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4%까지 지지율이 치솟은 아베 총리. 출처 블룸버그>

불안을 먹고 자라는 극우정치

 

지난 4월 16일 요미우리신문은 여론조사결과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74%까지 치솟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12월 출범당시 62%로 출발한 지지율이 아베 총리의 연이은 극우행보에 힘입어 무려 12%나 상승했습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극우정권이 들어선 것입니다.

 

어제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한달 째인 지난달 말 41%로 바닥을 찍은 이후 지난주 조사에서는 5% 상승한 46%를 기록했습니다.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국정수행평가에서도 ‘잘한다’는 응답이 53.1%로 ‘잘못한다’는 응답 33.4%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정치에서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지지도가 올라간 원인은 북한 핵실험과 아베의 망언퍼레이드 같은 외부적 자극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정권초기 역대 최악의 지지율로 위기에 몰렸던 마가렛 대처는 포클랜드 전쟁을 벌인 후 지지율을 70%대까지 끌어올려 '철의 여인'시대를 열었습니다. 1928년 지지율이 3%도 안되던 나치당은 히틀러가 볼셰비키(공산당)에 대한 공포를 과장하여 설파하기 시작하자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5년 뒤 독일을 장악했습니다. 이처럼 대중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안보이슈는 강한 국가주의를 발현시켜 지도자를 향한 안보결집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를 가져옵니다.

 

지난해 여름 17%까지 떨어졌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본 의원들의 독도방문이 무산된 뒤 이루어진 '기습적인' 독도방문 이후 28%까지 급상승했습니다. 그저 무능한 대통령 정도로 인식되던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직후 무려 92%까지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안보세일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 우파지도자들에게 중요한 생존전략입니다.

 

북한발 안보위협이 안겨준 것들

 

지난해 12월 일본에는 패전 이후 가장 보수적인 우파정권이 들어섰고, 대한민국에는 87년 민주화이후 가장 보수적인 우파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이는 북한의 3대 세습권력 김정은체제의 등장과 맞물려 동북아시아에 곧 몰려올 격랑을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남∙북∙일 안보위협 트라이앵글. 표 by 다람쥐>

이 안보 트라이앵글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하면, 3자의 욕망이 서로 팽팽히 맞닿아 있는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상태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의 독재권력을 상수라고 볼 때, 북한발 안보위협에 영향을 받는 것은 한·일 양국 내부의 정치지형입니다. 김정은-아베-박근혜로 이어지는 3국의 안보카르텔 사이에서 한·일 양국의 평화세력은 설 곳이 없습니다.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면 대중은 낭만적으로 들리는 평화의 목소리보다는 강인하게 들리는 국가주의의 목소리에 더욱 쉽게 의탁합니다. 북핵에 대한 한·일 양국 국민들의 불안은 극우정권의 출범과 맞물려 강한 국가주의로 왜곡되어 표출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측이 개성공단 패쇄를 언급하자 대화를 단절한 채 황당한 구출작전을 시사하더니, 25일에는 '협박성 대화제의'를 건냈다가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켰습니다. 오매불망 북한의 도발을 기다리고 있던 일본의 극우세력에게 작년 북한의 핵실험은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좋은 빌미를 얻은 자민당, 유신회의 극우 정치인들은 내친김에 평화헌법개정까지 주장하며 12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개성공단을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와 군비확장을 추진하는 아베 정부의 태도는 국가주의적 대북 강경책의 다른 버전입니다. 이런 대외 강경책을 펼친 양 정부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불행하게도 그들의 안보세일즈가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조성을 주도했던 한국의 평화세력과, 대북 유화정책을 주도했던 일본의 평화세력은 그 목소리를 상실했습니다. 

 

관련글 - 아베의 야스쿠니와 박근혜의 5.16

     

 

북한이라는 '마르지 않는 셈'

 

지난 60여 년간 북한이라는 존재는 양국의 극우 국가주의자들에게 ‘마르지 않는 샘'이었습니다. 남한의 자유-공화-민정-민자-신한국-한나라-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세력은 북한에 대한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이용하여 권력을 유지해왔고, 일본의 극우세력 자민당 역시 북한의 안보위협을 이용해 끊임없이 군비증강과 팽창주의를 주장하며 장기집권을 이어 왔습니다.

 

그런데, 민주정부 10년 햇볕정책의 결실로 세워진 개성공단은 양국의 우파들에게 이 샘이 마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불러왔습니다. 실제로 개성공단 가동 이후 MB정권출범 이전까지 치러진 남한의 선거에서는 과거와 달리 '북풍'이 전혀 먹히지 않았고, 심지어 안보이슈에 가장 민감했던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조차 보수당이 패하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남북의 긴장완화는 일본의 우파세력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미·북간의 대화재개로 형성된 해빙무드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 선언’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것은 곧 일본의 극우세력이 예전과 같은 북한발 안보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됨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의 존재로 정치적으로 손실을 입었던 세력이 누구였는지를 살펴보면 그것이 사라질 경우 누구에게 이득이 돌아갈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철수는 상시적 안보위협의 부활을 의미하며, 이는 곧 양국의 우파들이 장기간 득세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됨을 뜻합니다.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보수단체의 시위. 출처 연합뉴스>

정략적인 안보세일즈 멈춰야

 

김정은-새누리당-자민당이라는 반 평화적인 세력들이 만들어내는 화약냄새가 동북아시아를 뒤덮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은 미국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그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나라는 태평양 건너의 미국이 아닌 인접한 한국과 일본입니다. 양국 모두 북핵의 타겟인 미국의 우방이자, 북한의 적국입니다.

 

사실 한·일 양국의 외교정책이 북핵의 종속변수인 이상 한국과 일본의 노력으로 북핵을 어찌할 방도는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김정은체제가 하루빨리 연착륙하거나 미국이 대화에 나서기를 앉아서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나 개성공단문제 정도는 핵문제와 달리 우리 외교의 통제범위 안에 둘 수 있었던 사안이었습니다. 정략적 의도가 아니라면 김정은의 벼랑끝 외교에 편승해 맞장구를 칠 이유는 없었던 것이죠. 박근혜 정부의 비상식적인 대응이 더욱 아쉬운 이유입니다.

 

김정은의 데뷔무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조성된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설사 이것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21세기에 벌어지는 위험천만한 치킨게임에 양국의 국민들이 언제까지 지지를 보낼지도 의문입니다.

 

911테러 직후 지지율이 92%까지 치솟았던 부시 대통령은 테러정국이 끝난 뒤 결국 22%라는 역대 최악의 지지율로 물러났습니다. 부시의 초라한 퇴장은 돌발적인 안보위협 상황에서 형성된 지지율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눈앞의 지지율에 눈이 멀어 정략적인 안보세일즈를 지속한다면 부시의 초라한 퇴장이 박근혜-아베 정부의 미래가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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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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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29 12:49 신고

    그래서 북한과 한국의 보수는 공생관계라고 하나 봅니다.
    아무리 으르렁대지만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니까요.

  2. 2015.08.21 20:56

    비밀댓글입니다

 

<양국의 우경화를 이끌고 있는 두 정치인>

현해탄을 사이에 둔 동지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편집·보도국장 초청간담회에서 "(일본의) 우경화는 동북아시아 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어 일본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망언에 대한 대응입니다. 어제 자리에 있던 많은 언론인들은 박 대통령의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우파 정치인인 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우경화'라는 말은 김정은의 입에서 나온 '빨갱이'만큼이나 어색합니다.  

 

지난 23일 일본의 현역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동아시아 여러나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날 참배를 주도한 아베 신조 총리는 침략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국가와 국가 간 관계에서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차원이 다른 수위의 망언으로 주변국들에게 충격을 안겨 줬습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죽은 전범들의 망령을 기리는 행위가 정상적으로 보일리 없습니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은 이같은 정치인들의 자극이 표로 연결되는 나라입니다. 90년대초 진보정치가 사실상 전멸한 이후 마땅한 견제장치조차 사라진 일본사회에서 우익정치인들에게 역사왜곡 망언은 손해볼 것 없는 꽃놀이패입니다.

 

정확이 이야기하면, 우경화라는 것은 우익정치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우경화된 국민들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자민당이나 새누리당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죠. 집권한 우파정당이 자신감을 갖고 우경화를 시도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들에게 표를 준 우경화된 국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정치인들의 망언은 지난 12월 총선에서 우익세력이 압승을 거둔 이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경화의 공포는 현해탄 건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대한민국의 각료들은 하나같이 5.16을 쿠데타라 부르지 않았고, 몇일 전 공안검사출신의 법무장관은 "표현의 자유 제한할 수 있다"며 국민들을 겁박했습니다. 그들이 머리를 맞댄 첫 국무회의에서는 구애3회 처벌, 과다노출 처벌 같은 국민들의 기본권제한이 우려되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이미 우파정권 5년을 보낸 대한민국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우경화는 그 농도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기시 노부스케(왼쪽)와 박정희. 출처 한겨레>

'가업'으로 물려받은 우경화  

 

∙일 양국의 우경화는 모두 과거의 부정, 역사의 왜곡으로부터 시작됩니다.

 

(5.16은) 평가가 엇갈리니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

 

(침략이란 표현은)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 아베 총리

 

이들의 유사한 화법은 양국의 우익세력이 과거를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이미 명백하게 역사의 평가가 끝난 범죄에 대해 얄팍한 수사를 늘어 놓는 그들의 모습이 판에 박은 듯 닮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5.16과 아베의 야스쿠니는 다르지 않습니다.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닮은 점이 참 많은 정치인입니다. 지난해 나란히 양국의 행정부 수반으로 선출된 두 사람은 양국의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아베 총리의 외조부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는 5.16쿠데타의 주범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일본을 패망에 이르게 한 전범 기시 노부스케는 1957년 총리에 올랐고, 5.16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정희는 1963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한일 양국에서 우익세력의 향수를 자극하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살아있습니다.

 

아베는 할아버지의 태평양전쟁과 동아시아 침탈을,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5.16쿠데타와 유신체제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우경화를 ‘가업’으로 물려받은 셈입니다. 선대 극우정치인들의 정치적 자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직계자손들이 양국의 정치를 이끌고 있으니 한국와 일본의 정치적 우경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배타적 민족주의의 강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아베 내각의 과거사 왜곡은 선대의 업보이기도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는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체결의 주역입니다. 박정희 정권은 일제침탈에 대한 면죄부와 경제지원을 맞바꾼 한일협정을 국민들의 엄청난 반대속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정부는 일본정부에 공식적으로 배상을 요구할 명분을 상실했습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일본과 맺은 굴욕적인 한일협정은 지금까지도 일본 보수세력이 역사를 왜곡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 한일 협정당시 일본과 박정희 대통령 사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기시노부스케 전 총리는 현 아베 총리의 외조부로 박정희 대통령은 협정체결이후 기시에게 일등수교 훈장을 수여했었다. 선대 때 맺은 굴욕적 협정이 지금의 한일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치열한 자기노력이 박 대통령에게 요구된다. - 4.23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 

 

정성호 대변인은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자해지의 자세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에게 그럴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통치하던 시대지금보다 반일감정이 훨씬 강했던 시절이었음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공생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인접국가와의 역사∙영토분쟁은 자국내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를 강화합니다. 이것은 아베 정권에게나 박근혜 정권에게나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발생하는 양국 간의 긴장 관계는 궁지에 몰린 국내정치의 돌파구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일본의원들의 '독도방문 쇼'나 그이어 벌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그것들 간의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이런 이유에서 평화헌법 개헌이나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그것들의 실현가능성과 무관하게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21년째 이어지고 있는 위안부할머니들의 수요집회>

 

양국의 우경화는 전체주의, 국가주의의 강화라는 점에서 그 속성이 같습니다. 일본은 외치(外治)에서, 한국은 내치(內治)에서 형태가 다르게 표출됐을 뿐이죠. 죽은 전범들의 무덤을 참배하는 것과 살아있는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맥락이 다르지 않습니다. 

 

연일 보도되는 아베 총리의 망언에 분노하면서도 일본의 우경화를 규탄하기가 꺼려지는 이유는 내 허물을 모른 채 하고 남의 허물을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나라 우경화도 못막는 상황에서 남의 나라의 우경화를 어찌 막을까요? 이럴 때 쓰는 속담이 있습니다.   

 

 

-내 코가 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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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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