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침공에 나선 서청원 전 의원>

설마설마했다. 차떼기의 주역 서청원씨가 기어이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개입설이 보도되고 몇일 뒤 실제로 서청원씨에게 새누리당의 공천장이 전달됐다. 대통령의 의중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공천이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 '엄정한' 자격심사를 거친 결과라는 사실이다. 당의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저런 인물이 공천됐다면 저당의 공천심사기능은 이성을 상실한 상태라고 봐도 되겠다. 이제 저당에는 대통령의 폭주를 견제할 '수요모임'도 '민본'도 없다.  

 

2002년 차떼기와 2008년 공천뇌물로 두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서청원은 비리정치인의 전형이다. 당과 사회에 대한 기여도, 도덕성, 지역주민들의 신뢰도를 우선으로 고려하겠다던 공추위가 난데없이 비리전력자를 공천했으니 비난이 쏟아지는건 당연하다. 서청원의 '연착륙'을 도우려는 새누리당의 노력은 눈물겹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11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아니라 당을 위해서 쓴 돈이고, 그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의해서 희생된 분"이라며 '덕담'을 전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공천위원 김재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청원 씨를 이렇게 소개했다.  

 

"서청원 전 대표의 경우는 우리나라 정치에서 과거 낭만주의 정치시대의 막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 남은 낭만주의 정치인인데요, 그 시대의 정치가 요즘 새로운 시대의 국민들 시각으로 보면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본인은 또 그것을 충분히 자신의 장점으로 덮고 국민 여러분들께 당당하게 심판에 나갈 수 있는 그러한 능력과 자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낭만.. 무려 낭만이라니... 의리를 아는 남자 김재원은 어찌하여 그를 '낭만주의자'라고 표현했을까?   

 

'낭만주의자'의 파란만장한 정치역정

 

한 정당이 재벌들에게서 800억대의 돈뭉치를 트럭채 삥뜯었던 '차떼기'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기발하고 대담했던 선거범죄로 기억된다. 당시 서청원은 당대표로 한나라당의 대선을 지휘했던 사령탑이었으니 차떼기의 '몸통'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차떼기의 꼬리표가 떨어질 때 쯤 그의 정치역정에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2007년 주군 박근혜씨가 경선에서 이명박씨에게 패배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싸움에서 패한 친박계는 이듬해 18대 공천에서 친이계에 의해 '학살'당한다. 위기에 몰린 친박계 좌장 서청원은 결단을 내렸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을 이끌고 탈당해 박근혜씨를 '장외'에서 지원하는 충성집단 '친박연대'를 창당한 것이다.

 

<친박연대 18대 총선 포스터>

해방이후 수많은 정당이 흥망을 거듭했지만 서청원씨가 만든 친박연대만큼 이상한 정당은 없었다. 당의 설립취지와 존립근거는 오로지 '박근혜'란 이름으로 수렴됐으며, 그이름 석자 앞에서 당의 노선이나 당헌당규 같은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정당이라는 법적 지위를 얻었지만 실상은 종교집단에 가까웠다. 한사람의 이름을 들어내고 나면 먼지만 남는 집단을 어찌 정상적인 정당이라 하겠는가. 가장 기이했던 건 친박연대가 받들던 박근혜씨는 정작 다른 당의 당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친박연대'라는 코메디는 '친박' '친이'라는 정치적 이익결사체들간의 골육상쟁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2002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800억을 '모금'했던 서청원씨는 6년 뒤 친박연대 대표로 변신해 소박하게 30억을 모금했다. '낭만'을 모르는 한국의 공직선거법은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원래 그런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새누리당은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그를 다시 한 번 중용했다. 서청원을 복권한 새누리당 공추위의 변이 재미있다.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고, 비리전력에 대한 논란은 개인이 착복한 돈이 아니고 당에서 당비로 쓴 것으로 평가했다. 본인이 충분히 소명했다. 나름대로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공천위원간 토론 끝에 공천했다."

 

새누리당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두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에게 '개인 착복'여부를 따져 복권을 결정했다. 차떼기만큼이나 기발한 공천방식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뇌물의 '용도'를 따져 서씨의 면책을 판단하면서도 당이 그돈을 받아 어디에 썼는가는 고려하지 않았다. 부정의 모태였던 저당은 애초에 비리전력자들을 사면할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친박연대가 서청원이고 서청원이 곧 친박연대였던 판국에 '개인적 착복'을 따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친박연대의 득세가 곧 서청원 개인의 영달이었으니 말이다.    

 

말은 바로해야 한다. 서청원의 비리전력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리정치인 서청원이 존재할 뿐이다. 어떤 수사를 동원해도 그가 최악의 선거사범이자 공천장사꾼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트럭채 돈다발을 건네 받고, 공천장을 팔아넘긴 죄목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소명될 수 있단 말인가?

 

현대판 음서제가 실시되는 가풍

 

특권과 비리를 중히 여기는 서씨의 기질은 가풍(風)으로 이어졌다. 올해 35세인 서씨의 아들은 지난 4월 별도의 채용공고도 없이 국무총리실 서시관(4급)에 특채됐다. 총리실은 "비서직 업무 특성을 고려해 별정직 공무원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공고절차를 생략하고 채용했다"고 항변했다. 총리실 4급공무원 직위에 아무 절차도 없이 '임명'된 자가 하필 서청원의 아들이다. 이게 정말 '적법한'일이라 믿는 바보는 없다. 모 대기업 집안의 며느리인 서청원씨의 딸은 작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사건의 당사자로 기소됐다. 공천 뒤 문제가 불거지자 서씨 측은 “출가한 딸의 문제이지만 서 전 대표는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딸의 과오에 대해 '출가외인'이라는 말로 거리를 두려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노욕의 추함을 느낀다.   

 

두 사건의 성격은 고위층의 특혜 범죄라는 점에서 꼭 닮아 있다. 서청원씨는 당대표라는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공천장을 팔았고, 그의 아들은 알 수 없는 후광을 등에 업고 고위직에 특채됐으며, 그의 3세는 어미의 부정한 특혜로 외국인학교에 입학했다. 2013년에도 음서제가 실시되고 있는 서씨의 집안, 화성시민들은 이집안의 독특한 가풍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괴물의 침공을 막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정치인 서청원은 70노구를 이끌고 다시 선거판에 나섰다. 차떼기나 공천장사, 자녀들의 비리 따위는 그의 정치역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없다. 당마저 깨끗이 용서한 마당에 째째하게 그런 걸로 시비거는 사람은 낭만을 모르는 사람이다.

 

‘낭만’이란 말만큼 낭만적인 말은 없다. 그런데, 내가 알기론 우리 정치사에 그런 아름다운 말로 회상될만한 꽃시절은 없었다. 후배 김재원 의원이 '낭만'이란 말로 서청원을 포장하려 했던 건 이성적인 언어로는 도저히 그의 과거를 덮을 수 없었기 때문 일거다. 아무리 교묘한 수사가 판치는 정치판이지만 정치인 서청원의 과거마저 예쁘게 포장할 수 있는 언어는 세상에 없다.

 

이런 비판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의 의도대로 되고 있다. 선거가 불과 보름도 남지 않았지만 거대한 이슈들에 눌려 재보선소식은 지면을 타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9일 서청원씨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 40여명을 포함한 2,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세를 과시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서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서청원의 화성침공작전은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번 선거가 조용한 것이 불만이다. 선거판이 떠들썩해져서 서청원씨가 충분한 망신을 당했으면 좋겠다. 다른 구태-비리정치인들이 이선거판을 보고 함부로 노욕을 품지 못할 만큼 말이다. 이것은 단지 의석 1석, 서청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대선판에서 나타났듯 아직 노욕을 꺽지 못하고 근근히 기회를 노리는 구태정치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를 맥없이 당선시킨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서청원이 속속 복귀할 멍석이 깔린다. 그들이 김기춘, 서청원의 무사귀환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가질지는 너무나 뻔하다. 이것이 서청원의 화성침공에 반대하고 반대해야 하는 이유다. 공은 화성시민들의 손에 넘겨졌다. 부디 선량한 화성시민들이 대오단결하여 괴물의 침공을 무사히 막아내길 응원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다람쥐주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3.10.22 22:59 신고

    그럼 누굴시켜야 합니까?.. 직접 고르시던가...

  2. 2013.10.22 22:59 신고

    그럼 누굴시켜야 합니까?.. 직접 고르시던가...

  3. 2013.10.27 11:20 신고

    자식인지사위며느리한테외제차사라고준돈이10억이라나
    나는돈이없어서전세대출도못받고월세내느라식사도세끼몬먹는다이사람아외제차너무조아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