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sns에서 간곡한 링크 하나를 받았다.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비명에 간 아르바이트생의 장례비를 회사가 지급하게 해달라는 청원이었다. 꽃다운 나이에 삶을 등진 학생은 생전에 최저임금도, 보험도 적용받지 못했으며, 죽은 뒤에도 회사로부터 장례비조차 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 학생의 죽음을 책임져야 할 해양수산부와 청해진해운 측은 놀랍게도 그 학생이 승무원이 아닌 승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죽은 학생의 장례비와 보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 알바생의 ‘선원 아님’을 항변하는 것이다. 이보다 서러운 죽음이 또 있을까. 


"단원고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야?"


"그 학교 수준이 어때?"


세월호 침몰사건이 터진 뒤 주변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말들이다. 단순한 호기심이리라.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악의 없이도 죽음에 등급을 매길 수 있는 보통의 사람들. 섬짓하고 섬짓하다.  


정규직 승무원들에게 지급한 장례비를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지급하지 않겠노라 통보한 해운업체와, 단원고가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냐고 캐묻는 어른들. 이번 사건으로 알게 된 한가지는 이 나라에는 삶의 등급 뿐 아니라 다양한 '죽음의 등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압도적인 절망 앞에서도 등급매기기를 포기하지 않는 괴물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고한 '등급제 사회'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340 : 17


죽음의 등급은 권력의 입맛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기도 한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이후 범국민적인 애도분위기가 조성되자 안전행정부는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를 합동분향소 설치 대상 지역에서 제외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고, 17개 광역단체 분향소도 시·도 청사 안에 한 곳씩만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소요경비도 지자체 자체예산으로 충당하라고 지시했다. 


4년 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주도로 애도분위기를 유도하던 정부의 태도와는 심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당시 정부는 시민의 왕래가 잦은 곳에 임의로 분향소를 설치하라고 지시했고, 예산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합동분향소 91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분향소가 340곳이나 설치됐다. 


차가운 바다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천암함 희생자와 세월호 희생자. 그들의 목숨값이 다를 리 없지만, 이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판이하다. 정부의 낯빛이 달랐던 이유는 두 사건의 ‘죽음의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의 애도분위기는 당시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던 정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슈였지만, 정권심판론으로 흐르고 있는 세월호 참사 애도분위기는 현정권에게 매우 불리한 이슈다. 결국 두 사건의 희생자들 사이에 매겨진 죽음의 등급은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죽음에도 신분이 있을 수 있을까?


삶의 등급에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인간세계의 정치적 갈등은 대개 ‘삶의 등급’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서 비롯된다. 근대 이후의 정치는 그것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한판 대결이었다. 그러나 삶의 등급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든 현실세계에 그런 등급이 존재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제 이 사회에서 이건희와 내가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은 바보거나 외계인이다. 


그런데, ‘죽음의 등급’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죽음 사이에 등급이 있다는 주술적인 가정은 2014년의 문명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인정한다면 왕의 부활을 기다리며 피라미드를 쌓았던 시대의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죽음의 등급을 발견했다. 정규직/비정규직 여부에 따라, 성적순에 따라, 혹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관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유가 무엇이든 산자가 죽은 자의 등급을 나누려 하는 태도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우린 적어도 왕후장상의 죽음과 노비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근대인이 아닌가. 죽음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고언이 배워서 알아야 할만큼 어려운 이야기인가. 산자들에 대한 응징 이전에 죽음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다람쥐주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4.05.26 08:57 신고

    먼저 간 이들을 대하는 산 자들의 태도가
    이런 수준이라니....너무도 서열, 등급에 익숙해져 있는 탓일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낸 우리사회의 민낯은 차마 쳐다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2. 2014.05.26 12:05 신고

    살아서두 죽어서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이..너무 비참하네요...ㅠㅠ

    ...너무 오랬만이여요^^반가워요ㅎㅎ

이전버튼 1 1 2 3 4 5 6 7 8 9 ··· 121 이전버튼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