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젊은 세대가 애국심을 갖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이버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댓글공작이 "합법적인 대북심리전"이라 밝혔고,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한술 더 떠 "익명을 띈 댓글공작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댓글을 대국민 계몽전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저들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애국심과 댓글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며 '대북심리전'의 의미는 또 무엇인지 당최 알 수 없는 말들의 연속이지만, 여기서는 저들이 꿈꾸는 '합법적 댓글공장'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계몽적 댓글'이라는 코메디

 

"국가는 마땅히 국민을 계몽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댓글공작을 대국민계몽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댓글공작에 대한 새누리당-국정원의 입장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랍다. 하나는 국가를 시민계몽의 주체로 삼고자 하는 저들의 낡은 철학이며, 또 하나는 대국민 계몽의 수단으로 인터넷 댓글을 택한 황당함이다. 

 

댓글이란 원글에 달린 독자의 코멘트를 말한다. 댓글을 다는 것에 별다른 규칙은 없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이트가 작성자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익명성은 온라인공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국정원이라고 해서 인터넷상의 익명성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별 것 아닌 댓글문화에도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시판에서 게시글이 제재를 받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욕설과 광고, 국정원 심리전단반이 작성한 댓글들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검찰수사와 언론에 의해 밝혀진 국정원의 댓들글은 하나 같이 욕설이 가득 담긴 언어로 국가시책(?)을 홍보하고 있었다.

 

- 좌익효수(국정원직원 김하영)가 남긴 댓글 일부

 

아따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문근영 씨*련 할아비 빨갱이 씨*색*

 

(한명숙 전 총리에게) 늙은 창녀, 운동권 정*받이로 시작하여...

 

(배우 김여진 씨에게) 씨*련 못 생긴 게 배우라고 어디다 *치는지 

 

댓글의 수준으로 볼 때 국정원은 '계몽의 자격'을 논하기 이전에 '계몽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국민수준과 한참이나 동떨어진 저런 수준이하의 댓글에 계몽되어질 국민은 없다.

 

 <“젊은 세대 위해 댓글 활동 했다” 이종명 전 국정원 차장>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수많은 입장, 주장들의 배경에 국가 조직의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입장-견해들이 정말 순수한 시민의 주장인지 조직적으로 개입된 국가기관의 공작인지 분간할 수가 없게 된다. 매일 수천만 시민이 이용하는 여론형성의 장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과 냉소로 가득찬 공간으로 변질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만으로도 인터넷의 토론-여론생성기능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론형성사이트 몇몇이 실제로 알바로 판정-의심되는 댓글들로 인해 댓글토론기능이 상실된지 오래다. 저 끔찍한 가정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국정원의 댓글공작은 시민의 자유투표를 침해한 국가의 폭력이며, 관제여론으로 국민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야만이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이를 합법화-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지적 위치에서 국민여론을 제압하겠다는 공안기관의 발상은 민주국가의 시민들에게 악몽이다. 

 

21세기형 관제데모

 

이종명 전 차장은 법정에서 “쇠고기 파동이 났을 때 인터넷에서 젊은이를 선동하는 동영상을 봤다. 오염되면 치료가 어렵다.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오염된 조직의 부품으로 활동했던 그가 국민의 '오염'을 걱정하고 있다. 마치 좀비가 인간을 물어서 '치료'하겠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국민들의 '가치관오염'을 예방하겠다는 것이 2013년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공식입장이라니, 이 황당무게한 상황극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인터넷공간에서 형성되는 여론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론의 '청정지수'를 국가가 판단해서는 안된다. 설사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오염'됐다 한들 익명의 댓글로 국민을 계몽시키겠다는 유치한 발상이 설득력을 얻을 수는 없다.

 

국정원이 벌인 댓글공작은 50~60년대 유행하던 관제데모의 온라인 버전이다. 일정한 목적을 가진 국가의 프로파간다를 일반인의 주장으로 위장한 채 전파한다는 측면에서 관제데모와 댓글공작은 그 속성이 같다. 여론조작의 장소가 거리에서 오피스텔로, 시위의 도구가 피켓에서 키보드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 것들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허용될 수 있는 일일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원세훈에 대한 재판은 이 질문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이다. 원세훈 재판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민주주의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정원이 댓글을 달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굳이 국정원이 온라인 여론형성의 장에 참여하겠다면 이렇게 하면 된다. (당당히 출처를 밝혀라)

 

 

(ex)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국정원에서 알립니다-

 

(ex) "아따 절라디언들 전부 *져버려야 한당께" -국정원 심리전담팀 김하영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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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람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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