보는 꼼꼼한 지지자들도 거의 없습니다.

 

강령을 손본다는 것은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라기보다는 하나의 선언이자 공언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번 선언의 키워드는 잘 알려진대로 '보수회귀'입니다. 흔히 어떤 조직의 장이 바뀌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로 조직의 변화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변화에는 이말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답습과 회귀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죠. 

 

김한길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줄기차게 중도지향, 즉 우클릭을 외쳐온 인물입니다. 개정된 강령은 김 의원이 혼자 만든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주장을 충실히 담고 있습니다.

 

문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나쁜 말을 강령에 넣는 바보정당은 없기 때문이죠. 따져 보아야 할 것은 문구들의 지향점입니다. 김한길 대표의 선출과 개정된 강령이 말하고 있는 것은 '헌 술은 헌 부대에'입니다.

 

반값등록금, 무상의료 추진과 한미FTA, 뉴타운 재검토 조항을 삭제했다는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갈랐던 몇 안되던 변별력마저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 존중 및 지원',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 지향',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발전' 이런 개정된 강령들이 주는 느낌은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넘어선 '새누리당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우클릭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치적 색맹'입니다.

 

 

<민주당 VS 안철수> 의미없는 제로섬 게임

 

현재 대한민국 언론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입니다. 안 의원의 민주당입당은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안 의원의 신당창당 이후 민주-안철수 양당이 야권의 맹주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한국정치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때 새로운 민주당과 안철수세력 간의 경쟁 혹은 결합은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동질한 세력들간의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죠. 안철수신당의 '새로움'이나, 민주당의 '전통' 같은 군더더기를 빼고 순수하게 두 당이 서 있는 지점만을 바라보면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중도지향을 강화하자던 민주당 쇄신파(?)의 주된 논리는 안철수현상을 흡수하자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진 지금 새누리당 왼쪽에 비슷한 색의 두 세력이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두 당의 경쟁이나 결합이 의미하는 것은 보수2당체제냐, 보수 3당체제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재창당 이후 한 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지만 이번 위기는 이전의 것들과 강도가 다릅니다. 5.4전당대회 직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정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이 30.7%, 30.9%였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그들의 절반 수준인 15.4%였습니다. 심지어 지지율이 10%에도 못미치는 여론조사도 나오는 것을 보면 당에 망조가 들었다는 지지자들의 한탄이 공허한 것이 아님을 알게됩니다. 지금 민주당이 처한 위기가 과연 화합, 탕평과 같은 수사로 타개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내 중도진보지지층의 향배

 

제도정치에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표출을 대리하는 대중정당은 자신들이 어떤 정당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선명하게 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김한길 대표의 선출과 개정된 강령으로 답을 내렸습니다. 이제 지지자들에게 남은 것은 변화된 당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맞지 않는 옷을 벗고 다른 대안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김한길호 출범 이후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민주당이 사실상 철수를 선언한 중도진보진영의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입니다. 이들의 향배에 따라 한국정치가 경직된 보수일색의 정치지형을 맞이하게 될 지, 건강한 좌우 날개를 갖는 지형을 맞이하게 될지가 판가름날 것입니다. 크게 4가지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계속 이어간다.

 

2.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진보정당 지지로 선회한다.

 

3. 안철수신당 or 새누리당 지지로 선회한다.

 

4. 어떤 당에도 흡수되지 않고 무당파 정치냉소층으로 남는다.

 

이중 이성적 평가가 불가능한 3번 부류를 논외로 하고 나머지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1.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계속 이어간다>가 주를 이룰 경우

 

충성도 높은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위험한 변화'보다는 '피곤한 안정'을 택하는 경우입니다.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민주당내 온건사민주의 세력이 이탈하지 않고 그대로 당에 잔류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중도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우클릭을 용인하면서 내부적으로 소극적인 노선투쟁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정치지형은 새누리-민주-안철수 3당이 독점하는 사실상의 '보수대연정'상태로 돌입합니다. 이 경우 3당의 지지율 총합이 90%를 넘어서는 상황이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보정치의 입장에서 볼 때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이며, 가장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진보정치가 사실상 말살된 일본식 보수대연정의 정치지형이 형성되는 것이죠. 4번 부류가 많을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대선 이후 민주당 진보개혁세혁의 구심점이 된 문재인 의원>

<2.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진보정당 지지로 선회한다>가 주를 이룰 경우

 

지지자 개인의 차원에서 볼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민주당내 개혁세력의 이탈입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문재인이라는 인물은 (당내의 위상과는 무관하게) 민주당내 중도진보개혁세력의 상징으로 부상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문 의원이 움직이지 않은 채 지지층만이 분리∙이탈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만약 문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다면 그를 따르는 현역의원의 수와 무관하게 야권지지층을 크게 요동시킬 것입니다. 

 

시기상으로 보면 가까운 시일내 대거 탈당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정치는 명분의 예술입니다. 민주당의 우클릭이 노골화되자 많은 지지자들이 민주당내 개혁세력에게 분당탈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명분없는 탈당은 정치적 자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전당대회까지 민주당과 함께 한 이상 일정기간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일 의무가 있습니다.   

 

문 의원의 성정상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면서 탈당을 주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대선평가논쟁과 같은 격한 세력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거나 당내 인사문제 등이 불거져 탈당의 명분이 무르익는다면 의외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민주당내 개혁진영과 진보정의당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던 유시민 씨의 정계은퇴는 문 의원의 어깨에 더 강한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 세력이 민주당에서 이탈해 독자세력을 형성한다면 대한민국정치사에서 최초로 대중적 지지기반을 갖춘 대중정당이 출현하게 됩니다.

 

잔류냐 이탈이냐

 

그동안 민주당 안에는 지나치게 상이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세력들이 공존해왔고, 대선패배 이후 나타난 심각한 내분과 이탈은 그 공존이 실패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는 그들이 갈라서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논의될 야권연대는 두 세력이 가진 철학과 노선의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날만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향후 야권정계개편의 향방은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민주당내 중도진보세력이 잔류하느냐 이탈하는냐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민주당에 잔류한다면 대한민국은 거대보수3당이 지배하는 정치지형을 갖게 될 것이며, 만약 그들이 이탈해 독자세력화한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대중적 진보정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쪽이 한국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관련글 - 민주당의 우향우, 그들에게 분열을 허하라

관련글 - 문재인의 민주당과 김한길의 민주당, 그 살벌한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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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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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6 12:24 신고

    민주당은 확실히 한 표는 잃었습니다.
    그동안 비판적 지지니 야권대통합이니 하는 구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찍어주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절대 없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2. 2013.05.06 13:52 신고

    새누리당은 김한길 체제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할 겁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 우경세력과 진보세력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겠지요. 민주당 분열이 목적일 겁니다.

  3. 2013.05.07 05:17 신고

    분열을 일삼던 김한길 이 미친새끼 더러워 민주당 떠난다

<이들이 같은 깃발아래 뭉치는 것이 가능할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어떤 사람은 민주당을 “새누리당 2중대”라며 비난하고, 어떤 사람은 “무능한 좌파정당”이라 비난합니다. 이런 비난들은 모두 맞으며, 모두 틀립니다. 민주통합당과 같이 거대한 스펙트럼을 포괄하고 있는 대중정당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함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문재인의 민주당도, 김한길의 민주당도 모두 같은 당입니다. 이렇게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장님 코끼리 만지듯 나오다보니 이 당이 처한 난국을 타개할 해법도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당이든 당권을 향한 내부의 힘겨루기는 존재합니다. 당권경쟁은 당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당을 망하게 하기도 합니다. 당권경쟁의 양상이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권력투쟁인지, 가치관과 철학에 따른 합리적 노선투쟁인지를 구분하려면 '계파'를 이루고 있는 무리의 속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육상쟁에 가까운  당권투쟁을 벌였던 새누리당의 '친이'와 '친박'같은 계파의 경우 정치적 스펙트럼상의 차이가 거의 없는, 동일선상의 무리들이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정통수구'와 '이권수구'의 차이정도랄까요? 그런 면에서 친박과 친이라는 무리는 두 거물급 정치인들을 향한 충성관계에 따라 형성된 일종의 정치적 이익결사체였고, 그들의 투쟁은 어느 쪽이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당의 철학이나 노선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친이가 장악했던 한나라당과 친박이 장악한 새누리당사이에서는 아무런 철학의 차이를 읽어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당의 당권투쟁이 저렇게 1차원적인 것은 아닙니다. 대선이후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당권경쟁의 양상은 그것보다 조금 복잡합니다. 그것을 '주류 VS 비주류'라 부르든 '친노VS 비노'라 부르든 경쟁의 내용과 구도는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친노', '주류'와 같은 표현은 편의상의 구분임을 밝힙니다)

 

민주당의 주류와 비주류는 새누리의 친이, 친박과는 달리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확연한 차이를 가집니다. 소위 '친노', '주류'라 표현되는 민주당의 인사들은 손학규, 김한길로 대표되는 비주류에 비해 상당히 진보적인 정체성을 가집니다. 친노라는 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의 정체성은 단순히 죽은 정치인과의 친소관계가 아닌 이념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한 가치연대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서 잘 드러납니다. 당시 민주장 비주류의 기수였던 손학규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민주당이 노선을 대폭 수정해 적극적으로 중도표심을 잡아야 한다 역설했습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진보정당들의 공약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의 개혁적인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결국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13연승을 몰아주면서 민주당의 변화를 지지했습니다.  

 


잡탕정당의 비애

 

민주통합당은 다당제 정치제도하에 존재했다면 2~3개의 정당으로 갈라지는 것이 당연한 정당입니다. 민주당이 포괄하는 스펙트럼이 지금처럼 비대해진 이유는 제도적으로 강제된 양당제 속에서 거대 보수1당과 맞서기 위해 지나치게 외연을 확장해온 결과입니다. 사실 민주통합당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전세계 모든 포괄정당(catch-all party)들이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또 다른 포괄정당인 새누리당에게는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두 정당이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자리하고 있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에서도 (한나라당 시절) 민주당의 '주류VS비주류'경쟁과 유사한 내부 노선투쟁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중도투쟁을 주도하던 소장파들의 활약은 친박과 친이의 계파경쟁이 본격화 된 2000년대 중반 이후 맥이 끊겼습니다. 중도정치, 서민정치를 주장하던 소장파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금 새누리당의 스펙트럼은 완전히 오른쪽에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오른쪽에 정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외연의 문제에서 유일하게 신경써야 할 것은 왼쪽의 중도진영을 얼마나 포괄하는가의 문제인데, 왼쪽과 오른쪽 모두를 신경써야 하는 신세의 민주통합당보다는 한결 수월합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비슷한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자신의 왼편에 유의미한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안정된 반반싸움을 펼쳐왔습니다. 그런데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나타나면서 민주당내에서도 노선투쟁이 벌어집니다. 진보정당의 성장은 우리사회에 진보적 개혁의 에너지가 싹을 틔웠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발맞춰 '정풍운동'이 일어났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맞물려 새로운 세력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친노세력’입니다. 그들은 기존의 보수적인 민주당의 틀로는 담아내기 불가능했던 진보적 에너지를 담아냈지만, 반대편에서는 보수세력의 이탈을 가져와 분당, 탈당과 같은 내홍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시절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당의 보수화를 주도했고, 2008년 23명의 의원들과 함께 당을 탈당하여 독자노선을 선언했던 김한길 의원은 그 대척점에 섰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문재인의 민주당, 김한길의 민주당

 

5월 4일 예정된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의원을 상대로한 여론조사결과 김한길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투표가 폐지된 이번선거에서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은 한 김한길체제의 출범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김한길 체제의 출범은 '비주류의 반격'이나 '친노시대의 종식'쯤으로 이해됩니다. 그가 줄기차게 친노퇴진을 외치던 비주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좀 더 멀리서 바라본다면 이것은 일종의 회귀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작년 4.11총선 배패의 원인이 민주당의 좌클릭때문이라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당쇄신의 해법으로 친노퇴진을 제시했던 김 의원의 문제인식은 이번 대선패배의 원인을 문재인 후보에게서 찾는 것과 맥락이 같습니다. 김 의원은 비단 지난 총선과 대선뿐 아니라 17대 국회이후 민주당이 패배한 모든 선거의 원인을 '친노'에게서 찾았습니다. 김한길이란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고나면 먼지만 남습니다. 김한길의 민주당은 노무현 이전의 민주당, 즉 확실히 보장된 양당제 속에서 한나라당과 '안전한 전투'를 벌이던 시절의 보수정당으로 회귀를 뜻합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우클릭이 과연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데 적절한 대안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한길의 민주당이 몰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정치지형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일색의 정치환경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는 거대한 보수정당이 두 개나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죠. 지금의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지난 2011년말 시민사회, 노동계의 연합을 통해 재창당된 정당입니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기존의 민주당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일정한 진보적 색채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창당 이후 대선까지 민주통합당의 주류가 표방하 정체성은 기존 민주당에서 한 발짝 왼쪽으로 다가간 진보적 자유주의나 온건한 사민주의쯤 되는 것이었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좌클릭은 한국사회의 달라진 정치지형의 반영이었습니다. 그 결과 군소진보정당들과의 간극이 좁아졌고 이러한 왼쪽으로의 외연확대는 여러 선거에서 진보정당들과 야권연대가 성사됐던 배경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보수양당체제의 한 축이었던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진보정당들과 연대를 모색했다는 것 자체가 예전과는 달라진 정치환경을 인정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외연의 확대가 기존 민주당의 보수성을 그대로 간직한채 이루어진 결과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확장되었다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죠.   

 

대중정당은 시대정신과 함께 호흡할 때 존재의 의미를 갖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던 시절 제도권 내의 유일한 대항세력이었던 민주당은 존재의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적 열망이 넘쳐나는 2013년의 대한민국에 또 다른 거대보수정당은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곧 용도폐기 될 것만 같은 그들의 병든 노년을 지켜보는 마음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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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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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5 10:23 신고

    너무 답답하고 씁쓸하고 ...맘도 아픕니다.

  2. 2013.05.03 17:00 신고

    처음으로 이 곳 글을 읽었는데, 글이 참 찰지네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더불어, 빵터졌던 부분
    [김한길이란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고나면 먼지만 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또 올게요~ !!

?

 

<닮은꼴 행보를 하고 있는 두 정치인 홍준표와 김한길>

 

"적의 적은 친구다"

 

만고의 진리로 남을 저 명언은 1차원적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을 함축합니다. 적의 적과 힘을 합쳐 공통의 적을 쓰러뜨린다는, 질서와 정의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통하는 정글의 계산법입니다. 이 간단하고 야만적인 진리를 이용하면 능력이 모자란 사람도 손쉽게 자기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통의 적을 만들어 대중으로 하여금 그들을 증오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향한 증오를 이용해 독일을 장악했고, 이승만과 박정희는 북한에 대한 증오 하나로 남한을 30년 동안 지배했습니다. 히틀러가 정말 유대인을 증오했는지, 이승만이 진심으로일성을 증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중의 증오가 그들의 정치적 정치적 성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증오의 정치는 이성적인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술수이지만, 어찌됐던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는 전략임에는 틀임 없습니다.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대중들의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 괴벨스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 요즘 가장 핫한 두 명의 정치인입니다. 서로 다른 당에 속해 있고, 걸어온 길도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요즘 이들의 행보는 쌍둥이처럼 꼭 닮아 있습니다. 홍준표는 '강성노조'라는, 김한길은 '친노계파'라는 각각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비장하게 칼을 뽑았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친노나 강성노조를 증오하는지는 알 수 없으며 그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대중이 그것들을 증오하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대중이 정치인의 이런 얄팍한 술수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규정한 '악'이 과연 증오할만한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호랑이탈을 씌우려는 홍준표 지사

 

요즘 홍준표 지사는 잠꼬대로도 "강성노조"를 외칠것 같습니다. 홍 지사는 언제부턴가 진주의료원과 관련된 모든 질문에 강성노조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하며 언성을 높입니다. 그의 말만 듣는다면 진주의료원노조는 지구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무시무시한 노조같습니다. 홍 지사가 처음부터 강성노조를 폐업의 주 이유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폐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폐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풀려진 적자였고, 노조의 문제는 여러 부수적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적자 때문에 공공의료를 접는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 각계에서 빗발치자 강성노조프레임으로 판을 갈아탄 것입니다. 홍 지사는 "난 공공의료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강성노조와 싸우는 것이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 프레임역시 잘 먹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진주의료원의 폐업이 공공의료의 축소가 아니라는 변명은 궁색합니다.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면서 전문공공의료기관을 문닫는 홍 지사의 태도는 마치 "사랑하니까 헤어지자"류의 삼류신파를 보는 듯 합니다. 사랑하면 잘해줘야지 헤어지자고 하면 안됩니다. 홍 지사는 공공의료법 개정까지 들먹이며 민간병원으로의 기능이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법의 취지까지 왜곡시키면서 앞뒤 안맞는 억지를 쓰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관련글 : 2013/04/05 - [정치] - 진주의료원 사태, 공공의료의 시장편입 막아야

 

둘째, 강성노조라 부르기엔 진주의료원노조는 너무 유약합니다. 한때 진주의료원의 '사측'이었던 김양수 전 원장조차 "진료를 거부·방해하거나 원장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정도나 돼야 강성노조 아니냐. 임금체불을 문제 삼은 정도는 보통 노조라면 다 하는 것 아니냐"며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면 누구도 홍 지사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6년 동안 임금을 동결해온 8개월간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한 '유약한 노조'에게 강성이다 귀족이다 딱지를 붙이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얌전한 고양이에게 억지로 호랑이탈을 씌우려 드니 꼴이 어색해지는 것이죠.

 

관련글 : 2013/04/08 - [정치] - 계몽군주를 흉내내는 홍준표. 그 오만함에 관하여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이용해 독일을 장악한 히틀러>

 

▲죽은 정치인의 친구를 적으로 삼는 비겁함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더 큰 민주당을 만들겠다 국민의 이익과 이해보다 당 계파의 이익·이해를 앞세우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당권을 패권화했던 지도부는 기득권을 당원에게 내려놓아야 한다. - 3.24 김한길 의원 출마선언문.

 

김한길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저 계파라는 말이 '친노'를 뜻함을 금방 알아챌 것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반 친노'의 상징쯤 되는 인물입니다. 홍준표 지사의 강성노조타령이 급조된 것이라면, 김한길 의원의 친노타령은 역사가 꽤나 깁니다. 그는 17대국회시절부터 각종 재·보선 패배 때마다, 2007년 대선패배 때에도, 2008년 총선 패배 때에도, 2012년 총선 패배 당시에도 한결 같이 그것들이 '친노계파'때문이라 주장해왔습니다. 선거철은 물론 '평시'에도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친노타도'를 외쳐온 그의 모습은 잘 훈련된 파블로프의 개를 보는듯 합니다.   

 

"밀실에서 당권나누는 반칙정치", "패권적 계파정치로 당의 국회의원과 당원들을 줄세우는 정치",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프레임" 등등 그동안 김한길 의원의 친노혐오발언들만 모아도 책 한권은 족히 나올 것입니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친노라는 패권집단만 사라진다면 민주통합당은 당장에 우주정복이라도 할 것 같습니다단어의 모호함은 둘째치고, '친노'라는 단어가 악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이 친박, 친이와 같은 정치적 이익결사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소위 대표적 친노인사로 거론되는 인물 중 유시민 전 장관은 정계를 은퇴했고, 문재인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했으며, 이해찬 의원과 한명숙 의원은 지난해 4월과 11월 각각 당대표직에서 자진해 물러났습니다. 현재 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중에 민주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친노가 장악했다는 민주당은 어느 나라 민주당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그들이 민주당 전면에 나선다 해도 그것이 계파패권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김한길 의원이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친노청산론'은 또 다른 형태의 색깔론입니다. 죽은 정치인과의 친소관계를 따져 '무리'를 규정하고 그들을 싸잡아 공격하는 김 의원의 모습은 황당하다 못해 기괴스럽습니다. 그 집단이 대체 누구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음모를 꾸며왔는지, 당권을 장악한 것은 사실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뭐하나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이면의 무언가가 있다는 듯 모호한 화법으로 여론을 조장합니다. 핵심을 말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의혹을 양산하는, 매카시즘과 매우 유사한 전략입니다. 마치 그런 식의 계파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집단이 당내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의혹을 유포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태도입니다.

 

지난 7일 김한길 의원은 "친노·비노 명찰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라는 말로 시작되는 별 내용없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상대는 원치도 않던 명찰을 열심히 붙여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걸 떼라고 말하니 이분이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10일 열렸던 첫 당대표 예비경선 토론회에서 이용섭 후보가 "주류, 범주류 얘기를 가장 많이 한 게 김한길 후보인데 갑자기 이런 구분을 쓰지 말자고 얘기하니 헷갈린다"며 김 의원을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님들 받아쓰기 하시나요?

▲증오를 키우는 언론의 받아쓰기식 보도

 

인간의 모든 감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겠지만, 특히나 대중의 증오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경우 아주 위험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증오의 정치는 언제나 희생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폐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김 의원은 당내 정치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각각 공공의 적을 만들어 사람들의 증오를 이끌어내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투사된 증오'는 현상을 왜곡시키고 대상에 대해 실제와 다른 낙인을 찍게 합니다. 강성노조로 낙인찍힌 진주의료원노조는 병원을 망친 주범으로 몰려 사람들의 증오를 받게 되고, 친노패권주의라는 딱지가 붙은 정치인들은 부당한 압박으로 인해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집니다. '강성노조', '친노패권' 둘 모두 부적절한 낙인이며, 투사된 증오라는 점에서 속성이 같은 단어입니다.   

 

저렇게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전략에 누가 속을까 싶지만, 바쁘고 지쳐 신문 볼 시간도 없는 우리 국민들은 저런 얄팍한 술수에도 너무나 취약합니다. 대중은 여과없이 보도된 정치인들의 잘못된 신호에 쉽게 반응하고 길들여집니다. 어떤 유력 정치인이 "XXX는 강성노조"라 발언하면 다음날 수십, 수백개의 매체에서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습니다. 먹고 살기에도 너무 바쁜 대한민국의 대중은 정확한 정보와 왜곡된 정보를 취사·선택 할 힘도, 시간도 없습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 괴벨스

 

언론은 누군가가 특정노조를 폭력적인 강성노조라 주장하거나, 누군가 특정정치인들을 묶어 비정상적인 패권집단처럼 묘사한다면 그들이 정말 그러한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보도할 의무를 갖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라고 해서 악의적인 거짓말까지 받아쓰기가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대인은 인류문화의 적이며 기생충"이라 했던 히틀러의 말을 그대로 받아 보도한 나치언론은 유대인학살의 공범이었습니다. 대중의 증오를 이용하는 정치에 억울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언론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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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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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2 09:37 신고

    아 친노계파 참............ 에휴......ㅡㅡ

  2. 2013.04.12 09:38 신고

    아! 혹시 이 글 퍼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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