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유언비어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가버리고 국민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시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유언비어는 나쁘다. 정말 나쁘다. 그럼 올 한해동안 한국에서 어떤 유언비어가 유행했는지 돌아보자. 


올 여름 무렵부터 전국의 노인정에는 정체모를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씩 줄 것이라는 달달한 소문이었다. 물론 소문의 진원지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였다.  

 

비문 투성이라 잘 읽어지지가 않는다

 

그녀는 작년 12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TV토론에 나타나 항간의 소문을 (말로) 증명하며 많은 어르신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정부는 갑자기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게다가 이 기묘한 기초연금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오래 납부한 사람일수록 기초연금 수령액수가 줄어든다. 덕분에 어르신들은 물론 이 공약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젊은이들까지 ‘유언비어’의 폐해를 절감해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와 비슷한 유언비어들이 사회 곳곳을 파고 들었다. 대학가에서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깍아주겠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 사이에서는 군복무를 단축시켜주겠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후보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 약속했고, 장애인들에게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 약속했으며, 워킹맘들에게는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노라 공언했다. 결국 이것들은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근거 없는 뜬소문, 이런걸 '유언비어'라고 한다. 작년 대선기간 나돌았던 '박근혜발 유언비어'는 그 수와 종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제와서 보면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은 한권의 유언비어 모음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댓글 때문에 당선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저 유언비어성 공약들이 당선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이런 유언비어에 비하면 SNS에 돌아다니는 유언비어는 귀여운 수준이다. 공약파기가 박근혜 정부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다. 역대 정부들의 공약파기 사례를 들어 경중을 가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공약의 파기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대하는 이 정부의 태도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유언비어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으로 철도경영혁신(?)이 철도민영화라는 주장을,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허가가 의료민영화라는 주장을 '유언비어'라고 지목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수서발 KTX 자회사와 의료법인 자회사는 모두 상법상의 주식회사다. 주주의 의사에 의해 언제고 민간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자회사의 설립을 시민들이 민영화의 정지작업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든 시민들에게는 논쟁하고 반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동의없이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싸잡아 유언비어라 규정한다. 반대의 목소리를, 민영화를 민영화라고 말하는 것을 유언비어라 한다면 사실상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 막겠다는 뜻이다. 공약을 파기했던 정부는 늘 있어왔지만 자신의 공약파기에 이토록 뻔뻔당당했던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대통령이 유포했던 유언비어 중 압권은 이 장면이었다.

 

유언비어 유포 현장

 

대선 직전에 유포된 이 치명적인 유언비어는 많은 유권자들의 표심의 흔들었다. 저 후보는 수사 중이던 경찰의 발표가 나기도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댓글의 증거가 없다며 확신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대선후보 중 한명이 선거 직전 TV에 나와 희대의 불법 대선개입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이야기한 것이다. 가해자를 옹호하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파렴치한 인권침해범으로 몰았던 박근혜 후보는 며칠뒤 선거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검찰수사결과 당시의 '불쌍한 여직원'은 무고한 피해자가 아닌, 2200만회에 달하는 불법 대선개입활동을 펄쳐온 국정원 심리전담반의 일원이었음이 밝혀졌다. 대통령이 된 박근혜 후보는 당시의 핵폭탄급 유언비어 유포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2013년은 유언비어로 얼룩진 한해였고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유언비어 없는 2014년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뜻에 깊이 공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엉뚱한 SNS를 꾸짖을게 아니라 자신이 유포한 유언비어에 책임을 져야 한다. SNS를 유언비어의 온상이라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유언비어 공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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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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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31 09:42 신고

    역시 다람쥐주인님이 최고십니다ㅎㅎㅎ
    으찌나 속이다 시원한지...

  2. 2013.12.31 14:56 신고

    ㅋㅋㅋ 답없는인간

  3. 2014.01.01 06:07 신고

    진짜 유언비어유포자는 불통 박근혜입니다.
    거짓말에 불통에다...국민이 불행했던 한해 였습니다.
    지난한 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속이 시원한 글, 많이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4. 2014.01.01 11:07 신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셔요

  5. 2014.01.02 00:59 신고

    1년동 안 쥔장님글 잘 봤습니다 . 올해도 부탁드 립니다. 감사합니다

  6. 2014.01.02 02:00 신고

    에고 모두 감사드립니다. 답댓글을 거의 못남기는 편이지만 흔적 남겨주시는 분들은 거의 기억한답니다. 모두 최고의 한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7. 2014.01.02 08:04 신고

    올 한해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8. 2014.02.04 06:44 신고

    이 훌륭한 문장들이 소수들에만 읽혀진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책으로 엮거나 일간신문 칼럼에 기재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며 2013년 가장 화제가 되었던 '말'이 무얼까 돌이켜보았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도 없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어록과 "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윤석열 검사의 명언 등이 경합을 벌였지만 다람쥐주인의 방 선정 '올해의 말'의 주인공은 왕년의 아이돌그룹 클릭비의 맴버 김상혁으로 선정됐다. 김상혁은 올해 공식적으로 단 한차례도 활동한 바 없으나 그의 ‘말’은 살아서 2013년 대한민국을 관통했다.

 

님 '아차상' 드릴께요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2005년 음주 뺑소니사고를 일으킨 뒤 김상혁이 기자회견장에서 남긴 불세출의 명언이다. 8년 전의 발언을 '올해의 말'로 선정한 이유는 이것이 올 한해동안 수도 없이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보면 그는 아이돌가수라기보다는 음유시인이자 대 문장가였다. 일찍이 김상혁처럼 세대를 초월해 구전되는 어록을 남긴 연예인은 없었다.

 

남의 아픈 과거를 들춰내는 것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두 번 죽인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상혁은 올해 5만번쯤 죽었다.

 

 “정치댓글은 달았으나 대선개입은 아니다” - 경찰, 국방부 수사본부

 

 “자회사는 만들겠으나 민영화는 아니다” - 코레일, 청와대

 

 “부정선거는 맞지만 대선불복은 아니다” - 민주당

 

 "엉덩이는 '톡톡' 쳤으나 성추행은 아니다" - 윤창중

 

 “난교파티는 맞지만 성접대는 아니다” - 검찰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창조경제는 로열티지불이다’라고 정의하셨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김상혁은 아마 돈방석에 앉았을 거다. 열거한 문장들은 모두 김상혁의 어록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법한 괴상한 문장들이다. 김상혁의 망언이 듣는 이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드는 이유는 뻔하게 드러난 인과관계를 말장난처럼 부정하기 때문이다. 주제는 모두 다르지만 위 문장들의 구조는 김상혁 망언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술은 마셨으나(a)는 음주운전(a-1)은 아니다”

 

정치댓글(a)은 달았으나 대선개입(a-1)은 아니다. 자회사(a)는 만들겠으나 민영화(a-1)는 아니다. 부정선거(a)는 맞지만 대선불복(a-1)은 아니다. 엉덩이는 '톡톡' 쳤으나(a) 성추행(a-1은 아니다. 난교파티(a)는 벌였으나 성접대(a-1)은 아니다.  

 

이 문장들은 모두 '인과(因果)의 부정'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비운의 한해를 보낸 김상혁

 

 

“정치댓글은 달았으나 대선개입은 아니다”

 

국정원 심리전담반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의혹을 수사했던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는 '정치댓글은 맞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다'라는 쌍둥이 같은 결론을 발표했다. 저들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최상위의 정치과정을 비정치적인 이벤트라고 주장한 것이다.

 

“자회사는 만들겠으나 민영화는 아니다”

 

정부와 코레일은 알짜배기 철도노선을 분리시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민영화는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것이 사실상의 민영화임을, 적어도 민영화를 위한 정지작업임을 지적하지만 정홍원 총리와 최연혜 사장은 앵무새처럼 '민영화 아님'을 외칠 뿐이다. 그들의 우격다짐 앞에 논리나 대화는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부정선거는 맞지만 대선불복은 아니다”     

 

민주당은 올 한해를 통째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며 보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선부정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도 한사코 대선불복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당명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과정은 잘못됐으나 결과는 인정하겠다'고 말하는 비민주적인 정당에게 '민주당'이란 이름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난교파티는 맞지만 성접대는 아니다”

 

앞뒤 안맞기로는 검찰이 빠질 수 없다. 5년전 BBK사건 수사 당시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오"라던 MB를 무혐의 처리했던 검찰은 지난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등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별장 난교파티 동영상까지 확보했지만 검찰은 갑자기 안면인식장애가 걸려 범인을 식별하지 못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뉴스에서 저 궤변들이 언급될 때마다 김상혁의 어록을 연상했고, 그의 망언은 수많은 기자와 논객들에게 인용되어 풍자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예전처럼 TV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어록을 통해 국민들에게 풍자의 미학을 가르쳐주었다는 점에서 김상혁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낱의 개인일 뿐인 김상혁은 음주운전발언 이후 8년이란 세월을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채 지내는 아픔을 겪었다. 반면 공신력과 영향력에서 김상혁 개인과 비할 바가 못되는 저 거대한 기관들은 저런 뻔뻔한 궤변을 늘어놓고도 태연자약이다. 이런 앞뒤 안맞는 세상에서 원칙이나 정의, 상식 같은 말들은 공허할 뿐이다. 세종대왕이 구천에서 저 말들을 들었다면 후손을 잘못 둔 당신의 박복함을 한탄하지 않으셨을까.

 

김상혁은 올해 초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음주운전 발언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올 한해 말의 홍역을 치른 그가 다가오는 2014년을 평온하게 보내길 바란다. 김상혁을 위해서도, 국민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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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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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30 12:46 신고

    내년에는 없어져버렸으면 하는 문장인데...
    본질을 피하고 도망가려는 사람에게는 이런 뻔뻔한 거짓말이 필요한가 봅니다..ㅠㅠ.

  2. 2013.12.30 14:32 신고

    웃픈문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ㅜㅜ

  3. 2014.04.05 14:43 신고

    2014년의 대한민국은 그자체가 심각한 블랙코미디네요

2013년 대한민국의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댓글’이라고 하겠다. 올해만큼 댓글이 주목받았던 해는 없었다. 올초 한국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었고, 연말의 가장 뜨거운 화제는 대학가에서 시작된 대자보 열풍이다. 요즘 전국 대학가에 나붙고 있는 대자보들은  모두 고려대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한 응답들이다. 이런걸 다른 말로 ‘댓글’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와 댓글이 바늘과 실의 관계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정원의 댓글과 대자보 댓글, 댓글로 시작해 댓글로 저물고 있는 한해를 보내며 두 댓글이 갖는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좋은 댓글의 예를 보여주는 대학가의 대자보들. 사진:숙명여대>

 

좋은 댓글의 조건

 

댓글이란 원문에 덧대어진 글을 말한다. 댓글의 목적은 주로 동의나 첨언, 반박이다. 어느 경우에라도 댓글의 본질은 본문과의 소통에 있다. 따라서 좋은 댓글이 갖추어야 할 첫번째 조건은 원문에 대한 충실한 이해이다. 아무리 훌륭한 논리나 주장을 담고 있더라도 원문과 동떨어진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원문을 오역하고 엉뚱한 소리를 늘어 놓는다면 좋은 댓글이라 할 수 없다.

 

대학가에서 시작된 대자보 열풍은 금새 고등학교, 중학교로 번지더니 초등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기성세대의 대자보까지 등장하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반박 대자보도 등장했다. 이것들은 모두 원문이라 할 수 있는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던진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안녕하지 못하다'거나 '안녕하다' 혹은 '이제 우리 안녕하자'라는 식이다. 

 

어제 중앙일보가 무작위로 전국의 대자보 100개를 수집해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안녕’이 73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세상·사회'로 317건, ‘생각·고민·불안’을 합쳐 212건으로 분석됐다. 그들이 대체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대자보들은 원문에 담긴 고민을 충실히 이해하고 응답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댓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들의 ‘댓글놀이’를 지켜보면서 새삼 국정원 심리전담반의 댓글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나를 느낀다. 작년 국정원 심리전담반이 각 온라인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작성했던 댓글들은 형식상의 댓글이긴 하나, 의미상의 댓글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것들은 원문의 내용을 이해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은 채 오직 원문을 훼손시킬 목적으로 작성된 흉기에 불과했다. 그들이 작성한 댓글을 보자.

 

- 좌익효수(국정원직원 김하영)가 남긴 댓글 일부

 

 아따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문근영 씨*련 할아비 빨갱이 씨*색*

 

 (한명숙 전 총리에게) 늙은 창녀, 운동권 정*받이로 시작하여...

 

 (배우 김여진 씨에게) 씨*련 못 생긴 게 배우라고 어디다 *치는지 

 

처음 저 댓글들이 공개되었을때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런 말을 입에 담을 수가 있지"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저 댓글의 작성자들은 상부에서 하달된 명령에 따라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 일종의 봇(bot)이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아닌 '인면봇심'이었던 거다. 작성자의 영혼을 대신한 것은 기계적인 복붙(복사+붙여넣기)의 반복이었다. 기계가 작성한 문자에서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건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시판에서 게시글이 제재를 받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1)욕설과 2)광고, 3)사칭이다. 국정원 심리전단반이 작성한 댓글들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들은 일반인을 사칭하고 가장 저질스러운 욕설로 정부시책을 광고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매너없는 댓글들도 찾기 어렵다.

 

두 댓글이 갖는 성격의 차이는 작성 방식에서도 기인한다. 대자보가 의미있는 소통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의 작성자가 실명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된 언어로 심도있는 고민이 담길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국정원 심리전담반은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을 가장 추악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그들은 실명을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반인으로 신분을 위장했고, 목적을 은폐했다. 반인륜적인 욕설과 지역비하, 여성혐오가 담길 수 있었던 까닭이다. 만약 저들이 작성한 글 말미에도 대자보처럼 <국정원 심리전담반 김하영 직원>같은 작성자 표시가 들어갔다면 저런 쓰레기들을 뱉을 수 있었을까. 

 

한국의 국정원은 전세계 정보기관 중 유일하게 공장형 댓글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댓글실력은 동네 pc방의 흔한 초딩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댓글기관'의 수준이 이러하다면 국가적 망신이 아닌가. 마침 중앙대학교에서 학생들의 대자보를 뜯어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소식이다. 국정원 심리전담반은 중앙대로 요원을 급파하여 그 쓰레기통을 입수하는 것이 어떨까. 학생들에게 '댓글의 매너'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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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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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2 11:08 신고

    잘보고갑니다 정치집단이 국민을 수렁으로빠트리네요 한사람 한사람이 주권을 바로새우면 이런일은 없어지지 않을까요 대단하신 다람쥐주인의 방 고맙습니다

  2. 2013.12.22 14:31 신고

    대자보에 있는 글은 한 글자 생각하고 정성들여 쓴 글인데... 우리 주변에 있는 뻘글, 악플을 보면 생각없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국정원발 악플도 뻘글?

  3. 2013.12.22 16:29 신고

    난 니가 봇심인것 같은데.. 얼마전에 60이 넘은 그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보고 "몸이나 팔어"하고 한 젊은 아나운서인지 연옌인지 하는 년은 봇심이냐 수심이냐 인심이냐??

  4. 2013.12.22 16:53 신고

    이건 또 뭔 농간이여?

  5. 2013.12.22 17:27 신고

    미성년자가 경찰의 누명으로 소년법10호인 장기소년원 송치가 된 후 진범이 아니란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재심을 받을 구제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억울한 징역살이를 해도 어쩔수 없다고 수원지방법원에서 말합니다. 성인은 재심절차가 있으나 미성년자를 위한 소년법에는 재심이 없다는 법원의 해석입니다. 미성년자는 1번 재판 받으면 불변이랍니다.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법부터 고칩시다. 의식있고 힘있는 사람들의 동참을 바라고 답글로 힘을 보태주세요.

  6. 2013.12.22 17:27 신고

    미성년자가 경찰의 누명으로 소년법10호인 장기소년원 송치가 된 후 진범이 아니란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재심을 받을 구제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억울한 징역살이를 해도 어쩔수 없다고 수원지방법원에서 말합니다. 성인은 재심절차가 있으나 미성년자를 위한 소년법에는 재심이 없다는 법원의 해석입니다. 미성년자는 1번 재판 받으면 불변이랍니다.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법부터 고칩시다. 의식있고 힘있는 사람들의 동참을 바라고 답글로 힘을 보태주세요.

  7. 2013.12.22 17:42 신고

    국가권력이 깡패 양아치도 않을 짓거리를 서슴치 않고 있네요.
    오늘자 민노총에 견찰들이 난입했던데 정말 나라의 시스템 전체가 70년대로 회귀하고 있나봅니다...

 

<출처:서태지 4집 시대유감 자켓>

 

어제 JTBC 여론조사결과 날로 확산되고 있는 학생들의 대자보열풍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3%, 반대한다는 의견이 23%로 나왔다. 재미있는 건 반대의 이유다. 반대하는 23% 중 가장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반대의 이유를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기 때문"이라 답했다고 한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라는 말을 만들어 낸 사람을 찾아 감사패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아직도 저런 바보 같은 말을 믿는 사람들이 23%나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말이다.  

 

본분(本分): 1. 사람이 저마다 가지는 본디의 신분. 2. 의무적으로 마땅히 지켜 행하여야 할 직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인간의 쓰임을 하나의 목적으로 규정하는 속박의 언어이자 특정 계층의 사람들을 억압하는 통제의 언어이다. 아무리봐도 인간보다는 기계나 부품에게 어울리는 말 아닌가. 굳이 저런 말이 필요하다면 매우 엄격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특정계층(세대)의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선 안된다.

 

"OO의 본분은 XX다"라는 속박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존재가 있다면 아이들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직분, 신분의 틀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아이들에게 유독 저런 덕목이 강요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어제 대전 모 여고의 학생이 교내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 응답 대자보를 써 붙였다. 대자보는 게시된 지 10분만에 교사에 의해 떼어졌고 학생은 교장선생님과 ‘따듯한’ 면담을 마쳤다고 전해진다. 학교 측의 태도에 대해 논란이 일자 학생의 아버지가 모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학교의 동의없이 시국성 게시물을 부착한것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의 관련성에는 저도 분명 반대합니다. 명문화된 규율의 유무를 떠나 대학과는 다르게 미성년들을 교육하는 고교이기에 질서유지는 분명 필요하며, 시국과 관련된 글을 다른 학우들이 볼 수 있도록 부착한 것은 아빠로서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대자보를 붙인 여고생은 아마도 '외탁'인 듯싶다. '시국성 게시물'이라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질서유지'는 또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자녀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제약하려는 부모의 의도는 충분히 전해진다. 저 아버지가 주장하는 제약의 근거는 단 한가지, 딸이 '어리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태도는 학생-청소년을 능동적인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무척이나 익숙한 광경이다.  

 

학생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버지의 해명문은 쓰지 않는 편이 좋았을 졸문이다. 아버지 주장의 요는 이렇다. '미성년자는 각별한 질서유지가 필요하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는 그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더구나 딸이 시국성 게시물(?)을 공공장소에 게시하는 것은 아버지로서 인정할 수 없다.' 부모는 저런 전체주의적인 주장을 가부장적인 태도로 아무 부끄러움 없이 게시했다. 이런 경험을 겪은(계속 겪게 될) 딸이 앞으로 주체적인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을까. 이 부녀의 일화에서 꼭 한쪽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면 나는 아버지 쪽을 택하겠다. 

 

학교와 부모는 통제와 보호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던 여학생의 도발적인 의사표현에 당황했다. 민주사회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할 의사표현 행위가 반 규범적인 일탈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제도교육을 마친 대학생들이 대자보운동을 만들어낸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다행히 한국의 모든 '어른'들이 저렇게 고루한 것은 아닌가 보다. 어제 서울시내 모 대학의 게시판에 전해진 메시지다. 누구보다 여고생의 아버지가 읽어 봤으면 좋겠다.

 

 

 

서고금을 막론하고 학생들의 에너지는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사회의 건강성이 무너졌을 때 이들이 표출하는 에너지는 중요한 사회변혁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행동반경을 제한하려는 기성세대의 노력은 사회변혁의 동력을 억압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JTBC의 여론조사와 여고생 아버지의 글은 그것이 어떤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생의 본분을 어겼다'라는 훈계는 반값등록금 시위에도,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도, 안녕하세요 대자보 열풍에도 늘 따라다니는 빨간 딱지다. 그것들에 대한 반대가 모두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하게 작용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학생들이 얌전히 책상 앞에 앉아있길 바라는 것은 단지 ‘부모’의 마음 때문인걸까? 기성세대가 이 질문에 무어라 답하든 '학생의 본분'이란 말은 현실에서 억압적인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으며, 일정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위 여론조사에서 대자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정말 ‘학생의 본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학생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좋은 구실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기성세대가 젊은세대의 에너지를 두려워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4.19때도 6.29때도 그랬고, 서구의 프랑스혁명, 68혁명때도 그랬다.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면 지구가 멸명할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바보 같은 어른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학생의 본분'이란 통제는 그들의 공포가 만들어낸 억압의 이데올로기다. 젊은세대의 에너지를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건강성이 결정된다. 언제나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쪽은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학생들이 아닌 그들의 에너지를 두려워했던 기성세대였다. 

 

10대, 20대는 학생이기 이전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할 시기를 '학생의 본분'이라는 억압 속에서 보내는 한국의 학생들은 날개가 꺽인 채로 자라는 백조들이다. 그깟 대자보 한장 붙이는 일에도 온갖 검열과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학창시절을 보낸 청년들에게 사회는 창의력을 요구하고 심지어 '창조경제'라는 걸 하자고 한다. 이 얼마나 기만적인가.    

 

학생의 본분을 공부라고 한다면, 어른의 본분은 무엇일까. 어른에게 가장 중요한 '본분'이 있다면 다음 세대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 주는 일이다. 그런데 작금의 학생들은 안녕하지 못하다고 아우성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학생들이 안녕하지 못한 것은 온전히 기성세대의 탓이다. 이나라의 어른들은 '본분'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아이들을 안녕하지 못하게 만든 '범인'들이 이제는 아이들에게 안녕을 묻지도 말라 한다. 참 뻔뻔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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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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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8 09:43 신고

    공부야 기본적인 상식을 익히고 스스로 해나가는 게 아닐까요?
    학생이 공부만 해야하는 시대는 지났을텐데 말이죠. 오히려 자기가 배운 걸 현실에서 쓸 수 없는 걸 안타까워해야하지 않을까요?

  2. 2013.12.18 10:38 신고

    정치인의 본분은 정치를 잘하는것이지..
    고로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아니다

    • 2013.12.19 04:13 신고

      참으로 어리석은 발언이네요. 좀더 생각을 하식고 쓰심이 좋을듯합니다.

  3. 2013.12.18 12:44 신고

    오..좋은 글입니다. 이런 상식적인 사고방식과 태도가 특정 사상으로 몰려 억압당하는 현 실태에 한숨과 답답함이 있지만 학생들의 깨어있는 정신이 앞날을 기대하게 합니다. 상식적이며 열린 사고를 갖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화이팅...

  4. 2013.12.19 04:04 신고

    흠 상당히 편파적인 발언을 하시네요. 진보와 보수 둘다 필요합니다.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닩지 다른겁닏다.

    • 2013.12.19 12:33 신고

      기성세대라고 다 보수일까요? 학생들이라고 다 진보인가요? 이 글을 진보와 보수로 딱잘라 보시는 님이야말로 편파적인 생각을 하시는 듯. 님말대로 단지 다른거라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힘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것도 단지 다른거니 그냥 수용해야 하는 건가요?

  5. 2013.12.19 18:37 신고

    좋은글감사합니다.

  6. 2013.12.19 21:05 신고

    학교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죠.
    현재의 학교는 학생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우리 사회와 닮아 있습니다.
    학생의 의견이나 자유보다는 학교라는 정해진 시스템을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죠.
    수능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룰은 마치 수출 몇 억달러 달성과 같은 목표와 같으며 그 목표를 위해서만 살아가도록 강요당하고 억눌리죠.
    우리 학교가 그런 것은 사회가 그렇기 때문이고 사회가 그렇기에 학교 또한 그런 것입니다.
    더욱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사회에서도 계층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고 그 룰 또한 공평하다 말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는거죠.
    과연 어디까지 한국사회가 망가져갈지 궁금하네여.

  7. 2013.12.20 02:03 신고

    시냇물이 모여서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듯. . .
    학생의 목소리가 정의의
    시냇물이 되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봅니다.
    안녕하지 못하면서도 안녕하다며 살아왔고
    내 아이에게도 그렇게 안녕하길 바라다니. . .부끄럽습니다.
    희망이 꿈틀거리는 거 맞는거죠?

  8. 2013.12.21 13:36 신고

    세상이 썩은 건 확실하죠. 여당이든 야당이든, 썩었죠. 정치판만? 아뇨. 사회도 썩었죠. 학교에 가보세요 제가 학교 다닐때도 그랬지만 아직도 돈봉투 들고 와요. 공무원은요? 경찰은요? 공무원만? 아뇨. 농협, 축협.. 가보세요. 인맥 줄타기 돈.. 더러워요 그럼 저런 단체만? 아뇨 주변을 보세요 바람 펴서 이혼하는 인간들, 사람 돈을 빼앗고 사기치고 인신매매 등등.. 자영업자들은 어떻게든 세금 안 낼라고 소득 사기치고
    월급쟁이들만 좆빠지는거죠.. 목사님? 스님? 신부님? 다 똑같죠. 덜 할 뿐이죠. 왜 이렇게 우리 사회를 썪어빠진 사회로 만드냐.. 라면요.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거죠. 100년 후엔 나아진다? 절대! 네버! 나아지지 않습니다. 역사가 말해주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럼 우리 어떡하죠? ^^;

 

 

 

며칠전 한 학생이 손으로 써붙인 대자보가 대학가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 씨(27)는 10일 오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 게시판에 붙였다. 이 대자보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의문문으로 시작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감탄문으로 끝을 맺는다. 저 학생은 왜 자꾸만 학우들에게 '안녕'을 물은 것일까?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라는 말로 무겁게 운을 뗀 대자보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노동법'에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다"며 박근혜 정부의 철도민영화 추진과 파업노동자 무더기 직위해제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이어 학생은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라며 장하나 의원에 대한 새누리당의 징계방침을 비난했고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억압하는 현정권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서 그가 진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나온다.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들세대에 대한 자조석인 옹호이자 기성세대, 사회에 대한 원망이다. 그리고 묻는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학생의 대자보는 논리가 빼어나지도 문장이 유려하지도 못하다. 거칠고 불친절하며 두서없다. 그런데 저 날 것의 언어가 대학가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어제 주씨의 대자보 옆에는 다른 학생들이 써붙인 수십개의 응원 답글들이 붙었고, 대자보사진은 sns에 수천회 이상 공유되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어제 저녁에는 '고대 대자보'가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이들을 응원하는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cantbeokay)가 개설되자마자 천여 명의 팬이 몰리기도 했다.  

 

대자보 대열에 합세한 학생들

 

 

계속 늘어나는 대자보들

 

주씨의 대자보 옆에 붙은 다른 학생의 ‘댓글’들이다.

 

"내가 입학하던 해 용산에서 여섯 명이 불에 타서 죽었습니다. 교수님은 선배들은 그리고 친구들은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안녕했습니다. 내가 훈련소에 있을 때 제주도의 강정마을이라는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섰습니다. 울면서 끌려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불쌍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안녕했습니다. ‘다 그렇게 사는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지금까지 나에게 아무도 ‘너는 안녕하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는 내가 진짜 안녕한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술을 먹을수록 무력해지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답답해져만 갔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안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녕한 척 해왔기 때문입니다." - 우리학교 09 강훈구

 

"이것이(세상과 나의 삶을 분리시켜왔던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지적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살라고 배웠으니까요. 그래서 꾹 참고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니까요. ‘나는 아직 안녕하다’며 자기최면을 거는 동안에, 나는 목소리를 낼 기운조차 잃은 것 같습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에도, 원전 비리에도, 4대강 사업의 뒷통수에도, 언제나 나의 삶을 이런 문제들로부터 격리시켜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신차려보니 결국, 파업에 참가하는 6748명의 노동자가 직위해제 당하는 작금의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저도 안녕하지 않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 군입대를 앞둔 어느 사범대 11학번 학생

 

주씨는 구체적으로 무엇에 어떻게 맞서자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안녕하냐고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안녕(安寧:아무 탈 없이 편안함)하십니까"라는 이 평범한 질문이 학우들의 마음을 요동시켰다. 평소엔 아무것도 아니었을 흔한 질문이 그토록 무겁게 다가왔던 이유는 저 말 뒤에 생략된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 지금 편안한가? (그래도 되는가?)"

 

일상의 인사마저 무겁게 만드는 것은 주씨의 표현대로 '하 수상한 시국'이다. 그가 처음 대자보를 썻던 날 4213명이었던 직위해제 철도노동자 수는 이제 7611명으로 늘어났고, 여당은 결국 장하나 의원의 징계안을 제출했으며, 밀양의 할머니들은 여전히 공권력 앞에 알몸으로 맞서고 있다. 

 

주씨의 대자보는 '이런 시국에서 내 일상의 안녕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찌 사치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의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자보를 본 학우들은 '안녕한가'가 아닌 '안녕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그들은 대자보를 통해 비로소 자신들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안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세상과의 벽을 허물어준 주씨의 투박한 대자보는 학우들에게 도올의 혁세격문 못지않은 명문으로 다가왔다. 

 

주씨는 '안녕하지 못한' 학우들과 함께 14일 오후 3시부터 학교에서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어제는 교문 앞에 서서 이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1인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벌이는 동안 그의 곁에는 "함께 합시다" "정녕 안녕하신가요?"라고 쓰여진 자보를 들고 나온 학우들이 가세했고 학우들이 오가며 건넨 수십 개의 음료와 간식, 핫팩이 쌓여갔다. 동참과 응원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저 대자보를 읽은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안녕한가? 아니, 안녕해도 되는 것인가? 나는 이 질문 앞에 안녕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주현우 씨 대자보 전문

 

<안녕들 하십니까?>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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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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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3 09:37 신고

    저 대자보의 글 구조가 변변치 못하지만 뭔가 가슴을 확 찌르는 말같네요.

  2. 2013.12.13 10:14 신고

    무슨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스므번도 넘게 sms에 링크가 오버되는군요.
    미처 꾸미지않은 민낮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3. 2013.12.13 11:09 신고

    그러게요.....안녕하기...참 힘든 세상입니다....

  4. 2013.12.13 15:25 신고

    가슴이먹먹하고 눈물이납니다

  5. 2013.12.13 17:25 신고

    그져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네요

  6. 2013.12.13 18:20 신고

    안녕하지...못해요...하..너무 와닿아서 눈물이 비치네요ㅠㅠ 자신이 루저라 못나서 취업 못하고 가난한거 같죠? 당신탓이 아닙니다. 기득권이 자기들만 많이 가지려 비정상적인 구조를 만들어 놨는데 왜 반항하지 않고 순응하는지...투표는 정치는 자기와 먼 세상 얘기가 아닌데..

  7. 2013.12.13 18:44 신고

    ... 용기내서 답답한 마음 털어놓았네요......

    후...ㅠㅠ

  8. 2013.12.13 19:49 신고

    답답한 마음.... 정녕 이 사회는 이해가 되는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소수의 이해되지 않는 이해관계로 다수의 이해되는 이해관계가 오답이라 하는 정치..
    작고 흔들리는 촛불들아.
    모여라 그리하여 큰 불빛이 되어
    세상의 어둠을 밝혀
    억울한 이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도록...

  9. 2013.12.13 22:49 신고

    미국에서 비롯된 99% 시위가 말해주듯,
    안녕할 수 있는 건 정말 딱 한줌의 1% 사람들 뿐인 듯 합니다.

    도무지 평범한 사람이 안녕할 수 없는 시스템에 학을 뗀 한 학생의 한숨이 느껴집니다.

  10. 2013.12.14 02:31 신고

    새누리와 박근혜 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퇴진하라...

  11. 2013.12.14 18:45 신고

    저글을 보니 맘이 아픕니다

    그러니 이 모든 원흉의 근원....이명박댓통령각하를 특검 받게 합시다

    닥치고 !!! 이명박 특검!!!!

  12. 2013.12.15 10:57 신고

    타국에서 바라보는 조국의 여러 극단적 편향에 제마음도 결코 안녕치 못합니다.

  13. 2013.12.15 17:14 신고

    그래도 한명의 용기로 희망을 보는것 같아서 뜨거운 눈물이납니다.

  14. 2013.12.15 19:03 신고

    가슴이 잔잔해 집니다.. 한 번쯤 되새겨보고 싶은 화두입니다.

  15. 2013.12.15 23:20 신고

    감성이 모든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ㅡㅡ현실을 직시하는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근본입니다ㅡㅡ

  16. 2013.12.20 18:47 신고

    내나이 좀있으면 마흔하고도 일곱..
    눈물을 잊고살았는데 이글은 왜이래 가슴을 후비는지 ..그냥 한줄기 눈물이 흘럿다 ..

  17. 2013.12.24 14:38 신고

    박근혜 대통령님은 안녕하신지 무지 궁금하네요....

 

 

 

어떤 문제와 마주해도 늘 '나는 가운데에 있을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치중립이 아닌 '중립자'의 강박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차갑움이나 뜨거움, 밝음과 어두움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가운데'로 움직이려는 관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가운데라는 지점이 곧 선이고 정의이자 안전이다.

그들이 머무르는 곳은 언제나 사회일반의 평균이다. 그것의 움직임에 연동해 언제고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는 유목민의 삶, 그들이 움직인 자리에는 먼지만이 남을 뿐이다. 영혼도 실체도 없이 오로지 잠시 서있을 '지점'만을 찾아 움직이는 그들은 떠다니는 섬이요 다리없는 유령이다. 

 

당신은 누구요? "가운데 있는 사람이오"

 

어제 안철수 신당의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의 첫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안철수 신당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고 국민을 우선하는 합리적 개혁주의"라고 밝히고 "시대적 요구와 역사적 책무에 대한 굳은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변화에 대한 진정성 있어야 한다"며 뜬구름잡는 말의 성찬을 쏟아냈다. 신당의 핵심 참모 송호창 의원과 금태섭 변호사가 말을 이어갔지만 손에 잡히는 이야기는 누구의 입에서도 들을 수 없었고 오직 기성정치권에 대한 일차원적인 성토만이 이어졌다.

 

대선 후 1년, 입국 후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인 안철수와 안철수 신당의 형체는 흐릿한 '중도지향'에 머물러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공격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런건 대중과 평론가들의 몫이다. 현실정치 깊숙히 발을 들여 놓은 유력정치인이 저런 무색무취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정치적 중도'라는 지위는 내가 가진 정치적 지향이 사회일반의 가운데쯤 머물 때 '우연하게' 얻게 되는 지위다. "난 언제나 너희들 가운데 있을거야"라는 인위적인 노력이나 '태도'로 얻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라는 거다.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중도'라는 건 실체없음의 다른 말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자 많은 언론들은 그것이 정치권에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느라 열을 올린다. 정치가들이야 각각의 셈법에 따라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일반 시민들까지 그들의 정략적 계산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센가'에 관한 정보가 아닌 '누가 나은가'에 대한 판단이다. 

 

난 안철수 신당이 망했으면 좋겠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그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악담으로 들린다해도 할 수 없다. 나쁜 건 나쁜 거다.

 

 

"선거 끝나고 1년이 다 되가는 지금 결국 정치는 단 한 발도 못나가고 있다. 국민 삶보다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 다음 정권탈취에만 관심두는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 안철수 의원

 

지난달 원로 정치인들의 모임 '국민동행' 창립대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특유의 하나마나한 이야기들 속에 거친 단어 하나가 귀에 거슬린다.

 

"정권탈취"

 

한국정치사에서 저 말은 주로 5.16이나 12.12 쿠데타를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안 의원은 저 말을 한국의 정치일반을 뭉뚱그려 지칭하는데 사용했다. 현실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는 극한의 정치혐오다. '탈취'라는 표현은 결코 돌발적으로 튀어 나온 말이 아니다. 안 의원은 정치 데뷔 이후 기성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자신의 유일한 전략으로 삼아 왔다. 그날의 발언은 안 의원이 일관되게 보여왔던 정치혐오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여전히 그의 정치혐오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준다.   

 

정권창출은 모든 제도권 정당의 기본 목표이다. 이것은 마치 빗물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나 지구가 끊임없이 태양 주위를 도는 것과 같다. 정권을 창출하려는 정당의 노력·욕구는 선악의 기준으로 판단 될 수 없는 정당의 본질 그 자체인 것이다. 그걸 '탈취'라는 날강도의 언어로 해석하는 사람은 아마 아나키스트이거나 바보일 것이다. 작년 대선후보 양보 기자회견장에서 쏟았던 당신의 눈물은 '정권탈취 포기'에 대한 아쉬움이었나? 

 

작년 12월 11일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꼬리가 잡혔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벌어진 엄청난 사태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지만 범야권에서 유독 다른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지 4일 뒤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문재인 양 후보 모두를 향해 “혼탁선거를 중단하라”고 비난하며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는 당시 야권과 시민사회가 주장했던 '국정원 불법대선개입사건'과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여직원 감금사건'을 같은 무게로 취급했던 것이다. 당시의 입장이 진심이었다면 기본적인 사리분별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진심이 아니었다면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의심해야 한다

 <안철수가 국정원정국에서 주변인이 된 이유>  

 

새것은 항상 옳은가?

 

정치신인 안철수가 기성정치와 구분되는 '새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얼마나 새로운가'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가’이다. 그동안 안 의원이 밝혀 왔던 정치개혁에 대한 생각들을 요약하면 정당을 축소하고 공천을 포기하고 의원수를 줄이는 것이다. 결국 새정치란 '비정치' 혹은 '반정치'의 다른 말이다. 저것도 정치라면 우표를 모으지 않는 것도 취미다. 한국에 필요한 정치가는 정치를 단단하게 발전시킬 정치가이지 안그래도 취약한 정치토양을 허물고 축소시킬 정치가가 아니다.

 

새것의 당위는 '낡은 것이 얼마나 나쁜가'가 아닌, '새 것이 얼마나 좋은가'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 의원은 새정치의 당위를 오직 기성 정치의 해악만으로 설명하려 한다. 낡은 것에 대한 혐오만으로 새것을 포장할 수는 없다. 그 자체로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설명해내지 못하는 '새정치'를 대안으로 삼을 이유는 없다.

 

정치혐오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안 의원이 택한 ‘비정치’라는 상품은 소양이 부족한 정치신인이 택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상품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혐오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MB는 2007년 대선기간 내내 "나는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며 노골적인 비정치 캠페인을 벌였다. 민생과 실용이라는 수사로 그럴싸하게 포장됐던 MB의 '반여의도 정치'는 안철수의 새정치의 구버전이다. MB가 성공적으로 활용했던 '나도 정치가 싫으니 정치가 싫은 사람은 모두 나를 찍으시오'전략은 차기에 안철수가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략이다.

 

지난 5년은 정치혐오가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시켜준 시간이었다. MB와 비교되는 것이 억울할지 모르지만 안 의원의 정치혐오는 이미 MB의 그것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MB는 적어도 '정권탈취' 같은 노골적인 말로 기성정치를 공격하지 않았다. '안철수 효과'가 단순한 정치혐오의 취합이라면 이보다 나쁜 것은 없다.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대중의 정치혐오가 '새정치'라는 예쁜 이름으로 취합-포장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관련글  ‘민생’이라는 이름의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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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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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0 12:11 신고

    중도라는 평가를 누가 내렸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중도가 좋지 못하다는 건 알겠는데, 안철수가 중도라고 하는 건 새누리당이 보수고 민주당이 진보라는 전제로 시작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 나라는 굉장히 극단적인 예외에 속합니다. 다른 민주주의체제의 국가들의 일반적인 정치색 스펙트럼으로 구분하자면, 안철수는 그냥 보수라고 보는 게 타당한듯합니다.. 또한 정권탈취라는 표현의 의도성에 대해 굉장히 집요하게 탐색하고 있지만 글자체에 근거가 매우 희박할 뿐더러, 21세기 들어서 이번 선거만큼 총체적으로 의혹 내지 실체적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는 없었지않습니까.. 이 모든 걸 정부, 여당, 공기관이 알고, 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권탈취라는 표현의 의도성에 촛점을 맞추고 계시는 것을 보니, 진정으로 안철수 이미지 메이킹에 신경쓰신분은 글쓴이 본인 이신듯합니다 ㅠ

  2. 2013.12.10 17:25 신고

    뭘까!!!

  3. 2013.12.10 18:56 신고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중도라는 착각과 환상에서 벗어나야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것도 그 형체를 드러낼 겁니다.

  4. 2013.12.11 02:33 신고

    새정치가 뭔가 진정성있게 보여줄거다 입닫고 기다려라

  5. 2014.01.15 17:50 신고

    공감합니다.

요즘 정가는 '일탈'의 계절이다. 뉴스에서 일탈이란 말을 요즘처럼 자주 들었던 적은 없었다. 이 말이 꼭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노래 가사처럼 일탈은 유쾌한 일상탈출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제는 한 초선의원의 깜짝 일탈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그녀가 보여준 '일탈'은 근래에 자주 들어왔던 그것들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이 누님의 시크한 표정이 맘에 든다. 출처:장하나 의원 트위터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이른바 ‘대선불복’을 선언했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부정선거불복' 선언이다. 장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부정선거, 불공정 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이라며 "다가오는 6월 4일 지방선거와 같이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민주당의 정청래, 설훈 의원 등이 현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지만 장 의원의 이번 선언은 6.4 재보선 실시라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주장이다. 처음으로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 함의를 담은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즉각 "막장드라마"(윤상현 부대표), "금도를 넘은 발언"(강은희 대변인), "사퇴 권고해야"(이학만 부대변인) 같은 맹비난을 쏟아냈고 민주당 역시 "당론과 무관한 개인의견"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원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는 찬사와 함께 "부적절한 일탈행동"이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장 의원의 행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개 '당론을 따르지 않은 것'을 지적한다.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당론(선거승복)을 거스른 그녀의 '일탈'은 비난받아야 할 일일까?

 

일탈 [명사] 1.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장 의원의 행위가 부적절한 일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국회의원 장하나가 갖는 '본디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민주당 당원으로서의 목적'에서 보면 당론을 거스른 장 의원의 돌출행동은 사전적 의미의 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직 국회의원인 장 의원의 정치행위는 보다 넓은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전체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와 정당구성원으로서의 지위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장 의원이 "당 지도부의 합의된 입장과 달라서 피해가 된다면 책임을 지고 당직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주장할 것은 해야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번 성명은 후자 쪽의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원으로서의 역할과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역할 사이에 갈등이 발생진 것이다. 헌법 46조 2항은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국회의원의 행동규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이 조항은 회의원의 두 가지 지위 중 국민의 대표로서의 지위를 우선할 것을 명령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장 의원의 행위는 민주당 당원으로서의 일탈일지는 모르나,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 장하나의 일탈은 아니다. 고로 그녀가 당론을 어긴 것은 국회의원의 책무와는 무관한 일이며, 장 의원의 행위를 평가할 준거는 그녀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양심적으로 행동했는가'만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장 의원의 '부정선거불복 선언'을 지지한다. 당원이기에 앞서 전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희대의 부정선거사건 앞에서 이 의무를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바로 민주당의 장하나 의원이다. 장 의원은 국민의 이익(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당론을 거슬러 양심에 따른 주장을 펼쳤다. 눈앞에 펼쳐진 명백한 부정선거의 증거들을 지켜보면서도 결과의 회복을 말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대표로서의 직무유기이다. 이렇게 볼 때 사전적 의미의 일탈을 하고 있는 쪽은 오히려 국민의 대표로서의 본분을 잃고 장 의원을 질타한 여야 의원들이다. 나는 장 의원이 펼쳐든 한겨레 1면기사의 제목을 보고도 그녀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놀랍다.

 

지난달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심리전담반의 선거개입을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규정했고, 국방부 조사본부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을 "장병 개인의 일탈"이라고 규정했다. 지난주 청와대는 채동욱 전검찰총장에 대한 불법 사찰행위를 "조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둘러댔다.

 

저들의 '일탈'은 일탈이 아니다. 일상과 본업을 일탈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검찰수사결과 국정원의 2200만건 이상의 정치개입트윗이 발견되었고,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역시 연간 2천만건 이상의 '인터넷활동'을 벌인 흔적(군 사이버사 포상 공적조서)이 발견됐다. 장진수 전주무관의 폭로에 따르면 청와대의 불법 민간인사찰은 전 정권부터 이어져 온 그들의 '일상'이다. 저런걸 '일탈'이라 한다면 축구는 박지성의 일탈이고 호랑나비는 김흥국의 일탈이다. 

 

어제 장하나 의원의 깜짝 선언은 가짜 일탈의 홍수 속에서 '진짜 일탈은 이런 것'이라며 한 수 가르치는 듯하다. 저들의 '일탈'이 조직논리에 대한 영혼 없는 순응이었다면, 장하나의 일탈은 조직논리로부터의 경쾌한 이탈이었다. 부정선거-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탈'들과 비교되기에 장하나의 일탈은 너무 발랄하다.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추라는 자우림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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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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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9 09:01 신고

    민주당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2. 2013.12.09 10:05 신고

    속이 시원해서 넘 좋습니다~~

  3. 2013.12.09 14:19 신고

    이 시대 최고의 용자는 장의원님이십니다^^

  4. 2013.12.10 17:36 신고

    ㅁ ㅈ 당이 와해되었다는 가상뉴스입니다

  5. 2013.12.11 17:41 신고

    바른 의도를 일탈이라고 말하는 야당,, 부끄럽고.. 다른 한 당에 대해서선 말을 않겠습니다
    바른 의사를 꿋꿋이 펴시는 장의원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핵심을 찌르는 적확한 기사를 늘 쓰시는 다람쥐님께 감사드립니다

  6. 2013.12.22 19:51 신고

    사선기관총에 화영방사기 로 처리할 가정교육못바/////년

 

'자율'없는 야간자율학습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했다. 내가 했던 것은 아니고 학교 측의 방침이 그러했다. 남달리 국어해석능력이 뛰어났던 나는 ‘자율학습’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했다. 주로 당구장에 있거나 자유공원에서 별빛을 벗 삼아 소주를 마시며 야자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야자'하면 책과 씨름했던 기억보다 당구장과 맥아더 동상이 먼저 떠오른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학교 측의 ‘방침'을 어긴 나는 교무실로 불려가 전날 누렸던 자율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운이 좋은 날이면 그냥 넘어갈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난 자율학습의 의미에 걸맞게 자율적으로 학습을 거부했을 뿐인데 왜 매를 맞아야 했던 걸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학교 측이 자율학습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이 사용된 것이다. 즉, 오역의 문제이거나 오용의 문제이다. 이렇게 말의 오역과 오용은 현실과의 괴리를 낳는다. 예컨대 '자유민주주의'란 말이 그렇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민주주의 훼손을 용납못한다'거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둥의 구호를 자주 들어 봤을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보수언론에게 '자유민주주의'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과옥조로 여겨진다. 대통령의 말처럼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거슬러선 안되는 신성한 가치일까?

 

자유민주주의, 알고나 쓰자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치원리 또는 정부형태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법치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이다.

출처:위키백과

 

뜻 풀이를 보니 더 몽롱해진다. 저 백과는 자유민주주의를 자유주의(Liberalism)와 민주주의(democracy)가 결합한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Liberal democracy란 말은 외국의 정치학 사전이나 영어사전에서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말이다. 한국 밖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말이라는 뜻이다.    

 

'자유민주주의'란 말은 중언부언이다. 자유주의는 근대 기본권 중 하나인 자유권을 보장하는 이념을 뜻한다. 국가권력의 부당한 간섭과 침해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권리인 자유권은 민주주의 작동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란 말 자체가 이미 자유주의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이상 굳이 자유라는 수식어를 붙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유주의+민주주의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자유민주주의'는 역전앞, 동해바다와 같은 멍청한 말이다. 다른나라 사람들이 이런 무의미한 합성어를 쓰지 않는 이유다.  

 

저 말이 유독 한국에서만 널리 쓰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한국의 보수진영에서 통용되는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은 이것과 조금 다르다. 종북공포증에 걸려있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자'들에게 종북의 뜻이 무어냐 물으면 대체로 이런 답이 돌아온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란 자유권의 보장을 뜻하는 자유주의가 아닌,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자유를 뜻한다. 즉 시장(자유)주의+민주주의를 접붙인 개념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이렇게 해석하면 국가계획경제를 실시하고 있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선다. <자유민주주의 부정 = 남한체제의 부정>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등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들의 '자유민주주의'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시장주의를 뜻하는 '자유'는 지고지순한 가치가 아닌 당대에 선출된 정권이 지향하는 사조(思潮)일 뿐이다. 그것이 현정권이 지향하는 가치인줄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따라야 할 가치는 아니다. 시장주의의 틀 안에서도 저마다 스펙트럼이 다르며, 시장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그것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한다. 사회민주주의나 복지민주주의와 같이 시장주의와 갈등관계에 있는 원리들도 있다. 시장주의의 견제·규제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집권할 경우에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시민의 손으로 권력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고로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시장주의는 국민들이 어떤 정치세력에게 표를 주는가에 따라 강화될 수도, 약화될 수도 있으며 다른 이념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가지 정치원리, 사조를 대한민국이 지녀야 할 절대불변의 정체성인 것처럼 설파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행태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자들은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건국이념이라고 강변한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란 말은 우리 헌법 어느 구절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가장 비슷한 말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두 번 등장할 뿐이다. 그들은 여기서 '기본질서'를 빼고 자의적으로 '주의(ism)'를 붙여 신성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말의 연금술로 탄생한 '자유민주주의'는 건국이념도 뭣도 아닌 별 의미없는 합성어일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논쟁이 가장 격화됐던 때는 이명박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개정논란 때였다. 당시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를 두고 양 진영의 일대 논쟁이 벌어졌다. 많은 학자와 논객들이 자유민주주의란 말의 난센스에 대해 지적했지만 여당과 보수언론은 들은 채 만채 예나 지금이나 그것이 만고의 진리인양 설파할 뿐이다. 이런 우격다짐이 통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 자체가 강한 반공반북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절반의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자유가 결여된 북한체제와의 대비를 떠올린다. 한국의 보수세력에게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시장체제를 강화하고 반공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양수겸장의 카드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의 모순은 이 말의 모순과 같다.

 

‘한명도 빠짐없이 야간자율학습에 참가해야 한다’

 

야간자율학습에는 '자율'이 없고, 자유민주주의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정말 자율학습이라면 학생들 각자가 자의적으로 학습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사회구성원의 (시장주의 이외의) 다양한 견해를 인정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같은 구호가 사회일반에 강요될 수 없는 이유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할 가치는 민주주의일 뿐 시장주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말을 바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류 문명이 자랑하는 숭고한 가치들이 한국에 와서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현정부로 이어진 새누리당 정권은 국가기관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여 시민의 자유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 그런 권력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힘주어 외친다. 반면 자유권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부정에 맞선 시민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적’으로 매도된다. 이들 중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해석한 쪽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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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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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5 10:18 신고

    씁쓸합니다. 언제부터 당연하게 여기던 민주주의가 이상한 표현으로 변질되어 신격화된겁니까? 그럼에도 윗사람들 편의에 맞게 바뀌면서 생기는 모순이 보이니 우리는 체제만 다른 전체주의 국가에 사는 것같습니다

  2. 2013.12.05 13:04 신고

    이번 글 정말 마음에 드네요. ㅎㅎ

    다람쥐주인님의 국어해석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

  3. 2013.12.05 14:32 신고

    자유민주주의도 수입 학문인데요... 그리고 자유주의가 언제부터 시장 영역적인 측면에서 몰아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것 또한 정치이념인데

  4. 2016.04.04 10:58

    비밀댓글입니다

  5. 2016.04.04 11:32 신고

    사진작가입니다. 사진 사용하시면서 출처나 좀 밝혀주셨으면 좋았을것 같네요.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일수록 다른이의 권리에도 밝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 종북 아니라고요"

 

보수진영으로부터 대표적인 '종북좌파'로 낙인찍혔던 김제동 씨가 커밍아웃을 했다.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와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등으로부터 종북좌파로 몰려 공격받아왔던 김제동 씨는 어제 트위터에 자신의 고향이 종북이 아닌 '경북'임을 당당히 밝혀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그런데 이 '유쾌한 고백'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TK' 죽은 신이 지배하는 땅

 

지난달 1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에서 경북선수단은 이채로운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경북 선수들이 새마을 마크가 각인된 스카프를 흔들며 경기장에 들어서자 진행자는 “조국근대화,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경북도선수단이 입장하고 있습니다”라는 신선한 멘트로 이들을 반겼다. 경북도체육회는 이날의 퍼포먼스에 대해 “전국체전을 통해 새마을운동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상기시켜 경북의 혼을 표출하는 한편 경북의 자존과 명예를 드높이는 뜻깊은 연출을 표현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김제동 씨의 고향 경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본산이다.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는 TK(대구 경북)답게 지역의 정체성도 남다르다.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경북 선수단이 보여준 복고풍 퍼포먼스는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전국체전 개막 3일 전, 경상북도는 새마을운동을 경북의 정체성으로 공식 '결정'했다. 북도는 지난 15일 '경북정체성포럼' 총회를 열고 새마을운동을 경북의 4대 분과의 이름이자 4대 도의 정신으로 확정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떠나, 도민의 정신을 관이 결정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박정희 정신'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난 9월 새마을운동 수출을 위해 에디오피아 독재자의 초청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박성수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경북 청도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이고 도민 입장에서는 우리 도가 가진 자산 중 하나이다. 일례로 광주를 인권의 도시라고 하는데 광주만 인권 정책을 한게 아니지만 인권은 광주시민의 자존심인 것과 비슷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 공무원은 광주가 인권의 도시로 불리게 된 피의 역사와, 독재시대의 관변운동을 '비슷한 것'으로 치부했다. 이 용감한 영혼없음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지난달 구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숭모제례'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도지사와 시장, 국회의원, 교육감 등 각계 인사와 3천여명의 인파가 몰려 살아있는 권력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 행사에서 남유진 구미시장은 문제의 "반인반신" 발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김관용 경북지사는 5.16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으로, 심학봉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목놓아 찬양했다.    

 

 

문제는 종북이 아닌 '경북'이다

 

경북은 죽은 독재자의 그림자가 지배하는 땅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죽은 독재자를 신으로 밀어 올리려는 산 자들의 욕망이 지배하는 땅이다. 모든 경상북도 주민들이 박정희교 신도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재자의 신격화가 용납·조장되는 분위기가 이 지역이 갖는 특유의 문화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바뀌는 지자체 장들마다 한목소리로 독재자를 신격화하고, 박지만 씨의 득남 소식에 축하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내걸리는 이 지역의 분위기를 일부 극성스런 교도들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일베로 상징되는 극우 하류문화에서 '종북'이란 말은 흔히 전라도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경북은 '종북'의 대척점에 있는 신성한 땅이다. 김제동 씨는 자신을 향한 종북공세에 대해 이 문제적 지역이 자신의 고향이라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그들은 어쩌면 출신을 '배반'한 김제동 씨가 더욱 얄밉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다. 정치적 선호를 이유로 특정 지역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선호와 독재의 미화는 구분되어야 한다. 적어도 '종북'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섬기는(섬길 것으로 의심받는) 대상을 향해 당당히 절을 하고 '반인반신',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다. 반면 박정희 동상이 세워져 있는 구미 생가에는 올 한해에만 57만명이 방문해 머리를 조아렸다. 34년 전 죽은 독재자를 찬미하고 독재시대를 추억하는 '경북'이야 말로 이나라 민주주의의 진짜 위협이다. 나라의 한 켠을 독재의 그림자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건강한 민주주의를 꿈꿀 수 있을까.   

 

관련글  반인반신과 짬짜면, 경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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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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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3.12.14 19:17 신고

    참말로 이런 근미래 현대에서 아직까지도
    어디지방 어느파 따지는 그런 거지근성들 정말 한심하네요
    하여간 간첩들도 싸다 잡아족치고
    평화통일이나 무력통일이 된다 한들
    지역 거들먹 거리는 쓰레기들 이판치는 한국에서는 미래는 없다 ᆢ
    에이 그냥 지역다없애버리고 다 서울이라고하면 좋겠다

  3. 2013.12.15 09:47 신고

    궁금하다 김대중동상이랑 건축물있는 그쪽읏 정상인지ㅋ

  4. ㅁㅍㅎㅅㅂㅇㄷ2ㅈㄷㅅㅂ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2013.12.16 16:52 신고

    조국과 민족 , 내일생을 위하여 -김대중-
    내일생 ,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박정희-
    독재라고 떠들어 주는 민주당원들 덕분에 지도자의 위세가 높아져 가는것 같아 기쁘네. 말만 잘하고 행동은 영 쉬원찮은 놈은 PYC 그분에게 뇌물 시계받자마자 죽던데

  5. 2013.12.21 12:50 신고

    대표적수꼴 지역인사가 수꼴에 반하는 행동을 하니 수꼴들이 더 무섭게 물어 뜯고 있는듯

  6. 2013.12.30 02:49 신고

    김제동한테 종북이라고 말하지 마라. 그는 종북을 모른다.

  7. 2014.01.10 03:21 신고

    100 %공감하는 글입니다 정말 세뇌는 무섭죠 제가 볼때 북이나 경북이나 입니다

  8. 2014.01.11 04:49 신고

    종북이라는 색칠하기 놀이를 언제까지 할지 궁굼합니다..
    이젠 약발도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셀프종북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완전한 우익인사가 있을지..ㅠㅠ

  9. 2014.01.23 18:12 신고

    빨갱이가 나 빨갱이다라고 하는거 봤음? ㅋㅋㅋㅋㅋㅋㅋㅋ

  10. 2014.01.23 18:14 신고

    존나도는 종북좌좀의 수괴의 어두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땅이다.
    그래서 그 땅에선 인물이 안나온다.
    문씨,노씨 모두 종북이었지만 존나도는 아니었다.
    존나도에선 인물이 안나온다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 2014.05.01 14:51 신고

    김대중.노무현 ㅋㅋ

  12. 2014.07.10 14:31

    비밀댓글입니다

  13. 2014.07.30 00:49 신고

    그럼 북한은 죽은 독재자가 지배하는 땅아님? ㅋㅋ 아직도 3대째 죽은 독재자가 지배하는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은 이해가 안된다..ㅜㅜ

  14. 2014.08.14 04:29 신고

    누가 진정 종북좌인가?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

    1. 2002년 5월 11일~ 1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박근혜는 당시 한나라당의 비대위원장의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김정일 전용기를 타고 <<<< 우와~ 이게 바로 진정한 종북 클라스입니다.

    2. 정부는 박근혜의 방북에 불허 입장 밝혔지만 끝내 방북.

    3.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주석궁에서 면담. 방명록도 작성하고.

    4. 2002년 5월 31~ 6월 30일 한,일 월드컵 개회

    5. 2002년 6월 29일에는 월드컵 폐막(6월 30일) 하루를 앞두고, 제2 연평해전 발생.
    -공교롭게도 이 날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경기 관람이 예정.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국민들의 축구 열기속에서 이미 '종북'의 씨앗은 뿌려졌네?
    월드컵 개회 2주전에 박근혜가 북한을 방문하고 김정은과 회담도 가졌다는데,
    하필 월드컵 폐회 전날에 북괴가 도발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7일 현재로선 북한 방문 계획이 없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연락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해 독자적인 대화 루트가 있음을 시사했다.

    박근혜 한냐랑대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 기사(2004.8.9 동아일보)
    정부 허락없이 북괴와 연락하고 정부 승인없이 북한에 입국하면...이런 경우 안기부에선 간첩이라고들 하지요.

    누가 종북좌인건데?

  15. 2014.09.03 02:09 신고

    KIA~~~~~~~~~~~ 전라도 홍어 새끼들 + 백수 패션좌좀 루저새끼들 물타기 하는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 그라제 우덜식 민주주의랑께

  16. 2015.08.22 12:34 신고

    참나 어이가없어서 김대중투표률98프로나오는 라도야말로종북아니냐 김대중빨갱.이시킨건알만한사람은다아는데 무슨경북종북이지랄이야 애쓴다애써

  17. 2015.11.03 12:54 신고

    네다음홍어

  18. 2016.09.14 13:50 신고

    난 김제동이 경북출신이라는게 너무 부끄럽다..
    저런 종북세력이 경북이라고 감정몰이하고 아무곳도 모르는 젊은 애들을 선동하는게 너무너무 한심하고 부끄럽다

  19. 2016.10.22 20:21 신고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할 생각말고 북으로 가서 북한주민들과 소통해라.

  20. 2017.03.10 15:2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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