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망언의 파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문제의 망언은 "(항공기 사고의)사망자 2명은 모두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다"라는 내용의 앵커멘트였다. 채널A는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자 같은 날 주중 한국대사관이 운영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유재홍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중국어로 쓰여진 사과문의 내용은 이랬다.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정식으로 사과한다. 두 명의 90년대생 학생이 숨진 가운데 앵커가 피해자 가족과 중국인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경솔한 처사였다. 해당 앵커가 자신의 잘못된 발언을 심각히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잘못을 하지 않을 것이다”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사과의 효과(?)를 떠나 사과에 임하는 채널A의 태도는 더없이 간곡하고 정중하다. 무릇 사과는 그래야 한다. 

 

채널A는 두 달 전에도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5.18이 남파된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왜곡보도에 대한 사과였다. 그런데, 길지 않은 간격을 두고 보도된 채널A의 두 가지 사과는 '버전'이 확연히 틀리다. 다음은 5월 21일 있었던 5.18 왜곡보도에 대한 채널A의 사과멘트다.

 

“만약에 이 방송 내용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시청자 여러분이 있다면 사과하겠다. 제작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엄밀히 검증해서 다시 밝히겠다”

 

이보다 불쾌한 사과가 또 있을까? 저들은 분노한 유가족과 시청자들을 향해 “만약에”라는 가정법을 사용한 ‘조건부 사과’를 내밀었다. "엄밀히 검증해서 다시 밝히겠다"는 말에서는 자신들의 날조보도가 틀리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고, 시청자들을 또 다시 우롱한 처사다.

 

그로부터 몇일 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참석한 채널A 권순활 보도본부장은 한 심의위원이 “증언자가 5·18 때 광주에 왔다는데 무슨 근거가 있냐”고 묻자 “그럼 (북한군이)오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느냐?”고 반문하여 듣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5.18에 대한 왜곡보도를 처벌받으러 나온 자리에서 또 다시 5.18을 왜곡하는 망언을 한 것이다.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두 번의 방송사고가 갖는 공통점은 방송을 통해 희생자들의 죽음을 욕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해당 방송사는 얼마간의 터울을 두고 벌어진 방송사고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태도의 사과를 건넸다. 중국인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가 간곡하고 정중했다면, 5.18 망언에 대한 사과는 무성의하고 치졸했다. 5.18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이 고소고발을 해와도 눈하나 깜빡 안하던 저들이 바다건너 중국인들의 분노에는 즉각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걸까?  

 

두 사과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저들이 5.18 희생자들의 무게와 중국인 사망 사고의 무게를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들이) 중국인들이라서 다행이다"라는 발언이 배타적 민족주의가 무의식중에 발현된 것이었다면, 5.18에 대한 망언은 사전에 의도적으로 계획된 '혐오범죄'였다. 무의식중에 튀어 나온 쇼비니즘보다 의식적으로 표출된 혐오정서가 더 강한 것은 당연하다. 

 

사실 저런 종류의 쇼비니즘은 대한민국의 모든 방송뉴스에서 오래전부터 '암시'되고 있었던 정서였다. 다만 이번엔 표현이 좀 더 '솔직'했을 뿐이다. 이번 채널A의 방송사고가 집중포화를 맞은 데에는 두 달 전 5.18 방송사고 당시 무성의하게 대처했던 것에 대한 괘씸죄가 더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중국인 사망사고의 사과문과는 달리 5.18 왜곡방송 사과문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저들이 아직 민주화의 상징인 5.18과 민주화세력에 대한 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들이 바른 역사관과 시민의식을 배우지 못하는 이상 종편의 백색테러는 계속될 것이다. 내년 5월에는 이 방송사가 또 어떤 '특집'을 준비할지 눈여겨 볼 일이다. 그때까지 용감한 채널A가 살아있다면 말이다.   

 

 

관련글 - 정신나간 채널A,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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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보도한 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의 <김광현의 탕탕평평> 프로그램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채널A의 권순활 보도본부장은 “사건 검증 부족을 인정한다"면서도 한 심의위원이 “증언자가 5·18 때 광주에 왔다는데 무슨 근거가 있냐”고 묻자 “그럼 (북한군이)오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느냐?”고 반문하여 듣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5월 17일에 있었던 왜곡보도를 처벌받으러 나온 자리에서 또 다시 5.18을 왜곡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어제 하루 수많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던 그의 발언을 다시 한번 조롱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그의 사고체계를 잠시 엿보기로 한다.

 

 <그들을 죽인 근거는 우습게도 '소문'이었다>

 


마녀재판방식과 유사한 그들의 5.18 검증방식

 

유럽에서는 13세기 초부터 약 600년간  9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마녀재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미망인과 부랑아, 정신질환자들이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됐고, 재판관들은 그들에게 마녀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증명의 방법은 간단했다. '피고'의 몸에 돌을 매달아 물에 빠뜨린 뒤 가라앉으면 사람이고, 떠오르면 마녀였다. 몸에 불을 질러 타오르면 사람이고, 타지 않으면 마녀였다. 마녀로 몰린 그들이 결백을 증명할 방법은 오로지 죽음뿐이었다.

 

“북한군이 (광주에) 오지 않았다는 근거가 있느냐?”라고 반문하는 권순활 본부장의 태도는 흡사 여성들에게 스스로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던 중세 재판관의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5.18은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확신에 찬 가설을 세워놓고 '피고'에게 스스로 가설을 증명하길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프랑스 알사스 코르말 지역의 재판관들이 300년 동안 사용했던 '마녀 심문항목'이다. 

 

 1) 당신은 마녀가 된 지 몇 년이 되는가?

 2) 마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3) 당신이 선택한 남색마의 이름은 무엇이었는가?

 4) 악마에게 어떤 것을 서약했는가?

 5) 마녀집회에는 어떤 악마와 인간이 출석했는가?

 6) 집회에서는 무엇을 먹었는가?

 7) 당신의 공범자는 누구인가?


피고는 반드시 정해진 질문에만 답변해야 했고, 어느 항목에도 결백을 해명할 기회는 없다. 재판관은 이미 피고가 마녀임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오로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질문만을 던진다.

 

다음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제작진이 탈북자 김명국(가명)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방송의 증언을 바탕으로) 


 1) 누가 남파됐는가?

 2) 언제 남파됐는가?

 3) 광주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했나?

 4) 광주에서 무엇을 보았나?

 5) 북한 복귀 후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제작진은 5.18당시 광주에 북한군의 침투가 있었다는 가설을 기정사실로 보고 이를 확인할 '증인'으로 김명국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채택했다. 위 질문들은 객관적인 보도를 위한 취재라기 보다는 제작진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채널A가 김명국에게 던진 질문들은 마녀재판 심문항목의 성격과 아주 유사하다.  

 

제작진은 김명국이라는 증인에게 대체 어떻게 대규모 부대병력이 내륙 광주까지 침투할 수 있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 또 그들이 어떻게 연기처럼 광주에서 사라졌는지에 관해 묻지 않았다. 제작진이 그것들을 묻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가설의 증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마녀의 재판관들 역시 피고의 결백가능성에 대해 묻지 않았다.   


 

 

종편의 미래 보여주다

 

중세 마녀재판에서 인정되는 증인, 증언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 피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행하는 경우에 한해 증인으로 인정한다.

 - 마녀도 다른 마녀의 죄를 증언할 수 있다.

 - 마녀의 죄에 대해서는 모든 종류의 인간이 증인으로 인정된다. 

      

채널A <탕탕평평>이 취재원 김명국을 섭외-인용하는 방식은 중세 마녀재판이 증인과 증언을 취사∙선택하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독재에 항거했던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5.18의 '정설'을 증언할 사람들은 바닷가의 모래알 만큼이나 흔하다. 수천 명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심지어 신군부의 가해자들조차 그것을 인정한다. 5.18의 정설을 증명할 증인을 섭외하는 일은 정체불명의 탈북자 김명국을 섭외하는 것의 1/1000의 수고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채널A는 5.18민주화운동 33주기를 앞두고 굳이 '희귀한 경력'을 가진 탈북군인 김명국을 찾아내 그의 발언을 인용했다. 결국 참사의 원인은 탈북자 김명국이 아니라,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던 제작진의 잘못된 가설이다. 

  

마녀재판에 900만 명의 여성들이 체포됐던 근거는 우습게도 '소문'이었다. 누군가 마녀라는 소문을 만들어내고 이웃을 교회에 고발하면 그여자는 곧바로 마녀가 되어 처형되었다. 물론 소문들은 모두 근거없는 것들이었고, 그들에 대한 고발은 모두 무고(誣告)였다. 마녀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채널A 권순활 본부장이 믿고 있는 '5.18 북한군 침투설'역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따위에 돌고있는 '소문'이다. 그 소문의 성격은 '옆집 아주머니는 마녀'라는 소문과 비슷하다. 그가 믿고 있는 '5.18 북한특수부대'의 존재는 중세의 사람들이 믿었던 마녀의 존재와 같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문의 '증인'을 찾아내 방송에 내보냈던 그의 행동은 이웃을 마녀라 믿고 죽음으로 몰고갔던 중세사람들만큼이나 아둔하고 위험하다. 종편에서는 이런 인물이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종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런 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이상 종편의 단명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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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7 09:39 신고

    암요, 단명 명약관화입니다~
    글 시원하게 읽고갑니다~

  2. 2013.06.09 09:38 신고

    최근에 채널A는 시청자를 우롱하고 국민을 노예처럼 생각하고 있지요.이런 방송이 존재할때 사회적으로 어떤 역활을 하는지 국민들이 똑똑하게 보고 답해야 하지요.스스로 방송을 포기한 행위를 ...


<단죄하지 못한 역사의 업보>

'5월의 수괴' 전두환



유난히 뜨거웠던 5.18이 지나갔습니다. 광주시민들에게 2013년의 오월은 1980년 오월이후 가장 잔인했던 오월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체모를 탈북자들이 TV에 나와 5.18이 북한군의 소행이었다는 유언비어를 공공연하게 유포하는가 하면, 국가보훈처는 5.18의 상징과도 같은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거부해 공식 추모행사를 반쪽행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5.18을 부정하는 파시스트들의 트윗이 연일 지면에 오르내리고, 온라인 게시판에는 철없는 파시스트 워너비들의 반사회적인 망상이 넘쳐납니다. 88년 전두환이 청문회장에 섰던 이래 5.18이 올해만큼 불쾌하고 소란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오월이 조용했던 이유는 5.18이 논쟁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이미 80년 그날의 일을 ‘전두환 계엄군에 의한 살육’으로 결론지었고, 수많은 증인과 피해자들이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습니다. 5.18을 논쟁하자는 것은 지구의 존재에 대해 논쟁하자는 것과 같습니다. 5.18이 다시 논쟁의 영역으로 살아났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사회정의가 그만큼 병약해졌음을 말해줍니다. 황당한 '5.18논쟁'이 되살아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근본적인 이유가 5.18의 '근본악'을 단죄하지 못한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누가 죽였는가?


"전두환이 광주사태를 일으키고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말은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말만큼 진실이다." - 김대중 전 대통령 1988년 5공 청문회 중


80년 5월 광주에서 200여 명(정부발표)의 시민들이 정부군의 총칼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손에 피를 묻힌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 말했지만 그 ‘살해명령’을 내린 자가 누구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수백 명의 시민들이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죽고 다쳤는데 가해자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미증유의 살인사건은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라는 엄청난 지령을 전두환이 아닌 다른 자가 내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법정에서 이런 상식과 심증은 무용한 것이었고, 광주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학살교사자'가 누구였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전두환은 88년 5공 청문회로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등 12개의 죄목으로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그중에 5.18학살에 관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2년 남짓한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면되어 어떤 노인도 부럽지 않은 빛나는 여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만약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거나, 무기수로 옥에 갇혀 있었다면 감히 그들이 지금처럼 5.18을 모욕할 수 있었을까요? ‘누가, 왜 죽였는가’에 대한 억측과 왜곡은 결국 살아남은 수괴 전두환에게서 비롯됩니다.


일본이 패전 뒤에도 60여년 째 우경화의 망령에 시달리는 이유는 2차대전의 다른 가해국들과 달리 최대전범인 천왕을 단죄하지 못한데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주범을 단죄하지 못한 5.18은 바람이 불면 언제든 되살아날 불씨와도 같습니다.


전두환의 사면은 '반성 없는 용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명사가 되었고, 오늘날의 '불쾌한 오월'은 그것의 업보입니다. 전두환이 현역군인들을 사열하고 존경의 대상으로 미화되는 현실은 그를 사면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휴머니즘이 얼마나 낭만적인 것이었는지를 말해줍니다. 

 


오월의 소란 되풀이되지 말아야


17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역사 왜곡은 죄악으로 일부 종편의 북한소행, 폭도 일배의 희생자 관을 홍어포장 등으로 비하한 것들을 변호인들을 구성 법적조치를 하기로 했다. 강운태 광주시장과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도 그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밝히는 등 도를 넘은 5.18왜곡에 대해 사법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5월 18일은 가장 경건해야 할 기념일입니다. 오월을 다시 뜨겁게 만드는 것은 그날의 광주를 지켰던 열사들에 대한 모욕이며, 살아남은 자들의 죄악입니다. 오월을 소란하게 만드는 이들을 단죄하지 않는 이상 조용한 오월을 꿈꿀 수는 없습니다. 올 봄 5.18을 왜곡하여 열사들을 조롱했던 자들을 철저하게 단죄하여 내년부터는 대한민국이 다시 조용한 오월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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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19 12:43

    비밀댓글입니다

  2. 2013.05.24 02:02 신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고로 전두환은 당시 대통령이 아니였지요? 보안사사령관이고...당시 계엄이 선포되었으니 계엄 사령관 정도가 아닐까요?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출처:연합뉴스>

6.25전쟁으로 사망한 희생자와 5.18항쟁으로 사망한 희생자 중 어느 쪽의 목숨 값이 더 클까요?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된 이들의 목숨 값은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전자는 쉽게 인정하면서도 후자를 인정하는 것은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자의 가해자는 타국 정부이며, 후자의 가해자는 자국 정부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를 절대선이라 믿는 국가주의자들은 정부군이 자국의 시민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선량한 시민에 대한 국가의 학살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신념체계가 송두리채 흔들리기 때문이죠.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기를 앞두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5.18 공식행사를 관장하는 국가보훈처는 5.18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불허한다고 밝혔고, 종편TV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5.18이 북한특수부대의 공작이라는 망언을 그대로 송출했습니다. 이것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5.18에 대한 '국가주의의 습격'입니다.   

 

국가주의자들에게 국가란 그 자체로 절대선이며,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입니다. 국가라는 절대가치 앞에 다른 가치들은 얼마든지 훼손될 수 있는 하위개념일 뿐입니다. 그들이 정말 내면적인 국가주의자인지, 국가주의를 이용하는 자들인지 그런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논리가 매우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이며, 누군가의 선량한 희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5.18 정신이 불편한 자들

 

'보훈'(報勳)이란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서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일을 하는 국가보훈처가 5.18을 기리는 노래에 참견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국가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행사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고, 일부 노동·진보단체에서 '민중의례' 때 애국가 대신 불리는 노래다. 정부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돼 '제창'의 형태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불허의 변을 밝혔습니다. 조악한 논리에 실소가 나옵니다. 저들은 합법적인 진보단체들을 이적단체로 인식하고 있으며, 노래를 부르며 흔드는 주먹을 국가안위에 대한 위협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5.18추모행사를 관장하는 국가보훈처가 사실상의 '행사방해'에 나선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5.18의 추모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5.18학살의 주범 전두환의 경호실장 출신인 보훈처장이 5.18추모를 기꺼워 할리 없습니다. 고양이에게 맛있는 생선요리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1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는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천용 씨가 출연해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였다” 등의 주장을 폈습니다. 

 

15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는 5·18 당시 북한군으로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탈북자가 (목소리)출연해 “광주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광주 폭동이 그렇게 들통나면 유공자 대우를 못 받는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5.18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의 난동으로 규정했던 80년 당시 전두환 군부정권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종편들이 여과없이 내보내고 있는 '5.18 북괴 폭도설'은 훗날 쿠데타의 주역들조차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했던 내용들입니다. 12. 12군사반란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은 “다소 과장된 점이 있는데 당시로서는 그런 의심이 있어 그랬던 것”이라고 진술했고, 당시 보안사령부 정보처장이었던 이학봉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 성명으로 보이고 그 당시 분석 경위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저들의 술회가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평시에 600명 규모의 북한특수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는 사실은 SF소설만큼이나 황당합니다. 종편들이 5.18을 앞두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낸 것은 방송에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가주의자들의 원죄 5.18

 

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와 종편들의 연이은 '5.18 폭도설' 유포는목적이 같습니다. 5.18정신을 훼손하기 위함입니다. 5.18정신이란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중의 저항정신입니다. 당시 민중이 아닌 독재정권의 편에 서있던 자들이 5.18정신을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보통의 민주시민이라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주먹을 쥐고 흔드는 대중의 모습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결연함과 숭고함을 느끼지만, 저들은 같은 것을 보고 위협을 느낍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주의자들에게 5.18은 '원죄'입니다. 대중이 5.18을 추모하고 기리는 이상 저들은 죄인일 수밖에 없으며, 매년 돌아오는 5월을 찜찜한 기분으로 보내야 합니다. 최근 5.18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5.18정신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기 때문입니다.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가주의자입니다. 그가 걸어온 정치여정과 발언들, 소속정당,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은 다른 가치관이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강한 보수 국가주의자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인물과 세력이 정권을 잡은 지금은 저들이 5.18에 대해 '반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국가주의자들은 국가의 명백한 과오가 눈앞에 펼쳐지면 국가가 불가피하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근거'를 찾습니다. 국가전복을 꾀하는 불순세력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논리입니다. 대중이 가상의 '불순세력'의 존재를 믿는 순간 국가폭력은 당위를 얻게 됩니다. 5.18이 북한특수부대의 침투였다는 주장이나 2008년 촛불시위가 종북세력의 준동이라는 주장은 이런 점에서 맥락이 같습니다. 그 표현이 '빨갱이'에서 '종북'으로 순화되었지만 국가주의자들의 궤변이라는 매카시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5.18정신의 훼손은 국가주의자들의 득세와 궤를 같이 합니다. 민주주의를 불편해하는 플라톤과 홉스의 국가관은 2013년에 어울리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들의 제자들이 권력을 잡은 이상 5.18의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5.18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그들의 '습격'으로부터 5.18정신을 얼마나 잘 지켜낼 수 있을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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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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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17 10:38 신고

    너무 고상하고 얌전한 표현 같습니다.
    저들은 그저 국가와 애국을 팔아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장사치들일뿐입니다.

  2. 2013.05.17 19:55 신고

    댓글 하나 남기기도 신경쓰이는, 그야말로 80년대 초반으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민주화운동의 대상이었던 수꼴이 재집권 했으니, 그 흔적이 하나씩 하나씩 노골적으로 지워지겠군요.
    수꼴 이익집단이 권력과 부를 영원히 축적할 작정인 모양입니다.

  3. 2013.05.18 00:43 신고

    정말 눈물이 납니다...

  4. 2013.05.20 10:32 신고

    5.18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5.18은 우리 심장에 박힌 가시닌까요.
    반드시 재조명되고 치유되어야하는 역사인데... 나라 전체가 침묵으로 일관하는군요.
    언제쯤 33년전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죽어간 그들의 원혼을 위로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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