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공약 후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진 영 장관>

 

"원숭이가 어떻게 사람이 돼?"

 

예전에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한 친구가 내게 던졌던 질문이다. 놀랍게도 그 친구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인간이 되는 걸 진화론이라고 알고 있었다. 우리는 진화론-창조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고, 나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왜 현생인류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꽤나 똑똑했던 그 친구가 말도 안되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해치는 진화론에 대해 완전히 눈과 귀를 닫았기 때문일 거다. 어떤 주장에 찬성-반대하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창조론자에게 진화론을 설득하려면 창조론을 이해해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의 찬성이나 반대는 온전한 입장이라 볼 수 없다.

 

2년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복지논란에 불을 지폈을 때 찬성론자들은 '우리 아이들 밥'이란 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고, 반대론자들은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밥을?’이라는 질문으로 맞섰다. '아이들 밥'과 '공짜밥' 둘 다 이성적인 설득이라기보다는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수사에 가까웠다. 당시 선거에서는 찬성론자들이 승리했지만, 이걸 보편적 복지에 대한 합의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공약에 대해 말을 바꾸자 어떤 사람들은 다시 보편적 복지의 당위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2년전 '이건희 손자'를 언급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이건희 씨를 직접 거론한다.

 

"이건희에게도 똑같이 20만원을 줘야 하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반박이라는 점에서 2년의 질문과 다르지 않다.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꿔 쓸 수 있다.

 

‘왜 국가가 부자를 도와야 하는가?’  

 

시장주의-작은정부론을 옹호하는 저 질문이 아이러니하게도 반재벌정서라는 한국의 특수한 환경과 만나자 위력이 배가된다. 안그래도 미운털이 박힌 재벌에게 세금을 투입해 돕겠다고 하니 국민들이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일 리 없다. 저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보편적 복지의 핵심은 말 그대로 보편성, 즉 '누구나'라는 것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복지란 국가가 마땅히 제공해야 할 의무이자, 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이다. 국가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든, 적게 벌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같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돈이 아주 많은 이건희에게도 기초연금을 줘야할까? 물론이다.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며 한국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노인이 혜택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보면 저 질문은 그 자체로 난센스다. 선별적 복지론자라 할지라도 상대의 주장에 대해 아주 조금만 귀를 기울였다면 저런 이상한 질문은 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 원칙이 모든 사회복지정책에 적용될 수는 없으며, 보편적 복지론자들 역시 모든 복지서비스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북유럽의 모델을 근거로 적어도 교육, 보육, 의료, 노후보장 같은 분야에서 만큼은 이 원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작년 대선기간 각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시각을 공약에 적극 반영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중증 진료비 지원 등 박근혜 후보가 약속했던 복지공약의 대부분도 이런 시각이 녹아있는 정책들이다. 

 

20만원 받으실래요?

 

역설적인 질문

 

그럼 이건희 씨는 기초연금 20만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단언하건데 그는 기초연금을 지급받길 원치 않을 것이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만약 이건희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대로 매월 20만원을 받게 된다면 대한민국 모든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즉 막대한 복지재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곧 재벌감세 정책의 철회를 강제한다. 보편적 복지의 전제조건은 부자들의 높은 조세부담이다. 박근혜 정부는 세수부족의 원인을 불경기와 일시적인 세계경제환경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고 약속했던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주 정부가 결국 기초연금 공약의 후퇴를 선언한 것은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세수부족 때문이었다. 무상보육과 4대 중증 진료비 지원 등의 복지공약들 역시 같은 이유로 후퇴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올 1월~5월까지의 세수 감소분의 절반가량인 4조 3000억여원은 법인세인하로 인해 줄어든 몫이다. 법인세인하법인세율을 2008년 경제위기 이전 수준(25%)으로 복구한다면 연간 약 10조원의 재원이 충당된다는 계산이 나오며, 여기에 투자세액감면제도를 비롯한 각종 감면혜택까지 축소-폐지할 경우 수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수 있다. 인수위 시절 기초연금 공약에 필요한 예산이라고 밝혔던 연 7조원을 충당하고도 남는 액수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대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재벌특혜를 폐지한다면 복지공약실천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은 재벌감세 정책에 예속돼있는 셈이며,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련글 - 기초연금 논란의 유일한 해법, 재벌감세 철회

 

전임 정권이 만들어 놓은 재벌감세 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이건희 씨가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복지정책 도입에 찬성할 리 만무하다. 반대로 '이건희에게 20만원을 주지 말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경우 보편적 복지는 동력을 잃게 되고 부자감세 철회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건희 씨와 재벌에 대한 반감을 담고 있는 주장이 오히려 그들의 경제적 특권을 유지지키는 역설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론자들의 관심은 '왜 부자에게 혜택을 주는가'가 아닌, 그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가'에 있다. 이건희에게 매달 20만원을 주더라도, 이건희 손자에게 공짜밥을 먹이더라도 나라의 복지재정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부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씨가 사실상 소유-경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2010년 법인세 결정세액 추정액은 3조6371억원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매출과 수익이 가장 높은 이 이 회사는 각종 감면 혜택으로 50.7%를 감면받아 1조7929억원만 납부, 실효세율은 11.9%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실효세율(17.5%)과 중소기업 평균(22%)보다도 크게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가 우리나라에서 최고 많은 세금감면혜택(연 1조원 이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건희 씨가 복지혜택을 '얼마나 받나'보다는 세금을 '얼마를 내나'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 이건희라는 이름을 가지고 논쟁해야 할 주제가 있다면 '기초연금'이 아닌 '재벌감세'여야 옳다.

 

'무상복지'라는 괴상한 표현

 

복지는 상품이 아니다

 

'무상복지'라는 표현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첫째, 대부분의 국민들이 세금을 낸다. 둘째, 복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다. 셋째, 가치중립적이지 못하다. 개인이 국가로부터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복지권에 대해 유상-무상을 논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마치 복지가 돈을 주고 사는 재화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공짜밥'이라는 저급한 표현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복지가 '사고 파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순간 '유상', '무상', '공짜' 같은 수식어들은 모두 어색해진다.   

 

지난주 정부는 기초연금 공약의 후퇴-수정을 사과하면서도 그것의 불가피함을 호소했을 뿐 65세이상 모두에게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원안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제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논란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주장하던 세력이 집권했고, 그것을 더 강하게 주장하는 야당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분간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복지라는 기조 자체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여전히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주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부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54.2%, 반대한다는 의견이 35.9%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복지를 국가가 베푸는 시혜-자선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채택했다하더라도 국민들이 이를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은 여전히 '이건희에게도 복지를?'같은 감정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러한 정서(몰이해)는 복지국가로 나아가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씨는 저서 '국가는 무엇인가'에서 <보편적 복지 VS 선별적 복지>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실에서는 두 가지 원칙이 공존할 수밖에 없으며 상호보완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이것들이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저 주장이 옳다. 그러나 다수 국민이 보편적 복지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저 논쟁은 유효하다. 선별적 복지만으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는 본격적인 복지논쟁을 불러왔다. 충분히 토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성적인 토론은 상대의 주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무상급식 논란에 온나라가 들썩였던 것이 2년전 일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귀를 막고 혼자 떠드는 고장난 확성기들과는 정상적인 토론이 불가능하다. 반론을 이해하지 못한,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의 찬성-반대는 온전한 주장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국가가 이건희를 돕는가?'

 

이제 저런 것은 주장이 아닌 '공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다람쥐주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2013.09.30 15:55 신고

    내가 이건희 같아도 예를들어서 세금을 천만원 낸다면 나한테 만원도 안돌아 오는데 뭐 하려고 세금을 냅니까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든 야산에 스테인리스로 관을짜서 그 안에다가 돈 다 넣고 땅에다가 파묻든지 해서 세금 안내고 말지
    어느 넘이 그런질문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런 질문을 한다는 자체가 상식이 없는 사람같네요

  3. 2013.09.30 16:02

    비밀댓글입니다

  4. 2013.09.30 16:11 신고

    내용 좋으네요. 사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어느편에 서서 주장하던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아주 부족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떤 복지든 실현은 불가능 할 겁니다.

  5. 2013.09.30 16:51 신고

    부자에 대해 상당히 잘못된인식이 부자는 무조건 베풀어라 인거 같아요. 그럴때마다 부자의 기준은 뭘까 싶습니다. 제 기준에 부자란 집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집가진사람기준도 그럴까요?
    진정한 복지분배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정당한 수입에 정당한 세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아이들 배불리는 밥이됩니다. 세금은 안내려고 악착같이 탈세하면서 공짜복지를 바란다는건 무슨 심보일까요?

  6. 2013.09.30 16:52

    비밀댓글입니다

  7. 2013.09.30 17:16 신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군요
    똑같이 나눠줘야지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줌니까?
    대신에 이건희는 세금을 많이 거두고 가난한 사람은 조금만 거두면 됩니다
    가난한 사람만 공짜밥주면..
    그 가난한 아들이 당신 자식이라면
    챙피해서 학교 다니고 싶겠습니까

  8. 2013.09.30 17:27 신고

    강창희 국회의장,정홍원 국무총리도 65세 이상이면 당연히 줘야지.
    이건희 회장 뿐이랴
    오래동안 나라를 위해 고생한분들에 대한 국가의 감사표시다!

  9. 2013.09.30 20:56 신고

    재산이 수십조건 수백조건.....누구나 평등하게 나이에 도달했음 20만원 주는게 맞다! 단.....있는 사람들...재산에 많은 사람들은 세금을 더 많이 겉어야지!! 그럼 몇백억 있는 사람들은 20만원 안받는 대신 세금 조금 낸다고??? 이게 무슨 복지야???

  10. 2013.09.30 22:54 신고

    부자증세하면 이건희가 20받는게 오히려 불쌍해지는거죠...

    부자나 거지나 똑같은 세율의 간접세만 졸라리 걷을려고 하면...

    이건희에게 20만원은 아까운거구요...

    한마디 하자면 IMF때 자식들이 다 털어먹고 행불되서 독거노인들이 많아졌지만...

    서류상에 자식들이 현존하기 때문에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고...제가 아는 할머니는 본인 曰 한달에 10만원으로 전기,수도,가스,반찬값까지...쌀은 교회에서 준데나??? 좀 황당하던데...그게 되나???

    선별적 복지는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실질적으로 복지가 안됩니다...

    분명 서류 잘꾸며서 받아먹는 쓰레기들은 또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복지하겠다면 보편적 복지가 진짜 복지를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인거죠...

    부동산에도 누진제를 적용하는 노르웨이처럼...(나도 부동산 꽤나 있는 사람임...)

  11. 2013.09.30 22:56 신고

    20원이 입금되었네? 뭐지? 라고 생각하겠지

  12. 2013.10.01 00:32 신고

    그러니까 일단되고보자는 공략이었던거죠 절박하니까
    저는 양육비를받는입장이여서 박대통 무조건질타하고싶진않지만 대통령 될준비를하는사람이라면 이런상황이될거란것을 미리알아야하는건아닌가싶네요

  13. 2013.10.01 00:34 신고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줘야 됩니다. 아이들 무상급식하듯이 같이. 대신 이건희 회장은 세금을 많이 내시면 됩니다.

  14. 2013.10.01 06:19 신고

    뭘-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 이건희가 월 20만원 받는다고 어디에 / 무슨 상품 광고하는것 같군,
    있지도 않은 일을 있는양

  15. 2013.10.01 08:50 신고

    안주면 열 받을거야~

  16. 2013.10.01 09:39 신고

    국가 복지제도의 틀이 형편없다
    선진 복지제도 ㅡ세금을 차등있게 내고 복지제도를 공평하게
    문젠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하지 않고,
    납부도 않하는 고액 납세자ᆞ재벌들!!
    정부는 이들에게 상납받는 공생의 구조
    그야말로 조선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국민ᆞ서민들이 정치참여를 현명하게 해야한다
    아이들을 위해~

  17. 2013.10.01 10:10 신고

    이건희는 당연히 20만원 받기를 원하지 않죠! 왜? 받아봣자 푼돈도 못되는 금액이고 이건희가 받는다는 뜻은 고령자 전체가 다 받는다는 뜻이니 그 돈은 당연히 부자들에게 증세해야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논란은 초점이 잘못됫다고 봅니다. 이건희 도 받을 권리가 있죠! 막말로 최저계층 노인은 간접세 말고는 내는 세금도 없으면서 지원만 받지만 이건희는 엄청난 금액을 내죠! 근데 이건희는 부자니까 받을 권리 없는 말이 더 이상한거죠! 이런 논란의 초점은 부자증세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늘리는 거라고 봅니다.

  18. 2013.10.01 10:18 신고

    거 참!
    이건희는 20만원 받고,
    2조원을 기부하면 될 것 아닌가?

    세금도 정상적으로 좀 내고.

    소득수준 판정하는데 드는 비용이면,
    이건희에게도 줄 돈 충분히 나오겠다.

    물론 일자리 창출이라면 할말 없다.

  19. 2013.10.02 15:38

    비밀댓글입니다

  20. 2013.10.04 08:34 신고

    많이 배웠습니다.

  21. 2013.10.04 15:00 신고

    안녕하세요. Daum view입니다.
    축하합니다. 2013년 10월 1주 view어워드 '이 주의 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며, view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 view 어워드 바로가기 : http://v.daum.net/award/weekly?week=2013101
    ☞ 어워드 수상 실시간 알림을 설정하세요 : http://v.daum.net/link/47671504

 

 

증세는 없다? 깔끔하게 백기 들어야

 

몇일전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해프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에 문제가 생겼음이 확인됐다. 정부는 65세 이상 인구 모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제 공약을 대폭 수정해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지급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10달이 되지 않았다. 와전이다 오해다 같은 말로 넘어가기엔 '무조건 20만원'을 외치던 대통령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다. 너무 뻔한 거짓말에 당황스럽지만, 지난 일의 말바꾸기를 비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앞으로의 문제다. 이제 모두가 알고 있는 대안에 관해 이야기할 때다.

 

기초연금 공약 포기 논란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언했던 복지공약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고 있다. 복지재원 마련의 실패는 기초연금 뿐 아니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 무상보육 등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모든 복지공약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정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공약의 실패를 깨끗이 시인-사과하고 복지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증세로 공약을 실행할 것인가. 앞에 것은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이고, 뒤에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감세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복지국가의 혜택을 약속하면서도 증세는 않겠다며 마법 같은 '제3의 길'을 표방했다. 이 실험은 위험해 보였다. 증세의 불가피성을 읍소했던 문재인 후보와는 달리 박근혜 후보는 증세없이도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급조된 복지공약의 조악함은 차치하더라도, 지하경제 양성화와 탈세방지 같은 모호한 방안들로 막대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박 후보의 계획은 공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각 후보진영이 재원마련대책을 집요하게 추궁하자 박근혜 후보는 “해보고 안되면 그때가서 증세하면 된다”는 상식이하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전략은 비겁했지만 효과적이었다. 대중은 문재인-이정희 후보의 피곤한 증세 계획보다 깔끔하게 "증세는 없다"고 말하던 박근혜 후보의 한마디에 더 솔깃했다. 결국 박근혜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동기와 과정이 어찌됐든 약속했던 공약을 지켜야 하는 처지다.

 

<기초연금제 논란의 원인은 실패한 세법개정안에 있다>

지난 16일 3자회담 자리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은 "법인세를 높이면 세계적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안 된다"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임자와 전혀 다르지 않은 비지니스 프렌들리다. 여기에는 법인세율을 낮추면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어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깔려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2008년과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낮췄을 때도 그것과 같은 주장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 효과는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과표 2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은 13%에서 10%로, 과표 2억원 초과 기업의 세율은 25%에서 20%로 내려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율을 이렇게 낮출 경우 국내투자는 10조원,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6조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2003~2008년 평균 0.90이었던 10대 그룹의 투자성향지수는 2009~2012년 0.86으로 떨어졌고, 10대 그룹 고용유발계수는 2007년 1.17에서 지난해 0.78로 줄어들었다. 투자와 고용 모두 법인세 인하 이전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전임 정부의 법인세 인하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박근혜정부로 넘어왔다.

 

박근혜정부가 '공약가계부'에서 2017년까지 주요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예산은 총 79조 원이다. 정부는 이 예산을 직접적인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조정, 세출 구조조정 같은 것들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기획재정부는 전년 대비 올 상반기의 세수 부족이 약 10조원에 이른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올 1~5월 까지의 세수는 82조 1262억원으로 전년 동기(91조 1345억원)보다 약 9조원이 적었다. 감소분의 절반가량인 4조 3000억여원은 법인세인하로 인해 줄어든 몫이다. 법인세를 2008년 경제위기 이전 수준(25%)으로 복구한다면 연간 약 10조원의 재원이 충당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실현하는데 소모되는 비용이 연간 7조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이를 감당하고도 남는 액수다.  

 

결국 법인세 인하로 나타난 결과는 기대했던 투자증가-고용증대가 아닌, 소득재분배 악화에 따른 양극화 심화였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6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세수 부족분은 경제 활성화를 통해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전했다. 2008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법인세 인하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 호언장담의 결과가 지금 박근혜 정부가 겪고 있는 세수부족이다.   

 

<출처:오마이뉴스>

 

정부의 세수 부족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방안이 법인세인하와 각종 기업감면혜택의 축소·폐지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평균 23.6%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 비용을 합한 총 조세 비중은 29.8%로 OECD 회원국 평균(42.5%)에 비해 크게 낮다. (2011년 세계은행 자료)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비롯한 각종 세제감면제도로 인해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이 훨씬 낮은 까닭이다. 더욱이 전체 법인 가운데 매출액 상위 1%법인들이 전체 감면액수의 78.7%(2011년 기준)를 차치할 정도로 대기업에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추세"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별세계 이야기처럼 들린다. 돈을 가장 많이 버는 대기업이 가장 많은 세제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실은 조세정의에도 맞지 않는다. 대기업에 집중된 세액공제를 축소하고 법인세율을 2008년 이전 수준(25%)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경제의 대기업집중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금, 어디서 걷어야 할까?

 

지난달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중산층 세금폭탄론'이 퍼지면서 거대한 조세저항이 일어났다. 국민들이 개정안에 분노했던 이유는 재벌감세 정책을 그대로 둔 채 중산층에게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정부의 태도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초연금 파동도 실패한 세법개정안의 결과다. 만약 세법개정안에 재벌감세 철회(법인세 인상) 안이 포함됐더라면 기초연금 공약 실현에 필요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을 테고, 설사 재원이 부족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은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정부가 이제와서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대통령은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은 장미빛 공약만 제시했을 뿐 공약실현에 따르는 국민들의 부담은 은폐했다. 덕분에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높아졌지만 늘어난 부담을 감당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괴상한 구호가 만들어낸 촌극이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공약을 폐기할 것인지 부담을 늘릴 것인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혹독한 비난이 뒤따르겠지만, 이는 거짓 공약으로 표를 쉽게 얻으려 했던 혹세무민의 대가다.

 

조세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통령의 철학이다. 선거기간 경제민주화 프레임 속에서 다소 급진적인 복지공약을 들고 나왔지만, 정치인 박근혜를 상징하는 경제정책은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바로 ‘세’우자)'다. 경제민주화의 대척점에 있는 줄··세에서 맨 앞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감세다. 이번 법인세 인상 반대 발언은 대통령의 인식이 기존 줄푸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대통령이 줄푸세를 고집하는 한 복지국가건설은 요원하다.

 

박근혜정부가 정말 경제민주화를 시대적 당위라 믿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길은 하나 뿐이다. 과감한 재벌감세 철회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길이다. 재벌에게 벌을 내리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누려왔던 과도한 혜택을 그만 거두라는 뜻이다. 국내 매출 1위기업 삼성전자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1.9%에 불과하지만 창고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은 135조 이른다. 10대 기업의 유보금은 법인세를 대폭 낮추기 시작한 2008년 235조원에서 지난해 405조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정부의 곳간은 비어가는데 재벌들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데 대기업 소득만 증가하는 상황, 부족한 세수를 어디서 충당하는게 맞는 걸까? 패배가 분명하다면 백기를 빨리 드는 것이 좋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다람쥐주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3.10.27 11:42 신고

    난재벌성장으로받은덕이하나도없다대출안되니월세를벗어날길이막막하다한달하루도못쉬고경조사못간지도10년이넘는다아주희망이없다전화가와도보고싶어도마음뿐이다이러다가몸이라도지탱해줘야할텐데걱정태산이다재벌은소외계층도생각해야한다적자생존만주장하지말고

 

<사퇴의사를 밝힌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

 

대통령제가 다른 권력구조와 비교할 때 거의 유일하게 갖는 장점은 보다 직접적인 책임정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은 <대통령의 책임>이다. 바꿔 말해 대통령이 국정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제는 사실상 왕정처럼 작동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의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과 무한 면책권을 동시에 가진 자, 즉 '왕'이다.  

 

도마뱀 같은 정권, 대통령은 어디있나?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사우디에서 귀국하는 대로 사의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에 따르면 진 장관이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자신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기초연금 공약 수립에 중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공약설계자로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해당부처 장관이 대통령의 공약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다. 한가지 의문이 든다.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신상필벌이 분명한 정부였나? 아니다. 같은 기준을 모든 부처에 적용한다면 한국정부는 당장에 모든 장관을 잃게 될 거다. 

 

이번 문책성 사임의 성격이 정확히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이것이 애초에 공약을 잘못 만든 것에 대한 문책인지, 공약을 실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인지 말이다. 전자라면 장관 사퇴와는 별개로 납득할만한 해명과 대통령의 정중한 사과가 뒤따라야 할 것이고, 후자라면 후임인선을 서두르고 보다 강력한 공약 실천의지를 밝히면 될 것이다. 불행히도 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26일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정부의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알려진 정부 최종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80%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경제형편을 고려해 최고 20만원 한도에서 차등 지급한다는 방안으로, 65세 이상 인구 모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대선 공약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최종안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은 취임 8개월만에 완전히 폐기된 셈이다. 결국 진 장관의 사퇴는 애초에 '공약을 잘 못 만든 것'에 대한 문책이다. 그렇다면 장관 사퇴와 별개로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공약을 내걸었던 대통령의 사과다. 과연 이번에는 대통령이 사과를 할까? 

 

"그런거 말고 20만원 주세요"

 

국민은 공약 누가 만들었는지 알 필요 없어

 

작년 대선기간 후보 3인은 저마다의 장미빛 복지공약을 들고 나왔다. 재원마련에 대한 입장은 각기 달랐다. 이정희 후보는 증세의 당위를 주장했고, 문재인 후보는 증세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는 TV토론에 나와 “증세는 필요없다”고 단언했다. 박근혜 후보의 지하경제 양성화, 탈세방지 같은 재원마련 대책들은 이미 1년 전부터 각 후보와 경제학자들에게 난타 당했던 것들이다. 박근혜 후보 복지공약의 핵심이었던 기초연금 공약은 인수위시절부터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1월 당선자 시절 "(기초연금 20만원은) 다 주는 것이 아니라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기초부분에다가 20만원이 안 되는 부분만큼 채워주는 방식"이라 말한 바 있다. 물론 당시 말바꾸기의 원인도 재원부족이었다. 

 

진 영 장관이 임명된 것은 3월 11일이다. 이상하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기초연금 공약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공약의 설계자를 주무부처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갑자기 '공약에 문제가 있었다'며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증세없는 복지'가 공수표였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대통령이 이제와서 공약을 잘 못 만들었다며 장관을 잘라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작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극우 폴리널리스트 윤창중 씨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새누리당까지 온 나라가 그의 임명을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무슨 계시라도 받았는지 윤창중의 임명을 강행했다. 얼마 뒤 대통령의 방미일정 중 그 유명한 '엉덩이사건'이 터졌고, 그는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다. 사건이 벌어진 뒤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굉장히 실망스럽고 '그런 인물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윤창중이 엉덩이를 만진 것에 대한 책임은 그를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이남기 홍보수석이 져야 했다. 당시에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대통령은 끝까지 뒷짐을 졌고, 심지어 “이것을 계기로 청와대는 물론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완벽하게 제3자로 빙의했다.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했던 대통령은 기이하게도 물러나는 이남기 홍보수석에게 사과를 '받았다'.  

 

이번 진 영 장관의 사퇴방식은 그때의 판박이다. 대통령의 과오로 인해 엉뚱한 아랫사람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상황. '도의적 책임'이란 본디 웃사람의 몫이다. 아랫사람이 웃사람의 책임을 떠안는 것은 '도의적 책임'이 아닌 전가(轉嫁)라 한다. 민망스럽다. 저런 지도자에게 어떤 관료가 진심으로 충성할 지 의문이다.  

 

<도마뱀 꼬리처럼 잘려나간 기초연금공약>

 

금과옥조와도 같은 대선공약이 휴지통에 던져졌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실패한 공약에 대한 책임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닌 '누가 채택했는가'에서 찾아야 한다. 공약의 판권은 '제작자'가 아닌 '판매자'에게 있다. 공약이 지켜져야 할 이유는 대통령이 그것을 공식적으로 채택-공포하고 그것을 지키겠다 국민 앞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누가 만들었는가' 따위의 문제는 공약의 당위와는 무관한 주변적인 문제일 뿐이다. 공약폐기의 책임을 그것으로 표를 얻어 당선된 사람이 아닌, 공약을 만든 사람이 진다? 정부는 이 요상한 책임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중은 공약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 국민은 공약이 지켜지는가에 대해서만 알면 된다. 이남기 수석을 잘라냈다고 해서 윤창중을 임명했던 대통령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공약을 만든 장관을 잘라낸다고 해서 공약을 폐기한 대통령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런 식의 꼬리자르기는 효과도 없을 뿐더러 대통령의 봉건적 이미지만 각인시킬 뿐이다. 

 

국정원이 자신을 돕기 위해 불법공작을 벌여도, 자신이 고집스럽게 임명한 대변인이 국제적 사고를 쳐도, 대선공약이 휴지통에 들어가도 우리의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다. 대통령 곁에 충언을 할 줄 아는 자가 있다면 하루빨리 대통령의 목에서 깁스를 풀어줘야 한다. 왕은 백성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그렇지가 않다.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할 책임이 있다. 정부의 약속들이 언제고 잘려나갈지 모르는 도마뱀 꼬리 같은 것이라면 어떤 국민이 이 정부를 신뢰하고 지지하겠는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다람쥐주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제철찾아삼만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2013.09.23 09:52 신고

    역시 다람쥐주인이십니다
    글 시원하게 읽고 갑니다~~

  2. 2013.09.23 09:56 신고

    거짓공약으로 당선해놓고 책임은 장관이 지라?
    참 박근혜답습니다.

  3. 2013.09.23 10:46 신고

    자, 답해보세요. 예산은 어디서?

  4. 2013.09.23 14:01 신고

    저의 알량한 생각으론 예산은...... 대기업들한테 .... 라따뚜이각하 때부터 삭감해준...
    법인세를 걷어 들이면 어떤지요 ....!!!!

  5. 2013.09.23 14:55 신고

    딸을 낳길 원했는 데 그만 아들이 태어났다.
    산부인과 병원측의 책임일까?

  6. 2013.09.26 09:44 신고

    유일하게 맘에안든 정책이 무조건저렇게 지급하는 정책이였습니다ㅋ 그렇게 안하겠다고 하니. . 잘된거 아닌가요?

  7. 2013.09.27 14:10 신고

    공감합니다.
    대체 유권자는 무얼믿고 투표를 해야하는건지....

  8. 2013.09.27 20:01 신고

    법인세,종부세등 MB정부 때부터 이어진 부자감세정책들는 안보이나 봅니다...

  9. 2013.09.29 20:12 신고

    이미 구글에선 답을 알고있죠?

  10. 2013.09.30 10:43 신고

    무서운 거짓세상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