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와 마주해도 늘 '나는 가운데에 있을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치중립이 아닌 '중립자'의 강박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차갑움이나 뜨거움, 밝음과 어두움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가운데'로 움직이려는 관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가운데라는 지점이 곧 선이고 정의이자 안전이다.

그들이 머무르는 곳은 언제나 사회일반의 평균이다. 그것의 움직임에 연동해 언제고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는 유목민의 삶, 그들이 움직인 자리에는 먼지만이 남을 뿐이다. 영혼도 실체도 없이 오로지 잠시 서있을 '지점'만을 찾아 움직이는 그들은 떠다니는 섬이요 다리없는 유령이다. 

 

당신은 누구요? "가운데 있는 사람이오"

 

어제 안철수 신당의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의 첫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안철수 신당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고 국민을 우선하는 합리적 개혁주의"라고 밝히고 "시대적 요구와 역사적 책무에 대한 굳은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변화에 대한 진정성 있어야 한다"며 뜬구름잡는 말의 성찬을 쏟아냈다. 신당의 핵심 참모 송호창 의원과 금태섭 변호사가 말을 이어갔지만 손에 잡히는 이야기는 누구의 입에서도 들을 수 없었고 오직 기성정치권에 대한 일차원적인 성토만이 이어졌다.

 

대선 후 1년, 입국 후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인 안철수와 안철수 신당의 형체는 흐릿한 '중도지향'에 머물러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공격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런건 대중과 평론가들의 몫이다. 현실정치 깊숙히 발을 들여 놓은 유력정치인이 저런 무색무취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정치적 중도'라는 지위는 내가 가진 정치적 지향이 사회일반의 가운데쯤 머물 때 '우연하게' 얻게 되는 지위다. "난 언제나 너희들 가운데 있을거야"라는 인위적인 노력이나 '태도'로 얻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라는 거다.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중도'라는 건 실체없음의 다른 말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자 많은 언론들은 그것이 정치권에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느라 열을 올린다. 정치가들이야 각각의 셈법에 따라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일반 시민들까지 그들의 정략적 계산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센가'에 관한 정보가 아닌 '누가 나은가'에 대한 판단이다. 

 

난 안철수 신당이 망했으면 좋겠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그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악담으로 들린다해도 할 수 없다. 나쁜 건 나쁜 거다.

 

 

"선거 끝나고 1년이 다 되가는 지금 결국 정치는 단 한 발도 못나가고 있다. 국민 삶보다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 다음 정권탈취에만 관심두는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 안철수 의원

 

지난달 원로 정치인들의 모임 '국민동행' 창립대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특유의 하나마나한 이야기들 속에 거친 단어 하나가 귀에 거슬린다.

 

"정권탈취"

 

한국정치사에서 저 말은 주로 5.16이나 12.12 쿠데타를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안 의원은 저 말을 한국의 정치일반을 뭉뚱그려 지칭하는데 사용했다. 현실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는 극한의 정치혐오다. '탈취'라는 표현은 결코 돌발적으로 튀어 나온 말이 아니다. 안 의원은 정치 데뷔 이후 기성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자신의 유일한 전략으로 삼아 왔다. 그날의 발언은 안 의원이 일관되게 보여왔던 정치혐오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여전히 그의 정치혐오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준다.   

 

정권창출은 모든 제도권 정당의 기본 목표이다. 이것은 마치 빗물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나 지구가 끊임없이 태양 주위를 도는 것과 같다. 정권을 창출하려는 정당의 노력·욕구는 선악의 기준으로 판단 될 수 없는 정당의 본질 그 자체인 것이다. 그걸 '탈취'라는 날강도의 언어로 해석하는 사람은 아마 아나키스트이거나 바보일 것이다. 작년 대선후보 양보 기자회견장에서 쏟았던 당신의 눈물은 '정권탈취 포기'에 대한 아쉬움이었나? 

 

작년 12월 11일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꼬리가 잡혔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벌어진 엄청난 사태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지만 범야권에서 유독 다른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지 4일 뒤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문재인 양 후보 모두를 향해 “혼탁선거를 중단하라”고 비난하며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는 당시 야권과 시민사회가 주장했던 '국정원 불법대선개입사건'과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여직원 감금사건'을 같은 무게로 취급했던 것이다. 당시의 입장이 진심이었다면 기본적인 사리분별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진심이 아니었다면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의심해야 한다

 <안철수가 국정원정국에서 주변인이 된 이유>  

 

새것은 항상 옳은가?

 

정치신인 안철수가 기성정치와 구분되는 '새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얼마나 새로운가'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가’이다. 그동안 안 의원이 밝혀 왔던 정치개혁에 대한 생각들을 요약하면 정당을 축소하고 공천을 포기하고 의원수를 줄이는 것이다. 결국 새정치란 '비정치' 혹은 '반정치'의 다른 말이다. 저것도 정치라면 우표를 모으지 않는 것도 취미다. 한국에 필요한 정치가는 정치를 단단하게 발전시킬 정치가이지 안그래도 취약한 정치토양을 허물고 축소시킬 정치가가 아니다.

 

새것의 당위는 '낡은 것이 얼마나 나쁜가'가 아닌, '새 것이 얼마나 좋은가'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 의원은 새정치의 당위를 오직 기성 정치의 해악만으로 설명하려 한다. 낡은 것에 대한 혐오만으로 새것을 포장할 수는 없다. 그 자체로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설명해내지 못하는 '새정치'를 대안으로 삼을 이유는 없다.

 

정치혐오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안 의원이 택한 ‘비정치’라는 상품은 소양이 부족한 정치신인이 택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상품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혐오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MB는 2007년 대선기간 내내 "나는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며 노골적인 비정치 캠페인을 벌였다. 민생과 실용이라는 수사로 그럴싸하게 포장됐던 MB의 '반여의도 정치'는 안철수의 새정치의 구버전이다. MB가 성공적으로 활용했던 '나도 정치가 싫으니 정치가 싫은 사람은 모두 나를 찍으시오'전략은 차기에 안철수가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략이다.

 

지난 5년은 정치혐오가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시켜준 시간이었다. MB와 비교되는 것이 억울할지 모르지만 안 의원의 정치혐오는 이미 MB의 그것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MB는 적어도 '정권탈취' 같은 노골적인 말로 기성정치를 공격하지 않았다. '안철수 효과'가 단순한 정치혐오의 취합이라면 이보다 나쁜 것은 없다.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대중의 정치혐오가 '새정치'라는 예쁜 이름으로 취합-포장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관련글  ‘민생’이라는 이름의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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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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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0 12:11 신고

    중도라는 평가를 누가 내렸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중도가 좋지 못하다는 건 알겠는데, 안철수가 중도라고 하는 건 새누리당이 보수고 민주당이 진보라는 전제로 시작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 나라는 굉장히 극단적인 예외에 속합니다. 다른 민주주의체제의 국가들의 일반적인 정치색 스펙트럼으로 구분하자면, 안철수는 그냥 보수라고 보는 게 타당한듯합니다.. 또한 정권탈취라는 표현의 의도성에 대해 굉장히 집요하게 탐색하고 있지만 글자체에 근거가 매우 희박할 뿐더러, 21세기 들어서 이번 선거만큼 총체적으로 의혹 내지 실체적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는 없었지않습니까.. 이 모든 걸 정부, 여당, 공기관이 알고, 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권탈취라는 표현의 의도성에 촛점을 맞추고 계시는 것을 보니, 진정으로 안철수 이미지 메이킹에 신경쓰신분은 글쓴이 본인 이신듯합니다 ㅠ

  2. 2013.12.10 17:25 신고

    뭘까!!!

  3. 2013.12.10 18:56 신고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중도라는 착각과 환상에서 벗어나야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것도 그 형체를 드러낼 겁니다.

  4. 2013.12.11 02:33 신고

    새정치가 뭔가 진정성있게 보여줄거다 입닫고 기다려라

  5. 2014.01.15 17:50 신고

    공감합니다.

 

<4억년 동안 진화하지 못한 실러캔스>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은 진화를 한다. 그런데 수천만년~수억년 동안 진화를 하지 않은 채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물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부른다. 동물 중에는 실러캔스,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 있고 식물 중에는 은행나무, 버드나무 같은 것들이 있다. 살아있는 화석들은 과거 지구에서 멸종된 생물과 현재의 생물과의 진화관계를 규명하는 연구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진화는 자연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자연계의 진화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인간의 문명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그들이 진화하지 않은 이유

 

낡은 물건중에는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너무 낡아 버려야 할 물건도 있다. 낡디낡아 도저히 고쳐쓰지 못할 물건 말이다. 정당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어떤 나라에는 기독교 원리주의 정당도 있고 어떤 나라에는 아직도 무산혁명을 꿈꾸는 정당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새누리당이 있다. 대개의 낡은 정당들은 집권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한국의 새누리당은 작년 또다시 집권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복고열풍이다. 지난 2일 홍사덕 전의원이 관변단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대표상임의원으로 내정된데 이어 어제 서청원 전의원이 화성 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의원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것이 불과 1년전 일이고, 서 전의원은 차떼기의 주역이자 5년전 총선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친박연대 공천비리의 몸통이다. 그보다 두어달 먼저 부활한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옹은 유신헌법의 산파이자 희대의 관권선거 모의사건인 초원복집사건의 주모자다. 

 

이들 셋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범죄의 주인공이라는 점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온 '올드친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년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은 친박계 원조 좌장으로 물리는 인물이며, 서청원은 2008년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부대 친박연대를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김기춘은 잘 알려진대로 유신헌법의 초안작성자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그룹 '7인회'의 맴버로 대를 이어 박 씨가문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인물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인사권이 막강한 나라라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보은인사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범죄자들에게도 갱생의 기회는 주어져야 마땅하나 정치무대가 정치범죄자의 갱생의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다지만 공천뇌물을 받고 관권선거를 모의했던 자들이 다시 정치를 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내미는 건 너무 파렴치하다.  

 

저 당은 박정희 소장이 대통령이 되었던 50년 전부터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된 2013년이 되기까지 한걸음도 진화하지 못했다. 지역주의, 공천비리, 부정선거, 성추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 새누리당은 한국정치사에서 나타났던 모든 구태들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지금 저 당의 대표는 31년전 선량한 대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아 무기형을 내렸던 공안판사 출신이고, 저 당에서 배출한 현직 대통령은 독재자 박정희의 철학을 그대로 계승한 정치적 아바타다. 통째로 들고 50년전에 데려다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면면들이다. 새누리당은 낡음의 상징이요 살아있는 화석이다.

 

50년이란 시간은 한 인간이 태어나 지천명(知天命)에 이른다는 긴 세월이다. 반백년의 세월을 제자리에 머문 정당이라면 분명 연구할 가치가 있다. 요즘 새누리당은 '진화하지 않으면 나처럼 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잘 연구한다면 한국정치가 그동안 왜 발전하지 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란히 귀환한 올드보이 서청원(左)과 홍사덕(右)

   

반면교사 새누리당에게 배우라

 

살아있는 화석이 진화하지 않았던 이유는 진화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우월한 생존조건을 가진 탓에 진화하지 않고도 멸종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에게도 그런 우월한 생존조건이 하나 있다. 경상도를 기반으로 한 패권적 지역주의가 그것이다. 지역주의 구도가 가장 중요한 투표요인으로 남아 있는 이상 새누리당은 인구 구성비로 볼 때 선거에서 질래야 질 수가 없는 당이다. 이렇게 완벽한 생존조건을 가졌기에 그들은 진화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에게도 변화의 기회는 있었다. 2000년대초 '당내민주화'라는 구호를 앞세운 정당개혁은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한나라-민주 양당은 5년 터울을 두고 김대중-이회창이라는 마지막 총재들을 떠나보냈지만, 이후의 양상은 크게 다르게 전개됐다.

 

민주당이 지리멸렬해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당에서는 상명하복의 1인 보스정치는 발견할 수 없다. 그럴만한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당내민주화가 이루어진 결과다.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달리 1인 보스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이유는 친이-친박간의 당권투쟁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수요모임'으로 대표되던 한나라당 개혁소장파들은 외부적으로 중도지향을, 내부적으로 당내민주화를 요구하며 비교적 강한 톤으로 쇄신의지를 피력했다. 친박-친이 계파간의 골육상쟁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은 한나라당에서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시점과 일치한다. 이후 그들은 당내에서 설곳을 잃거나 개혁성을 잃고 2007년 대선 직전 해체된다. 그렇게 내부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새누리당은 지금의 수구정당의 모습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민주당이 나름의 개혁을 이뤄가던 시기에 새누리당은 양대 세력간의 당권투쟁에 함몰되면서 당을 쇄신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개혁의 의지도, 동력도 상실한 저 당에서 이제 민주적인 리더십은 기대할 수도 없다. 

 

올드보이들의 귀환은 견제받지 않는 1인 보스정치의 결과물이다. 쇄신하지 못한 정당이 구태를 답습하는 건 필연이다. 새누리당이 보여준 정체(停滯)는 정당의 진화가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어떤 정당이든 저들처럼만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반면교사가 가장 좋은 스승이 되기도 한다. 그저 새누리당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 지역주의에 반대하고, 공천비리 없애고, 성도덕을 바로세우고, 비리연루자들을 다시 공천하지 않으면 좋은 정당이 될 수 있다. 얼마나 쉬운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새누리당은 우리 정치에서 보존되어야 할 귀중한 유산이자, 최고의 반면교사다. 진화하길 원하는 정당이 있다면 새누리당에게서 배우라. 전설 속의 구태정당이 현실정치에 살아있다. 저걸 보고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부디 새누리당이 오래~오래 살아남아 한국정치에 좋은 교훈을 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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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이석기 의원>

 

-이 글은 녹취록공개와 이석기 의원의 기자회견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후 밝혀진 사실관계에 따라 제 입장에도 달라진 부분이 있음을 밝힙니다.  

 

발빠른 거리두기 

 

촛불집회 연단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등장했다. 장내에는 “와~”보다는 “우~”에 가까운 함성이 들렸다. 그의 연설이 끝나고 이번엔 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연단에 올랐다. “와아~~” 조금전 김한길 의원이 소개됐을 때보다 10배, 그 이상의 함성이었다. 다른날 민주당 모 의원과 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올라왔을 때도 함성의 '비율'은 그것과 비슷했다. 한번이라도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두 정당을 대하는 시민들의 온도의 차이를 체감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의원 100여명의 '대군'을 이끌고 광장으로 진군했지만 그곳의 주인공은 자신들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부당한 대우'에 제1야당은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촛불민심이 민주당보다 진보당에 가깝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고, 민주당의 어정쩡한 행보에 민심이 실망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동치는 거리의 민심은 정치상황에 따라 언제고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이 온도의 차이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다. 광장의 주인이 되지 못했던 것에 빈정이 상했던 걸까? 어제 국정원이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깜짝 놀랐다.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사실이라면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하다. 다만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사건이고 국기문란 사건의 당사자로 지탄받고 있는 국정원이 수사주체가 돼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

 

민주당은 당장에 참석키로 예정돼있던 30일 촛불집회에 불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진보당이 주최하는 행사라는 것이 취소의 이유다. 다음날 서울역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는 예정대로 참석하기로 결정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모든 정당 연설 순서를 없애고 진보당 사건과 관련한 피켓이 등장하지 않도록 주최 측에 요청하는 등 진보당과의 적극적인 거리두기에 나섰다. 압수수색을 당한건 진보당인데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건 민주당이다. 언제부터인가 종북에 '종'자만 꺼내도 놀란 토끼눈을 뜨는 민주당이다. 저들은 뭘 잘못한 걸까?

 

진실이냐 공작이냐

 

국정원이 칼을 빼든 지금 우리는 두 가지 가정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진실인가 공작인가' 때로는 이런 혼란이 사람(집단)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입장에서 진실과 공작, 둘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이성과 가치관이 보인다. 어제 청와대와 민주당의 논평 요약이다.

 

청와대 "사실이라면 경악"

민주당 "사실이라면 충격" 

 

어째 말 본새가 비슷하다. 민주당의 논평은 내일 아침 조중동에 실릴 머릿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논평에서 읽혀지는 공통점은 '진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공히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국정원의 '공작'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나 "국기문란 사건"같은 공격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노림수에 정확히 호응했거나 그 이상의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것이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합리적 중론이다. '내란예비음모죄', '변장도주', '전신전화국 폭파지시' 하루 사이 무성영화시대에나 쓰였을 법한 말들이 지면을 뒤덮었다. 저런 민망한 단어들을 담담하게 내뱉어대는 앵커의 모습에서 아찔함을 느낀다. 이정도 요란이라면 이석기 의원의 집 지하실에서 탱크 몇 대라도 발견해야 본전이다. 일반인의 상식은 말할 것도 없고 주체사상의 대부였던 김영환 씨의 눈에도 "이건 말이 안돼는 얘기"란다. 이석기 의원이 변장을 한 채 도주했다는 둥 진보당 현역의원들이 괴단체에 소속된 지하조직원이라는 둥 블록버스터급 괴담이 퍼져나간다. 이런 황당무계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인지사고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한다.    

 

이번 국정원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단지 시기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정보기관의 용공조작의 흔적을 찾기 위해 조봉암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 불과 일주일 전 '화교남매 간첩 조작사건'이 국정원의 치졸한 용공조작이었음이 법정에서 밝혀졌다. 청문회장에 나와 "종북세력에게 댓글좀 달게 해달라"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그의 주장을 옹호하던 새누리당의 모습도 생생히 기억한다. 권력의 중심부 곳곳에서 발견되는 매카시즘은 이나라의 비참한 현실이다. 여러가지 정치적 환경이나 정국의 흐름으로 볼때 이석기-진보당 사건 역시 그런 성격의 것일지 모른다는 추론은 합리적 의심이다. 검찰이 아무런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고 당사자들이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수사결과 혐의가 입증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저 말을 어떻게 주워담을 작정인가?

 

진보당의 혐의를 감싸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국정원의 '합법적인'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민주당은 이시점에서 굳이 불필요한 가정법으로 광장의 파트너를 곤란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 "국기문란 사건"같은 공격적인 언사를 사용한 것은 진보당과의 거리두기를 위한 다분히 의도된 표현이다. 비겁하며 현명하지도 못하다. 거리에서 국정원의 '비정상성'과 싸우고 있는 민주당이 그들의 비상식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 쓴다. 이게 정상인가?

 

<지난주 무죄로 판결난 화교남매 간첩 조작사건>

 

종북몰이에 대처하는 방법

 

민주당의 발빠른 거리두기가 국정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장외투쟁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촛불의 향배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의 능력이다. '종북세력이 실제하는가?' 혹은 '그것이 실존하는 위협인가?'라는 의문과는 별개로 '부당한 종북몰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민주당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것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반대하거나

2) 회피하거나

3) 동참하거나.

 

민주당이 택한 '거리두기'는 2번과 3번에 모두 해당된다.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수다. 셈에 능한 정치공학자들은 민주당의 거리두기를 현명한 선택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지지율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북프레임 공격에 동조한 결과는 반드시 민주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공공연하게 민주당 의원들에게까지 종북의혹을 제기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대선후보 TV토론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전교조와의 '특별한 관계'를 집요하게 추궁하며 민주당을 통째로 종북프레임에 가두려 했다. 문재인 후보는 꽤나 영민하게 대처했지만 사실관계나 의혹의 비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의혹제기 자체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야했다. 종북프레임은 거리두기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의 "우린 그런 애들하고 안친해요"전략이 한심한 이유다.

 

민주당의 이중잣대

 

민주당은 그동안 새누리당의 종북공세에 대해 이중적인 전략을 취해왔다. 자당의원에 대한 종북공세에 대해서는 "낡은 매카시즘"이라며 반발하면서도, 진보정당들에 대한 종북공세에 대해서는 유보적이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보여온 것은 진보정당들을 야권의 '곁가지'쯤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주당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제 야권지지자들이 민주당 이외의 대안에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의 인식은 야권에 민주당 이외의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던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지난 대선은 더이상 거대 야당 혼자의 힘만으론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이제 민주당은 야권의 합리적 분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은 국정원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종북놀음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충격" 따위의 격한 반응을 쏟아내기 전에, 국정원의 의심스러운 행보를 견제하는 것이 제1야당으로서의 이성적 태도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지금 공상과학소설같은 국정원의 주장을 받아 광장의 파트너를 멀리하려는 것은 바보같다. 이것은 '종북세력과 손을 잡아라'가 아닌 '정략적인 종북몰이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주문이다.   

 

저들을 색깔론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민주당의 존재다. 약팍한 종북몰이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제1야당이 있는데 집권세력이 색깔론의 유혹을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민주당은 다른 정치세력을 향한 색깔론을 방치하거나 동조한다면 그 칼날이 고스란히 자신들을 향해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집권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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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30 08:25 신고

    민주당의 기회주의적인 속성... 찬두번이라야 말하지요.
    상식이하의 짓을 하는 국정원과 선긋기하는 민주당.. 참 꼴볼견입니다.

  2. 2013.08.30 10:25 신고

    민주당이 우리나라 절반의 야성향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일례일 뿐입니다.
    그동안의 기대가 너무 컸나 봐요.

  3. 2013.08.30 22:32 신고

    한 마디의 말을 뒤집는데는 열마디 아니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만큼 정치에 있어서 말 한디가 든든한 공격성 방어가 되어 주느냐 방어에 급급한 방어용이 되느냐의 방향을 결정해 준다. 새누리당은 항상 쪼개기 전법을 쓴다.전형적인 살라미 게릴라 전술이다. 이에 거대 사기꾼 여당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또한 이 전법을 쓰면서 다른 야권과 분열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국정원의 쓰리쿠션 치기식 전법에 놀아나서는 더더욱 안된다. 민주당은 어정쩡한 자리를 찿는데 신경쓰지말고 , 차라리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끈기있는 공격을 해라.
    국정은 2수구를 먼저쳤지만 1수구가 지례 겁먹은 모양새다.

  4. 2013.08.31 00:47 신고

    민주당은 이석기하고 선을 그어야됩니다 일단 진보당이 당당하면 영장청구되기전에 당당하게 나가서 밝히면되는겁니다 오히려 이번기회에 다신 종북소리 못하게 쇠못박을수있는기회구여 민주당이 이석기편들고 합세하면 오히려 역풍붑니다 민주당은 철저하게 선긋는게 맞습니다

  5. 2013.09.03 11:24 신고

    괜히 꿋꿋이 나갔다가는 '민주당도 종북' 이라고 국정원이 내란죄 적용할까봐 겁먹은 거죠....
    김대중씨나 노무현씨가 돌아가신 것이 안타깝군요.. 지하에서 통곡을 하고 계시겠죠.....
    민주화를 이루었는데 유신으로 회귀하여 내란죄가 적용되고 야당인 민주당은 꼬리내리고...
    잘 나가는 한국이네요... ㅎㅎㅎ ㅉㅉㅉ

  6. 2013.09.05 09:54 신고

    출장이나 휴가 중이신가요? 최근 글이 없으셔서...

 

지난 주말 한국의 진보 3당중 두 당이 당명을 개명하고 거듭나기에 나섰다. 21일 진보정의당과 진보신당은 나란히 전당대회를 갖고 새 이름을 공표했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과 정상회담 회의록 분실이라는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치러진 군소정당들의 전당대회는 세간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정치권의 관심 역시 그들의 새 당명이 무엇인지, 누가 새로운 당대표가 되었는지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두 당의 거듭나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런 내용이나 결과가 아닌, 그들이 보여준 ‘절차와 형식’에 있었다.  

 

 

 

진보정의당은 21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혁신당원대회'를 열고 신임 지도부 및 새 당명을 확정했다. 당대표 투표에서는 단독 입후보 한 천호선 후보가 96.09%의 압도적 찬성표를 얻어 새 대표로 선출됐고, 새 당명은 51.8%의 지지를 얻은 '정의당'으로 결정됐다. 진보정의당은 지난달 6월 27일부터 7일 9일까지 당명 개정안을 신청받아 추천수가 많은 순위 10개안을 압축했고, 다시 11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해 상위 3개안으로 압축했다. 15일부터 20일까지 치러진 최종투표는 사회민주당, 정의당, 민들레당 중 선호하는 이름 순으로 1~3순위로 기표해 1순위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이름을 택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1순위 투표에서 과반득표한 이름이 나오지 않을 경우 1순위 투표에서 3위 이름에 기표한 투표자의 2순위 선호이름을 1순위 득표수에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같은날 진보신당은 서울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임시 당원대회를 열고 새 당명을 '노동당'으로 확정했다. '노동당', '무지개사회당', '적록당', '평등노동당', '평등당', '평등사회당', '평화노동당' 등이 후보로 경쟁한 가운데 투표는 이른바 '교황선출방식'으로 진행됐다. '콘클라베'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교황선출방식은 한 후보가 투표자수의 2/3 표를 얻을 때까지 투표가 계속되는 방식을 말한다. 진보신당은 총 6차에 걸친 투표 끝에 252명의 대의원 중 169명의 찬성을 얻은 '노동당'을 새 당명으로 최종 결정했다.  

 

그들의 '피곤한' 의사결정과정, 이유는?

 

저들의 투표는 한마디로 피곤하다. 한번에 한표씩 행사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순다수제 투표였다면 비용도 절약되고 여러모로 편했을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저들이 굳이 피곤한 투표방식을 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는 민주주의 구현의 기본조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수결의 진리'처럼 믿고 있는 '다순다수제'(다수의 후보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후보가 선출되는 방식)는 가장 신뢰도가 떨어지는 원시적인 형태의 민주적 절차일 뿐이다. 단순다수제가 빚어내는 취약한 대표성은 갈등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기본기능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해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한국정치가 갖고 있는 비정상성의 상당부분은 단순다수제의 고수에서 비롯됐다. 대부분의 민주주의국가들이 비용과 시간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투표방식을 택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다수제보다 민주적이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는 취약한 단순다수제를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지난주 두 진보정당이 보여준 투표방식은 결선투표의 다른 형식들이다.

 

지난주 진보정의당이 당명개정과정에서 보여준 배제투표, 선호투표는 일종의 편법 결선투표다. 여기에는 한번의 투표로 1차투표와 결선투표의 효과를 동시에 거두는 편법이 사용됐다. 3개의 후보중 어떤 것도 과반의 득표를 얻지 못할 경우 3등 후보를 1순위로 택한 표중에서 2순위로 선택한 후보를 1순위 득표수에 합산하게 된다. 즉, 3순위 후보를 배제한 결선투표를 치른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한차례의 투표로 추가선거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결선투표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변형된 결선투표방식이다.

 

반면 진보신당이 택한 '콘클라베'방식은 매우 전형적이고 대표성의 원칙에 충실한 결선투표제도이다. 진보신당은 이번 당명변경을 위해 5번의 결선투표를 포함 총 6번의 투표를 치렀다. 당선기준인 2/3특표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피곤한' 투표 끝에 결정된 당명은 66%이상의 표를 얻어 충분한 대표성을 얻었다.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여러번의 투표에 사용된 시간과 비용이 낭비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 가난한 당은 그것을 충분한 대표성 확보를 위한 '민주주의 비용'으로 인식하고 기꺼이 지불했다.    

 

<1971년 결선투표를 통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신민당 김대중 후보>

 

'민주적 절차의 완성'실패한 민주화세력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단순다수제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나라에서 고도의 민주적 절차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문제는 대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학계와 시민사회는 정치권에 민주적 절차의 보완을 요구해왔지만 새누리당의 반대와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에 부딪혀 번번이 제동이 걸려왔다. 단순다수제에 대한 거대양당의 담합이 제도정치권에서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긴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당내투표에서도 한결같이 단순다수제를 고집해왔다. 반세기 넘게 제왕적 리더십을 전통으로 물려받아온 저 당에서는 1등이 독식하는 단순다수제가 매우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그런 당에 민주적 절차에 대한 고민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반면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당내투표에서 결선투표를 실시해왔다. 1971년 김대중 후보가 김영삼 후보를 누르고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됐던 것은 결선투표가 만들어낸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 당은 자당의 대표선출방식과는 달리 대선, 총선에서의 결선투표 도입에는 늘 유보적이거나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에 결선투표제 도입이 들어가기도 했으나 이는 정치개혁안의 주변부에 머무른 것이었고, 민주당이 이것을 당론으로 채택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 

 

결선투표의 도입은 곧 다당제로의 분화를 의미한다. 양당제의 수혜를 누리고 있던 거대양당이 양당제를 해체하는 민주적 절차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소위 '민주진영'은 87년의 비극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적어도 민주적 절차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렇다.

 

'비용'의 문제 변명 되지 않아

 

새누리당이 반세기 넘게 결선투표제 도입을 반대해 온 명분은 '비용'의 문제였다. 지난주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한 정당들이 보여준 '비싼투표'실험은 단순다수제를 고수해온 부자정당의 변을 옹색하게 만들었다. 민주주의의 정점에 서있는 정당들에게 민주적 절차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무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비민주적인 정당이 집권했을 때 나라의 민주주의가 빠르게 얼마나 쇠락하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실이다.

 

나는 진보정의당의 새 당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진보신당의 교조적인 분위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그들의 의사결정과정에서는 분명 배울 것이 있었다. 두 당이 보여준 의사결정과정은 복잡하고 피곤했지만, 기성 보수정당들의 그것보다 훨씬 훌륭했으며, 인상적이었다. 한국정치에서 진보정당이 갖는 정치적 지향은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당이 보여준 민주적 절차에 대한 고민은 그들이 가진 정치적 스펙트럼과는 별개로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다. 저들의 피곤한 의사결정방식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형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진보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치개혁연대’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도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격랑에 빠진 현재의 정국에서 이것이 당장에 논의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올해야말로 민주적 절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국정원정국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논의해 모처럼 맞이한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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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형호제하는 사이랍니다 출처:한겨레>

 

26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대선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했고, 이를 선거에 활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어제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김무성 의원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사진이 <한겨레>의 카메라에 촬영됐다. 문자의 내용이 흥미롭다.

 

먼저 오전 7시26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핵심 측근인 당직자 ㅁ씨가 김 의원에게 “어제 대표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 확인해준 사람은 서병수 이혜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공개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께 NLL 국조를 제안하자고 건의드릴 참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를 받은 김재원 의원은 김무성 의원에게 다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김무성 의원)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을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혹시 오해가 있으시면 꼭 풀어주시고 저를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김재원 의원이 정말 문자메시지의 내용대로 희생양인지 아니면 진짜 '범인'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은, 알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보스에게 보내는 그의 '간곡한' 문자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말해준다. 

 

<형님을 향한 다급한 문자 출처:한겨레>

1. 그들의 조폭 같은 조직문화

 

거대한 조직내부에 서열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동료의원들끼리 호형호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김재원 의원의 문자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관계는 정상적인 의원-의원의 관계라기보다는 야쿠자의 오야붕-꼬붕의 관계에 가깝다.  

 

"어떻게든 형님을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생노심초사 중이었는데~",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짧은 문자메시지안에 이런 낯뜨거운 '추종'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재원 의원의 문자로 확인된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적어도 친박계 의원들이) 친박계 중간보스 역할을 맡고 있는 김무성 의원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무성 의원은 흔히 친박계 좌장(座長)이라 불린다. 거물급 정치인 1인을 중심으로 뭉친 정치적 이익결사체 '친박'은 그 자체로 대단히 비민주적인 성격을 갖는 계파다. 이 조직은 박근혜라는 보스아래 좌장 김무성 의원을 실질적인 중간관리보스로 두고 있다. 조폭이 두목아래 실질적인 ‘업무’를 관장하는 행동대장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폭세계에서 배신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다. 영화에서 보면 그들은 보통 죽음으로 죄를 묻거나 신체의 일부를 손상시키곤 한다. 조폭같은 정당의 세계에서도 배신자에게 이와 비견할만한 무서운 처단이 내려진다. 공천배제라는 무시무시한 처벌이 그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간의 비상식적인 충성관계는 공천관계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김재원 의원은 문자를 보낸 이후 김무성 의원을 찾아가 대화를 청했다. 이에 김무성 의원은 잘 알아들었다는 듯이 김재원 본부장의 등을 두드려주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 친박좌장 김무성 의원을 대하는 김재원 의원의 깍듯함은 흡사 조직원이 두목을 대하는 그것과 다를바 없어 보였다.   

 

2. 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이 사실이었음을 증명

 

어제 김무성 의원은 “원세훈의 ‘원’ 자도 얘기한 사실이 없다. 전혀 사실과 다른 왜곡보도”라며 전날 문제가 됐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상하다. 언론이 그토록 중대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면 그들은 언론에 '격노'해야 했다. 그런데 김재원 의원에게 보내진 문자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발언의 내부 유출자를 자체적으로 색출하려했다. 그 색출과정에서 김재원 의원이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억울하다는 김재원 의원의 간곡한 호소는 새누리당내에서 김무성 의원 발언의 유출자가 대역죄인 취급을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떳떳하다는 김무성 의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자기들끼리 내부고발자를 색출할 이유가 없다. 정말 떳떳하다면 그들의 대응방향은 내부고발자 색출이 아니라, 언론에 대한 격한 성토로 이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왜곡이다"라는 당사자의 짤막한 해명만을 전한 채 자기들끼리 의심하고 해명하고 난리가 났다. 저들의 자중지란은 김무성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사실이었음을 말해준다.  

 

3. 친박의 균열

 

김무성 의원의 문제의 발언이 나왔던 어제 최고중진회의는 전체의원이 아닌, 말 그대로 '알만한 사람들'만 모이는 자리다. 김무성 의원이 그런 위험한 발언을 안심하고 뱉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자리의 성격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단속이 되지 않았다.

 

문자에서 유출자로 지목된 김재원 의원과 확인자로 지목된 서병수, 이혜훈 의원은 모두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다. 만약 문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무성 의원을 향한 친박계 내부의 쿠데타나 다름없다. 김재원 의원의 해명처럼 사실이 아니라해도 문제는 남는다. 친박계 인사들이 치명적인 모함을 받은 것이다. 저들에게는 일급기밀에 속하는 내부정보가 단속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다. 유출자의 의도가 무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번 발언유출사건은 견고해 보였던 친박이라는 계파의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4. 실종된 정당민주화

 

한나라당의 마지막 총재 이회창이 퇴장한 이후 1인 보스정치는 한국정치에서 종식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친이-친박이라는 더 지독한 보스정치가 등장했다. 2000년대초만 해도 '당내민주화'라는 구호는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한나라-민주 양당은 5년 터울을 두고 김대중-이회창이라는 마지막 총재들을 떠나보냈지만, 이후의 양상은 크게 다르게 전개됐다.

 

민주당이 지리멸렬해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당에서는 상명하복의 1인 보스정치는 발견할 수 없다. 그럴만한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의 당내민주화가 이루어진 결과다.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달리 1인 보스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이유는 친이-친박간의 당권투쟁에서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그들 계파간의 골육상쟁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은 저 당에서 당내민주화라는 구호가 사라진 시점과 일치한다. 당내민주화를 비롯한 나름의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한나라당내 소장파들은 친이-친박 갈등구조아래서 설 자리를 잃었고, 내부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새누리당은 완벽한 수구정당의 모습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민주당이 당내민주화를 이뤄가던 시기에 새누리당은 양대 세력간의 당권투쟁에 함몰되면서 당내민주화를 내면화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당내민주화의 의지도, 동력도 상실한 저 당에서 이제 민주적인 리더십은 찾아볼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민주주의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할 정당이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저런 비민주적인 정당이 집권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이보다 더한 불행은 없다. 비민주적인 도구로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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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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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28 18:35 신고

    영화에서나 보았던 조폭세계가 바로 국회에서 재연되고 있었네요.
    이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순박한 국민들이 안스러울 뿐입니다.

  2. 2013.06.29 17:30 신고

    민주주의 어쩌구 언급하는 자체가 저들과 저들 지지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이승만의 독재 기간 중 자본주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민주주의했다고 착각하고, 군사독재 역시 자본주의 이유 하나만으로 자유민주주의인 줄 착각하는 게 저들과 저들의 지지자이다. 저 사람들에게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 그것도 천민자본주의일 뿐이다. 실제로 언론 표현의 자유는 알 바 아니고 독재 아닌 진짜 민주주의 역시 저들에게 역겨운 존재일뿐이다. 일당독재천민자본주의인 중공 스타일이 저들에게는 '자유민주주의'일뿐이다. 국정원이나 역대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손상시켜도 자본주의 안하는 북한만 다 같이 미워할 수 있으면 상관없는 일이다. 자기들이 북한과 판박이라는 걸 모른다. 선거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국민의 51%는 이 나라가 중공처럼 되길 바란다. 일당독재천민자본주의!

  3. 2013.06.30 06:27 신고

    형님 동생....ㅋㅋㅋ
    조폭세계도 아니고 하는 짓거리들이 역겹습니다.
    이런 인간들을 선량으로 뽑은 지역구민들도 각성 좀 해야겠습니다.

  4. 2016.02.25 16:00 신고

    간사한 재원이 새끼 얼마전에 무생이 옆에서
    딸랑딸랑 꼬리치더니 오늘보니 한구 옆에서
    아양을 떠네
    나라도 팔아먹을놈 요번에는 공천 못받게
    지역구 유권자님 찍어주지 마세요

  5. 2016.05.08 16:24 신고

    KBS TV보고 있는데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보니 너무 화가 나네요. 파렴치 합니다.

 

<4억년 동안 진화하지 못한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낡은 물건중에는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너무 낡아 버려야 할 물건도 있다. 낡디낡아 도저히 고치지 못할 물건말이다. 정당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유럽에는 기독교 원리주의 정당도 있고 아직도 무산혁명을 꿈꾸는 정당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새누리당이 있다. 유럽의 낡은 정당들은 집권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한국의 새누리당은 작년 또다시 집권에 성공했다.

 

어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회 법사위 법무부 현안보고 자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을 보고 이게 도대체 대한민국 검찰이 작성한 것인지 걱정이었는데, 의문이 좀 풀리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서 흥미로운(?) 말들을 이어갔다.  

 

"사건의 주임검사는 서울대 법대 92학번으로, 96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진모 검사였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는 PD계열 운동권이었다.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에 운동권 출신, 그러니까 공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이냐?"

 

1950년대가 아닌 2013년도 국회에서 나온 말이다. 저자의 입에서 나온 고루한 색깔론에 비하면 차라리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이 더 세련돼 보인다. 황교안 법무장관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개개 검사들이 과거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임관 뒤 지도를 잘 받아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검찰은 검사 개개인의 가치관을 검열·지도 하는가? 대체 어떤 지도를 받는 걸까? 운동권들은 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걸까? 법무장관의 발언에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

 

두 사람은 모두 '운동권'이라는 말을 주홍글씨처럼 인식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김진태 의원이 운동권을 '박멸'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황교안 장관은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이들이 말하는 운동권이란 단어에서 '운동'이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학생운동을 말한다.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이 과연 부끄러운 과거일까?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학생운동출신 VS 공안검사출신

 

어제 둘의 '만담'을 지켜보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그들의 한심함을 이렇게 질타했다.

 

"나는 86년 이화여대 총학회장을 했고, 그 시절 총학생회는 전두환 씨가 광주에서 2000명을 죽이고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을 때 죽음을 각오하고 움직였다. 그런 정권이 들어섰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이기적으로 자기공부만 한 사람들이 과연 지금 총학회장들의 자기 헌신을 문제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 시절 학생운동이란 그런 것이었다. 전두환정권에 맞서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독재정권과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낮에는 체포, 고문, 구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재정권타도'를 외쳤고, 밤에는 야학에 나가 민중을 계몽시켰다. 졸업후에는 공단에 위장취업을 나가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이것이 운동권이라 불리던 이들의 일반적인 삶이었다. 그런 의기 넘치는 청춘을 보낸 인물이 국정원사건의 주임검사를 맡고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운동권출신이 퇴출되어야 한다면 검찰보다 먼저 국회가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현역의원 중 절반은 옷을 벗어야 한다. 야당은 물론 김진태 의원이 몸담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도 학생운동출신 의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박계동, 원희룡, 하태경 등등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흔하다. 김진태 의원이 운동권출신 검사를 규탄하려면 자당의 저 의원들부터 어찌하는게 먼저다.

 

국회에서 이런 엽기적인 문답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학생운동출신들과 독재정권의 수족이 되어 그들을 잡아넣는 게 일이었던 공안검사출신들이 나란히 의원뺏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김진태 의원과 황교안 장관은 모두 '운동권'을 잡아넣는 것을 본업으로 삼았던 공안검사 출신이다. 쫒고 쫒기던 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앉은 것만 해도 충분히 어색하다. 

 

운동권출신은 박멸의 대상도, 계몽의 대상도 아니다. 부조리한 세상에 정면으로 부딪혔던 훈장이다. 그들에게 젊은 날의 과오가 있다한들 독재정권의 손발로 활약했던 공안검사들의 그것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학생운동출신과 공안검사출신, 2013년 대한민국에서 계몽되어야 할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일까? 여전히 학생운동을 박멸, 계몽의 상대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들은 낡음의 상징이요, 살아있는 화석이다.  

 

낡은 것의 지배를 받는 나라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많은 부분은 저들이 말하는 '운동권'들이 이뤄낸 것이다. 꺾일줄 모르는 패기로 군사독재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학생운동이 없었다면 6월 항쟁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을 것이며, 이나라의 대통령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뽑혔을지 모른다.   

 

어제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이제 새누리당은 고쳐쓰기엔 너무 낡아버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학생운동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그가 젊은 시절 꿈꿨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저 당에서는 그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공안검사출신들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으로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며 그들과 야합했지만 결국 스스로가 낡은 것에 동화되어 자신도 호랑이가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후~ 불면 먼지가 되어 날아갈 것만 같은 낡은 정당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낡은 것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점점 퇴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낡은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이나라의 '퇴화'는 점점 가속도를 붙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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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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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8 09:28 신고

    살아있는 화석ㅎㅎ
    본질을 애써 부인하는 요상한 말버릇ㅋ
    글 재미지면서도 나중에는 씁쓸해지는....
    잘 읽고 갑니다~ 글때문이 아니라 화석때문에... 화석정치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뿐...

  2. 2013.06.18 11:38 신고

    살아있는 화석보다는
    살아있는 화상에 가깝네요..ㅎ

  3. 2013.06.18 23:54 신고

    서울대 법대나 나온 국회의원의 생각이 이 정도면,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아빠의 (무)관심과 조부의 재력을 업고 아무 걱정없이 공부만 열심히 잘 한 아이들이 다 저런 화석으로 성장할 텐데....
    그전에 제대로된 정권을 세우지 못하면 우리나라 정말 큰일 나겠어요~ㅠ

  4. 2013.06.19 07:50 신고

    정말 답답합니다. 김진태 저 사람 이상한 발언만 하네요 그래봤자 자기당 욕하는 꼴인데

  5. 2013.06.20 15:38 신고

    운동권출신이라는게 문제라기 보다는, 검사가된 후에도 요상한 단체에 후원한게 더큰 문제아닌가요?
    공무원에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데....
    진모 검사가 결백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이 국정원에 들이댄 잣대 그대로를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겁니다. 진모검사가 인터넷에 쓴 글이나 댓글을 몽땅 공개하면 자연히 유무죄가 드러날겁니다.
    하하하하하 웃자고 하는 말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 2013.07.14 10:28 신고

      기준이라는게 중요한것 같습니다 분명 다른이들도 중립하지 않는데 한쪽만 중립을 말하는것도 이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든지 반반 섞여서 서로 열심히 토론 해야겠죠

 

헌 술은 헌 부대에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이 났습니다. 당대표에는 예상대로 김한길 의원이 선출되었고, 예고했던 대로 개정된 강령이 발표됐습니다. 민주통합당→민주당으로의 당명개정과 함께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을 담고 있었던 당강령 역시 2011년 재창당 이전의 그것으로 상당부분 회귀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대중정당들의 강령이라는 것은 '좋은 말들의 합'이나 다름없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강령들은 엇비슷한 문구 속에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만이 존재합니다.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당명을 가린 채 두 당의 강령을 보여준다면 쉽게 골라내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창당될 안철수신당의 그것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강령을 세세하게 읽고, 외우며 당이 그것에 맞는 정치행위를 하는지 따져보는 꼼꼼한 지지자들도 거의 없습니다.

 

강령을 손본다는 것은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라기보다는 하나의 선언이자 공언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번 선언의 키워드는 잘 알려진대로 '보수회귀'입니다. 흔히 어떤 조직의 장이 바뀌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로 조직의 변화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변화에는 이말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답습과 회귀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죠. 

 

김한길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줄기차게 중도지향, 즉 우클릭을 외쳐온 인물입니다. 개정된 강령은 김 의원이 혼자 만든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주장을 충실히 담고 있습니다.

 

문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나쁜 말을 강령에 넣는 바보정당은 없기 때문이죠. 따져 보아야 할 것은 문구들의 지향점입니다. 김한길 대표의 선출과 개정된 강령이 말하고 있는 것은 '헌 술은 헌 부대에'입니다.

 

반값등록금, 무상의료 추진과 한미FTA, 뉴타운 재검토 조항을 삭제했다는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갈랐던 몇 안되던 변별력마저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 존중 및 지원',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 지향',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발전' 이런 개정된 강령들이 주는 느낌은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넘어선 '새누리당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우클릭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치적 색맹'입니다.

 

 

<민주당 VS 안철수> 의미없는 제로섬 게임

 

현재 대한민국 언론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입니다. 안 의원의 민주당입당은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안 의원의 신당창당 이후 민주-안철수 양당이 야권의 맹주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한국정치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때 새로운 민주당과 안철수세력 간의 경쟁 혹은 결합은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동질한 세력들간의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죠. 안철수신당의 '새로움'이나, 민주당의 '전통' 같은 군더더기를 빼고 순수하게 두 당이 서 있는 지점만을 바라보면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중도지향을 강화하자던 민주당 쇄신파(?)의 주된 논리는 안철수현상을 흡수하자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진 지금 새누리당 왼쪽에 비슷한 색의 두 세력이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두 당의 경쟁이나 결합이 의미하는 것은 보수2당체제냐, 보수 3당체제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재창당 이후 한 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지만 이번 위기는 이전의 것들과 강도가 다릅니다. 5.4전당대회 직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정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이 30.7%, 30.9%였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그들의 절반 수준인 15.4%였습니다. 심지어 지지율이 10%에도 못미치는 여론조사도 나오는 것을 보면 당에 망조가 들었다는 지지자들의 한탄이 공허한 것이 아님을 알게됩니다. 지금 민주당이 처한 위기가 과연 화합, 탕평과 같은 수사로 타개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내 중도진보지지층의 향배

 

제도정치에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표출을 대리하는 대중정당은 자신들이 어떤 정당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선명하게 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김한길 대표의 선출과 개정된 강령으로 답을 내렸습니다. 이제 지지자들에게 남은 것은 변화된 당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맞지 않는 옷을 벗고 다른 대안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김한길호 출범 이후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민주당이 사실상 철수를 선언한 중도진보진영의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입니다. 이들의 향배에 따라 한국정치가 경직된 보수일색의 정치지형을 맞이하게 될 지, 건강한 좌우 날개를 갖는 지형을 맞이하게 될지가 판가름날 것입니다. 크게 4가지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계속 이어간다.

 

2.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진보정당 지지로 선회한다.

 

3. 안철수신당 or 새누리당 지지로 선회한다.

 

4. 어떤 당에도 흡수되지 않고 무당파 정치냉소층으로 남는다.

 

이중 이성적 평가가 불가능한 3번 부류를 논외로 하고 나머지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1.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계속 이어간다>가 주를 이룰 경우

 

충성도 높은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위험한 변화'보다는 '피곤한 안정'을 택하는 경우입니다.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민주당내 온건사민주의 세력이 이탈하지 않고 그대로 당에 잔류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중도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우클릭을 용인하면서 내부적으로 소극적인 노선투쟁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정치지형은 새누리-민주-안철수 3당이 독점하는 사실상의 '보수대연정'상태로 돌입합니다. 이 경우 3당의 지지율 총합이 90%를 넘어서는 상황이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보정치의 입장에서 볼 때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이며, 가장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진보정치가 사실상 말살된 일본식 보수대연정의 정치지형이 형성되는 것이죠. 4번 부류가 많을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대선 이후 민주당 진보개혁세혁의 구심점이 된 문재인 의원>

<2.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진보정당 지지로 선회한다>가 주를 이룰 경우

 

지지자 개인의 차원에서 볼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민주당내 개혁세력의 이탈입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문재인이라는 인물은 (당내의 위상과는 무관하게) 민주당내 중도진보개혁세력의 상징으로 부상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문 의원이 움직이지 않은 채 지지층만이 분리∙이탈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만약 문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다면 그를 따르는 현역의원의 수와 무관하게 야권지지층을 크게 요동시킬 것입니다. 

 

시기상으로 보면 가까운 시일내 대거 탈당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정치는 명분의 예술입니다. 민주당의 우클릭이 노골화되자 많은 지지자들이 민주당내 개혁세력에게 분당탈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명분없는 탈당은 정치적 자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전당대회까지 민주당과 함께 한 이상 일정기간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일 의무가 있습니다.   

 

문 의원의 성정상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면서 탈당을 주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대선평가논쟁과 같은 격한 세력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거나 당내 인사문제 등이 불거져 탈당의 명분이 무르익는다면 의외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민주당내 개혁진영과 진보정의당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던 유시민 씨의 정계은퇴는 문 의원의 어깨에 더 강한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 세력이 민주당에서 이탈해 독자세력을 형성한다면 대한민국정치사에서 최초로 대중적 지지기반을 갖춘 대중정당이 출현하게 됩니다.

 

잔류냐 이탈이냐

 

그동안 민주당 안에는 지나치게 상이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세력들이 공존해왔고, 대선패배 이후 나타난 심각한 내분과 이탈은 그 공존이 실패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는 그들이 갈라서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논의될 야권연대는 두 세력이 가진 철학과 노선의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날만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향후 야권정계개편의 향방은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민주당내 중도진보세력이 잔류하느냐 이탈하는냐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민주당에 잔류한다면 대한민국은 거대보수3당이 지배하는 정치지형을 갖게 될 것이며, 만약 그들이 이탈해 독자세력화한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대중적 진보정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쪽이 한국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관련글 - 민주당의 우향우, 그들에게 분열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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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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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6 12:24 신고

    민주당은 확실히 한 표는 잃었습니다.
    그동안 비판적 지지니 야권대통합이니 하는 구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찍어주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절대 없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2. 2013.05.06 13:52 신고

    새누리당은 김한길 체제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할 겁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 우경세력과 진보세력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겠지요. 민주당 분열이 목적일 겁니다.

  3. 2013.05.07 05:17 신고

    분열을 일삼던 김한길 이 미친새끼 더러워 민주당 떠난다

?

 

<민주통합당의 우향우를 주도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

 

분열은 죄악이 아니다

 

정당을 뜻하는 영단어 party는 부분, 일부를 뜻하는 라틴어 pars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여 '부분으로 나누다'는 뜻의 중세 영어 partie를 거쳐 오늘날의 의미를 담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어원을 따라 올라가면 정당이란 조직이 ‘분열’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주의가 강한 힘을 발휘하는 나라에서는 갈등과 분열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분열과 갈등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질병이 아닌 ‘증상’일 뿐인 것이죠. 오히려 경우에 따라 분열은 갈등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원인이 아닌 현상에 대해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정당과 정당간의, 혹은 정당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바라보는 시각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당제가 허용되는 민주국가에서, 더욱이 대한민국과 같이 정당정치가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정당들의 분열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당(2007),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2008),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분당(2012)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주요 정당들의 ‘분당사’입니다. 이것들이 이전에(20세기에) 나타났던 분당들과 달랐던 점은 당 내부의 철학과 노선을 달리하는 세력들 간의 분열이었다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철학을 확인한 정치인들이 다른 정당으로 갈라서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야권지지자들은 정당의 분열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분열자체를 죄악시하는 전체주의적 문화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분열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적전분열론’입니다. “거대 보수정당을 앞에 두고 우리끼리 분열하면 안된다”라는 논리이죠. 우리 국민들을 이렇게 ‘정치공학자’로 만든 것은 결선투표가 존재하지 않는 이나라의 불완전한 민주적 절차입니다. 이것은 유시민 씨의 말처럼 우리사회가 매우 강한 양당제 복원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당의 분열이 죄악처럼 여겨지는 나라. ‘분열의 인정’에서부터 비롯된 정당이라는 조직이 분열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진 것입니다.

 

'중도지향'이라는 함정

 

지난 15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민주통합당의 당명을 '민주당'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당강령 중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어구도 '중산층과 서민'으로 변경하고, '한미FTA재검토'라는 문구도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민사회, 노동계의 결합으로 민주당이 재창당지 1년 5개월만에 사실상의 '보수회귀'를 선언한 셈입니다. '중도지향'이라는 말은 '탈진보'와 같은 말입니다.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와 같은 진보개혁노선에 힘을 실어 왔던 민주당이 예전의 보수성을 회복해 노무현 이전의 민주당으로 회귀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당 안에는 지나치게 상이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세력들이 공존해왔고, 대선패배 이후 나타난 심각한 내분은 그 공존이 실패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갈등의 크기가 아닌 갈등의 양상때문입니다. 김한길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노퇴진론자들의 '우향우' 주장은 민주당의 진보개혁노선을 바라던 지지자들에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입니다. 이는 지금의 민주당이 포괄한 스펙트럼의 폭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비현실적인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도정치에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표출을 대리하는 대중정당은 자신들이 어떤 정당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선명하게 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대선이 4년 8개월이나 남아있고, 지난 대선패배의 충격이 어느정도 가신 지금이 그 적기일지 모릅니다. 민주당은 지금 노무현 이전의 보수성을 회복하고 '구 민주당'으로 회귀하느냐, 이들과 싸워 자유주의+사민주의정당의 길을 걸어가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한쪽은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안철수현상을 흡수해야 한다는, 다른 한쪽은 왼쪽으로 움직여서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지나치게 넓게 포괄하고 있는 스펙트럼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양쪽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결과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다음은 그 차이에 관한 글입니다.

 

관련글 - 문재인의 민주당과 김한길의 민주당, 그 살벌한 간극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를 주관한 한상진 교수. 오마이뉴스>

거짓상관관계

 

얼마 전 발표된 민주통합당의 대선평가보고서가 화제입니다. 일반 직장이었다면 저런 보고서를 제출한 사람은 분명 시말서를 써야 했을 겁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왜 보고하려 하는지부터 무척 혼란스러운 저 보고서는 심지어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나와있지 않습니다. 작성자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보고서의 기본적인 요건마저 갖추지 못한 '괴문서'를 바탕으로 대선패배를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이 보고서의 내용을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36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를 요약하면 "친노 물러가라"입니다. 민주당이 지나치게 좌클릭한 결과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왔고 그것이 대선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한마디로 '거짓상관관계'입니다. 민주당의 진보개혁노선 선택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춘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2000년대 이후 달라진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보고서의 주장은 김한길 의원이 근 10년간 주장해온 '친노퇴진론'과 놀랍게도 유사합니다. 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중도지향'을 공약하고 있는 김 의원은 때마침 보고서 발표시기와 맞물려 당권을 향해 순항중입니다.

 

관련글 - 홍준표와 김한길, 그 얄팍한 증오의 정치

 

야권의 합리적 분화 인정해야

 

이제 우리사회는 정당의 합리적 분열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당의 ‘합리적 분화’는 정당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며 유권자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제도정치권으로 표출해주는 순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한미FTA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사람과 선별적 복지를 지지하는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이들이 똑같이 민주당에 표를 던진다면 민주당은 저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까요? 오늘날의 무능하고 유약하며, 우유부단한 민주당의 이미지는 이렇게 형성된 것입니다. 

 

김한길 의원과 대선평가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이 간과한 것은 이미 야권지지자들이 민주당이외의 대안에 익숙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인식은 야권에 민주당이외의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던 20세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진보진영에 걸출한 스타정치인들이 즐비해 있고 진보정당이 두자리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입니다. 지난 대선은 더이상 거대 야당 혼자의 힘만으론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사표방지라는 양당체제 유지의 중요한 목적이 사라진 것이죠.

 

2004년 유시민 씨가 촉발한 사표논쟁은 그 변화를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2%에도 못 미치던 20세기, 민주당은 사표방지호소만으로 간단하게 야권 전체를 응집시킬 수 있는 골리앗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진보진영의 성장으로 인해 더 이상 사표방지호소가 먹히지 않자 민주당은 야권연대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해야 했고, 그 결과 더 많은 야권지지자들이 민주당만이 대안이 아님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그동안 민주당의 진보개혁노선을 주도했던 인물들도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예전과 달리 민주당내 개혁세력과 군소진보정당들간의 스펙트럼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차례 선거에서 성사됐던 야권연대의 경험이 이를 증명합니다. 더이상 민주당의 우경화를 당내에서 견제할 길이 없다면 다른 합리적선택을 하는 쪽이 나아 보입니다.   

 

여전히 거친 정치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에는 오래전에 야성을 상실한 거대야당보다 작지만 강력한 야성을 가진 여러개의 야당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야성을 잃은 맹수는 자연도태가 순리입니다. 민주당의 합리적 분열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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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8 10:54 신고

    변화된 정치지형과 진화한 국민의 요구에 민주당이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건 진보 성향의 국민들입니다. 1980년대의 영화 우뢰매가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오늘날에도 통하리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죠. "분열 자체를 죄악시하는 전체주의적 문화"라는 단어가 특히 마음에 와닿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2013.04.18 13:12 신고

    쓰디쓰고 슬픈 일입니다
    글 잘읽고갑니다~

<이들이 같은 깃발아래 뭉치는 것이 가능할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어떤 사람은 민주당을 “새누리당 2중대”라며 비난하고, 어떤 사람은 “무능한 좌파정당”이라 비난합니다. 이런 비난들은 모두 맞으며, 모두 틀립니다. 민주통합당과 같이 거대한 스펙트럼을 포괄하고 있는 대중정당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함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문재인의 민주당도, 김한길의 민주당도 모두 같은 당입니다. 이렇게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장님 코끼리 만지듯 나오다보니 이 당이 처한 난국을 타개할 해법도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당이든 당권을 향한 내부의 힘겨루기는 존재합니다. 당권경쟁은 당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당을 망하게 하기도 합니다. 당권경쟁의 양상이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권력투쟁인지, 가치관과 철학에 따른 합리적 노선투쟁인지를 구분하려면 '계파'를 이루고 있는 무리의 속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육상쟁에 가까운  당권투쟁을 벌였던 새누리당의 '친이'와 '친박'같은 계파의 경우 정치적 스펙트럼상의 차이가 거의 없는, 동일선상의 무리들이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정통수구'와 '이권수구'의 차이정도랄까요? 그런 면에서 친박과 친이라는 무리는 두 거물급 정치인들을 향한 충성관계에 따라 형성된 일종의 정치적 이익결사체였고, 그들의 투쟁은 어느 쪽이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당의 철학이나 노선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친이가 장악했던 한나라당과 친박이 장악한 새누리당사이에서는 아무런 철학의 차이를 읽어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당의 당권투쟁이 저렇게 1차원적인 것은 아닙니다. 대선이후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당권경쟁의 양상은 그것보다 조금 복잡합니다. 그것을 '주류 VS 비주류'라 부르든 '친노VS 비노'라 부르든 경쟁의 내용과 구도는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친노', '주류'와 같은 표현은 편의상의 구분임을 밝힙니다)

 

민주당의 주류와 비주류는 새누리의 친이, 친박과는 달리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확연한 차이를 가집니다. 소위 '친노', '주류'라 표현되는 민주당의 인사들은 손학규, 김한길로 대표되는 비주류에 비해 상당히 진보적인 정체성을 가집니다. 친노라는 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의 정체성은 단순히 죽은 정치인과의 친소관계가 아닌 이념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한 가치연대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서 잘 드러납니다. 당시 민주장 비주류의 기수였던 손학규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민주당이 노선을 대폭 수정해 적극적으로 중도표심을 잡아야 한다 역설했습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진보정당들의 공약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의 개혁적인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결국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13연승을 몰아주면서 민주당의 변화를 지지했습니다.  

 


잡탕정당의 비애

 

민주통합당은 다당제 정치제도하에 존재했다면 2~3개의 정당으로 갈라지는 것이 당연한 정당입니다. 민주당이 포괄하는 스펙트럼이 지금처럼 비대해진 이유는 제도적으로 강제된 양당제 속에서 거대 보수1당과 맞서기 위해 지나치게 외연을 확장해온 결과입니다. 사실 민주통합당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전세계 모든 포괄정당(catch-all party)들이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또 다른 포괄정당인 새누리당에게는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두 정당이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자리하고 있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에서도 (한나라당 시절) 민주당의 '주류VS비주류'경쟁과 유사한 내부 노선투쟁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중도투쟁을 주도하던 소장파들의 활약은 친박과 친이의 계파경쟁이 본격화 된 2000년대 중반 이후 맥이 끊겼습니다. 중도정치, 서민정치를 주장하던 소장파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금 새누리당의 스펙트럼은 완전히 오른쪽에 고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오른쪽에 정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외연의 문제에서 유일하게 신경써야 할 것은 왼쪽의 중도진영을 얼마나 포괄하는가의 문제인데, 왼쪽과 오른쪽 모두를 신경써야 하는 신세의 민주통합당보다는 한결 수월합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비슷한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자신의 왼편에 유의미한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안정된 반반싸움을 펼쳐왔습니다. 그런데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나타나면서 민주당내에서도 노선투쟁이 벌어집니다. 진보정당의 성장은 우리사회에 진보적 개혁의 에너지가 싹을 틔웠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발맞춰 '정풍운동'이 일어났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맞물려 새로운 세력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친노세력’입니다. 그들은 기존의 보수적인 민주당의 틀로는 담아내기 불가능했던 진보적 에너지를 담아냈지만, 반대편에서는 보수세력의 이탈을 가져와 분당, 탈당과 같은 내홍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시절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당의 보수화를 주도했고, 2008년 23명의 의원들과 함께 당을 탈당하여 독자노선을 선언했던 김한길 의원은 그 대척점에 섰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문재인의 민주당, 김한길의 민주당

 

5월 4일 예정된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의원을 상대로한 여론조사결과 김한길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투표가 폐지된 이번선거에서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은 한 김한길체제의 출범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김한길 체제의 출범은 '비주류의 반격'이나 '친노시대의 종식'쯤으로 이해됩니다. 그가 줄기차게 친노퇴진을 외치던 비주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좀 더 멀리서 바라본다면 이것은 일종의 회귀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작년 4.11총선 배패의 원인이 민주당의 좌클릭때문이라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당쇄신의 해법으로 친노퇴진을 제시했던 김 의원의 문제인식은 이번 대선패배의 원인을 문재인 후보에게서 찾는 것과 맥락이 같습니다. 김 의원은 비단 지난 총선과 대선뿐 아니라 17대 국회이후 민주당이 패배한 모든 선거의 원인을 '친노'에게서 찾았습니다. 김한길이란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고나면 먼지만 남습니다. 김한길의 민주당은 노무현 이전의 민주당, 즉 확실히 보장된 양당제 속에서 한나라당과 '안전한 전투'를 벌이던 시절의 보수정당으로 회귀를 뜻합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우클릭이 과연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데 적절한 대안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한길의 민주당이 몰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정치지형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일색의 정치환경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는 거대한 보수정당이 두 개나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죠. 지금의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지난 2011년말 시민사회, 노동계의 연합을 통해 재창당된 정당입니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기존의 민주당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일정한 진보적 색채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창당 이후 대선까지 민주통합당의 주류가 표방하 정체성은 기존 민주당에서 한 발짝 왼쪽으로 다가간 진보적 자유주의나 온건한 사민주의쯤 되는 것이었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좌클릭은 한국사회의 달라진 정치지형의 반영이었습니다. 그 결과 군소진보정당들과의 간극이 좁아졌고 이러한 왼쪽으로의 외연확대는 여러 선거에서 진보정당들과 야권연대가 성사됐던 배경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보수양당체제의 한 축이었던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진보정당들과 연대를 모색했다는 것 자체가 예전과는 달라진 정치환경을 인정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외연의 확대가 기존 민주당의 보수성을 그대로 간직한채 이루어진 결과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확장되었다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죠.   

 

대중정당은 시대정신과 함께 호흡할 때 존재의 의미를 갖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던 시절 제도권 내의 유일한 대항세력이었던 민주당은 존재의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적 열망이 넘쳐나는 2013년의 대한민국에 또 다른 거대보수정당은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곧 용도폐기 될 것만 같은 그들의 병든 노년을 지켜보는 마음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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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5 10:23 신고

    너무 답답하고 씁쓸하고 ...맘도 아픕니다.

  2. 2013.05.03 17:00 신고

    처음으로 이 곳 글을 읽었는데, 글이 참 찰지네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더불어, 빵터졌던 부분
    [김한길이란 인물의 정치사에서 '친노퇴진'이란 구호를 빼고나면 먼지만 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또 올게요~ !!

 

 

안철수 교수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안철수신당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과연 안철수신당이 한국정치판에 태풍의 눈이 되어 새정치라는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인지, 아니면 이전의 1인 정당들이 그러했듯 빛의 속도로 소멸의 길을 갈 것인지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각각의 경우 안철수정당이 한국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4~7일 전국의 성인남녀 1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2.8%포인트, 95% 신뢰수준) 결과에 따르면,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37%, 안철수 신당 23%, 민주당 1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합진보당이 1%, 진보정의당이 1%, 의견 유보는 28%였습니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3월 첫째 주 정당 지지도와 비교하면 새누리당은 44%에서 7%포인트, 민주당은 21%에서 10%포인트 하락했고, 무당파와 의견 유보자는 32%에서 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요약하면 새누리당 지지율의 소폭 하락과 민주당 지지율의 반토막, 안철수신당의 무당파 대거 흡수로 정리됩니다.


<3월 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출처-'오주르디'님 블로그>

 

여러 조건상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진보3당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정치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이들을 상수로 놓은 상태에서 새누리당-민주통합당-안철수신당 사이의 구도만을 이야기합니다.

 


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안철수신당이 갖게 될 정치적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대략 표와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위치하고 민주통합당과 상당부분의 지지층을 공유하면서 새누리당의 좌측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안철수신당의 성공, 실패, 절반의 성공의 경우를 분석해 봅니다.  

 

 

<안철수신당이 성공할 경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그대로 안철수신당이 한국정치판에 태풍이 되어 민주당을 군소정당으로 전락시키고새누리당에 이어 당당히 제2당으로 부상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구태정치에 대한 반감과 새정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효과적으로 흡수한 안철수신당은 민주당 지지세력의 절반이상과 새누리당 지지세력의 일부를 잠식하면서 강력한 야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의원들의 입당도 줄을 잇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새누리-민주 양당체제에서 새누리-안철수신당의 양당체제로 재편됩니다. 즉 중도-보수 양당체제에서 온건보수-강성보수 양당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민주-공화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미국식 보수양당체제와 유사한 양상을 띄게 됩니다. 우파 개혁가 안철수 씨의 정당이 힘을 얻게 되면 합리적 시장질서를 위한 온건한 개혁은 힘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미약하나마 민주통합당의 일부와 진보정당들이 대변해왔던 노동, 인권, 환경, 여성과 같은 진보적 가치들은 한국사회에서 더욱 소외될 것입니다. 9.11테러 이후 미국 민주당이 보수화되면서 미국사회에 나타난 인권침해, 소수자차별 등의 문제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대략 어떤 상황일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세 가지 경우 중 가장 좋지 못한 결과가 예상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안철수신당이 실패할 경우>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고전을 면치못하는 경우입니다. 새정치에 대한 설득보다는 부족한 컨텐츠와 미숙한 정치력이 강하게 작용했을 경우입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기도 하며, 이 경우 새누리-민주 양당체제에 균열을 내지 못한 안철수신당은 중간에 낀 채로 어떤 구심점도 되지 못한채 애매모호한 신세에 놓이게 됩니다. 이전의 다른 1인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양쪽 정당 어디엔가 흡수되거나 곧바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새정치에 대한 야심찬 실험이 무위에 그치면서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키워 놓는 꼴이 됩니다.

 

 

<절반의 성공을 거둘 경우>

 

 

안철수신당이 나름대로의 선전을 하지만 기성정당의 아성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야권의 맹주자리를 놓고 안철수신당과 민주당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면서 야권 내부에서 그야말로 치열한 ‘땅따먹기’가 펼쳐질 것입니다. 야권의 한정된 '지분'을 놓고 정당간에 땅따먹기가 치열해질수록 그만큼 야권연대의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송호창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야권내부의 발전적인 경쟁이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성숙하지 못한 정치문화와 강제된 양당제를 고려할 때 유사한 지지스펙트럼을 갖는 정당간의 경쟁은 전체적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ex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경쟁) 그에 따른 반사이익은 당연히 새누리당으로 돌아갑니다. 야권내부의 제 살파먹기 경쟁과 그로 인한 새누리당의 반사이익. 이 역시 안철수신당이 한국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힘든 경우입니다.

 

 

▲다당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현실

 

송호창 의원의 주장대로 야권에 새로운 정당이 등장해 발전적 경쟁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합니다.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총선과 지방선거의 선거구제를 지금의 소선거구제에서 중·대 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입니다. 비례대표 의석수의 대폭 확대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이것들은 모두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정치학계에서 수십년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들입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에는 이중 어떤 것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양당제의 수혜를 입고 있는 공룡정당에서 엄청난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난망한 일인 것이죠. 이것이 실현되지 않는 한 한국의 정치구조는 필연적으로 양당제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정치에서 양당제라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분명하게 존재하는 장벽입니다. 안철수가 아니라 그분의 할아버지가 와서 당을 만든다 해도 이 조건을 벗어나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양당제 아래서 안철수신당이 명분을 얻으려면 민주당을 혁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전에 손을 맞잡고 대선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던 파트너를 갑자기 얼굴색을 바꿔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 안철수신당이 민주당을 무너뜨리고 제1여당이 된다면 진보정치의 실종이라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새누리-민주의 보수 양당체제는 분명 좋지 않습니다. '민주당 무능론', '무용론'을 가만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비판을 받은 원인 중 대부분이 그들이 갖는 보수성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새누리-안철수신당의 양당체제는 그보다 더 나쁩니다. 안철수신당이 갖게 될 보수성은 굳이 안철수 씨의 과거 발언들을 들춰내지 않아도 여러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층의 성향이 선명하게 말해줍니다. 민주당의 보수성을 경멸하면서 그 대안으로 더욱 보수적인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춥다고 덜덜 떠는 사람이 얼음물 속에 뛰어드는 꼴입니다. 강요된 양당제 속에서 한쪽을 압도적인 보수정당이 차지하고 있다면 나머지 한쪽의 '분화'는 진보적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이유로 송호창 의원이 주장하는 "거대여당을 뛰어넘는 대안세력의 성장"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안철수신당은 결코 그 주인공이 되어선 안됩니다.

 

▲결론

 

종합해보면 안철수신당은 그것이 추구하는 ‘새정치’가 무엇이든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볼 때 어떠한 경우에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안철수신당의 성공은 진보정치세력의 약화를 가져오며, 안철수신당의 실패는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키우게 됩니다. 또 '적당한 성공'을 거둔다면 야권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새누리당에 반사이익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이 골치아픈 글을 한마디로 요약

 

-안철수정당은 창당되지 않아야 한다-

 

입니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안철수신당이 그들이 대체하려고 하는 민주통합당보다 오른쪽에 위치한다는 사실때문입니다. 한국의 현대사나 미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보수 양당체제는 진보적 가치의 말살을 불러옵니다. 노동, 인권, 환경, 여성과 같은 가치는 절대 보수정당에 손에, 우파적 개혁가에 손에 지켜질 수 없습니다. 이 간단한 이치만을 따져봐도 안철수신당의 창당은 한국정치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분석과 무관하게 안철수신당은 조만간 창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씨가 좋은 정치인이 될수도 있는 몇몇 자질을 갖고 있다 평가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우파 개혁가가 걸어야 할 길은 우파정당에 입당하는 길 뿐입니다. 부디 새누리당에 입당해 가지고 계신 자질을 잘 살려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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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2 11:37 신고

    안철수씨는 걸어온 길을 보아서나, 본인이 대선전에 뛰어들기 전 낸 책 내용을 보아서나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까운 게 맞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를 하겠다는 분이 진보나 보수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구태'로 규정하는 바람에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선전에서나 보궐선거 국면에서 자꾸 야권과 충돌하면서 본인이 예기치 못한 잡음을 내고 있는 건, 철수씨의 가치체계가 야권과 상충되는 게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이걸 구 (야권)치인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부치면 결과적으로 득을 얻는 건 항상 여권이죠.

    저도 안철수씨가 정치인으로써의 자기 스펙트럼을 인식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보수"의 기치를 들고 새누리당으로 입당해서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만드는 "가시밭길"을 걸어 주겠다고 마음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만... 안철수씨가 과연 "정치는 행정으로 수렴되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2. 2013.03.13 19:42 신고

    개인적으론 안철수 신당이 기존 야권을 압도하지는 못하는 제 2당으로 갈것 같습니다.그다음 기존 야권을 대체하는 거대 야당이 될지는 그의 역량과 주변 역학 관계에 달려있겠죠. 그리고 글 쓰신 분이잘못 판단하는 것 하나 민주 통합당의 외연이 축소되면 자연 급진 '진보'계열 정당의 외연은 확대됩니다. 임수경 의원 같은 사람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가겠죠.진보 정치 지형의 축소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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