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환자의 모습>

 

‘중2병’이란 말이 있다. 자기도취와 허세에 빠진 미성숙한 인격체들을 일컫는 은어다. 1999년 일본의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등장한 ‘중2병’이란 말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신조어로, 자아형성 과정에서 착각과 허세에 빠진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중2병의 흔한 증상은 자만심과 우월감, 우울증 등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허세’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시크한 척하면서도 남들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해 과장된 행동을 하며, 주변의 이목을 의식한 무의미한 낙서를 즐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휴가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올렸다. 대통령은 휴가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듯하다. 사진속 풍경은 여유가 넘쳐 흐르고 한가하며 평화롭다. 사진속의 세상은 전운이 감돌고 있는 여의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별세계다.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휴가사진이 올라오자 지상파 3사와 주류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소식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어제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사진속 배경인 저도를 비롯해 대통령의 헤어스타일과 썬그라스 같은 신변잡기에까지 깨알같은 관심을 보였다. 국정조사 따위는 요란한 대통령의 휴가소식 앞에서 단신취급도 받지 못했다. 이날 한국 언론들이 보여준 태도는 대통령의 소식을 전하는 주류언론의 태도라기보다는 여왕의 가십을 전하는 영국 타블로이드지의 그것에 가까워 보였다.  

 

설정이 심하게 촌스럽긴 하지만, 사진 자체의 퀄리티는 훌륭하다. 아무리 봐도 전문 사진기사의 솜씨다. 경호상의 이유라며 청와대에 함구령까지 내리고 비공개로 떠난 휴가지에 사진기사라도 대동했나보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복잡하고 힘든 일상을 떠나 마음을 식히고 자연과 어우러진 백사장을 걸으며"라며 홀가분한 휴가의 느낌을 전했지만 과도하게 설정된 사진들에서는 홀가분함보다는 '기획휴가'같은 냄새가 난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또 한가지 냄새는 진한 '중2병'의 증상이다.  

 

<70년대 잡지사진을 연상케하는>

 

<누구랑 이야기 하시나요?>

 

사진을 다운받으러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메인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고 기겁했다. 그곳에는 배경을 태극기가 아닌 인공기나 전범기, 하겐크로이츠로 바꿔야 어울릴 법한 사진이 걸려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대체 왜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군을 떠올리게하는 옷을 입고 태극기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걸까? 사진의 가운데에는 '희망의 새시대'라는 글씨가 쓰여 있지만, 저 사진을 보고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희망'과는 거리가 먼 호전성과 비장함, 긴장감, 딱딱함, 이상함, 어색함 같은 것들이다. 이런걸 페이스북 대문에 걸어논 대통령의 '센스'도 기가 막힌다. 외국인들이 대통령의 페이스북을 방문한다면 남북한을 헷갈릴 것도 같다.

 

중2 또래들의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내눈에는 저게 멋져 보이지 않는다. 극단적이고 비장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군국주의 코드는 중2병 환자들의 단골 레파토리다. 실제로 하겐크로이츠와 나치경례는 서양의 중2병 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대략 이런 느낌>

 

대통령의 휴가사진들과 저 괴상한 경례사진 사이에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한 설정샷이라는 점이다. 70년대 잡지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휴가사진이나, 민간인인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를 하는 사진 모두 어딘가 억지스럽다. 억지스러움과 극단성, 얄팍한 감성코드는 전형적인 중2병 환자의 증상들이다.  

 

<중증 중2병 환자들의 모습>

 

중2병은 실제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질병이나 정신질환이 아닌, 일종의 사회학적 은어다. 이 은어가 갖는 본질은 ‘한심함’에 있다. 이 병은 억지스러운 허세에 둘러쌓인 자신의 모습이 타인의 눈에 멋져 보일거라 생각하는 착각에서 '발병'한다. 대부분의 중2병 환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인 성숙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그러나 환갑이 넘은 나이에 중2병에 걸려있는 사례는 흔치 않다. 대통령의 '자연치유'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음은 어떤 대통령이 임기중 휴가지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신난다"

 

"어이쿠야"

 

주인공이 멋지지도, 배경이 예쁘지도 않다. '보통 사람들'이 휴가지에서 찍었을 법한 사진이다. 풀밭위에서 몸이 뒤집어진 굴욕적인 모습도 스스럼없이 공개한다.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사진에서는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는 '행인'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설정샷과 스냅샷의 차이이며 가식과 소탈함의 차이, 가짜와 진짜의 차이다.

  

'자연상태'의 인간 박근혜의 모습이 무엇이길래 자꾸 설정과 연출에 기대는걸까? 대중이 기억하는 인간 박근혜의 모습은 감자를 사면서 냄새를 맡는 모습이나, 7만원어치 생선을 사고 8천원을 건넨 뒤 태연히 돌아서는 모습이다. 유난히 세심한 연출이 필요한 대통령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설정이 잘못됐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설정은 이미 실패한 연출이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대통령에게 '보통사람'의 소탈한 면모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은 연예인이 아니다. 박제된 대통령의 모습에서 대중이 이질감을 느끼는건 당연하다. 껍데기뿐인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라면 그 나라의 국민들도, 대통령 자신도 너무 불행하지 않은가. 억지설정에 박제되지 않은, 대통령의 '진짜 모습'이 보고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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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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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1 11:00 신고

    정말 정확한 진단이십니다..근데 대다수 국민들은 그네의 인간적인 본래의 모습은 알고싶지도 보고싶지도 않다는거죠
    자기만족의대가로 너무 많은 국민들이 물심양면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신병자처럼 자기추억의 코스프레를 하고있는게 역겹습니다

  2. 2013.08.01 13:26 신고

    제가 느낀것과 비슷헌걸 느끼셨내요.
    혼자서 모랫사장에 낙서 개수작하고.. 먼곳보는 설정샷에.. 정말 국격 떨어져서 많이 쪽팔립니다.
    옷은 뭘그리 갈아입어대는지.. 세탁은 해서 다시 입기나 하는지도 모르겠고..

  3. 2013.08.01 19:17 신고

    공주는 외로워가 배경음악으로 어울릴 듯..

  4. 2013.08.01 21:25 신고

    저도 노무현대통령을 좋아합니다만, 다람쥐님의 글은 좀 비약적인 것 같습니다.
    실상 박근혜 대통령의도가 어떻든 너무 억지스럽게 내려가네요. 설정은 이를 전체적으로 코디한 자의 실패인 것이지, 그렇다고 박근혜대통령의 실제적 마음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치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실상 보수들의 보스역활이니 보수파들이 좋아하는 설정을 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는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자체의 스타일인거구요.
    두 대통령의 기반이 다른 상황에서 까기위한 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일베충들은 더 말도 안통하게 노무현대통령을 까는 것이지요.
    정치적 비평을 하고자 하신다면, 글은 주관적일 수 있으나 객관적 판단처럼 포장해서는 안됩니다.

    • 2013.08.01 22:06 신고

      저 사진을 보고도 나치를 떠올리지 못했다니 감수성에 문제가 있어보이네요.

    • 당선범 척결 수정/삭제> 댓글주소
      2013.08.03 09:14 신고

      장물도둑녀ㄴ에 부정선거 당선범 밥근혜를

      대통령이라 단정하는것부터 쪌어요.

      지금 누가봐도 저녀ㄴ이 국정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공작으로 다 아는 상식적인 문제인바, 마치 노통 지지자인양

      은근히 , 장물녀ㄴ 편드는 꼬락서니가 더 재밌네요. 호호호호

    • 2013.08.14 17:14 신고

      글쎄요. 요즘 닭그네 와 아베를 보면 나찌가 떠 오릅니다.
      아베 정권은 노골적으로 나찌의 헌법 개정 방식을 도입하려고 했죠.
      닭그네는 언론 장악에 성공하였고......

      어느 분은 감수성을 지적하셨지만
      내 생각엔 역사 지식 부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찌가 2차 대전의 주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아요.

    • 2013.08.23 01:59 신고

      데니스님은 저 사진 보면 모든걸 자기위주로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안보이나보네요? 저한테만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에 사람이 없어보입니다.

  5. 2013.08.02 01:55 신고

    중2병이라기보다 공주병인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하두 공주공주하다보니 실제로 자기가 공주라고 생각하고 사는듯..
    .
    그런데 더 문제는 그런 공주를 공주로 떠받들고 사는 세대가 있다는 점이죠..
    그러면 공주병은 영영 못고치게 되는데..쩝..
    저 나이에 참 공주병도 쉽지 않은데..여러모도 대단한듯..

  6. 2013.08.02 03:05 신고

    공주병 말기...사람의 태생은 저렇게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나 봅니다.. 불쌍한 여인이여, 그대 이름은 수첩.

  7. 2013.09.14 14:00 신고

    글을 잘 쓰시네요. 동시에 주제 자체에 대한 인사이트도 훌륭하시고요. 잘 봤습니다.

  8. 2013.11.18 21:51 신고

    비약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확실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네요

    포착해내신 센스가 놀라울 따름.

  9. 2014.03.01 13:35 신고

    중2병 증상중의 하나가 봉건주의 병이지. '내 마음 속의 대통령'
    왜? 그냥 총통으로 올리지? 아니 황제로 올리지?
    노무현도 그냥 개인이고 박근혜도 그냥 개인이다. 아직도 좆흔들면서 그때가 좋았지라면 곤란하지!
    각기자신의 소명에 따라 자신의 길을 가는데 누가 뭐라고 찝적댄단 말인가?

    그건단지 박근례가 무조건 밉다라는 중2병 증상 아닌가?

  10. 2015.08.24 13:26 신고

    그래서 님이 좋아하는 저 대통령은 평생을 서민을 위하는 정치인으로 대통령 까지 올랐지만... 돈욕심을 못버리고 뇌물받고 자살해 버렸지요...

 

<영화 '황당한 외계인 : 폴' 스틸컷>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사수하자"

 

저런 말을 외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저 외침이 황당하게 들리는 이유는 지구를 노리는 외계인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NLL을 사수하자"는 외침이 황당하게 들리는 이유도 그것과 같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NLL을 위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NLL은 위험하지 않으며, 그걸 사수하자고 외칠 이유도 없다. 저런 공허한 외침을 하는 사람들은 괴팍한 몽상가거나 일정한 목적을 가진 선동꾼일거다.

 

요즘 갑자기 "NLL을 사수하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 앞에는 생략된 말이 있다. 그걸 붙여쓰면 이렇게 된다.

 

"(노무현으로부터) NLL을 사수하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것이라는 주장은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나 존재 가능한 가설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돌아올 가능성은 없으며, 그는 생전에도 NLL을 파괴하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저들이 겁에 질린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은 0이다. 노무현의 NLL무력화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외계인의 침공을 걱정하는 편이 합리적이.

 

날조된 숨은그림찾기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대국민 한글테스트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려했다고 주장했고, 국정원은 이를 입증하겠다며 대화록 전문을 '기습투척'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어떻게 대화록을 사전입수했는지, 국정원이 어떻게 국가기밀을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다.

 

1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대화록을 읽고 그들의 주장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거대한 숨은그림찾기에 가깝다. 그런데, 이 숨은그림찾기는 사기다. 그림안에 '숨은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대화록 어디에서도 그들이 보았다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은 찾을 수가 없다.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을 봤다고 주장했고, 국정원은 이것을 찾아보라며 대국민 한글테스트에 나섰던 것이다.

 

저들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었던 까닭은 두 가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바쁜 국민들이 100페이지가 넘는 대화록전문을 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대화록을 왜곡해 보도해 줄 보수언론의 존재다. 

 

다음은 경향신문이 새누리당의 주장과 대화록 원문을 대조분석한 표다.

 

 

<출처:경향신문>

 

이 표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NLL 포기발언 논란이 해석의 문제가 아닌 염치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한통속이 되어 국민에게 거짓을 설파했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염치를 모르는 파렴치한(破廉恥漢)이다. 그들에게 고상한 훈계따위를 하고 싶지는 않다. 파렴치한에게 염치를 가르치기란 바보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영토(영해)를 포기하려하는 바보같은 대통령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같지만 내가 알기론 그런 대통령이 한명 정도는 있었다.

 

"그 섬을 폭파하고 싶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으로 건너가 존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난항으로 몰고갔던 주제는 막대한 주한미군의 경비문제였고, 존슨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일간의 국교정상화를 제안했다. 정상회담 다음날 미 국무장관 딘 러스크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미 국무부 기밀대화 비망록에는 러스크 장관이 “독도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등대를 세우고 문제가 사라지게 하는 게 어떤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다고 기록돼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해 없애고 싶다"(President Park said he would like to bomb the island out of existence to resolve the problem) <미 국립문서보관소 국무부 기밀대화 비망록>

   

홧김에 뱉은 소리라거나, 공동관리 제안에 대한 강경한 반대의 표현이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박 대통령이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은 사실이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한들 미국 국무장관과의 독대자리에서 "독도를 폭파하고 싶다"고 말했던 대통령의 태도는 오늘날의 국민정서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 있던 당시에 독도폭파발언이 언론에 알려졌다면 박정희 대통령의 임기는 그해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분쟁에 휘말린 자국의 영토를 폭파하고 싶다던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 어떤 정치지도자의 발언보다도 과격하고 전향적(?)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과격한 발언이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 박정희로 살아온 세월보다 일본인 다까끼 마사오로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그에게 독도란 어떤 의미였을까? 박정희의 독도 폭파발언은 아마도 그런 내적 갈등의 표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50년전 “독도를 폭파하고 싶다”고 말했던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 "NLL은 장병들이 피와 죽음으로 지킨곳"이라며 강한 영토수호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강한 영토수호의지는 대통령의 미덕이며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영토포기발언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실체없는 노무현의 NLL 포기발언이 아닌, 이미 실체가 분명한 박정희의 독도폭파발언부터 문제삼는게 먼저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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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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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1 09:42 신고

    오늘 아침 CBS김현정의 국정원 발췌본에 관련된 내용은 정말 가관이더군요.
    국정원과 새누리의 쌩쇼는 그렇다쳐도, 이에 장단을 맟추는 일부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참 절말스럽기도 하네요.
    제가 다람쥐주인님을 제글에 인용했습니다. 혹 커멘트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2. 2013.07.07 22:56 신고

    다람쥐 주인님의 글을 카피해 갈께요.
    종종 보존 가치가 높거나 실체를 깊이 파헤치는 글들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스크렙 보다 아예 카피해 두곤 합니다. ^^*.


<적장 주유의 장례식을 찾아갔던 제갈량. 영화 삼국지 캡처>



제갈량과 김한길을 가르는 차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삼국시대 최고의 지략가였던 촉의 제갈량은 전쟁 중 자신의 정적이자 동지였던 오나라 주유를 죽입니다. 적국의 영웅을 죽인 제갈량이었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주유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애도의 제문(祭文)을 읊어 오나라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어제 서울광장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4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추도식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해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애도를 전했지만, 유독 한 정치인만은 추모객들에게 박대를 당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얼마 전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김한길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어제 노 대통령의 추모식을 찾은 김한길 대표의 모습은 동지이자 정적이었던 이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찾아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제갈량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김한길 대표가 제갈량처럼 노 대통령의 제문을 읊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갈량이 주유의 저승길을 위로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공동의 적이었던 조조에 맞서 목숨걸고 함께 싸웠던 동지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나라 사람들도 그것을 알았기에 제갈량의 제문을 듣고 함께 눈물을 흘렸던 것이죠. 

   

만약 어제 김한길 대표가 연단에 올라 노 대통령의 추모사를 읽었다면 추모객들이 오나라 사람들처럼 함께 슬퍼했을까요?

 

<번지수를 잘못 찾은 추모객> 


같은 당 소속이었던 김한길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역시 제갈량-주유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제갈량-주유와는 달리 함께 손잡고 한나라당에 대항한 역사를 찾기 힘듭니다. 


김 대표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노 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에 맞서 줄곧 여당내 야당을 자처하고 발목을 잡았던 대표적인 '비노', '반노'인사입니다. 2007년 7월에는 급기야 23명의 의원들의 탈당을 주도해 사실상의 여소야대국면을 만들어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가 밝힌 탈당의 변은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데 책임을 느낀다"였고, 노무현과 친노에 대한 이런 입장은 최근까지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김한길이라는 사람은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아군보다는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김한길의 '노무현 사용법'

 

정치적으로 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 추모의 자격'이 박탈당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자격론이라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노 대통령을 추모할 자격이 없겠죠. 말하기 좋아하는 언론의 보도처럼 김 대표가 단순히 ‘비노’인사이기 때문에 박대당한 것은 아닙니다. 김한길 대표가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유독 미운털이 박힌 이유는 그의 독특했던 '노무현 사용법'때문입니다.

 

정치인에게는 눈엣가시같이 불편한 정적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입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정적도 있습니다. 히틀러에게 스탈린이 그랬듯, 박정희에게 김일성이 그랬듯, 김한길에게 노무현은 꼭 필요한 정적이었습니다. 김일성이 없었다면 우린 박정희란 이름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이 없었다면 김한길이란 이름은 대중 앞에 등장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김한길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유일한 방식은 살아있는 노무현, 죽은 노무현과 갈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별다른 정치적 자산이나 카리스마를 갖지 못했던 그는 스스로를 노무현이라는 강력한 정치인의 대척점에 세움으로써 비로소 존재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적을 이용하는 정치인의 태도를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중견정치인 김한길에게서 '반 노무현'이라는 글자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탈당, 분당, 정계은퇴, 정계복귀, 당대표출마까지 그의 모든 정치여정을 관통하는 일관된 키워드는 오로지 반노무현이었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노무현이 없었더라면 김한길이라는 이름도 없었다는 말이죠.

   

이곳에 나타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을까



번지수를 잘못 찾은 추모객

 
노 대통령이 생전에 김한길 대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김 대표가 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김한길이라는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면 먼지만 남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퇴장한 뒤에도망자와의 친소관계를 따져 그려진 '상상의 계보'를 만들어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이용해왔습니다. 이른바 '친노청산론', '친노퇴진론'은 김 대표가 근 10년간 끊임없이 외쳐온 구호이며, 지난해 4월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했을때도, 12월 대선패배 뒤에도 이 레파토리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밀실에서 당권 나누는 반칙정치", "패권적 계파정치로 당의 국회의원과 당원들을 줄세우는 정치",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 등등 그동안 김한길 의원의 친노혐오발언들만 모아도 책 한 권은 족히 나올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그리 인기가 좋은 대통령이 아니었습니다. 임기를 마친 뒤에도 그렇게 많은 정치적 공격을 받았던 대통령은 많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다수 대중이 그를 그리워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사후부터 입니다. 다수 대중이 그를 그리워하기 시작하자 생전에 노 대통령과 척을 졌던 많은 정치인들이 망자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이 진심이었든 정치적 몸짓이었든 간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던 정치인들은 적어도 '추모의 자격'을 얻은 셈입니다. 그러나 김한길이라는 정치인은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친노책임론을 들먹이며 노무현의 유산을 손가락질했던 인물입니다. 정치적 입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노무현의 추모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얼굴인 것이죠.    


이런 김 대표의 등장이 추모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당연합니다. "김한길 꺼져라"를 외쳤던 몇몇 시민들의 행동이 예의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추모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대표의 행동도 그리 예의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망자를 추모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추모 군중 앞에 설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친노 책임론'을 들먹이며 노무현의 유산을 손가락질하던 그가 추모 군중 앞에 나타난 것은 정말 어색합니다. 번지수를 한참이나 잘못 찾은 추모객이 망신을 당하고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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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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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0 09:42 신고

    부르짓던 친노퇴진은 모양상 완성되었으니 앞으로 어떤 정치적 치적을 쌓을지 두고 봅지요.

  2. 2013.05.20 13:38 신고

    언제나 간지러웠던 곳을 긁어 주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3. 2013.05.20 23:03 신고

    아직 젊은 분 같은데 어쩜 이리 글을 잘 쓴답니까?

  4. 2013.05.24 14:47 신고

    한방에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스크랩해갈게요~ ^^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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