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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07 [소설] 공무원이 된 트레이너


 





나는 트레이너다.


아니, 트레이너였다.


이젠 트레이너가 아니다. 


나는 이제 민원업무를 보는 공무원이다. 


직급은 3급이다.


내가 경찰서장보다 높다고 한다.


뭐가 얼마나 높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 팔자에 공무원이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돈도 꽤 준다더라. 


요즘 공무원시험 빡쌔다던데 그 사람들이나 시켜주지 왜 나한테 이런 높은 자리를 그냥 준 건지 모르겠다. 


9급 공무원이 3급 승진하는데 평균 33년이 걸린다고 한다.


내 나이 34살.


시험에 합격하고 내가 살아온 만큼 공무원생활을 해야 된다는 소리다. 


그런 자리를 나는 하루만에 올랐다. 


인생 한방이다.


열심히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노력해도 잘 안된다면 녀석들에게 헬스 트레이너를 권해주고 싶다. 





청와대로 불려왔을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나에게 직원들 헬스 트레이너를 시킬 줄 알았다. 


그런데, 청와대 사람들은 내가 민원 공무원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민원의 ㅁ자도 모른다. 


나는 트레이너인데 저들은 왜 나한테 민원을 보라고 하는 걸까? 


도대체 헬스 트레이너와 민원 공무원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혹시 헬스 관련 민원인 걸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 



청와대에서 이번에 구입했다는 파워플레이트. 단돈 2400만원이다. 




뉴스를 보니 청와대에 비싼 운동기구들을 잔뜩 사다놨다고 한다.


그렇게 비싼 장비를 막 사는 걸 보면 청와대가 돈이 많긴 많은가 보다. (그래서 월급도 많이 주는 듯ㅋㅋ)


특히 이번에 샀다는 파워플레이트 운동은 진짜 자신있는데..





저런 걸 잔뜩 사놓고 나보고는 민원이나 보라고 한다.


청와대에는 나보다 뛰어난 트레이너가 있나 보다. 


나도 꽤 잘나가는 사람인데 자존심이 상한다. 


그 사람은 2급쯤 되겠지?





요즘 정치인들은 맨날 내가 트레이너인지 민원 공무원인지를 두고 싸운다. 


나도 내가 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날 이곳에 부른 사람들이 나를 '민원 공무원'이라고 불렀다는 거다.


나는 트레이너인데 내가 트레이너일 거라고 말한 정치인들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한다. 


역시 정치는 어렵다..





내 이름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유명해지긴 했는데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내가 가르쳤던 연예인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공무원은 참 피곤하다. 


민원 다 보면 운동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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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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