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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우향우를 주도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

 

분열은 죄악이 아니다

 

정당을 뜻하는 영단어 party는 부분, 일부를 뜻하는 라틴어 pars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여 '부분으로 나누다'는 뜻의 중세 영어 partie를 거쳐 오늘날의 의미를 담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어원을 따라 올라가면 정당이란 조직이 ‘분열’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주의가 강한 힘을 발휘하는 나라에서는 갈등과 분열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분열과 갈등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질병이 아닌 ‘증상’일 뿐인 것이죠. 오히려 경우에 따라 분열은 갈등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원인이 아닌 현상에 대해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정당과 정당간의, 혹은 정당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바라보는 시각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당제가 허용되는 민주국가에서, 더욱이 대한민국과 같이 정당정치가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정당들의 분열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당(2007),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2008),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분당(2012)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주요 정당들의 ‘분당사’입니다. 이것들이 이전에(20세기에) 나타났던 분당들과 달랐던 점은 당 내부의 철학과 노선을 달리하는 세력들 간의 분열이었다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철학을 확인한 정치인들이 다른 정당으로 갈라서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야권지지자들은 정당의 분열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분열자체를 죄악시하는 전체주의적 문화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분열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적전분열론’입니다. “거대 보수정당을 앞에 두고 우리끼리 분열하면 안된다”라는 논리이죠. 우리 국민들을 이렇게 ‘정치공학자’로 만든 것은 결선투표가 존재하지 않는 이나라의 불완전한 민주적 절차입니다. 이것은 유시민 씨의 말처럼 우리사회가 매우 강한 양당제 복원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당의 분열이 죄악처럼 여겨지는 나라. ‘분열의 인정’에서부터 비롯된 정당이라는 조직이 분열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진 것입니다.

 

'중도지향'이라는 함정

 

지난 15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민주통합당의 당명을 '민주당'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당강령 중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어구도 '중산층과 서민'으로 변경하고, '한미FTA재검토'라는 문구도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민사회, 노동계의 결합으로 민주당이 재창당지 1년 5개월만에 사실상의 '보수회귀'를 선언한 셈입니다. '중도지향'이라는 말은 '탈진보'와 같은 말입니다.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와 같은 진보개혁노선에 힘을 실어 왔던 민주당이 예전의 보수성을 회복해 노무현 이전의 민주당으로 회귀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당 안에는 지나치게 상이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세력들이 공존해왔고, 대선패배 이후 나타난 심각한 내분은 그 공존이 실패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갈등의 크기가 아닌 갈등의 양상때문입니다. 김한길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노퇴진론자들의 '우향우' 주장은 민주당의 진보개혁노선을 바라던 지지자들에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입니다. 이는 지금의 민주당이 포괄한 스펙트럼의 폭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비현실적인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도정치에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표출을 대리하는 대중정당은 자신들이 어떤 정당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선명하게 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대선이 4년 8개월이나 남아있고, 지난 대선패배의 충격이 어느정도 가신 지금이 그 적기일지 모릅니다. 민주당은 지금 노무현 이전의 보수성을 회복하고 '구 민주당'으로 회귀하느냐, 이들과 싸워 자유주의+사민주의정당의 길을 걸어가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한쪽은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안철수현상을 흡수해야 한다는, 다른 한쪽은 왼쪽으로 움직여서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지나치게 넓게 포괄하고 있는 스펙트럼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양쪽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결과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다음은 그 차이에 관한 글입니다.

 

관련글 - 문재인의 민주당과 김한길의 민주당, 그 살벌한 간극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를 주관한 한상진 교수. 오마이뉴스>

거짓상관관계

 

얼마 전 발표된 민주통합당의 대선평가보고서가 화제입니다. 일반 직장이었다면 저런 보고서를 제출한 사람은 분명 시말서를 써야 했을 겁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왜 보고하려 하는지부터 무척 혼란스러운 저 보고서는 심지어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나와있지 않습니다. 작성자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보고서의 기본적인 요건마저 갖추지 못한 '괴문서'를 바탕으로 대선패배를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이 보고서의 내용을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36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를 요약하면 "친노 물러가라"입니다. 민주당이 지나치게 좌클릭한 결과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왔고 그것이 대선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한마디로 '거짓상관관계'입니다. 민주당의 진보개혁노선 선택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춘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2000년대 이후 달라진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보고서의 주장은 김한길 의원이 근 10년간 주장해온 '친노퇴진론'과 놀랍게도 유사합니다. 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중도지향'을 공약하고 있는 김 의원은 때마침 보고서 발표시기와 맞물려 당권을 향해 순항중입니다.

 

관련글 - 홍준표와 김한길, 그 얄팍한 증오의 정치

 

야권의 합리적 분화 인정해야

 

이제 우리사회는 정당의 합리적 분열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당의 ‘합리적 분화’는 정당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며 유권자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제도정치권으로 표출해주는 순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한미FTA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사람과 선별적 복지를 지지하는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이들이 똑같이 민주당에 표를 던진다면 민주당은 저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까요? 오늘날의 무능하고 유약하며, 우유부단한 민주당의 이미지는 이렇게 형성된 것입니다. 

 

김한길 의원과 대선평가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이 간과한 것은 이미 야권지지자들이 민주당이외의 대안에 익숙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인식은 야권에 민주당이외의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던 20세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진보진영에 걸출한 스타정치인들이 즐비해 있고 진보정당이 두자리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입니다. 지난 대선은 더이상 거대 야당 혼자의 힘만으론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사표방지라는 양당체제 유지의 중요한 목적이 사라진 것이죠.

 

2004년 유시민 씨가 촉발한 사표논쟁은 그 변화를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2%에도 못 미치던 20세기, 민주당은 사표방지호소만으로 간단하게 야권 전체를 응집시킬 수 있는 골리앗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진보진영의 성장으로 인해 더 이상 사표방지호소가 먹히지 않자 민주당은 야권연대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해야 했고, 그 결과 더 많은 야권지지자들이 민주당만이 대안이 아님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그동안 민주당의 진보개혁노선을 주도했던 인물들도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예전과 달리 민주당내 개혁세력과 군소진보정당들간의 스펙트럼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차례 선거에서 성사됐던 야권연대의 경험이 이를 증명합니다. 더이상 민주당의 우경화를 당내에서 견제할 길이 없다면 다른 합리적선택을 하는 쪽이 나아 보입니다.   

 

여전히 거친 정치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에는 오래전에 야성을 상실한 거대야당보다 작지만 강력한 야성을 가진 여러개의 야당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야성을 잃은 맹수는 자연도태가 순리입니다. 민주당의 합리적 분열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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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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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8 10:54 신고

    변화된 정치지형과 진화한 국민의 요구에 민주당이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건 진보 성향의 국민들입니다. 1980년대의 영화 우뢰매가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오늘날에도 통하리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죠. "분열 자체를 죄악시하는 전체주의적 문화"라는 단어가 특히 마음에 와닿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2013.04.18 13:12 신고

    쓰디쓰고 슬픈 일입니다
    글 잘읽고갑니다~

<이들이 같은 깃발아래 뭉치는 것이 가능할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어떤 사람은 민주당을 “새누리당 2중대”라며 비난하고, 어떤 사람은 “무능한 좌파정당”이라 비난합니다. 이런 비난들은 모두 맞으며, 모두 틀립니다. 민주통합당과 같이 거대한 스펙트럼을 포괄하고 있는 대중정당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함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문재인의 민주당도, 김한길의 민주당도 모두 같은 당입니다. 이렇게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장님 코끼리 만지듯 나오다보니 이 당이 처한 난국을 타개할 해법도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당이든 당권을 향한 내부의 힘겨루기는 존재합니다. 당권경쟁은 당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당을 망하게 하기도 합니다. 당권경쟁의 양상이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권력투쟁인지, 가치관과 철학에 따른 합리적 노선투쟁인지를 구분하려면 '계파'를 이루고 있는 무리의 속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육상쟁에 가까운  당권투쟁을 벌였던 새누리당의 '친이'와 '친박'같은 계파의 경우 정치적 스펙트럼상의 차이가 거의 없는, 동일선상의 무리들이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정통수구'와 '이권수구'의 차이정도랄까요? 그런 면에서 친박과 친이라는 무리는 두 거물급 정치인들을 향한 충성관계에 따라 형성된 일종의 정치적 이익결사체였고, 그들의 투쟁은 어느 쪽이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당의 철학이나 노선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친이가 장악했던 한나라당과 친박이 장악한 새누리당사이에서는 아무런 철학의 차이를 읽어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당의 당권투쟁이 저렇게 1차원적인 것은 아닙니다. 대선이후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당권경쟁의 양상은 그것보다 조금 복잡합니다. 그것을 '주류 VS 비주류'라 부르든 '친노VS 비노'라 부르든 경쟁의 내용과 구도는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친노', '주류'와 같은 표현은 편의상의 구분임을 밝힙니다)

 

민주당의 주류와 비주류는 새누리의 친이, 친박과는 달리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확연한 차이를 가집니다. 소위 '친노', '주류'라 표현되는 민주당의 인사들은 손학규, 김한길로 대표되는 비주류에 비해 상당히 진보적인 정체성을 가집니다. 친노라는 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의 정체성은 단순히 죽은 정치인과의 친소관계가 아닌 이념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한 가치연대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서 잘 드러납니다. 당시 민주장 비주류의 기수였던 손학규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민주당이 노선을 대폭 수정해 적극적으로 중도표심을 잡아야 한다 역설했습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진보정당들의 공약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의 개혁적인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결국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13연승을 몰아주면서 민주당의 변화를 지지했습니다.  

 


잡탕정당의 비애

 

민주통합당은 다당제 정치제도하에 존재했다면 2~3개의 정당으로 갈라지는 것이 당연한 정당입니다. 민주당이 포괄하는 스펙트럼이 지금처럼 비대해진 이유는 제도적으로 강제된 양당제 속에서 거대 보수1당과 맞서기 위해 지나치게 외연을 확장해온 결과입니다. 사실 민주통합당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전세계 모든 포괄정당(catch-all party)들이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또 다른 포괄정당인 새누리당에게는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두 정당이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자리하고 있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에서도 (한나라당 시절) 민주당의 '주류VS비주류'경쟁과 유사한 내부 노선투쟁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중도투쟁을 주도하던 소장파들의 활약은 친박과 친이의 계파경쟁이 본격화 된 2000년대 중반 이후 맥이 끊겼습니다. 중도정치, 서민정치를 주장하던 소장파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금 새누리당의 스펙트럼은 완전히 오른쪽에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오른쪽에 정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외연의 문제에서 유일하게 신경써야 할 것은 왼쪽의 중도진영을 얼마나 포괄하는가의 문제인데, 왼쪽과 오른쪽 모두를 신경써야 하는 신세의 민주통합당보다는 한결 수월합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비슷한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자신의 왼편에 유의미한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안정된 반반싸움을 펼쳐왔습니다. 그런데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나타나면서 민주당내에서도 노선투쟁이 벌어집니다. 진보정당의 성장은 우리사회에 진보적 개혁의 에너지가 싹을 틔웠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발맞춰 '정풍운동'이 일어났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맞물려 새로운 세력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친노세력’입니다. 그들은 기존의 보수적인 민주당의 틀로는 담아내기 불가능했던 진보적 에너지를 담아냈지만, 반대편에서는 보수세력의 이탈을 가져와 분당, 탈당과 같은 내홍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시절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당의 보수화를 주도했고, 2008년 23명의 의원들과 함께 당을 탈당하여 독자노선을 선언했던 김한길 의원은 그 대척점에 섰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문재인의 민주당, 김한길의 민주당

 

5월 4일 예정된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의원을 상대로한 여론조사결과 김한길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투표가 폐지된 이번선거에서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은 한 김한길체제의 출범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김한길 체제의 출범은 '비주류의 반격'이나 '친노시대의 종식'쯤으로 이해됩니다. 그가 줄기차게 친노퇴진을 외치던 비주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좀 더 멀리서 바라본다면 이것은 일종의 회귀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작년 4.11총선 배패의 원인이 민주당의 좌클릭때문이라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당쇄신의 해법으로 친노퇴진을 제시했던 김 의원의 문제인식은 이번 대선패배의 원인을 문재인 후보에게서 찾는 것과 맥락이 같습니다. 김 의원은 비단 지난 총선과 대선뿐 아니라 17대 국회이후 민주당이 패배한 모든 선거의 원인을 '친노'에게서 찾았습니다. 김한길이란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고나면 먼지만 남습니다. 김한길의 민주당은 노무현 이전의 민주당, 즉 확실히 보장된 양당제 속에서 한나라당과 '안전한 전투'를 벌이던 시절의 보수정당으로 회귀를 뜻합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우클릭이 과연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데 적절한 대안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한길의 민주당이 몰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정치지형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일색의 정치환경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는 거대한 보수정당이 두 개나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죠. 지금의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지난 2011년말 시민사회, 노동계의 연합을 통해 재창당된 정당입니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기존의 민주당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일정한 진보적 색채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창당 이후 대선까지 민주통합당의 주류가 표방하 정체성은 기존 민주당에서 한 발짝 왼쪽으로 다가간 진보적 자유주의나 온건한 사민주의쯤 되는 것이었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좌클릭은 한국사회의 달라진 정치지형의 반영이었습니다. 그 결과 군소진보정당들과의 간극이 좁아졌고 이러한 왼쪽으로의 외연확대는 여러 선거에서 진보정당들과 야권연대가 성사됐던 배경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보수양당체제의 한 축이었던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진보정당들과 연대를 모색했다는 것 자체가 예전과는 달라진 정치환경을 인정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외연의 확대가 기존 민주당의 보수성을 그대로 간직한채 이루어진 결과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확장되었다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죠.   

 

대중정당은 시대정신과 함께 호흡할 때 존재의 의미를 갖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던 시절 제도권 내의 유일한 대항세력이었던 민주당은 존재의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적 열망이 넘쳐나는 2013년의 대한민국에 또 다른 거대보수정당은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곧 용도폐기 될 것만 같은 그들의 병든 노년을 지켜보는 마음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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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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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5 10:23 신고

    너무 답답하고 씁쓸하고 ...맘도 아픕니다.

  2. 2013.05.03 17:00 신고

    처음으로 이 곳 글을 읽었는데, 글이 참 찰지네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더불어, 빵터졌던 부분
    [김한길이란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고나면 먼지만 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또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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