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한민국의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댓글’이라고 하겠다. 올해만큼 댓글이 주목받았던 해는 없었다. 올초 한국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었고, 연말의 가장 뜨거운 화제는 대학가에서 시작된 대자보 열풍이다. 요즘 전국 대학가에 나붙고 있는 대자보들은  모두 고려대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한 응답들이다. 이런걸 다른 말로 ‘댓글’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와 댓글이 바늘과 실의 관계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정원의 댓글과 대자보 댓글, 댓글로 시작해 댓글로 저물고 있는 한해를 보내며 두 댓글이 갖는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좋은 댓글의 예를 보여주는 대학가의 대자보들. 사진:숙명여대>

 

좋은 댓글의 조건

 

댓글이란 원문에 덧대어진 글을 말한다. 댓글의 목적은 주로 동의나 첨언, 반박이다. 어느 경우에라도 댓글의 본질은 본문과의 소통에 있다. 따라서 좋은 댓글이 갖추어야 할 첫번째 조건은 원문에 대한 충실한 이해이다. 아무리 훌륭한 논리나 주장을 담고 있더라도 원문과 동떨어진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원문을 오역하고 엉뚱한 소리를 늘어 놓는다면 좋은 댓글이라 할 수 없다.

 

대학가에서 시작된 대자보 열풍은 금새 고등학교, 중학교로 번지더니 초등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기성세대의 대자보까지 등장하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반박 대자보도 등장했다. 이것들은 모두 원문이라 할 수 있는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던진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안녕하지 못하다'거나 '안녕하다' 혹은 '이제 우리 안녕하자'라는 식이다. 

 

어제 중앙일보가 무작위로 전국의 대자보 100개를 수집해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안녕’이 73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세상·사회'로 317건, ‘생각·고민·불안’을 합쳐 212건으로 분석됐다. 그들이 대체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대자보들은 원문에 담긴 고민을 충실히 이해하고 응답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댓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들의 ‘댓글놀이’를 지켜보면서 새삼 국정원 심리전담반의 댓글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나를 느낀다. 작년 국정원 심리전담반이 각 온라인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작성했던 댓글들은 형식상의 댓글이긴 하나, 의미상의 댓글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것들은 원문의 내용을 이해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은 채 오직 원문을 훼손시킬 목적으로 작성된 흉기에 불과했다. 그들이 작성한 댓글을 보자.

 

- 좌익효수(국정원직원 김하영)가 남긴 댓글 일부

 

 아따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문근영 씨*련 할아비 빨갱이 씨*색*

 

 (한명숙 전 총리에게) 늙은 창녀, 운동권 정*받이로 시작하여...

 

 (배우 김여진 씨에게) 씨*련 못 생긴 게 배우라고 어디다 *치는지 

 

처음 저 댓글들이 공개되었을때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런 말을 입에 담을 수가 있지"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저 댓글의 작성자들은 상부에서 하달된 명령에 따라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 일종의 봇(bot)이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아닌 '인면봇심'이었던 거다. 작성자의 영혼을 대신한 것은 기계적인 복붙(복사+붙여넣기)의 반복이었다. 기계가 작성한 문자에서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건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시판에서 게시글이 제재를 받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1)욕설과 2)광고, 3)사칭이다. 국정원 심리전단반이 작성한 댓글들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들은 일반인을 사칭하고 가장 저질스러운 욕설로 정부시책을 광고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매너없는 댓글들도 찾기 어렵다.

 

두 댓글이 갖는 성격의 차이는 작성 방식에서도 기인한다. 대자보가 의미있는 소통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의 작성자가 실명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된 언어로 심도있는 고민이 담길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국정원 심리전담반은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을 가장 추악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그들은 실명을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반인으로 신분을 위장했고, 목적을 은폐했다. 반인륜적인 욕설과 지역비하, 여성혐오가 담길 수 있었던 까닭이다. 만약 저들이 작성한 글 말미에도 대자보처럼 <국정원 심리전담반 김하영 직원>같은 작성자 표시가 들어갔다면 저런 쓰레기들을 뱉을 수 있었을까. 

 

한국의 국정원은 전세계 정보기관 중 유일하게 공장형 댓글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댓글실력은 동네 pc방의 흔한 초딩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댓글기관'의 수준이 이러하다면 국가적 망신이 아닌가. 마침 중앙대학교에서 학생들의 대자보를 뜯어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소식이다. 국정원 심리전담반은 중앙대로 요원을 급파하여 그 쓰레기통을 입수하는 것이 어떨까. 학생들에게 '댓글의 매너'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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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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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2 11:08 신고

    잘보고갑니다 정치집단이 국민을 수렁으로빠트리네요 한사람 한사람이 주권을 바로새우면 이런일은 없어지지 않을까요 대단하신 다람쥐주인의 방 고맙습니다

  2. 2013.12.22 14:31 신고

    대자보에 있는 글은 한 글자 생각하고 정성들여 쓴 글인데... 우리 주변에 있는 뻘글, 악플을 보면 생각없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국정원발 악플도 뻘글?

  3. 2013.12.22 16:29 신고

    난 니가 봇심인것 같은데.. 얼마전에 60이 넘은 그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보고 "몸이나 팔어"하고 한 젊은 아나운서인지 연옌인지 하는 년은 봇심이냐 수심이냐 인심이냐??

  4. 2013.12.22 16:53 신고

    이건 또 뭔 농간이여?

  5. 2013.12.22 17:27 신고

    미성년자가 경찰의 누명으로 소년법10호인 장기소년원 송치가 된 후 진범이 아니란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재심을 받을 구제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억울한 징역살이를 해도 어쩔수 없다고 수원지방법원에서 말합니다. 성인은 재심절차가 있으나 미성년자를 위한 소년법에는 재심이 없다는 법원의 해석입니다. 미성년자는 1번 재판 받으면 불변이랍니다.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법부터 고칩시다. 의식있고 힘있는 사람들의 동참을 바라고 답글로 힘을 보태주세요.

  6. 2013.12.22 17:27 신고

    미성년자가 경찰의 누명으로 소년법10호인 장기소년원 송치가 된 후 진범이 아니란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재심을 받을 구제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억울한 징역살이를 해도 어쩔수 없다고 수원지방법원에서 말합니다. 성인은 재심절차가 있으나 미성년자를 위한 소년법에는 재심이 없다는 법원의 해석입니다. 미성년자는 1번 재판 받으면 불변이랍니다.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법부터 고칩시다. 의식있고 힘있는 사람들의 동참을 바라고 답글로 힘을 보태주세요.

  7. 2013.12.22 17:42 신고

    국가권력이 깡패 양아치도 않을 짓거리를 서슴치 않고 있네요.
    오늘자 민노총에 견찰들이 난입했던데 정말 나라의 시스템 전체가 70년대로 회귀하고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