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눈박이 외계인

 

눈이 한 개 달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눈이 두 개 달린 사람이 외계인이 된다. 나는 어제 청문회장에서 눈이 하나 달린 괴물들에 맞서는 외로운 두눈박이를 보았다.

 

 

 

19일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는 현직 국정원관계자 7명과 경찰관 15명 등 총 26명의 증인이 출석해 사건의 진위를 다퉜다. 지루한 공방이 오간 이날 청문회의 쟁점은 이정도로 요약된다.

 

1)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외압이 있었는가?

 

2) 경찰수사과정에서 축소은폐수사가 있었는가?

 

3) 중간수사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었나?

 

이 질문들에 대해 권 과장을 제외한 나머지 14명의 경찰관들은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응답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경찰의 수사는 정당하고 합리적이었으며, 어떠한 정치적 판단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경찰수사과정에서 사라진 100쪽 분량의 분석자료에 대해 묻자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경찰이 은폐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의 핵심증거에 대해 아무도 해명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사건초기 경찰수사를 지휘했던 권은희 과장(당시 수사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들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반박했다. 권 과장은 외압을 가하지 않았다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발언은 거짓말이며, 수사과정에서 의도적인 축소-은폐수사가 있었고, 중간수사발표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다. 국정조사 과정과 청문회를 지켜보고도 아직 그런걸 따진다는 것 자체가 비이성이다. 이 글은 청문회에 참석한 '부품'들과 한사람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다.   

 

훌륭한 조연들

 

기타등등 14명의 경찰 증인들은 일사불란한 증언으로 권은희 과장의 증언을 철저하게 소수의견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권 과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 이후 가장 핫한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권 과장의 답변은 시종일관 차분했지만 간결하고 명쾌했다. 청문회를 지켜 본 사람들의 관심은 14명 경찰관들의 압도적 다수의견이 아닌, 1/15의 소수의견에 불과한 권은희 과장의 발언에 집중됐다. 


누가 뭐래도 '권은희 청문회'였다. 여당 의원들은 그녀에게 매우 비상식적이고 망측한 질문세례를 퍼부었지만 그럴수록 권 과장의 발언에서는 기품이 넘쳤고, 그녀의 당찬 기개는 기타등등 14명의 경찰 증인들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광주경찰이냐? 대한민국경찰이냐?" -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왜 혼자만 다른 주장을 하나?"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했나?"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종북이야기에 반론하는 사람은 종북세력과 한 편이다" -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이날 청문회장에서 나온 망언들이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마련된 청문회장에서 이런 바보들의 행진을 보고있다는 것 자체가 이나라 민주주의의 치욕이다. 우리는 이날의 치욕을 잘 기억해 후세에 전할 의무가 있다.

 

영혼없는 관료들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그러나 어제 청문회장에서 보았던 증인들은 단지 '영혼이 없다'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할만큼 잘 기름칠 된 '부품'의 모습이었다. 내눈에 비춰진 그들은 양심과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아닌, 그저 입력된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그런 금속성의 '부품'들 사이에서 인간 권은희가 빛을 발했던 건 당연하다. 

 

권은희 과장을 향한 찬사가 쏟아진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찰관이며, 정의의 상징으로 추앙받는다. 그럴 자격이 있다. 권 과장을 더욱 빛났게 했던 건 악역을 맡은 훌륭한 조연들의 존재였다. 특히나 함께 증인으로 나선 권 과장의 동료 경찰관들은 거짓을 담합함으로써 진실을 말하는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그들은 자신의 양심과 영혼을 팔아 한명의 영웅을 만들었다. 참으로 값비싼 희생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가림막 뒤의 여배우

 

권은희 과장이 맞서 싸워야했던건 여당 의원들과 동료 경찰들만이 아니었다. 청문회장 한켠에 마련된 가림막 뒤에는 권 과장이 맞서야 할 또다른 외눈박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목소리출연으로 만족해야 했던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은 권은희 과장의 증언과 반대되는 주장을 '읽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리 능숙하지 못했다. 카메라에 컨닝페이퍼를 들키기도 했고 '대본'에 없는 질문이 날아들 때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댓글녀 김하영은 회심의 눈물연기까지 선보였지만 그녀의 연기는 흔한 아이돌배우의 발연기에도 미치지 못해 보였다.

 

어제 청문회의 또다른 주요 쟁점이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인가 아닌가?

 

댓글녀 김하영은 자신의 행동이 정치개입과는 무관한 "북한과 종북세력의 왜곡 선전활동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말하며 일체의 곤란한 질문에 대해 "모른다" "답변이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권은희 과장은 이번에도 '소수의견'을 피력했다. "감금을 당해 무서웠다"는 김하영의 증언에 대해 권 과장은 "법리적으로 감금은 유·무형적으로 장소 이전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김씨가 얘기했듯 당시 저와 통화가 진행 중이었고 (김하영은) 저희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금이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린다. 한명은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말했고, 다른 한명은 가림막 뒤에 숨어서 말했다. 인간 권은희의 말과 얼굴없는 국정원 '부품'의 말, 누구의 말을 믿을지는 당신 몫이다.

 

김하영이라는 인물은 참 흥미롭다. 그녀는 작년 12월 12일부터 지금까지 철저하게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부품'으로 기능하고 있다. 얼굴도 이름도 없다. '감금'됐던 김하영은 진짜 김하영이 아니다. '감금'자체가 허구인데 '감금됐던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감금녀 김하영'은 국정원과 여당의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인물일 뿐이다. 어디에도 인간 김하영은 없다.   

 

청문회를 빠져나가는 김하영의 사진을 두고 진짜 김하영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미없는 의심이다. 그것이 김하영이든 아니든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김하영이라는 이름에는 얼굴도 영혼도 없다. 청문회에 어떤 몸뚱이가 나왔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둘을 가르는 차이 - '영혼'

 

권은희 과장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찰관이 되었다면, 김하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직원'이 되었다. 이렇게 선명하게 대비되는 <명예와 불명예>도 드물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 같은 자격으로 청문회장에 선 두 인물이지만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 둘은 공무원이라는 점과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점을 빼고서는 완벽하게 다른 종류의 인간상이다. 색으로 치면 흑과 백이요, 크기로 치면 좁쌀과 태양이다. 본의아니게 두사람을 비교해야 하는 공교로움과 미안함을 권은희 과장에게 전한다.

 

지금이 정의로운 시대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권은희 과장에게서 '영웅의 기개'를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녀를 두눈박이 외계인으로 만든 것은 눈이 하나달린 괴물들이 지배하는 작금의 난세(亂世)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그녀가 수많은 외눈박이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정상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링' 밖에서 수많은 두눈박이들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도 또다른 '권은희'가 될 수 있다>

 

권은희와 김하영, 두 인간상의 대비는 한가지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권은희류'인간으로 살 것인가, '김하영류'인간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것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해야 하는 건 인간의 숙명이다. 물론 그 둘은 매우 전형적인 '예'일 뿐 그들 사이에는 무수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인간과 부품>

<소신과 굴종> 

<양심과 거짓>  

<정의와 불의>

 

권은희과 김하영은 그 선택의 결과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하영처럼 살면 김하영이 될 것이고, 권은희처럼 산다면 당신도 권은희가 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청문회장에 섰던 두 사람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 사회가 조금은 정의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글 - 옥상 위 저격수와 가림막 속 댓글녀 

관련글 - 권은희 과장의 분노와 라면상무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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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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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1 11:00 신고

    화가 납니다.
    최대수혜자인 박근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국정원의 댓글공작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대북심리전이란 모호한 단어로 사실을 축소 은폐하려 드는 국정원과 김무성 권영세의 부정선거 개입이 드러났는데도 감금과 종북타령으로 국민을 등신호구로 보는 새누리당의 오만방자함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근데 과연 그것뿐이었을까요?댓글질만 했을까요?
    권력유지 하려고 법으로 막아놓은 정상회담대화록까지 꺼내 유권자들 앞에서 흔들어됐던 놈들이
    단지 댓글짓만 했을까요?댓글짓 만으로는 재집권을 보장받을수 없었을텐데
    그 댓글짓 하다가 걸려서도 감금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떠들어 돼다가 검찰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그 조차 인정하지 않고 감금 종북타령으로 국민을 기만하려 드는 놈들이 더 한짓 하지 않았을까요?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국정조사를 유야무야 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온갖 방해공작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기만 하고
    진실을 시원하게 국민에게 밝혀주지 못한 무능력의 민주당
    공중파 방송의 기계적인 중립적 태도와 진실에 대한 철저한 외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참으로 개탄스럽고 끝없는 절망감 마저 들게합니다.

    권은희과장님의 정의로운 양심과 기개에 박수를 보내며
    언제나 정리되지 않는 어지러움을 해소해 주시는 다람쥐주인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2. 2013.08.21 13:55 신고

    속이 후련한 글입니다.
    많은 이들이 나눴으면 합니다.
    진실이냐 거짓이냐, 그 차이가 두 여성을 극명하게 나뉘게 하였군요.

  3. 2013.08.21 14:31 신고

    다람쥐주인님 님의 글 항상 공감하며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있어요 새누리당이나 김하영은 정말 어떤 사람들이길래 저렇게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걸까요??? 정말 자신들이 하는일을 정의롭다고 믿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때문에 거짓인줄 알면서도 가면을 쓰다가 얼굴이 가면에 찰싹붙어버린 걸까요???? 저들의 심리는 어떤것일까요??? 저도 국정원직원이 된다면 김하영처럼 될까요???저는 권은희과장이 존경스럽고 용감하다고 생각됩니다 김하영은 원세훈한테 세뇌당한걸까요??? 박근혜댓통령은 어떤 기분일까요???찔릴까요???아님 촛불들을 죽어도 이해 못할까요??? 아님 속으론 후회와 반성을 하지만 자기기만과 주위의 인간들땜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걸까요??? 분노와 허탈을 넘어서 이런 의문들이 치솟아서 힘듭니다...

  4. 2013.08.21 17:06 신고

    니가 외눈박이다 짜슥아

  5. 2013.08.21 20:20 신고

    진실만을 얘기했을 뿐인데 스타가 되는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6. 2013.08.24 21:53 신고

    진짜 꿈속에 나카날까 두렵구나..하영아.....혹시 시집은 갔냐...애놓으면 애들한테 어찌 교육을 시킬래....대북심리전단교육 어릴때 부터 시킬래...부끄러운줄 알아라......딜레마에 빠져 언젠가는 미칠것이다.....

  7. 2013.11.15 07:25 신고

    지당하신 말씀들입니다 물론 양심없이 보이는 개인들에 문제도 있지만 양심을 팔아버리게 만드는 권력에 핵심부부터 말단까지 패거리에 충성하고 자신들에 영달을위해 누이좋고 매부좋은 비상식이 만연된 구조에 문제들이 더큰문제인것 같습니다 작금에 문제들에서 제4부인 언론권력에 언론으로서 포기하고 부화뇌동하는 제대로된 언론하나없는 현실 이런상황들에 먹고살기 힘들고 비이성적인 언론에 쇠뇌되어진 각성하지못하는 민초들이 불쌍한 사회죠 -지금 양심을 팔아 자신에 영달을위해 아님 먹고살기위해서 충성을 강요하는 고삐풀린 권력들을 누가 누가 견제할것인가? 친일한사람 공산당에 부역한사람 미군정에 아부하여 호위호식한사람 들과 지금에 권력에 기대에 국민과 민족에 장래는 안중에도 없고 알량한 권력을 지키고누리기에 빠쁜놈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인지.... 불의와 몰상식이 판치는 이세상이 브레이크없는 자동차 같습니다 --일제와 싸우며 독립운동한것처럼 지금은 몰상식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독립운동을 제안합니다

 

<앗셈의 카메라에 담긴 마지막 영상>

 

이집트에서 연일 비보가 날아든다. 지난 8일 이집트의 사진기자 아흐마드 사미르 앗셈은 옥상에서 시민들을 사살하던 저격수를 촬영하던 중 그 저격수의 총탄에 맞아 즉사했다. 그날 26살의 젊은 기자가 촬영한 마지막 영상은 전파를 타고 전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이집트에서는 그날 이후 3000명(무슬림 형제단 발표) 가까운 시민들이 정부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80년 광주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우리 국민들이 그곳에 감정이 이입되는건 자연스럽다. 이런 야만은 이역만리 남의 나라나 오래된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한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야만을 찾을 수 있다.

 

오늘(19일) 국정원 전·현직 직원과 경찰관 등 27명의 증인·참고인이 출석하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 2차 청문회가 열린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오늘 청문회에서 국정원 댓글녀 김하영을 비롯한 현직 국정원 직원들을 '가림막' 뒤에 숨기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은 몇 가지 측면에서 놀랍다.

 

우선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천인공노할 음담패설을 늘어놓았던 ‘좌익효수’(본명 김하영)가 여전히 국정원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대단히 놀랍다. 검찰수사 결과 국내정치와 대선에 개입했던 혐의가 밝혀진 그녀는 지금도 국정원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댓글녀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가림막'이라는 기발한 장치를 동원한다는 사실과 그런 기괴한 은폐방식에 야당 특위 위원들이 동의했다는 사실까지, 상식을 초월한 이 ‘초현실’에 아연실색해진다. 혹시 '육성을 보호'한답시고 헬륨가스라도 마시게 하는건 아닐지 모르겠다. 

 

<오늘 국정원 댓글녀가 앉게 될 가림막 뒤편>

    

은폐된 국가폭력의 아지트 - 옥상과 오피스텔

 

옥상에 숨어 자국민들을 사살하는 이집트 저격병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악스럽다. 근무시간에 오피스텔에 숨어 정치공작을 벌였던 국정원 직원의 모습 역시 상식을 뛰어넘는건 마찬가지다. 옥상에 몸을 숨긴 채 시민들의 목숨을 노렸던 이집트의 저격병과 역삼동 오피스텔에 숨어 정치공작을 벌인 댓글녀 김하영, 비열한 국가폭력의 말단이라는 점에서 둘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집트 군이 비무장한 시민을 향해 저격병을 운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50만 병력을 보유한 이집트 군부가 화력이 부족해서 저격병을 배치한 것은 아닐 거다. 저격의 기본은 은폐엄폐다. 그들이 저격병을 배치한 이유는 언론의 카메라에 자신들의 총구를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길 원했기 때문이다. 총구를 숨긴 군부는 사망자 수를 1/5로 줄여서 발표했다. 전세계에 현장이 중계되는 상황에서 정규군이 비무장한 시민들을 향해 '당당히' 총을 쏘는 모습은 이집트 군부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 그들이 숨어서 총을 쏜 이유는 한마디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떳떳하지 못한 권력은 은폐에 능하다. 스탈린의 비밀경찰이나 닉슨의 CIA, 박정희의 중앙정보부, 북한의 정치보위부 등등 권력의 야만은 주로 음습한 곳에서 일어났다. 국정원 댓글녀가 근무시간에 오피스텔로 '잠입'했던 이유도 그와 같다. 그곳은 댓글녀 김하영이 '작전'을 펼치기 위해 필요했던 범죄아지트였다. 공개된 장소에서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녀에게 은폐엄폐된 역삼동 오피스텔은 이집트 저격병이 몸을 숨겼던 옥상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서태지도 울고 갈 신비주의 '좌익효수'의 모습>

 

영원한 '가림막'은 없다

 

댓글녀 김하영은 '잠금'돼 있던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빠져나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오피스텔에서 탈출하던 날 마스크에 가려져있던 그녀의 얼굴은 청문회장에서도 가림막에 가려질 예정이다. 국회가 공식적으로 '은폐'를 허용한 것이다. 여유롭게 가림막 뒤에 숨어 '종북세력'운운할 댓글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떤 자리보다도 명징해야 할 청문회장에서 증인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검찰수사에서 범죄혐의가 명백하게 밝혀진 그 국정원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핵심 증인들은 증인선거를 거부하고, '현장범'의 얼굴은 가림막으로 가려준다. 이런걸 국정조사라고 진행하고 있는 국회나, 떨리는 손을 진정시켜가며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이나 딱하긴 마찬가지다. 국회가 이 비극을 어떻게 마무리할걱정스럽다.  

 

옥상에 숨어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자와 골방에 숨어서 댓글공작을 벌이는 자, 그런 자들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면 '부끄러움'일 것이다. 그들에게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수치심이 있다면 말이다. 댓글녀의 눈에는 눈앞의 가림막이 튼튼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영원한 '권력의 가림막'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권불십년이다. 민주주의를 유린한 대역죄인에게 영원히 보장된 '안전'이란 없다. 

 

오늘 청문회가 이 더운날을 얼마나 더 뜨겁게 만들지 모르겠다. 벌써 더워지는 아침, 어떤 호기로운 의원이 가림막을 패대기치는 시원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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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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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9 09:07 신고

    흠...저의 고상한?품성을 아주 망가뜨리는 청문회...
    오늘은 얼마나 열불나고 속뒤집어질지........ 두눈 부릅뜨고 보렵니다ㅠㅠ

  2. 2013.08.20 00:02 신고

    너가 갈곳은 감옥뿐 너와 결혼할 남자는 감옥뿐 너가 살 집은 감옥뿐...

  3. 2013.08.22 09:24 신고

    비굴함과정의로움/정의와불의사필귀정이겠지요/행동하지못한양심은악의편이라했지요/자기가저지른악의의행동뉘우치지못 한것이더큰운제아네요 김하영의행동하지못한양심덕에권은희괴장님의정의로움이대한민국경찰의장내가밝아보입니다 김은희괴장님존경합니다 화이팅~~~~~~

  4. 2013.08.22 09:26 신고

    비굴함과정의로움/정의와불의사필귀정이겠지요/행동하지못한양심은악의편이라했지요/자기가저지른악의의행동뉘우치지못 한것이더큰운제아네요 김하영의행동하지못한양심덕에권은희괴장님의정의로움이대한민국경찰의장내가밝아보입니다 김은희괴장님존경합니다 화이팅~~~~~~

  5. 2013.08.22 19:03 신고

    명박산성에 이어 청문회장에서 근혜산성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지요?
    부당한 권력의 종말을 머지 않아 보게될것 입니다.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의 슬픈 눈>

 

새누리당 역시 이해당사자, 참가자격 없어

 

2일 국회에서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됐으나 첫날부터 파행을 맞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열린 첫 회의에서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이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며 국정조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두 의원의 국정조사 참여를 강하게 문제삼으며 파행분위기로 몰고갔다. 김태흠 의원은 “(사건에) 관련 있는 분이 빠지지 않으면 (회의를) 못 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 당사자는 안된다”고 고성을 질렀고, 김진태 의원은 “김현·진선미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피고발인 신분이다.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마지못해 국정조사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새누리당이 국조 첫날부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집단행동을 보여준 것은 민주당에 순순히 끌려가지 않겠다는 일종의 기싸움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애초부터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뜻이 없었다. 여당이 이런식으로 꼬투리를 잡아 물고늘어진다면 국정조사의 파행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어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3조 1항에 보면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안에 한하여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두 의원의 제척사유를 설명했다.

 

두 의원을 고발한 당사자는 다름아닌 새누리당이다. 즉 새누리당은 두 의원을 스스로 고발해놓고 그들이 고발당한 당사자라며 국정조사에서 제외를 주장하는 것이다.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는 새누리당의 논리대로라면 새누리당 자신들부터가 이번 국정조사에 참가자격이 없다. 새누리당 자체가 국정원사건의 수혜를 입은 중요한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온 김현·진선미 의원과 그사건으로 부터 수혜를 입은 새누리당, 시민들은 둘 중 어느 쪽의 이해관계가 더 크다고 생각할까? 

 

그들은 국정조사의 '자격을 논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니, 자격을 논하기 이전에 입에 담기도 민망한 '감금사건'을 운운하는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정조사를 한다는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들에게 이번 국정조사의 목적은 국정조사를 방해하는 데 있다. 국정조사 무용론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2008년이 아닌, 2013년의 촛불. 출처:오마이뉴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협조해야 하는 이유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국회 안팍에서 국정조사 무용론이 힘을 얻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않든 장외행동을 강제받게 된다. 현재 국정원사건 장외투쟁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내부적으로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김한길 대표와 당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장외투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적극적인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정청래, 최민희 의원 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정조사 합의로 온건파의 목소리가 잠시 득세하고 있지만 국정조사 무용론이 힘을 얻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새누리당은 이것이 과연 자신들에게 이득일지 고민해야봐야 한다.  국정원사태의 불길이 장외로 번져나갈 경우 새누리당은 자칫 2008년의 ‘촛불공포’를 다시 느끼게 될지 모른다.

 

50 - 700 - 1.0000 - ?

 

지난 6월 1일 - 6월 15일 - 6월 22일 광화문에 모였던 촛불군중의 수다. 광화문에 모여지는 촛불의 수는 2주 만에 대략 14배씩 불어나고 있다.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새누리당은 일단 발등에 떨어진 (촛)불은 끈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어제와 같은 태도로 국정조사를 방해한다면 거리의 시민들이 어디까지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은 개인 자격으로 거리집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야권의 파트너인 진보정당들은 지난달부터 각자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발목잡기로 국정조사 무용론이 고개를 들 경우 민주당 127명의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2008년 미국산쇠고기 수입문제가 격한 거리시위로 번지게 됐던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정치권에서 적절한 갈등의 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여권과 청와대가 분위기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대중의 분노에 안이하게 대응했던 탓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시민의 분노를 제도정치권에서 수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제도정치에서 대중의 분노게이지를 낮추지 못한다면 그것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필연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분명 새누리당의 자충수다.      

 

때로는 분위기파악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큰 화를 막을 수 있다. 정확한 분위기파악은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새누리당이 명심해야 할 사실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이 시간끌기나 물타기로 희석될만한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디 새누리당이 시국의 흐름을 오판하여 불붙고 있는 거리정치에 기름을 붓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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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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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4 09:23 신고

    요즘 새누리당을 보면 어떻게든 소나기는 피해 가자식인 것 같습니다.
    마지못해 시늉만 하고 꼼수만 부린다면 소나기는 피해 갈지 모르지만 거대한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2. 2013.07.04 14:44 신고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는 잡아팔기라도 하지.. 저것들은 어디에라도 쓸데가없는 쓰레기들입니다
    저런 상대를 대상으로 국정조사니 정면승부니 맞대응하는것조차 절망스러운 현실입니다
    국조위 민주당의원들이 많이 힘내서 강력하게 싸워나가야할텐데요..

  3. 2013.07.07 16:53 신고

    더러운 딴날당은 온국민이 알고있죠... 더럽고 비열한 방법이라도 동원하여 정권을 잡을려는 그들의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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