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1인 시위자를 위한 파라솔을 공개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사회적 약자의 1인 시위를 배려하기 위해 비와 햇볕을 피하도록 시설을 마련하라"는 박한철 소장의 지시에 따라 정문 앞에 파라솔을 설치했다. 보통의 민주주의국가였다면 이런 것들은 대수롭지 않은 뉴스였을 것이다. 이 소식이 유별나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곳이 ‘2013년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야만이 지배하는 도시

 

지난 24일,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시원(18) 군은 청와대 앞에서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다. 그날 오후 1시 경 김군은 국정원 사건과 관련 특검 도입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 했지만 경찰에 제지당했다. 경찰은 학교, 주소 등 김군의 신원을 확인한 이후에도 5시간 동안 김군을 가로막았다. 소식을 들은 청소년들이 청운동사무소 인근으로 모였고, 김군의 1인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군을 둘러싸고 1인 시위를 막던 경찰들은 청소년들에게 ‘너 몇살이냐’, ‘어디 사느냐’를 꼬치꼬치 캐물으며 채증을 했고 이렇게 확보한 자료로 학생들의 집과 학교에 협박전화를 걸었다. 경찰의 업무 매뉴얼에 ‘1인 시위자 부모에게 협박전화걸기’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1인 시위를 제지했던 경찰관들에게 직권남용의 죄를 엄히 물어야 한다.

 

그일이 있고 3일 뒤, 박원순 시장의 SNS에 시청 앞 파라솔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시청 앞 파라솔이 6월부터 비치되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박 시장이 요즘 유행하는 ‘디스전’에 가세한 게 아닌가 싶다. 저 파라솔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비단 그날의 촌극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아니, 이 도시에서만 봐도 이와 같은 권위주의적 야만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11년 위헌 판결을 받은 서울광장 차벽>

 

몇 달 전부터 서울광장은 주말마다 경찰버스들이 만들어낸 차벽에 둘러쌓인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수만 명의 시민들이 그 안에 들어가 공간을 꽉 채운다. 매주 그렇게 수만 명의 시민들이 동그란 차벽 안에 '자발적으로 포위'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경찰이 광장을 봉쇄하는 이유는 이 집회의 '전시효과'를 차단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시간 수십만의 시민들이 시청앞 도로를 지나치지만 차벽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차벽을 사이에 둔 채 도로와 광장은 별세계가 된다. 광장의 문제의식은 그렇게 차벽에 가로막혀 공유되지 못한다.

 

광장의 본질은 '트임'에 있다. 공권력에 의해 사방이 가로막힌 광장은 이미 '광장'이 아니다. 광장의 목소리를 차단∙통제하려는 태도는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완전히 에워싸 시민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은 조치는 시민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경찰의 차벽설치는 초헌법적인 범죄행위인 것이다. 한국의 경찰은 헌법보다 시민권의 제한, 광장의 통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형적인 권위주의국가 경찰의 모습이다.

 

<분향소를 밀어내고 만들어진 '죽음의 꽃밭'>

 

차벽에 둘러싸인 서울광장의 건너편 대한문 앞에는 작은 꽃밭이 하나 있다. 이 어색한 꽃밭은 지난 4월 4일 새벽 경찰과 중구청직원 250여명이 '급습'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들이 그날 새벽 꽃밭을 만들기 위해 급습했던 곳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뒤 목숨을 끊은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설치됐던 분향소였다. 분향소가 설치된 지 딱 1년을 하루 앞둔 그날 중구청 직원들은 순식간에 분향소를 파괴한 뒤 흙 4톤을 쏟아붓고 화단을 만들었다. '화단 빨리 만들기대회'라도 벌어진 듯.

 

그날 중구청이 천막을 강제철거한 이유는 분향소가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한다는 이유였지만, 분향소를 대신해 들어선 화단 역시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분향소를 치우기 위한 목적이 다분하다. 후보시절 쌍용차사태에 대한 조속한 해결과 국정조사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뒤 약속이행은 커녕 노동자들의 주검까지 모욕되는 이 참담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미동도 없다. 죽은이의 넋을 기리던 분향소를 철거한 자리에 만들어진 이 화단은 구시대적인 야만이자 권위적인 공권력의 상징이다. 현재 대한문 앞 쌍용차 시민분향소는 이 '죽음의 꽃밭'에 밀려 구석으로 밀려나 설치돼있다. 

 

<"5.16은 혁명이다" 최창식 중구청장>

 

대한문 앞에 화단을 만든 최창식 중구청장은 '서울의 퇴화'에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이다. "5.16은 혁명"이라 당당히 밝히는 그는 자신의 관내에 ‘박정희 기념공원’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청은 2017년까지 서울 신당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일대 3600㎡를 기념공원으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6월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가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창식 중구청장은 "그래도 계속 추진하겠다"며 화답했다. 어쩌면 한국의 수도 한복판에 독재자를 기리는 공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과거행 타임머신 멈춰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광장을 봉쇄하고, 1인 시위를 끌어내고, 노동자들의 분향소를 짓밝고, 독재자의 기념공원을 만드는, 그런 야만의 도시다. 이런 권위적인 공권력이 지배하는 도시에 나타난 '1인 시위용 파라솔'은 마치 미래에서 온 괴물체처럼 느껴진다. 조선시대에 뚝 떨어진 아이폰같은.  

 

이 별것 아닌 파라솔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박원순 시장이 파라솔을 통해 보여준 탈권위주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60~70년대의 권위주의로 되돌아간 이나라 공권력의 모습보다 50년쯤 앞서 있는 것이다. 이 '시대착오적 물건'은 민주주의와 인권, 탈권위주의, 바람직한 국가-시민사회의 관계 같은 것들을 상징한다. 이런 물건이 지금 이나라에서 어울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1인 시위를 하던 학생을 끌어내고 집과 학교에 협박전화를 걸었던 경찰들은 시청 앞 파라솔을 바라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들이 느꼈을 괴리감의 크기는 이나라가 거꾸로 거슬러간 세월의 거리와도 같다. 그런 면에서 시청 앞에 나타한 파라솔은 참 반갑다. 박근혜 정부의 과거행 타임머신에 작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파라솔을 보며 청와대 앞에서 쫒겨나야 했던 고등학생을 떠올렸고, 불편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서울시장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차벽에 둘러쌓인 광장의 답답함을 느꼈다. 별것 아닌 파라솔은 이렇게 훌륭한 대비를 제공한다.

 

어제 박원순 시장이 SNS에 파라솔을 '자랑'하자 많은 시민들이 이에 환호했다. 이 환호는 현 정권의 권위적 리더십에 지친 우리 국민들이 민주적 리더십을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미래형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치인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정부의 권위적인 불통 리더십이 계속된다면 차기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은 '민주적 리더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시점에서 그것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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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8 09:14 신고

    중구청장 출세하겠습니다.
    이런 인물이 필요한 정권 이 이명박이나 박근혜정권이 아닐까요?

  2. 2013.08.28 09:59 신고

    박원순 시장, 응원합니다!
    정치인들이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군요.

 

<"5.16은 혁명이다" 최창식 중구청장>

 

왜 반대했을까?

 

만약 외국에 관광을 간 당신이 그 나라 수도 한복판에서 독재자의 기념공원을 발견한다면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각인될까? 9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창식 중구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박정희 기념공원’건립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후보시절 국정조사를 약속했던 쌍용차 사태에 대해서도, 자신이 옹호했던 국정원여직원의 혐의가 밝혀져도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던 대통령이다. 그가 고작 이정도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아마도 자신의 아비를 기리는 공원에 반대하는 대통령의 '아량'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런데, 대통령에게서 아량을 느끼기에는 반대의 변이 너무 옹색하다.

 

다음 중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기념공원'조성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민주국가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독재자의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2)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니 신중해야한다.

 

 3) 불경기라서.

 

1)번은 100점짜리, 2)번은 50점짜리, 3)번은 0점짜리 답이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답은 3)번이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독재자의 기념공원에 반대하는 이유로 고작 ‘불경기’를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중학교 사회 수준의 문제를 풀지 못하다니 황당하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2017년까지 서울 신당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일대 3600㎡를 기념공원으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걸 쉬운말로 풀이하면 '마음만 받겠다'가 된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뿐 조성취지 자체에는 반대하는 않는다는 뜻이다. 경기가 좋았더라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독재자의 기념공원에 반대해야 할 이유를 꼽자면 86237가지 정도가 될 거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불경기'라는 이유는 그안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관광자원 확보를 비롯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자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방문해 기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점을 감안해 주셨으면 한다"

 

독재자의 사저를 어떻게 따뜻한 마음으로 기린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설사 그런 '반민주주의자'들이 있다해도 그들을 위해 세금 300억을 사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게다가 이건 단순히 세금이 얼마가 들고의 문제가 아닌, 민주국가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민주주의국가의 심장부에 가장 반민주적인 상징이 세우려는 것이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5·16을 일으킬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즉 그가 군사쿠데타의 꿈을 키우고 무리들과 쿠데타를 모의했던 곳이다. 당장 세금을 투입해 헐어내도 부족할 그곳을 공원화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가 자신의 집안에 박 전 대통령의 사당을 기리든, 동상을 세우든 자유다. 그런데 그런걸 만드는데 세금 300억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300억이 아니라 300원도 안될 일이다.

 

소기의 목적 달성한 중구청장

 

자신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추진하려했던 사업에 대해 대통령이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최창식 중구청장은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분에게 자신의 ‘충심’을 전달했으니 그깟 공원이 만들어지든 말든 무슨 대수랴. 박정희 기념공원조성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슈가 크게 부각될수록 그의 '목적'은 정확히 달성된다.  

 

최 청장의 구시대적인 충성표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칭계정에 민망한 아부트윗을 날렸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가 하면, 다음 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조사 약속을 이행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던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습격철거해 '그분'의 심기를 평안케 하기도 했다. 참 낡아도 너무 낡았다.  

 

<짧은 글에 두번이나 틀린 맞춤법이 인상적이다>

아찔한 망국적 코메디

 

이 해프닝에서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다. 하나는 대통령의 삐뚤어진 민주주의관이며, 다른 하나는 관료들의 탐욕스러운 충성경쟁이다. 두 가지 모두 대한민국에게 치명적인 문제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핸드폰에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매달고 다니며 충성을 과시했던 김병관 씨를 국방장관으로, 비상식적인 논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했던 윤창중 씨를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 천거한 바 있다. 그들의 됨됨이가 어땠는지는 이미 처참한 결과로 증명됐다. 나라님이 탐관오리의 아부에 보답을 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방침이 저러한데 제2의 김병관, 제2의 윤창중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최창식 중구청장 역시 그런 부류중 하나일 뿐이며, 그들의 '충심'에 보답하는 대통령의 인사방침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런 자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아랫사람의 과잉 충성으로 인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매우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이라는 뜻이다. 반면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의 주변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관료들이 과잉 충성의 보상이 없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기 때문이다.

 

"경제가 좋지 않다"는 대통령의 '완곡한' 부탁에 최 청장은 어제 "그래도 계속 추진하겠다"며 훈훈하게 화답했다. 이들의 망국적 코메디에 머리가 아찔하다.

 

 

관련글 - 의자닦는 소방관과 ‘동원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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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2 10:15 신고

    망국적 충정에 머리가 저도 아찔합니다ㅠㅠ

  2. 2013.06.12 10:28 신고

    최창식은 목적을 100% 달성했겠군요.
    대단합니다. 김병관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 보입니다.
    내년쯤엔 장관 한자리에 오배건 걸어 봅니다.

  3. 2013.06.12 15:26 신고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과 더불어 살아왔던 사람이 아니었지요.특별함속에 자신의 사고관과 인생을 만들었지요.기실 박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가장 사고가 비슷하나도 들었지요.육영수 여사의 사고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렘이 ...문제는 충성파들이 예스맨을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국민이 견제를 하여야 하는데...헛발질만 하고 있으니...

  4. 2013.06.12 20:34 신고

    최창식 저사람..아부의달인이네요.
    원래 민주당간판달고 중구청장 도전했다가 낙마하자 그다음번에는 한나라당당적으로 간판 바꿔달고나와서 당선된
    기회주의자입니다. 중구청주민 누가 찬성햇다는건지...정말 기가찹니다. 저런게 중구청장이라니.. 집만팔리면 중구떠나고싶을뿐입니다.

  5. 2013.06.12 22:02 신고

    중구민분들 이상하죠?
    난 안찍었고 주변사람들 물어보면 이넘찍었다는사람 없는대, 구청장 되어있는게?
    이번 대선도 비슷한거 같더라구여~~

  6. 2013.06.18 08:41 신고

    오나가나 혓바닥 내밀고 할닥거리는 잡종개 뿐이군요

?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 진짜 이강석. 오른쪽 두번째>

 

1957년 어느 여름 날 밤 한 청년이 경주경찰서 서장실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나, 이강석인데” 당시 자유당정권의 실세 이기붕의 장남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로 막강한 권세를 누리던 이강석의 전화에 깜짝 놀란 경주서장은 그를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아버지(이승만)의 밀명으로 풍수해 상황을 시찰하고 공무원의 비리를 내사하러 왔다”는 청년의 말에 서장은 그를 최고급 숙소로 모셨고, 다음날 업무를 팽개친 채 경주시내 관광지로 그를 안내했습니다. 청년은 이런 식으로 극진한 영접을 받으며 경주, 영천, 안동, 봉화, 의성지방을 사흘 동안 돌아다녔고, 가는 곳 마다 경찰서장, 경무계장, 은행지점장, 군수, 군내무과장 등이 나타나 봉투를 내미는 바람에 주머니가 두둑해졌습니다. 결국 진짜 이강석을 알고 있던 사람에 의해 이 청년이 가짜임이 밝혀졌고, 그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청년은 검찰조사에서 대통령의 양자가 된 이강석이 서울법대에 무시험으로 편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는 죽어라 공부해도 못 들어가는 서울법대를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하여 무시험으로 들어가는 현실에 권력을 조롱하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권력에 기생해 부조리한 영화를 누리고자 했던 아첨꾼들을 한껏 조롱했던 이 청년의 행동에 국민들은 통쾌해 했고 ‘귀하신 몸’이라는 조롱섞인 유행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지난달 4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운을 이르켜(일으켜;;) 세울 지도자께서 구청장까지 일으켜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울의 중구를 세계인의 역사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습니다"라는 낯뜨거운 맨션을 보냈습니다. 문제는 최 청장이 박 대통령의 공식 트위터 계정(@GH_PARK)이 아닌 패러디 계정(@GH_BARK)에 맨션을 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뒤 최 청장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캡처된 화면은 이미 네티즌들에게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망신을 톡톡히 당했습니다. 중구청 측은 "아이디를 착각해서 잘못 글을 올린 것이라 해당 글을 공보실에서 삭제했다. 중구를 잘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남긴 글"이라고 해명했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은, 심지어 맞춤법까지 틀린 최 청장의 아부트윗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두 번 모두 일으켜를 '이르켜'로 쓴걸 보니..>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짝퉁에 대고 아부를 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맥락이 같습니다. 국민들이 가짜 이강석 사건을 보고 분개했던 이유는 분개했던 이유는 실력이 아닌 아부와 아첨에 의해 영달을 얻고자 했던 관리들의 행태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아첨꾼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합니다. 최 청장을 망신시켰던 트윗역시 그 속성이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죽은 자들의 넋 위에 세워진 '죽음의 꽃밭'

 

최창식 중구청장은 4일 오전 5시 50분경 직원 50여명과 경찰 200여명을 동원해 대한문에 세워져 있던 쌍용차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철거하고 집기를 압수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뒤 목숨을 끊은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대한문 앞에 분향소와 농성장을 차린 것은 작년 4월5일입니다. 분향소는 딱 1년이 되기를 하루 앞두고 기습철거됐습니다. '작전'은 동이 트기 직전 세명의 관계자들이 텐트에서 잠들어있는 사이에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아수라장 속에서 공사를 강행하려는 중구청측과 이를 막는 범대위 관계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은 범대위 관계자들을 포함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노동자·시민 36명을 연행했습니다.

 

죽은이의 넋을 기리던 분향소를 철거한 자리에 만들어진 것은 놀랍게도 화단이었습니다. 중구청 직원들은 철거가 완료되자 마자 흙 4톤을 붓고 꽃과 나무를 심어 '긴급하게' 화단을 조성했습니다. 중구청이 천막을 강제철거한 이유는 농성촌이 시민들의 통행과 덕수궁 문화재 복원공사에 방해된다는 이유였지만, 농성촌을 대신해 들어선 화단역시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분히 분향소 재설치를 방해하려는 비열한 작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쌍용차 범대위는 "중구청장과의 면담을 포함한 협의가 진행 중이었는데 중구청이 기습적으로 철거했다"며 조성된 녹지 앞에서 항의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 중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만이 유일하게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공명심은 곤란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 정장은 올 3월부터 314억원을 투입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당시 살았던 신당동 가옥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그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 구청장은  지난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많은 개발도상국가들로부터 국가를 발전시킨 지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공과가 있지만 그의 업적을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 중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최 청장은 이전에도 두 차례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를 기습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한문 분향소는 그에게 왜 그렇게도 눈에 가시였던 걸까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최 청장이 아닌 '그분'의 눈에 가시였다 해야 맞을 것입니다. 쌍용차 분향소옆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조사 약속을 이행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어제철거). 자신의 관내에 '그분'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있었으니 최 청장의 마음이 오죽 불편했을까요. 그러나, 윗 사람에게 잘보이고픈 공명심이야 이해하지만 그것이 남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이어선 곤란합니다.    

 

아첨꾼을 키우는 방법은 아첨하는 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첨꾼이 사라지게 하려면 아첨에 대한 보상을 주지 않으면 됩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관련글 : 의자닦는 소방관과 ‘동원의 정치학’ http://v.daum.net/link/40701533 

 

<이 자리에 피워질 꽃들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지금 이시간에도 대한문에는 저 이상한 화단을 둘러 싸고 중구청 직원들과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쌍용차사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만, 대한문 분향소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던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2009년 무려 2600여명의 대량해고가 발생한 쌍용차사태 이래 지금까지 22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자살 또는 병으로 사망했고, 일부 직원들이 복직하긴 했으나 여전히 대다수의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양 후보는 공히 쌍용차사태에 대한 조속한 해결과 국정조사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뒤 쌍용차 노동자들을 찾아온 것은 승자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패자 문재인 의원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대선에서 패한 입장에서 면목이 없을 수도 있던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중인 송전탑을 찾아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며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태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한달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쌍용차문제와 관련해 일언반구가 없습니다. 사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사람은 패자 문재인이 아닌, 대선에서 승리한 현직 대통령 박근혜입니다. 국민대통합을 부르짖던 대통령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87년 6월항쟁 당시 전경들의 가슴에 꽃을 꼽아주던 아주머니들을 기억합니다. 그 꽃은 비폭력과 평화의 상징이었습니다. 어제 쌍용차 분향소를 짓밝고 심어진 화단에도 곧 꽃이 피어나겠죠. 꽃이라는 아름다운 대상이 이토록 극명한 대비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가장 평화적인 상징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모욕했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했던 옛 말을 무색케합니다. 죽은 노동자들의 넋 위에서, 노동자들의 눈물을 먹고 자라난 그 꽃들이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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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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